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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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연재수 :
2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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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35
추천수 :
253
글자수 :
1,186,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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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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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챕터9-173. 화마 봉인- 모두 안녕 (4)

DUMMY

상현이 바라보고 있는 항아리는 오십 육십 센치 정도 되어 보이는 중간 사이즈의 작은 항아리였는데 얼핏 보기에는 흔히 어르신들이 담금주를 담그기 위한 10리터 정도의 말통 소주병 같아 보였다.


“그래, 바닷물이랑 우물물 반씩 담은 거 맞지?”


“네, 맞습니다!”


수고했다는 듯이 경환의 어깨를 한번 토닥인 상현이 수희에게 다가가 말했다.


“수희 씨. 정신이 좀 드십니까? 준비는 다 됐습니다. 이제 가셔야죠!”


상현의 목소리 끝이 살짝씩 떨리고 있었다.


고통에 몸부림치며 기진맥진 해 어느 새 탈진 상태인 수희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상현은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고 아려왔다.


지금 당장이라도 자신이 대신할 수만 있다면 수희의 고통을 짊어져 대신 아프고 싶은 심정이었다.


수희가 몸을 힘겹게 일으키며 약수물 웅덩이에 담겨있던 자신의 왼팔을 들어 올리자 수희 일행은 모두 그 광경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수희가 걷어부친 왼팔의 모습은 새빨갛다 못해 검게 변해버린 흉측스런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더 이상 여자의 팔이라고 볼 수 없을만큼 이상하게 변해버린 왼팔은 수희가 얼마나 힘겹게 지금까지 버텨왔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그것은 화상을 입은 팔 수준이 아니라 아예 불에 익어버려 검게 괴사된 듯한 팔의 모습이었다.


아니 더이상 그것을 팔이라고 보기에도 힘들만큼 처참하고도 비참한 몰골이었다.


모두가 수희를 걱정하며 그녀가 일어나길 기다리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순간 약수터 옆에 커다란 전각 건물의 문이 벌컥 하고 열리더니 잿빛 승려복을 입은 중년의 여자 불자(佛子) 대여섯 명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상하게도 그들의 눈동자는 모두 새까맣게 변해 있었는데 수희는 단번에 악귀들이 그들 몸에 들어가 빙의한 것을 알아 차렸다.


“보살 님! 무슨 일이신지요?”


수희 일행을 향해 다가오는 나이가 중년에 접어든 여자를 향해 경환의 부하가 묻자 갑자기 중년의 여자가 ‘키약’소리를 내지르며 그에게 다가와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경환과 그의 부하들이 재빨리 항아리를 바닥에 놓고 수희 일행의 앞을 막아섰다.


“지금 화마가 부리는 악귀에 씌워서 그래요! 그 사람들 죽이면 안 돼요! 빙의되서 그런 거에요! 죽이면 안 돼요!”


끙끙거리면서 말하고 있는 수희의 다급한 외침에 경환과 그의 부하들은 서둘러 중년의 여자들을 막아서기 시작했다.


경환과 그의 부하들은 그들을 기절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악귀에 씌어 정신을 잃은 그들이 경환과 그의 부하들이 쏟아내는 물리적인 공격에 기절할 리가 만무했다.


나이가 50중반에 접어든 여자와 할머니에 가까운 나이든 여자도 있었다.


그들은 놀랍게도 경환과 경환의 부하들이 하나씩 달라붙어 그들의 팔을 붙잡은 채, 바위처럼 꿈쩍도 하지 않고 서서 그들을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었다.


“상현 형님! 얼른 가십쇼. 여긴 저희들이 맡겠습니다!”


경환이 뒤를 돌아보며 수희를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수희 씨! 정말 고맙습니다. 저희 누나 일도. 상현 형님 옆에 계셔주신 것도 다 고맙습니다! 전부 다 고맙습니다! 그러니 꼭 안전하게 돌아오셔야 합니다! 제가 나중에 수원에 모시고 가려했던 왕갈비집 꼭 모시고 가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살아 돌아오십시오! 약속해주십시오! 꼭 살아서! 꼭 살아서 오십시오!”


다급하게 내뱉는 경환은 그 말을 끝으로 있는 힘껏 악귀에 씌인 보살들을 향해 주먹을 날리기 시작했다.


격투기를 익힌 경환의 주먹을 맞고도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꿈쩍도 않는 그녀들은 일제히 경환을 향해 미친듯이 달려 들었다.


한결은 서둘러 수희를 들쳐 업기 위해 수희에게 몸을 돌리려는 순간이었다.


승주가 재빨리 수희의 몸을 돌리곤 수희의 등을 쳐다보았다.


“승주 언니! 지금 뭐하는 거야?”


깜짝 놀란 수희가 승주를 향해 묻자 승주는 아무 대답 없이 호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작은 나이프 칼 하나를 꺼내어 있는 힘껏 자신의 손바닥을 그었다.


순간 날카로운 과도에 의해 베인 승주의 손바닥에서는 순식간에 시뻘건 피가 엄청나게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언니! 뭐해! 미쳤어?!”


놀란 수희가 외쳤지만 승주는 아랑곳하지 않고 서둘러 수희의 옷자락을 들쳐 올려 수희의 등이 보이게끔 옷을 벗겼다.


순간 승주는 엄청난 속도로 수희의 맨살 등에 무언가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축축한 피로 무언가 열심히 적어가던 승주는 이제야 되었다는 듯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언니!”


수희가 있는 힘껏 숭주를 향해 소리를 지르자 숭주는 갑자기 수희를 와락 끌어안고 말했다.


“으이구! 이 똥멍청아! 나한테 수명 주면 내가 아이고 고맙다 하면서 니 수명 덥썩 받을 줄 알았냐?”


승주가 수희 자신이 대수대명을 한 사실을 알고있다는 사실에 수희가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어...언...언니... 나는...”


“윤재가 알려줬어... 불막이 주술의 마지막은.... 힘들거야. 수희야.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해 줄 수 있는 게 이게 전부라서 정말 미안하다. 수희야. 나랑 약속해! 절대로 죽으면 안 돼? 꼭 살아서 돌아와야 해? 내 동생 수희! 내 동생! 꼭 살아서 와야 해! 약속해!”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힘겹게 수희의 눈을 바라보며 말하고 있는 승주의 얼굴은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초췌하고 피곤해보였다.


엄청난 힘을 쓰고 난 뒤처럼 승주는 당장 쓰러질 것처럼 정신이 없어 보였다.


수희는 순간 자신의 등 뒤에 승주가 피로 써내려간 것이 무엇인지 알 것만 같았다.


축축하고 점성이 있는 승주의 피는 자신의 등 뒤에 거꾸로 써진 물 수(水)자를 가리키고 있었다.


승주의 피로 써진 글자가 무엇인지 깨달은 수희가 깜짝 놀란 눈동자로 승주를 쳐다보자 승주가 천천히 말햇다.


“윤재 말로는 화기를 막기 위한 부적으로 보통 수자를 거꾸로 써서 물이 쏟아지는 형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대. 근데... 지금 화마가 보통 불귀신이냐. 윤재가... 내 목숨 담아 쓰는 정도 아니면 안 될거라고 알려줬어. 피로 쓰면서... 수명을 담아야한대...”


“이 윤재 새끼! 이 개새끼가!”


화가 잔뜩 난 수희가 윤재를 향해 욕지거리를 날리자 승주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럴 줄 알았다니까! 윤재가 나중에 너한테 엄청 혼나고 쳐 맞을 각오하고 알려 준거야! 그러니까 나중에 꼭 살아서... 꼭 살아남아서 윤재 녀석 엉덩이나 한번 쎄게 걷어차 줘! 알았지? 꼭 살아서 돌아와야하는 거다?”


승주는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숨을 헐떡이며 수희의 얼굴을 소중하다는 듯이 천천히 쓰다 듬었다.


승주는 멈추지 않고 자신의 손바닥에서 뚝뚝 흐르는 피를 오른손 가락에 묻히기 시작했다.


승주는 힘겹게 손가락을 들어올려 수희의 검게 변해버린 흉측한 왼팔에 무언가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모든 할 일을 모두 해냈다는 듯이 개운한 표정으로 승주가 갑자기 정신을 잃고 바닥에 풀썩 쓰러졌다.


수희는 그런 승주를 똑바로 눕혀주고 자신의 상의 한 쪽을 찢어 승주의 손바닥을 꽁꽁 묶어 주었다.


수희는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한결과 상현은 묵묵히 그 모습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


“한결 씨. 상현 씨! 두 사람 다 잘 들어요! 나 내 발로 걸어서 갈 거에요. 두 사람은... 저 항아리 들고 따라오세요!”


수희는 또박또박 당차게 말하고 있었지만 이윽고 얼마 걷지 못하고 몸을 휘청이며 자신의 가슴을 퍽퍽 치기 시작했다.


지금 수희는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이 하나둘씩 자신 때문에 크게 다치거나 죽을 위기에 처한 이 상황이 무척이나 아려와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울먹울먹 하던 수희는 이내 소리내 울기 시작했고, 한결은 서둘러 수희를 부축해 일으켰다.


상현은 물끄러미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항아리를 들어 올려 앞장서 걷기 시작했다.


“한결 씨...나는요... 여태까지 사람이 사는데 신이 부여한 의미나 뜻은 없다고 믿고 살았어요! 난 우리 가족을 죽인 화마를 피해 숨어살지도 않았고, 또 순순히 화마의 손에 당하는 길을 택하지도 않았어요. 모든 게... 이 모든 게 전부 다 내 의지로 살았다고 생각하고 지금껏 버텨 왔는데... 다들 나 하나 위해서 이렇게 온 몸을 내던지는데... 나 이대로 절대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거에요. 반드시 끝을 볼 거에요!”


굳은 표정의 수희를 보고 한결은 고개를 끄덕였다.


경환과 그의 부하들은 악귀에 씌인 사람들을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상현은 서둘러 항아리를 집어들고 한결에게 말했다.


“이건 제가 들테니 수희 씨 챙기세요!”


상현의 말에 한결은 고개를 끄덕였다.


수희는 서둘러 몸을 일으켜 뛰다시피 걷기 시작했다.


한결이 약수터에 왼팔을 담가 열기를 식혀준 탓인지 아까보다는 몸이 훨씬 가볍고 살 것만 같았다.


수희가 재빨리 울타리를 넘어 절벽으로 내려가려 할 때였다.


한결이 수희의 오른쪽 팔목을 붙잡고 소리 질렀다.


“지금 뭐해요? 여긴 왜요?”


“보면 몰라요? 저기 홍련암 밑에 동굴로 들어가야 해요! 홍련암 암자에선 동굴 안으로 갈 수 없으니 이렇게 가야해요!”


수희의 외침에 한결이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미쳤어요? 여기 절벽이에요, 절벽! 바위에서 잘못해서 넘어지기라도 하면 그대로 죽을 지도 모른다구요!”


수희가 한결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고 말했다.


“내가 지금 장난하는 걸로 보여요? 지금 나 돕자고 여기 모인 사람들 중에 죽는 거 무서워하는 사람 한명이라도 있어요? 다들 그렇게 매달려서 돕는데 내가 죽는 거 무서워서 여기 못 내려 갈까봐 그래요? 한결 씨는 무서우면 오지마요! 난 갈 거에요!”


수희는 고개를 빼꼼이 내밀고 상현을 바라보았다.


상현은 그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말 없이 항아리를 든 채, 수희를 보고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전부 다.... 다 미쳤어! 어휴...”


한결은 옅은 한숨을 한번 내쉬고는 고개를 절래절래 가로저었다.


- 저 똥고집을 누가 말리겠어... 휴...


이내 한결은 포기했다는 듯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 길쭉한 다리를 내밀어 잽싸게 나무 울타리를 넘어 아슬아슬하게 난간에 기대어 있었다.


한결은 두 손은 나무 울타리를 꽉 잡은 채, 자신의 뒤를 이어 울타리를 넘으려는 수희를 향해 말했다.


“기다려요! 내가 먼저 내려가서 잡아줄게요!”


한결이 잽싸게 난간을 넘어 바다가 바로 앞에 일렁이는 자갈 바위 위로 '폴짝' 하고 뛰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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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외전1-192. 신병(神病)- 허주 (3) 24.01.17 17 1 13쪽
191 외전1-191. 신병(神病)- 허주 (2) 24.01.16 15 0 12쪽
190 외전1-190. 신병(神病)- 허주 (1) 24.01.16 14 1 12쪽
189 외전1-189. 신병(神病)- 바보 똥환 (3) 24.01.15 16 1 11쪽
188 외전1-188. 신병(神病)- 바보 똥환 (2) 24.01.15 16 1 12쪽
187 외전1-187. 신병(神病)- 바보 똥환 (1) 24.01.14 14 1 11쪽
186 외전1-186. 신병(神病)- 이어도의 전설 (3) 24.01.14 15 1 12쪽
185 외전1-185. 신병(神病)- 이어도의 전설 (2) 24.01.13 17 1 11쪽
184 외전1-184. 신병(神病)- 이어도의 전설 (1) 24.01.13 15 1 12쪽
183 외전1-183. 신병(神病)- 푸른 곳간, 욕지도 (3) 24.01.12 16 1 11쪽
182 외전1-182. 신병(神病)- 푸른 곳간, 욕지도 (2) 24.01.12 18 1 12쪽
181 외전1-181. 신병(神病)- 푸른 곳간, 욕지도 (1) 24.01.11 18 1 12쪽
180 챕터9-180(완). 화마 봉인- 사랑하는 그대에게 (2) 24.01.11 19 2 12쪽
179 챕터9-179. 화마 봉인- 사랑하는 그대에게 (1) 24.01.10 20 2 11쪽
178 챕터9-178. 화마 봉인- 진인사대천명 (4) 24.01.10 17 2 12쪽
177 챕터9-177. 화마 봉인- 진인사대천명 (3) 24.01.09 17 2 11쪽
176 챕터9-176. 화마 봉인- 진인사대천명 (2) 24.01.09 14 2 12쪽
175 챕터9-175. 화마 봉인- 진인사대천명 (1) 24.01.08 17 2 12쪽
174 챕터9-174. 화마 봉인- 모두 안녕 (5) 24.01.08 17 2 11쪽
» 챕터9-173. 화마 봉인- 모두 안녕 (4) 24.01.07 17 2 11쪽
172 챕터9-172. 화마 봉인- 모두 안녕 (3) 24.01.07 16 2 11쪽
171 챕터9-171. 화마 봉인- 모두 안녕 (2) 24.01.06 16 2 11쪽
170 챕터9-170. 화마 봉인- 모두 안녕 (1) 24.01.06 1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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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챕터9-168. 화마 봉인- 양양 낙산사 (1) 24.01.05 17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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