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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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연재수 :
2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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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6,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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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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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챕터9-169. 화마 봉인- 양양 낙산사 (2)

DUMMY

연꽃 잎들로 가득 덮힌 연못을 따라 계단을 오르자 드넓게 펼쳐진 푸른 하늘 아래 청록색 지붕이 반짝이며 ‘보타전’이라고 한문으로 써진 커다란 건물 하나가 보였다.


수희가 조심스럽게 그 앞으로 향하자 어느새 쪼르르 다가온 한결이 깜짝 놀라며 수희에게 말했다.


“우와! 이 부처님은 손이 진짜 많네요? 손이 몇 개야? 와.... 왜 손이 저리 많으시지?”


어린 아이처럼 두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말하는 한결 때문에 수희는 슬며시 새어나오려는 웃음을 억누르고 있었다.


흘끗 옆을 바라보니 상현 역시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불상을 바라보고 있었기에 수희는 천천히 그 둘에게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원래 불가에서 부처님은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요. 저 분은 천수관음이라고 불리우는 분이신데, 중생들을 보살펴주기 위해서 손이 천 개이신데, 그 손바닥마다 눈이 달려 있어요. 그래서 천수천안 관자재보살이라고도 불러요. 뭐... 실제로 천개를 다 달아놓을 수 없어서 줄텨서 42개 정도로 있다곤 하지만... 아무튼... 부처님이 한결 씨가 생각하는 석굴암 속 그 부처님만 생각해서는 안 돼요. 정말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구요!”


차분히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주는 수희 덕분에 이제야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던 한결이 보타전 앞에 신발을 벗고 들어가 꾸벅 절을 올리기 시작했다.


수희가 그 모습을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는 와중에 무뚝뚝하고 감정 표현 하나 없던 상현 역시 구두를 벗고 들어가서 절을 올리려 했다.


상현 마저 그러자 수희가 재빨리 상현의 팔목을 붙잡았다. 자신을 말리는 수희를 보고 상현은 한결처럼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대신 똑바로 서서 천수관음 앞에서 고개를 깊숙이 숙여 인사를 올렸다.


- 워매! 이 남자들 웃기네! 남들이 보면 무슨 절실한 불자인 줄 알겠네! 웃겨!


수희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비스듬히 서서 팔짱을 낀 채로 한결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한결이 절을 마치고 수희를 향해 말했다.


“수희 씨 좀 잘 지켜달라고 절 한 거에요! 다른 사람들 지켜주시느라 바쁘시겠지만 이번만큼은 수희 씨 좀 꼭 좀 지켜 달라구요!”


한결이 환하게 미소지으며 천연덕스럽게 말하자 수희는 이내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수희는 옅은 한숨을 한번 내쉬고는 서둘러 해수관음상이 있는 곳으로 몸을 돌렸다.


고개를 돌려 바라본 곳에는 또다시 언덕길이 시작되고 있었다.


잘 다듬어놓아 돌로 이루어진 평탄한 길이었지만 제법 경사가 가팔라서 나이든 노인이나 어린 아이들이 오르기에는 버거워보였다.


- 아오! 또 언덕이네. 아이고...


수희는 자신의 허리를 두들기며 천천히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이윽고 십여분 쯤 걸어 올라갔을까. 돌계단 하나가 보였고, 그 위로 커다란 돌로 조각된 해태 조각상 두 개가 수희를 반기고 있었다.


천천히 계단을 오르자 드넓게 펼쳐진 푸른 하늘 아래 엄청난 크기의 해수관음 조각상이 눈 앞에 펼쳐졌다.


해수관음은 두 눈을 꼭 감은 채, 오른손으로 수인을 맺고 있었는데 왼손으로는 작은 표주박 하나를 들고 연꽃위에 서 있었다.


족히 15미터는 훌쩍 넘어보이는 이 거대한 관음불상으로 인해 낙산사는 석모도의 보문사, 남해의 보리암과 더불어 3대 해수관음기도 도량으로 손꼽히곤 했다.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며 한결과 상현이 돌계단 위에 올라서자마자 감탄사를 내뱉었다.


“우와! 여긴 더 쩌네!”

“정말 엄청나군요... 수희 씨가 찾던 게 이겁니까?”


거대한 해수관음상을 보고 쩐다고 말하는 한결이나 엄청나다며 수희에게 질문을 던지는 상현 모두 이런 광경은 생전 처음 보는 것이었다.


수희는 아무런 대답 없이 해수관음상을 향해 두 손을 모으고 공손히 합장을 해보였다.


수희의 경건한 행동에 한결과 상현 역시 수희를 따라 두 손을 모으고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


수희가 고개를 돌려 상현과 한결을 바라보고 말했다.


“두 사람 다 여기서 기다려요!”


수희는 이윽고 해수관음이 있는 정중앙으로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주변에 있는 커다란 종이 하나 있었는데 관광객들이 아무나 가서 칠 수 있는 모양인지 줄을 서서 자기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어린 남자 아이 하나가 자기 차례가 되어 한껏 신난다는 표정으로 종을 울리기 위해 용머리를 잡고 힘차게 밀었다.


그러자 동종에서 은은한 종소리가 사방에 퍼지기 시작했다.


상현과 한결은 가만히 기다리라는 수희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수희의 뒤를 따랐다.


수희는 신경을 곤두세우며 해수관음상 앞에 다가갔다.


해수관음의 연단 위로는 시주를 받아 올려놓은 듯한 촛불 여러 개가 유리 쇼케이스 안에 담겨 은은한 불빛을 내뿜고 있었다.


- 해수관음이신가요? 계시면 대답 좀 요! 계신가요?


수희가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수희의 말에 응답하는 기색이 없었다.


- 이야, 여기저기 다 쌩까시네! 마두명왕이라도 불러서 도와달라고 해야 하나... 중생을 굽어 살핀다는 대자대비하신 분께서 간절한 제 부름에는 응답조차 하지 않으시는 건가요?


수희는 지금 잔뜩 독이 올라 한껏 날이 선 목소리였다.


되바라진 수희의 말에도 아무런 응답이 없자 수희는 이윽고 화가 난다는 듯이 크게 소리질렀다.


“나오라고! 나오라고! 뭐라고 말 좀 해봐! 나 정말 도움이 필요해서 그래! 제발 좀! 제발 좀 도와달라고!”


갑자기 종소리가 울려퍼지던 해수관음성지에서 수희가 화가 나 미친 듯이 바락바락 악을 써대며 울어대자 주변에 여유를 즐기던 관광객들이 모두 깜짝 놀라 수희를 쳐다 보았다.


한결과 상현이 깜짝 놀라 수희에게 달려왔지만 수희는 아랑곳하지 않고 목이 터져라 소리 질렀다.


“나오란 말이야! 복수가 코 앞인데! 왜 안 도와주는 건데! 제발 좀 나오라고! 나 좀 도와줘요! 제발 좀!”


이윽고 수희를 돌로 이루어진 연단 앞에 두 무릎을 꿇고 주먹으로 바닥을 '쾅쾅' 내리치며 울부짖었다.


그런 수희의 곁에 상현이 다가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한결 역시 연단 바닥에 '털썩' 하고 무릎을 꿇고 해수관음상 앞에 두 손을 모아 빌기 시작했다.


“도와 주세요! 제발... 제발! 도와 주세요!”


한결의 간절한 마음이 담긴 기도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상현 역시 자신의 검은 양복이 구겨지는 것은 하나도 신경쓰이지 않는다는 듯이 한결 옆에 무릎을 끓었다.


상현 역시 한결과 마찬가지로 두 손을 모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부탁드립니다. 도와주십시오. 자비로운 부처님이시라면 제발 도와주십시오.”


그런 한결과 상현의 모습을 바라보던 수희는 이윽고 다 지쳤다는 듯이 철푸덕 바닥에 누워 하늘을 쳐다보았다.


수희는 고개만 꼿꼿이 돌려 해수관음의 얼굴을 노려 보았다.


덩치 좋은 두 남자는 무릎을 꿇고 무언가 기도를 올리고 있었고, 젊은 여자 하나는 갑자기 울면서 악다구니를 쓰다가 바닥에 대(大)자로 누워 있질 않나. 믿을 수 없는 풍경에 관광객들이 수군거리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수희의 눈물 맺힌 두 눈에 무언가 반짝이는 빛이 보였다.


수희가 눈 부신 빛줄기에 눈을 가늘게 뜨며 집중해서 바라보다가 이윽고 무언가 발견한 것인지 휘둥그레진 눈동자로 황급히 몸을 벌떡 일으켰다.


“찾았다! 찾았어요! 가요! 빨리요!”


순식간에 몸을 벌떡 일으킨 수희가 재빨리 돌계단을 뛰쳐 내려가 내달리기 시작했다.


상현과 한결은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눈만 꿈뻑이다가 수희가 헐레벌떡 뛰어가는 것을 보고는 재빨리 수희의 뒤를 쫓아 달리기 시작했다.


수희는 재빨리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안내표지판을 찾았다.


이내 나무에 묶인 현수막에 적힌 홍련암으로 가는 방향을 보고는 내달리기 시작했다.


- 분명... 맞아! 해수관음상이 쳐다보는 방향이라면 홍련암이 맞을 거야!


수희는 자신의 아랫입술을 깨물며 발걸음의 속도를 높였다.


이내 가파른 내리막길이 펼쳐졌고, 오른쪽 울타리 나무 옆으로 드넓은 푸른빛 바다가 출렁이고 있었다.


남들이 본다면 가히 절경이었기에 넋을 놓고 바라보았겠지만 지금 수희는 그런 바다풍경을 즐길 시간이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부지런히 내달려 이윽고 작은 약수터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얀색 화강암으로 조각해놓은 듯한 실제 사람 크기만한 조각상은 인자하게 손을 뻗어 표주박에서 물을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앞으로는 종이 달려있는 작은 전각하나가 있었다.


수희는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고개를 들어올려 저멀리 50미터 쯤 앞에 놓인 푸른 남색 기와지붕을 한 홍련암을 쳐다 보았다.


한참을 내달려 뛰어온 탓일까, 숨이 가쁜 수희는 천천히 호흡을 고르며 다시 돌계단을 오르기 위해 왼쪽으로 향했다.


전각을 따라 오르는 돌계단은 굉장히 가팔랐고, 물고기 모양의 풍경 두 개가 매달려 은은한 풍경 소리가 가득 울려퍼지고 있었다.


두 눈을 질끈 감은 수희가 잠시 숨을 고르며 멈추어서서 돌계단 뒷쪽을 내려다보았다.


저 멀리 끝도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가 기암괴석에 부딪히며 요란스러운 파도 포말을 공중에 흩날리고 있는 것이 한 눈에 들어왔다.


수희는 자신을 뒤따라 달려오는 상현과 한결을 흘끗 쳐다보고는 서둘러 몸을 돌려 절벽을 따라 위태위태하게 자리잡은 홍련암으로 향했다.


돌을 깎아 만든 난간이 있긴 했지만 그렇게 높지 않은 탓인지 장난을 치거나 부주의하게 내달리다가는 바로 가파른 바위 절벽 밑으로 떨어질만큼 위험해보이는 길이었다.


이윽고 ‘紅蓮庵(홍련암)’이라고 적힌 작은 사찰 암자 하나가 보였다.


화려한 단청이 그려진 암자는 작은 방 하나 정도 되는 규모였는데 스님 한분과 몇몇 불자들이 정성스럽게 절을 올리며 기도 중인 듯 했다.


수희는 조심스럽게 운동화를 벗고 안으로 들어가 눈앞에 놓인 작은 불상에 정성스럽게 예를 갖춰 절을 한번 올리고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수희는 처음 보는 이 낯선 암자에서 분명 이상한 기운을 느끼고 있었다.


수희가 홍련암 내부를 유심히 살펴보는 동안 수희를 뒤쫓아온 한결과 상현은 암자 밖에서 멀뚱히 서서 수희를 바라보고 기다리고 있었다.


홍련암 암자 천장에는 기도를 발원하는 종이들이 수없이 매달려 있었고, 시주를 하며 봉원하는 촛불들이 셀 수도 없이 불을 반짝이고 있었다. 수희는 이윽고 가만히 서서 자신의 발 아래를 쳐다보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탓인지 윤이나고 반들반들한 나무 바닥에 손바닥만한 크기의 작은 구멍이 나 있었다.


그 구멍은 유리로 막혀있었는데 그 밑을 쳐다보니 사람 한명이 앉으면 딱 맞을 듯한 둥근모양의 돌 하나와 가파른 절벽 사이로 파도가 치는 바다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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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외전1-183. 신병(神病)- 푸른 곳간, 욕지도 (3) 24.01.12 17 1 11쪽
182 외전1-182. 신병(神病)- 푸른 곳간, 욕지도 (2) 24.01.12 19 1 12쪽
181 외전1-181. 신병(神病)- 푸른 곳간, 욕지도 (1) 24.01.11 20 1 12쪽
180 챕터9-180(완). 화마 봉인- 사랑하는 그대에게 (2) 24.01.11 20 2 12쪽
179 챕터9-179. 화마 봉인- 사랑하는 그대에게 (1) 24.01.10 20 2 11쪽
178 챕터9-178. 화마 봉인- 진인사대천명 (4) 24.01.10 18 2 12쪽
177 챕터9-177. 화마 봉인- 진인사대천명 (3) 24.01.09 18 2 11쪽
176 챕터9-176. 화마 봉인- 진인사대천명 (2) 24.01.09 1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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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챕터9-169. 화마 봉인- 양양 낙산사 (2) 24.01.05 1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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