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벽사일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공포·미스테리

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연재수 :
222 회
조회수 :
7,117
추천수 :
253
글자수 :
1,186,938

작성
24.01.09 18:10
조회
17
추천
2
글자
11쪽

챕터9-177. 화마 봉인- 진인사대천명 (3)

DUMMY

윤재가 목탁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올려다 보니 작은 불빛 하나가 은은하게 보이는 구멍 하나가 보였다.


“저게.... 수희 누나! 저게...”


윤재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수희가 고개를 들어올려 멍하니 바라보자 그 곳에서 환한 불빛이 화살처럼 내리 꽂히며 어떤 자리를 비춰주고 있는 것이 보였다.


수희와 윤재가 바라보는 곳으로 시선을 돌린 화마 역시 그것을 보곤 몸을 부르르 떨었다.


순간 스님이 목탁을 치면서 불경을 외우는 듯한 소리가 관음 동굴 안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화마의 존재를 옥죄듯이 은은한 연꽃 향이 분홍색 안개 빛으로 화마를 감싸지 시작했다.


윤재의 결계에 소멸되어 화마의 등 뒤에 서 있던 작은 수십여개의 검은 그림자들 역시 그 기운이 옴싹달싹하지 못하듯이 가만히 서서 끙끙거리고 있었다.


“화련 스님이신가봐요! 지금 관음굴 바로 위에 홍련암 암자에서 기도 중이신가? 다행이다!”


윤재의 말을 끝으로 순간 수희의 귓가에 관음 동굴 위쪽에 화련스님이 전음하는 목소리가 마음 속에서부터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 수희 시주님, 알고 계신지요. 불교에선 귀신이 없습니다. 불교는 그저 깨달음의 종교일 뿐 석가여래도 미릇불도 모두 다 깨닫음을 얻으신 것이지요. 그러니 사실 부처라는 것 역시 형상이 없습니다. 귀신 역시 존재의 유무(有無)가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세상 만인이 떠받들고 믿는다면 그 믿음 자체가 신을 만들어내는 것이지요. 그러니 의심하지 말고 믿으십시오. 꼭 해내실 겁니다! 해내실 거라 믿고 움직이십시오!


화련스님의 전음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수희는 그렇게 잠시 멍하니 바닥에 앉아 있었다.


순간 윤재가 수희 앞으로 다가와 무릎을 꿇고 주저앉은 채, 오른팔을 있는 힘껏 뻗어 수희의 뺨을 세차게 후려 쳤다.


‘철썩!’ 하는 소리가 동굴 안을 가득 울렸고, 수희의 고개가 옆으로 확 돌려세워졌다.


그래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수희의 반대쪽 왼쪽 얼굴을 윤재가 다시 한번 내리치자 수희의 얼굴이 반대 쪽으로 돌아갔다.


“누나! 수희 누나! 제발 정신 차려요! 지금... 지금 여기까지 와서 일을 다 그르칠 셈이에요? 봉인해야해요! 봉인해야 한다구요!”


윤재가 악을 쓰며 소리치자 수희의 눈에 눈물이 가득 맺히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 진실을 다 알게 됐는데! 내가 어떻게 해! 아서 소우타인 내가 어떻게 해! 어떻게 또 사람들을 죽게 만들어!”


수희의 절규에 윤재가 다시 소리질렀다.


“누나. 누나는 몰라요? 누나가 왜 아서 소우타의 환생자인지. 그리고 왜 화마가 누나 왼팔에 가둘 수 있었는지? 정말 모르겠어요?”


순간 동그래진 눈으로 굵을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던 수희가 고개를 들어올려 윤재를 바라보자 윤재가 옷소매로 수희의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으이구! 신어머니가 없어서 무당으로는 정말 바보네 바보! 누나! 신을 모시는 경우 대부분... 어떤 경우에 신이 강림해요?”


윤재의 말에 수희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보통... 신에게 선택 받거나... 아니면 직계 가족의 신령이....”


“저 화마도 악귀이긴 하지만... 신이에요. 근데 누나 몸에 실린다? 그게 왜? 저 새끼가 누나를 선택해서?”


“그럼..... ”


“그래요! 내가 누나 전생의 일은 자세히 모르지만, 누나 몸에 흐르는 피에 저 화마의 가족의 피가 흐르는 거죠. 아마... 누나가 화마의 자손일 거에요! 그러니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은 거죠?”


그랬다.


지금 윤재의 말이 사실이라면 수희 자신은 일제시대 독립단장이었던 강식의 후손이었다.


그렇기에 화마의 기운을 왼팔에 담아 쓸 수 있었던 것이고, 화마 역시 그 기운을 빌려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신내림은 일반적으로 보통 가족이나 선대 조상의 영혼이 내린다.


왜 자신이 화마의 대신의 몸주였는지 그건 전생에 자신이 화마의 핏줄을 타고 자란 자손의 딸이었고 가족만이 신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조상신이었구나... 화마가 내 조상신이었어. 그러면... 내 왼팔에... 담아서...”


“맞아요! 불막이제 봉인단자에 넣어야죠.... 강제로 왼팔에 담아서 봉인해야해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던 수희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럼... 방법은 하나네....”


수희의 말에 윤재는 말없이 고개를 바닥에 떨구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래! 윤재야! 너도 알지? 방법은 하나 뿐인거...”


“그렇죠... 방법은 하나죠... 그래도....”


순간 머뭇거리는 윤재를 향해 수희가 그의 어깨를 두 손으로 있는 힘껏 움켜 쥐었다.


“세상 똑똑한 척 다 하는 녀석이... 갑자기 마음이 약해지면 어째! 지금 너 밖에 없어. 빨리 해야 해! 화련스님이 언제까지 버티실지도 모르는 일이야. 서둘러!”


수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관음굴 천장 구멍에서 새어 나오는 한없이 향기로운 연꽃 향이 돌연 주춤하더니 기운이 약해지는 것 같았다.


순간의 기회를 놓칠새라 번개처럼 빠른 속도로 화마가 수희에게 달려드려는 순간이었다.


‘아차’싶었던 윤재가 서둘러 붓을 휘두르려는 찰나 갑자기 수희 앞에 휘뿌연 안개 같은 것들이 송글송글 맺히더니 사람의 형체를 갖추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수희와 윤재가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동안 그 휘뿌연 구름은 사람의 모습으로 변하더니 순식간에 화마에게 달려들어 그 것을 있는 힘껏 세게 끌어 안았다.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던 수희가 두 눈을 꿈뻑이며 자세히 그 존재를 바라본 순간 경악에 차 비명을 질렀다.


“안 돼! 수환아!”


그것은 청주집에서 화재사고 현장에서 유일하게 목숨을 살렸지만, 식물인간 상태로 의식을 잃은 채 병실에 누워있는 수희의 하나남은 남동생 수환이었다.


수희가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화마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윤재가 앞을 가로막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수희는 피가 줄줄 흐를 정도로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세차게 가로저었다.


수희는 숨을 한번 깊게 들이마시고는 서둘러 자신이 알고 있는 청신(請神)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나... 나...나무일심...봉청, 나무..일...심봉청... 먼저가신 선망조상. 나.... 나중...가신 후방부모... 흐흐흑.... 상...산....에도 본향빌고 흐....살어..생...전 모...모모..못 잊어서 금일명당 오셨거든 내로구나.. 흑... 내로구나.. 금일당산.... 내려보고.... 원많으신 저....조상님 내로구나, 내로구나...”


수희는 수환의 영혼을 흘끗거리며 울먹이면서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그런 수희를 안쓰럽다는 듯이 쳐다보는 윤재의 마음 역시 한없이 바닥에 가라 앉아 있었다.


수환의 영혼이 그렇게 화마를 붙들고 있는 동안 수희의 주문은 거의 끝에 와 있었다.


그 동안 화마의 뜨거운 기운에 수환의 영혼은 불에 익을 대로 익어 끔찍할 만큼 흉한 화상 자국에 온몸이 짓이겨져 있었다.


동생 수환의 영혼을 바라보는 수희의 마음은 오죽하랴, 윤재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윽고 주문을 모두 마친 수희가 왼팔을 힘겹게 들어올려 화마 쪽으로 내밀자 순식간에 화마의 기운이 새빨간 연기가 되어 수희의 왼팔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안간힘을 쓰며 어떻게든 빨려 들어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는 화마의 주변에 독립단원들의 영혼이라는 검은 그림자들이 막아서려는 듯이 달라붙었다.


하지만 어느샌가 앞에 나선 윤재가 막아서는 바람에 그들 역시 쉽사리 다가오지 못하는 눈치였다.


“전 독립단원의 후손 김윤재입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 말씀으로 만주에서 활동하신 남파 박찬익 선생님을 돕던 것이 저희 선대 증조 할아버지라고 들었습니다. 죄송하지만 그렇게 정 화마를 구하시려거든 저부터 죽이십쇼! 독립단원 후손인 저부터 죽이십쇼! 기꺼이 여러분의 손에 죽겠습니다!”


카랑카랑하게 말하는 윤재의 기세에 다른 독립단원들의 영혼이 주춤거리는 사이, 순식간에 화마의 붉은 연기가 수희의 왼팔에 서렸다.


윤재가 두 팔을 뻗어 앞을 막아선 탓일까. 그 어떤 악귀의 존재 하나 수희를 공격하는 것이 없었다.


그 때였다.


갑자기 등 뒤에서 저벅저벅하면서 누군가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윤재가 등을 돌려 뒤를 바라보니 어느샌가 정신을 차린 한결이 조심스럽게 수희와 윤재를 바라보며 물었다.


“수희 씨, 왜 그러는 건데요? 뭐 때문에 그러는건데요? 다 끝난 거에요?”


일이 끝난 것인지, 수희는 왜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는지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어 궁금하다는 듯한 한결의 물음에 윤재가 머뭇거리면서 말했다.


“한결이 형... 아직 안 끝났어요. 이제 시작이에요. 화마가.... 누나 왼팔에 다시 갖혀 있는 동안.... ”


차마 다음 말을 내뱉지 못하는 윤재를 대신해 수희가 말했다.,


“내 왼팔을 잘라서 저 항아리에 넣어야 돼요!”


수희가 한치의 망설임 없이 말했다.


수희의 말을 들은 윤재는 말없이 고개를 바닥으로 떨구고 있었고, 한결은 이해가 가지 않는 듯이 커다란 두 눈만 꿈뻑거리며 다시 물었다.


“내가 쓰러지면서 귀를 다쳐서 잘못 됐나? 지금 뭘 잘 못 들은 거 같은데? 뭘 잘라서 넣는다구요? 팔이요? 내가 잘 못 들은 거죠?”


그러자 수희가 조용히 물었다.


“사칠에?”

“이십팔!”

“칠칠에?”

“사십구!”


수희가 옅은 미소를 띄며 말했다.


“잘 듣는구만! 왜 저래? 내 팔 잘라서 넣어야 한다구요!”


수희가 혀를 끌끌차며 슬며시 웃자 한결이 갑자기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나 지금 장난칠 기분 아니거든요? 팔을 자른다니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는 거에요?”


한결의 정색하는 말투에 수희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안 돼요. 꼭 잘라서... 내 왼팔을 꼭 잘라서 항아리에 넣어야 해요.”


수희의 말을 들은 한결은 갑자기 굳은 표정으로 말없이 항아리로 다가갔다.


주변을 둘러보던 한결은 무언가 발견했다는 듯이 고개를 숙여 커다란 돌 하나를 쥐어들고 항아리를 향해 내리치려 했다.


순간 그것을 발견한 수희가 소리를 내지르며 외쳤다.


“뭐하는 거에요!”


“꿈 깨요! 절대 안 돼요! 우리 그냥 가요. 이거 부숴 버리고 그냥 우리 밖으로 나갑시다! 우리 다른 방법을 찾아봐요!”


단호한 한결의 말에 수희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입술을 꽉 다물었다.


수희의 눈빛은 한결 못지 않은 단호하고도 결의에 차 있어 활활 타오르는 불꽃같았다.


수희는 각오를 다지며 한결을 향해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email protected]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 글 설정에 의해 댓글을 쓸 수 없습니다.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우리들의 벽사일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93 외전1-193. 신병(神病)- 여래아(黎崍阿) (1) 24.01.17 17 1 12쪽
192 외전1-192. 신병(神病)- 허주 (3) 24.01.17 18 1 13쪽
191 외전1-191. 신병(神病)- 허주 (2) 24.01.16 17 0 12쪽
190 외전1-190. 신병(神病)- 허주 (1) 24.01.16 14 1 12쪽
189 외전1-189. 신병(神病)- 바보 똥환 (3) 24.01.15 16 1 11쪽
188 외전1-188. 신병(神病)- 바보 똥환 (2) 24.01.15 16 1 12쪽
187 외전1-187. 신병(神病)- 바보 똥환 (1) 24.01.14 14 1 11쪽
186 외전1-186. 신병(神病)- 이어도의 전설 (3) 24.01.14 15 1 12쪽
185 외전1-185. 신병(神病)- 이어도의 전설 (2) 24.01.13 18 1 11쪽
184 외전1-184. 신병(神病)- 이어도의 전설 (1) 24.01.13 16 1 12쪽
183 외전1-183. 신병(神病)- 푸른 곳간, 욕지도 (3) 24.01.12 17 1 11쪽
182 외전1-182. 신병(神病)- 푸른 곳간, 욕지도 (2) 24.01.12 19 1 12쪽
181 외전1-181. 신병(神病)- 푸른 곳간, 욕지도 (1) 24.01.11 19 1 12쪽
180 챕터9-180(완). 화마 봉인- 사랑하는 그대에게 (2) 24.01.11 20 2 12쪽
179 챕터9-179. 화마 봉인- 사랑하는 그대에게 (1) 24.01.10 20 2 11쪽
178 챕터9-178. 화마 봉인- 진인사대천명 (4) 24.01.10 18 2 12쪽
» 챕터9-177. 화마 봉인- 진인사대천명 (3) 24.01.09 18 2 11쪽
176 챕터9-176. 화마 봉인- 진인사대천명 (2) 24.01.09 14 2 12쪽
175 챕터9-175. 화마 봉인- 진인사대천명 (1) 24.01.08 18 2 12쪽
174 챕터9-174. 화마 봉인- 모두 안녕 (5) 24.01.08 17 2 11쪽
173 챕터9-173. 화마 봉인- 모두 안녕 (4) 24.01.07 17 2 11쪽
172 챕터9-172. 화마 봉인- 모두 안녕 (3) 24.01.07 16 2 11쪽
171 챕터9-171. 화마 봉인- 모두 안녕 (2) 24.01.06 17 2 11쪽
170 챕터9-170. 화마 봉인- 모두 안녕 (1) 24.01.06 16 2 11쪽
169 챕터9-169. 화마 봉인- 양양 낙산사 (2) 24.01.05 17 2 11쪽
168 챕터9-168. 화마 봉인- 양양 낙산사 (1) 24.01.05 18 2 11쪽
167 챕터9-167. 화마 봉인- 드러난 진실 (2) 24.01.04 16 2 12쪽
166 챕터9-166. 화마 봉인- 드러난 진실 (1) 24.01.04 17 2 11쪽
165 챕터9-165. 화마 봉인- 기억의 편린 (4) 24.01.03 15 2 11쪽
164 챕터9-164. 화마 봉인- 기억의 편린 (3) 24.01.03 17 2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