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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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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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6,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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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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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챕터8-142. 전생- 유린의 기억 (3)

DUMMY

지금 소우타는 급히 뛰쳐나온 기색이 역력했는데 아버지 다키치 옆에 나란히 서서 가쁜 숨을 내쉬며 서 있었다.


소우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허! 오호라? 소우타 네 녀석이 그렇게 황급히 뛰쳐나온 것을 보니 여기 있는 게로구나?”


다키치는 소우타의 행동을 보고 입술을 씰룩이며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소우타는 당황한 티를 내지 않으려 짐짓 어금니를 살며시 깨물며 떨려오는 자신의 목소리를 간신히 숨겼다.


“아닙니다! 아버님이 급히 식사 중에 나가시길래 무슨 일이 있나 싶어 나온 겁니다!”


소우타의 말에 다키치는 의심스런 눈초리로 고개를 돌려 정원 한가운데 무릎을 꿇고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젊은 처자 다섯 명의 얼굴을 천천히 바라보았다.


한가운데 앉은 젊은 처자의 얼굴이 유독 희고 밝게 빛나는 듯 했다.


그녀의 얼굴은 하얗게 분(粉)이 발라져 있었는데 다키치는 그런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천천히 그녀에게 걸어갔다.


다키치가 무릎을 꿇은 그녀 앞에 다가가 순식간에 엄청난 힘으로 그녀의 뺨을 거칠게 후려 갈겼다.


“으악!”


자신의 뺨을 거머쥔 채 바닥에 나뒹군 것은 순애였다.


“얼굴에 분칠한 네 년이로구나?”


어떻게든 아들 소우타의 정신을 홀린 여우같은 조선인 계집을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집념에 일본 순사들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씨뻘겋게 손바닥 자국이 남아 얼얼한 얼굴을 부여잡고 순애가 소리내 엉엉 울기 시작했다.


“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순애가 말을 더듬으며 울먹거리자 다키치 회장이 다시한번 손을 치켜올려 그녀의 뺨을 후려치려는 순간이었다.


소우타가 재빨리 뛰쳐나와 아버지 다키치와 순애의 한가운데 서서 그를 막아서려했다.


하지만 계순의 동작이 한발 더 빨랐다.


계순이 먼저 앞을 막아선 탓에 소우타와 계순은 나란히 양옆으로 서서 다키치를 쳐다보는 모양새가 되었다.


“어랏?! 이 년 봐라?”


눈을 매섭게 치켜뜬 다키치가 계순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소우타의 시선이 자신의 옆에 서있는 계순을 향했다.


소우타는 놀라 잔뜩 커진 눈으로 계순에게 빨리 뒤로 가라는 눈짓을 보냈다.


하지만 계순은 그 눈짓에도 당황하지 않은 침착한 태도로 다키치를 똑바로 쳐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다키치 회장님! 인사드립니다. 저는 문계순이라고 합니다. 죄송하오나 회장님께서 뭔가 착오가 있으신 것 같습니다. 제 동무 순애는 아닙니다! 순애는 조선인 정인(情人)이 있는 아이입니다! 혼례를 올릴 조선인 사내가 있습니다.”


아무리 기골이 장대한 장정이라 하더라도 다키치의 서슬퍼런 호랑이 눈빛과 기세를 보면 주춤거리며 주눅이 들 수밖에 없었다.


정원에 있는 젊은 처자들을 비롯해 초계댁과 가정부들 그리고 심지어 일본 순사와 조선인 형사들까지 다키치의 바로 앞에서 그를 똑바로 쳐다보며 또박또박 할말을 다하는 계순을 무척이나 놀란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다키치 회장과 마주하며 그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꺼내는 계순의 눈빛은 떨림 하나 없이 당당하고 맑았다.


“오호! 너로구나?”


그런 계순을 향해 한발작 발걸음을 떼 움직이던 다키치를 소우타가 막아섰다.


“아버님! 그만하십시오. 죄 없는 사람들입니다!”


소우타의 말에 다키치는 껄껄 웃으며 일본 순사를 향해 손짓했다.


일본 순사는 재빨리 집 내부로 들어가 소우타를 때렸던 스누케 목검을 가지고 나왔다.


공손히 목검을 건네는 일본 순사에게서 목검을 받아든 다키치가 소우타의 앞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섰다.


“죄가 있는지 없는지를 왜 네가 판단하는 거냐? 비켜라, 또 쳐 맞고 병신 되기 싫으면!”


그의 말에 소우타의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계순은 떨려오는 소우타의 팔을 보고 자신의 입술을 꽉 깨물었다.


계순이 타키치 회장을 향해 무언가 한마디 더 꺼내려는 찰나, 초계댁이 재빨리 뛰어와 다키치 앞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


“어...어르신! 제가 한 말씀... 올려도 될까요?”


숨을 헐떡이며 두려움에 몸서리치는 초계댁이 다키치 앞에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넌 또 뭐야!”


한껏 화가 올라 서슬 퍼런 칼날 같은 목소리로 다키치가 말했다.


“쇤네... 여기 소우타 도련님 집에서 일한지 벌써 햇수로 3년이 넘습니다. 이 마을에 시집 온지는 햇수로 20년이 넘었습니다요.”


“그래서?”


“이 계집애는 저희 집 둘째아들 원돈이와 혼인을 약속한 사이입니다. 이제 곧 혼례를 올릴 아이인데, 소우타 도련님과 정분이라뇨! 가당치도 않은 말씀입니다. 혹여라도 버릇없는 이 아이를 때리시려거든 저를 봐서라도 한번만 봐주시면 안 되시겠습니까? 저희 집안 며느리 될 아이인데 병신이 된 여자를 집안에 들일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차라리 저를 때려주십시오. 회장님! 제발 한번만 버릇없는 저 아이를 봐주십시오! 제 아들놈과 결혼할 아이입니다!”


머리를 있는 힘껏 정원 흙바닥에 연이어 쾅쾅 부딪혀가며 절을 올리는 초계댁을 흘끔 쳐다보던 다키치는 한숨을 옅게 내쉬었다.


그는 짜증난다는 듯이 목검을 땅바닥에 있는 힘껏 집어던지고는 집안으로 휘적휘적 걸어갔다.


다키치는 야물 딱진 손으로 집을 꼼꼼히 청소하고, 음식을 정갈히 해오는 초계댁이 가정부로 마음에 쏙 들었다.


자신이 머문 일주일이라는 시간동안 자신의 마음에 들게 일을 해온 그녀였다.


다키치 회장의 마음에 쏙 들게 일하는 가정부는 손에 꼽았다.


무엇보다 소우타를 알뜰살뜰 잘 챙겨준 것 같은 초계댁이었기에 불같은 성격의 다키치가 한수 접고 눈감아준 것이었다.


집안으로 들어가던 다키치는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등을 돌려 계순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 결혼할 남자가 있다고? 흠... 나에게 주눅들지 않고 말하는 패기라... 조선인인 게 아깝군!


초계댁의 말이 사실이라면 저 계집은 분명 소우타가 좋아하는 여자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맹수(猛獸)같은 예리한 감각이 살아있는 다키치의 직감은 분명 눈앞의 계순이 소우타를 홀린 '백여시'라고 알려주고 있었다.


- 쯧. 아무래도 저 년... 찜찜한데.... 흠...


손가락을 들어 올려 자신의 턱을 어루만지던 다키치는 고개를 몇 번 가로 젓고는 어느새 집 안으로 걸어 들어가 아까 마저 끝내지 못한 점심 식사를 다시 시작했다.


다키치 회장이 들어가자 계순은 황급히 다키치의 손찌검에 나가떨어진 자신의 친구 순애에게 달려갔다.


계순은 재빨리 그녀를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다른 동무들 역시 서서히 일어나 그녀들에게 다가왔다.


계순은 두려움에 떨며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순애를 다른 동무들에게 넘겨준 뒤, 초계댁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아주머니, 구해주셔서 감사해요. 고맙습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초계댁이 계순의 등을 어루만지며 그녀에게 말했다.


“이만하길 다행이다. 나는 어찌나 마음이 조마조마하던지. 잘못하면 크게 다칠 뻔 했어! 얼른 동무들 데리고 마을로 가! 얼른 가!”


그녀는 손을 휘저으며 재빨리 소우타의 집에서 나가라고 독촉하고 있었다.


계순이 슬쩍 소우타를 바라보니 소우타 역시 눈썹을 찡그리며 나가라는 듯한 눈짓을 하고 있었다.


계순은 입술을 꽉 깨 물으며 동무들을 챙겨 서둘러 소우타의 집 밖으로 빠져나갔다.




***




한편 광산의 갱도 내에서 석탄 채굴일이 끝나고 한껏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온 남정네들은 오늘 하루 있었던 다키치 화장의 패악질에 분노했다.


자신들이 집을 비운 사이 비겁하게 여자들과 노인, 아이들에게 위협을 가한 그의 행동에 모두가 머리 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라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특히 거칠게 자신의 집 대청마루를 주먹으로 후려친 것은 원돈이었다.


“어머니!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어머, 얘! 너 손 괜찮니?”


“지금 제 손이 중요한 게 아니구요! 계순이가 뭐가 어째요?”


“얘! 계순이 괜찮대두!”


원돈은 당장이라도 집 문 밖으로 뛰쳐나갈 것처럼 흥분해 거친 숨을 내뿜으며 분노에 씩씩거렸다.


초계댁은 계순이라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질 바보같은 둘째 아들 원돈을 보며 혀를 '쯧쯧' 찼다.


자신이 섣불리 소우타 집에서 있었던 일을 입 밖에 꺼낸 것인가 하고 ‘아차’싶었던 초계댁은 일구를 쳐다보며 그에게 눈짓했다.


어느 새, 아내의 마음을 눈치 챈 아버지 일구가 낮은 목소리로 말헀다.


“진정하고 앉아라! 시간이 늦었다!”


일구의 말에 원돈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잠시 나갔다 올게요’라는 말만 내던진 채, 곧장 계순의 집으로 향했다.


그런 원돈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일구는 깊게 한숨을 한번 내쉬었다.


초계댁은 소우타 집에서 가져온 남은 음식들을 일구에게 건네며 그에게 말했다.


“여보! 아무래도 빨리 계순이랑 원돈이 혼례 올려야 겠어요. 내가 불안해서 살 수가 없어요!”


초계댁의 말에 일구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내일 당장이라도 계순의 아버지이자 자신이 친형님처럼 모시는 강식에게 둘의 혼사 이야기를 꺼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편 분노에 가득 차,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던 원돈은 그대로 계순의 집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계순의 아버지 강식은 집 한가운데 있는 작은 우물에서 물을 퍼 올려 연거푸 얼굴에 끼얹으며 몸을 씻고 있었다.


계순은 그런 아버지 뒷켠에 서서 마른 수건을 들고 아버지가 다 씻으시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당 한가운데 있는 작은 평상에는 계순이 준비해놓은 소박한 저녁상이 차려져 있었다.


“아부지! 오늘도 힘드셨죠? 시장하실 텐데 이것 좀 드세요!”


계순이 강식에게 마른 수건을 건네며 평상(平床)에 차려놓은 저녁상을 눈짓했다.


작은 소반에 차려진 것은 중간 크기의 알 감자 세 알과 삶은 계란 두 알 그리고 간단한 나물반찬과 무짠지였다.


“계순아! 너 어디서 이런 것들 구해오는 거냐! 닭알이라니!?”


근심어린 눈으로 계순을 쳐다보던 강식의 눈은 한껏 커져 있었다.


당장 먹을 것이 없어 나무 껍질을 벗겨 죽을 쒀서 먹는 집도 부지기수였다.


그 와중에 저 귀한 달걀이라니. 강식은 보고도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계순은 아버지 강식의 눈길을 피하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기 옆 마을에 가서 바느질감 좀 떼다가 모아둔 돈으로 힘들고 어렵게 구한 거에요. 할머니랑 경호도 먹었으니까 양보하지 마시구 아버지 드세요! 아셨죠? 힘들게 힘쓰고 오셨으니까 꼭 드셔야 해요! 제 성의를 봐서라도요! 제발 쫌! 드세요!”


애교 섞인 말투로 자신의 팔을 붙잡고 흔들어대며 말하는 계순을 지그시 쳐다보던 강식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평상에 반쯤 다리를 올린 채 앉아 알 감자 한 알을 집어올렸다.


군말 없이 먹으려는 강식의 행동에 계순이 빙긋 웃으며 평상을 마주보고 앉아 아버지 강식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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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챕터9-156. 화마 봉인- 각시탈의 전설 (2) 23.12.30 22 2 11쪽
155 챕터9-155. 화마 봉인- 각시탈의 전설 (1) 23.12.29 19 2 11쪽
154 챕터9-154. 화마 봉인- 함평 천지시장 (2) 23.12.29 18 2 11쪽
153 챕터9-153. 화마 봉인- 함평 천지시장 (1) 23.12.28 19 2 11쪽
152 챕터9-152. 화마 봉인- 양물단지 23.12.28 16 2 11쪽
151 챕터9-151. 화마 봉인- 초안산 내시들의 무덤 (2) 23.12.27 18 1 11쪽
150 챕터9-150. 화마 봉인- 초안산 내시들의 무덤 (1) 23.12.27 1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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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챕터8-148. 전생- 이별의 기억 (3) 23.12.26 16 1 12쪽
147 챕터8-147. 전생- 이별의 기억 (2) 23.12.25 16 1 12쪽
146 챕터8-146. 전생- 이별의 기억 (1) 23.12.25 16 1 11쪽
145 챕터8-145. 전생- 거사의 기억 (3) 23.12.24 15 1 12쪽
144 챕터8-144. 전생- 거사의 기억 (2) 23.12.24 16 1 11쪽
143 챕터8-143. 전생- 거사의 기억 (1) 23.12.23 16 1 12쪽
» 챕터8-142. 전생- 유린의 기억 (3) 23.12.23 15 1 11쪽
141 챕터8-141. 전생- 유린의 기억 (2) 23.12.22 1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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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챕터8-138. 전생- 철암 마을의 기억 (2) 23.12.21 17 1 11쪽
137 챕터8-137. 전생- 철암 마을의 기억 (1) 23.12.20 17 1 12쪽
136 챕터8-136. 전생- 만주의 기억 (2) 23.12.20 17 1 11쪽
135 챕터8-135. 전생- 만주의 기억 (1) 23.12.19 1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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