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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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연재수 :
2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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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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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86,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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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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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챕터9-171. 화마 봉인- 모두 안녕 (2)

DUMMY

호텔 주차장 옆 샛길을 따라 나와 언덕 길로 내려가자 이윽고 숨을 헐떡이며 달려오는 천수도령과 선아, 그리고 승주가 보였다.


“수희야! 수희야! 괜찮아?!”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한결의 부축을 받아 한걸음 한걸음 힘겹게 걷고 있는 수희를 발견한 승주는 놀라 뛰어오며 말했다.


“언니! 괜찮아요? 세상에! 사람 다 죽게 생겼네!”


선아 역시 수희의 모습을 보고 기겁을 하며 수희에게 소리쳤다.


“선아야. 지금 말할 시간 조차 없어. 지금... 내 왼팔에 화마를 겨우 가둬두고 있어. 시간이 없어! 빨리!”


수희가 끙끙거리며 말하자 천수도령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어디로 가야하는 거야? 어디서 봉인해야 해? 뭔지 알아야 돕지!”


천수도령이 다급하게 묻자 선아가 순간 두 손을 파르르 떨며 바닥에 털썩 주져 앉았다.


“선아야!”


수희의 오른손을 붙잡고 수희의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주던 승주가 이번에는 선아가 바닥에 주저앉자 깜짝 놀라 소리쳤다.


승주는 깜짝 놀라 선아에게 다가가 선아의 몸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그러자 선아는 몸을 바르르 떨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뭐지... 이거... 이거 뭐에요! 수희 언니! 언니 이거 뭔지 아는 거죠? 이거... 봉인은....”


“그래, 맞아... 관음굴... 그 동굴로 들어가야 하는 거 같아...”


“언니! 근데 거기에!”


수희가 입가에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가져다대며 더 이상 말하지 말라는 듯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선아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입을 다물었다.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이 무슨 일인지를 묻는 천수도령을 향해 수희가 소리쳤다.


“천수 오빠! 나 지금 홍련암으로 갈 건데... 아마 가는 길이 쉽진 않을 거 같아... 느껴지지? 도와줄래...?”


순간 수희의 말에 천수도령은 음습하고, 사악한 기운이 등골을 타고 흐르는 것을 느꼈다.


“야! 이 정도 기운이면... 나 하나로 되겠어? 윤재나... 하다 못 해 스승님이나 화련스님이라도...”


“아니야. 더 이상 신세지기는 싫어. 오빠... 마지막으로 부탁할게, 도와줘! 나 좀 도와줘!”


고통스러운지 입술을 꽉 깨물며 힘겹게 말하고 있는 수희의 두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 나왔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승주와 선아 역시 눈물을 참지 못 하고 흘리고 있었다.


천수도령은 아무런 말 없이 결의에 찬 굳은 눈동자로 고개를 한번 끄덕인 뒤, 주변을 향해 말했다.


“지금부터 제가 앞장 설 테니 다른 분들은 수희를 잘 붙들고 따라 오셔야 합니다! 선아야! 너는 승주 씨랑 같이 수희 뒷쪽을 맡아! 분명 공격이 들어 올거야! 너 목에 건 은장도 손에 꼭 쥐고 조심히 따라와! 알았지?”


이윽고 천수도령의 말대로 한결과 상현이 수희를 부축하며 천수도령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승주와 선아는 서로의 손을 꼬옥 잡은 뒤, 수희의 등 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선아는 자신의 목에 걸려있는 작은 은장도를 왼손에 꼭 쥔 채, 천천히 걷고 있었다.


“근데... 지금 들어갈 수 있는 거에요? 입장 끝난 시간 아닌가?”


선아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심각한 표정으로 가만히 서 있던 상현이 말했다.


“그건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미리 제가 손을 써 둬서 들어가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겁니다!”


분명 상현이 말하는 손을 쒀뒀다 함은 명동 백마녀의 힘 그러니까 '돈'을 말하는 것이 분명했다.


어제 수희 일행이 사전답사를 했을 당시 폐장 시간은 저녁 5시 30분이라고 했다.


지금은 어느덧 밤 9시가 넘어 어둠이 짙게 내리고 있는 시간이었지만 백마녀가 가진 돈의 힘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어 보였다.


아니, 굳이 돈이 아니더라도 상현과 경환이 부리는 조직원들을 이용한다면 낙산사 내부로 늦은 밤에 들어가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터였다.


이윽고 호텔과 공영주차장이 맞닿아 있는 경계초소까지 걸어가자 이미 그들이 올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어떤 경비 하나가 플래시 불빛을 비추어 그들을 확인하고는 조용히 바리게이트 문을 열어주었다.


슬며시 그 안으로 들어간 일행들은 어디로 가야하나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하지만 수희와 상현, 그리고 한결이 미리 사전답사를 한 탓인지 익숙하게 옆으로 눕다시피 쓰러져있는 거대한 해송을 지나 안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오분가량을 걸었을까. 기념품을 파는 듯 한 건물 쪽까지 다다랐을 때, 갑자기 불길한 기운이 머리 위에서 휙휙 소리를 내며 정신없이 날아다니는 것이 느껴졌다.


“왔나보다! 다들 조심해요!”


천수도령은 주변 사람들에게 외치는 동시에 자신의 품 안에 넣어 두었던 신칼을 꺼내어 있는 힘껏 오른손으로 쥐고 허공을 향해 휘젓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바람 소리와 함께 ‘켁’거리는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고, 이내 폭죽이 터지듯이 ‘펑펑’소리와 함께 공중에서 밝은 불꽃이 이는 스파크가 튀었다.


그것은 마치 까마귀 떼가 먹이를 노리고 달려드는 것 같았다.


수희 일행의 머리 위로 수십개는 될법한 존재들이 미친 듯이 날아다니며 공격을 할 순간을 노리고 있는 듯 했다.


선아가 두려운 듯이 목에 걸린 은장도를 잡은 손에 힘을 꽉주자 갑자기 은장도에서 눈부시게 환한 흰색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어머! 이게 뭐야!?”


놀란 선아가 은장도를 쥔 손을 놓았지만 목에 걸린 은장도에서는 여전히 엄청난 밝기의 빛이 가득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어둠을 밝히며 밝은 빛이 주변을 환하게 비추자 천수도령이 외쳤다.


“선아야! 은장도 목걸이 꺼내서 공중에 들어올려 봐!”


그의 외침에 선아는 서둘러 선아의 어머니가 자신에게 남긴 유품인 은장도를 쥐고 머리 위로 똑바로 들어 올렸다.


배꽃 문양이 새겨진 손잡이에서 순식간에 뿜어져 나오는 환한 빛은 더욱 더 세찬 기세로 불빛을 뿜어냈다.


주변 일대를 환하게 비추는 밝은 흰색 빛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잡귀들이 주춤거리며 공중에서 배회하는 것이 느껴졌다.


“휴... 살았다! 선아야, 그거 너희 어머니가 지켜주시는 거야!”


천수도령의 말에 선아의 맑고 커다란 두 눈에 눈물이 맺혔다.


“얼른 가요!”


수희의 힘겨운 말에 수희 일행이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이었다.


“엄마얏!”


순간 선아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우뚝 서서 소리를 질렀다.


모두가 선아의 외침에 고개를 돌려 선아를 바라보자 선아가 그래도 멈추어 선채, 움직이지 못하고 가만히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왜 그래? 무슨 문제라고 있어?”


승주가 다가가 말하자 천수도령이 몸을 흠칫 굳히며 말했다.


“선아야... 너 지금... 움직일 수 없지?”


“어! 사형, 나 왜 이래요?”


‘후’하고 한숨을 한번 내쉰 천수도령이 조용히 말했다.


“지금 저 귀신들이.... 선아 너 붙잡고 있는거야... 이대로라면 너 못 움직여...”


“헐... 저것들 소멸시킬 수 없어요?”


“한 두개가 아니라서... 시간이 걸려. 근데 지금은 수희가.....”


분명 수희가 얼마나 더 버틸지 알 수 없다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려던 천수도령은 조용히 그 뒷말을 목구멍 속으로 집어 넣었다.


모두가 이를 어쩌나 하고 고민하고 있던 찰나 선아가 밝고 쾌활한 목소리로 외쳤다.


“에이! 그럼 나 그냥 두고 가요!”


“그게 무슨 말이야? 널 어떻게 혼자 두고 가?”


승주가 근심어린 목소리로 떨며 말하자 선아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차분하게 말했다.


“지금 수희언니 얼굴 안 보여요? 당장 죽게 생겼는데! 난 괜찮으니까 얼른 가요! 얼른요! 시간 없어! 다 해결하면 그 때 나 구하러 와요. 지금은... 우리 엄마가 나 지켜주고 있는 거 같으니까 저것들이 절대로 나 못 해쳐!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얼른 가요! 누가 그러던데? 인생은 존나 버티는 거라고! 내가 존나 버티고 있을 테니까 얼른 화마 봉인하고, 다시 나 구하러 와요!”


씩씩하고 의젓한 목소리로 밝게 웃어 보이는 선아는 정말로 두려운 것이 없는 표정이었다.


모두가 이를 어쩌나 하고 주저하고 있는 와중에 수희가 낮고 무거운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


“얼른 가요! 선아야.... 고마워...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다치지마!”


수희가 힘겹게 발을 질질 끌며 앞으로 향하자 한결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휘청이는 수희를 부축해 앞으로 나섰다.


승주와 천수도령 역시 고개를 바닥에 떨구고는 수희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수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묵묵히 앞을 향해 걷고 있었다.


점점 멀어져가는 수희를 향해 선아가 있는 힘껏 소리쳤다.


“언니! 내가 느낀 게 맞다면 그 관음굴이라는 동굴이 맞아! 꼭! 꼭 복수하고 살아서 와! 살아서 나랑 놀러도 가고! 나 맛난 것도 사 주고! 알았지? 꼭 다시 봐야 해! 진짜 진짜 죽지마! 죽지마!”


목이 터져라 있는 힘껏 시끄럽게 외치는 선아를 향해 수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간신히 눈가에 그득그득 맺힌 눈물 방울들이 떨어지지 않게 간신히 울음을 참고 있었다.


수희 일행은 비통한 표정으로 침울하게 터벅터벅 걷고 있었다.


경내에는 십미터 간격마다 작은 가로등이 하나씩 세워져 있어 그렇게 주변이 어둡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수희 일행의 마음은 모두 하나같이 어둡고 무거웠다.


이윽고 너른 공터 하나가 펼쳐졌고, ‘의상대’라고 적힌 작은 전각 하나가 보였다.


“아이고... 이제... 내가 있어야 할 차례인가보다... 다들 얼른 가세요. 여긴 제가 맡고 있을게요!”


천수도령이 작게 숨을 한번 내쉬고는 품 안에 넣어둔 신칼과 부채를 펼쳐들고 주변을 방방 뛰기 시작했다.


수희가 거의 감긴 두 눈을 힘겹게 뜨고 자세히 바라보자 불에 타 징그럽고 흉측한 모습의 세 존재가 서서히 의상대 앞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수희 일행에게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오빠! 셋이야! 오빠 혼자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래!”


수희의 말에 승주가 천수도령 옆에 다가와 말했다.


“혹시... 부적으로 돼요? 제가 도울게요!”


승주의 말에 천수도령은 말 없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뒤로 피해있으라는 천수도령의 손짓에 승주는 재빨리 수희 옆에 다가섰고, 한결과 상현은 수희를 에워싸 주변을 막아섰다.


이윽고 천수도령이 휘두른 신칼이 공중에 ‘탁’하고 멈추어 섰다.


지금 승주와 한결, 그리고 상현의 두 눈에 보이진 않았지만 수희가 바라본 모습은 흉측한 화상으로 일그러진 존재 하나가 천수도령이 휘두른 신칼을 붙잡고 있는 것이 보였다.


“천수 오빠!”


수희가 외침과 동시에 천수도령이 재빠른 동작으로 부채를 신칼 위로 ‘철썩’하고 후려갈겼다.


순식간에 번개가 치는 듯한 엄청난 소리와 함께 천수도령의 몸이 튕겨져 공중으로 날아갔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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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외전1-181. 신병(神病)- 푸른 곳간, 욕지도 (1) 24.01.11 1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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