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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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연재수 :
2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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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86,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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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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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챕터9-160. 화마 봉인- 탄광 속으로 (1)

DUMMY

한결이 애써 밝은 얼굴로 뒷통수를 긁적이며 말하자 다른 선배 대원 하나가 말했다.


“야! 말이 인력 지원이지, 다들 다른 지역 부서로 차출되서 오는 걸 좋아 하겠냐? 안 보내 줄 확률이 크다...”


오랜 근무 경력으로 인력을 차출해서 지원을 보내준다는 말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탁상행정인지 그 누구보다도 더 잘 아는 선배들이었다.


한결은 난감함을 느끼며 조심스럽게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 에.... 이 상황에서 휴직계 낸다고 하면... 선배님들이 다 날 나쁜 놈으로 보시겠네. 에휴... 어쩌지...


한결은 그동안 수희와 함께 하면서 갖가지 사건 사고에 휩쓸렸고, 그 과정에서 몸을 많이 다치기도 해서 한결이 몸은 제 상태가 아니었다.


사실 걸을 때마다 다리와 허리가 욱씬 거릴 정도였고, 어깨 쪽도 성치 않은지 두 팔을 들기가 힘들었다.


이 몸 상태로 설령 사건 사고 현장에 나간다 해도 한결 자신이 짐이 되면 짐이 되었지 구조활동을 할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한결이 조심스럽게 자신의 눈앞에 있는 세 명의 선배대원들 중 제일 친한 선배를 향해 무언가 말하려는 찰나였다.


갑자기 요란스런 출동 사이렌이 휴게실 천장의 스피커를 통해 미친 듯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이런 미친!”

“에고! 사람들이 없는 건 또 어떻게 알고 기가막히게!”

“이야기를 그만하고 얼른 가지!”


세 선배대원들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미친 듯이 출동을 하기 위해 소방차가 있는 쪽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한결을 대신 옹호해주며 서장님 앞에서 자신을 편들어주기도 했던 제일 친한 선배 하나가 한결의 어깨를 툭 치며 가자는 듯이 엄지손가락을 신나게 휘저었다.


한결은 잠시 머뭇거리는 기색이었지만, 입술을 입안에 깊숙이 밀어 넣고는, 어금니를 세게 깨물며 생각했다.


- 가자! 그래! 이것까지만 하고 휴직계 꼭 내는거야! 어떻게든 참아보자!


한결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선배대원의 뒤를 쫓아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한결이 출동한 현장은 남양주 별내에 있는 '별빛초등학교'였다.


무전으로 들려오는 내용에 의하면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큰 화재가 발생한 모양이었다.


“선배! 규모는요? 장비 다섯 개 챙기면 돼요? 아니면 더 챙겨야 하나?”


한결이 소방 장비를 챙기며 방호복을 주섬주섬 입는 동안 선배대원이 말했다.


“글쎄... 이게 좀... 하... ”


“왜요?”


머뭇거리는 선배 대원을 바라보며 한결이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한결이 선배대원을 향해 묻자 선배대원이 한결을 바라보며 말했다.


“일전에 다산 쪽 회사 급실실 화재 기억하지?”


“네, 그럼요! 가마솥에서 닭 튀기다가 화재난 거요? 그건 왜요? 이번에도 B형 화재에요? 그러면 K소화기 챙겨야 하나?”


지금 한결이 말하는 'B형 화재'는 기름과 같은 가연성 물질에 불이 붙어 난 화재를 말한다.


대부분 주유소나, 주방, 차량 등과 같은 연료 폭발의 화재가 많다. 가정에서는 흔히 튀김요리를 하는 경우 과열된 식용유와 후드에 늘러붙은 기름때 등에 불이 붙어 발생하곤 한다.


이러한 B형 화재의 경우 절대로 물로 진압을 시도해서는 안 되고, 이산화탄소나 혹은 계면활성제가 들어간 특수한 소화기를 사용해 진압해야만 했다.


기름은 물 위에 뜨기 때문에 물을 부었다가는 불이 꺼지기는 커녕 오히려 폭발하듯이 퍼지기 때문이다.


소방대원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에 한결이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소방차 뒤쪽으로 장비를 챙기려 움직이려는 순간이었다.


선배대원이 한결의 팔을 붙잡았다.


그들이 타고 있는 소방차는 미친 듯이 도로를 내달리고 있는 중이었다.


“아니아니! 그게... 급식실 화재는 보통 가연성 물질 때문에 B형 화재가 대부분 이잖냐?! 근데... 신고자 말로는.... 그냥 일반 화재라는데... 설명하는 걸 들어보면 또 D형 화재 같아! 종 잡을 수가 없어!”


아리송한 표정의 선배를 향해 한결이 되물었다.


“D형이요? D형 화재면 금속 화재요?”


한결 역시 지금 무슨 말을 들은 것인지 도대체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한껏 커진 눈동자로 선배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선배 대원 역시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금속화재가 초등학교 급실실에서 왜 나냐? 니가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것 같지 않냐?”


한결과 선배대원이 말하고있는 'D형 금속화재'의 경우 리튬, 나트륨, 마그네슘과 같은 반응성이 높은 알칼리 금속으로 인한 화재를 말한다.


D형 화재는 보통 연구 시설이나 화학 공장 같은 곳에서나 발생하지 일반인들은 살면서 거의 볼 일이 없을 정도로 드문 화재였다.


D형 화재는 잘 꺼지지도 않을 뿐더러 금속마다 불꽃색이 다르듯이 그 화재 진압 방법 역시 제각각으로 모두 달랐다.


“그래서, 불꽃은요? 무슨 색이래요?”


“퍼렇댄다!”


한결은 더욱 더 모르겠다는 듯이 아리송한 표정을 한 채, 미친 듯이 도로 위를 내달리고 있는 소방차 창문 바깥 풍경을 바라볼 뿐이었다.


영문을 알수 없어 답답한 것은 한결 뿐만 아니라 선배 소방대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옆으로 비켜주며 자리를 만들어준 수많은 차들 덕분에 순식간에 초등학교로 향한 소방차에서 한결과 선배대원들은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잽싸게 밖으로 뛰쳐 나갔다.


한결은 잽싸게 소방차 뒤쪽으로 내달려 소방호스를 꺼냈고, 다른 선배대원들은 혹시 모를 금속화재를 대비하기 위해 특수 소방화재진압장비를 꺼내 준비하고 있었다.


저 멀리 학교 건물 내부 교무실로 보이는 곳에서 달려온 선생님과 급실식 직원들이 소방대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저기요! 얼른요!”

“아이고, 다 타겠네! 어쩌면 좋아!”


두 발을 동동 구르며 어쩔 줄 모르는 학교 교직원과 급식실 아주머니들을 향해 한결이 소리쳤다.


“알겠습니다! 위험할지 모르니 다가오지 마시고, 피해계십시오!”


한결은 자신의 어깨를 치는 선배의 손에 저릿한 통증을 느끼며 미간을 찌푸렸다.


화재 현장은 일분 일초의 시간이 중요했다.


불길은 삽시간에 퍼지기 때문에 한시가 급했다.


선배대원들과 한결이 미친 듯이 내달려 급식실 내부로 향하자 이내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학생들이 앉아 먹을 수 있는 긴 식탁에는 가지런히 의자들이 정리되어 있었고 도무지 이곳이 화재 현장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한결을 비롯한 소방대원들이 조심스럽게 탄 냄새가 나는 곳으로 발걸음을 빠르게 옮기자 이윽고 조리기구와 장비들이 있는 주방 내부가 보였다.


그 곳에는 바닥에 널부러진 채, 의식을 잃은 중년의 여자 한 명이 있었다. 입고 있는 옷은 거의 바스라질 정도로 불에 타서 새까만 재가 되어 있었기에 그녀는 거의 벌거벗고 있다시피 알몸인 상태였다.


불에 화상을 심하게 입어 온몸의 피부가 심하게 상해 있었기에, 의식을 잃고 대(大)자로 뻗어 있는 환자를 향해 선배 대원 하나가 구급상자를 들고 급히 내달렸다. 다른 선배 대원은 무전을 통해 119를 급히 부르며 상황을 설명 중이었다.


한결과 선배대원 하나는 남은 잔불을 정리하기 위해 주변을 유심히 살펴 보았다.


그리고 그 둘은 이윽고 믿을 수 없는 광경에 혀를 내둘렀다.


2미터 50센티는 족히 되보일 법한 높은 천장고에는 마치 사람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던 것처럼 사람 모양의 새까만 탄 그림자가 찍혀 있었다.


그리고 천장 네 귀퉁이에는 마치 밧줄로 두 팔과 두 다리를 꽁꽁 묶어둔 것처럼 보이는 기다란 끈 자국이 마찬가지로 새까만 흔적으로 모서리까지 이어져 있었다.


“선배... 저게... 저게... 뭐에요?”


“어.... 그러게... 사...사람이... 매달려.... 있었던 거 같지? 매달려서 불 탔나?”


떨떠름한 표정으로 생전 처음보는 낯선 광경에 한결과 선배 대원은 등골이 서늘한 기분마저 들었다.


순간 검은 그림자가 아지랑이가 일렁이듯이 출렁 거렸고, 순식간에 모든 것이 멈춘 것처럼 조용한 정적만이 가득했다.


“어랏?”


이상한 기분이 주변을 두리번 거리던 한결은 순간 환자를 살펴보던 다른 두 선배 대원과 자신의 옆에 서서 함께 천장을 바라보고 있던 선배대원이 그대로 멈춘 채 눈도 깜빡거리지 않은 채 서 있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그대로 돌 조각상처럼 우뚝 멈추어 서 있었다.


마치 그대로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것처럼 모두가 꼼짝도 하지 않고 시간이 멈추어 있는 것 같았다.


“서..선...선배?”


놀란 한결이 말을 더듬으며 말하자 갑자기 천장에 박혀 있는 듯한 검은 그림자에서 검은 형체 하나가 불쑥 튀어나왔다.


그 검은 그림자는 그대로 조리실 타일 바닥에 착지하고는 한결을 향해 미친 듯이 소리쳤다.


- 니가 왔구나! 드디어 니가 왔어! 이 개같은 것이 왔어!


바락바락 악을 쓰는 그 존재는 팔다리에 커다란 검은색 밧줄로 꽁꽁 묶여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일반인들이었다면 그 광경에 넋이 빠져 덜덜 떨거나 그대로 기절하는 모양새였겠지만 이미 수희를 만나 산전수전 다 겪은 한결이었다.


이 역시 알 수 없는 영(靈)적인 일이라는 생각에 한결은 옅은 한숨을 한번 내쉬고는 천천히 말을 꺼냈다.


“그 쪽 귀신이죠? 내가 이쪽 전문가는 아니라서... 예쁜 전문가 한 명을 알긴 아는데... 오라고 할수도 없고... 아무튼 저 아세요?"


한결이 난감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그 존재가 비명과 같은 소리를 내지르기 시작했다.


- 내 당장 너의 사지를 찢어 잘근잘근 씹어먹고 싶어! 하지만 대장님이 니 몸에 손끝하나 대면 가만 안 있으실 분임을 알기에 참고 있는 것이다! 넌 곱게 죽을 수 없다! 그건 꼭 기억해라!


이를 갈며 분하다는 듯이 이제는 억울함에 울먹이며 말하는 검은 존재를 항해 한결이 몸을 흠칫 굳히며 말했다.


“아니!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래요!”


한결이 그 존재를 향해 가까이 다가서려 하자 갑자기 파란색 불꽃이 일렁이더니 작은 어린 아이의 모습이 나타났다.


어린 아이는 바가지머리를 하고, 커다란 눈을 가졌는데 낡은 한복차림을 하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아이의 온몸에서 푸른 기운이 가득 흘러 넘치고 있었다.


- 푸른... 아이?


한결이 중얼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동안, 어린 아이는 짚신 같은 것을 신고 배를 북북 긁적이며 말했다.


- 겁나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자겠네! 아! 넌 좀 닥쳐!


그리고는 짜증난다는 듯이 작은 손을 들어올려 검은 그림자를 향해 손짓을 한번 휘저었다.


그것은 마치 사람이 귀찮은 파리나 모기를 내쫓듯이 '휘휘' 젓는 손동작이었는데, 한결은 갑자기 난데없이 나타난 어린 아이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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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챕터9-163. 화마 봉인- 기억의 편린 (2) 24.01.02 16 1 12쪽
162 챕터9-162. 화마 봉인- 기억의 편린 (1) 24.01.02 16 2 12쪽
161 챕터9-161. 화마 봉인- 탄광 속으로 (2) 24.01.01 18 2 12쪽
» 챕터9-160. 화마 봉인- 탄광 속으로 (1) 24.01.01 20 2 11쪽
159 챕터9-159. 화마 봉인- 불막이제의 진실 (2) 23.12.31 19 2 11쪽
158 챕터9-158. 화마 봉인- 불막이제의 진실 (1) 23.12.31 17 2 12쪽
157 챕터9-157. 화마 봉인- 각시탈의 전설 (3) 23.12.30 17 2 12쪽
156 챕터9-156. 화마 봉인- 각시탈의 전설 (2) 23.12.30 21 2 11쪽
155 챕터9-155. 화마 봉인- 각시탈의 전설 (1) 23.12.29 19 2 11쪽
154 챕터9-154. 화마 봉인- 함평 천지시장 (2) 23.12.29 18 2 11쪽
153 챕터9-153. 화마 봉인- 함평 천지시장 (1) 23.12.28 19 2 11쪽
152 챕터9-152. 화마 봉인- 양물단지 23.12.28 16 2 11쪽
151 챕터9-151. 화마 봉인- 초안산 내시들의 무덤 (2) 23.12.27 18 1 11쪽
150 챕터9-150. 화마 봉인- 초안산 내시들의 무덤 (1) 23.12.27 19 1 11쪽
149 챕터8-149(완). 전생- 이별의 기억 (4) 23.12.26 17 1 12쪽
148 챕터8-148. 전생- 이별의 기억 (3) 23.12.26 16 1 12쪽
147 챕터8-147. 전생- 이별의 기억 (2) 23.12.25 16 1 12쪽
146 챕터8-146. 전생- 이별의 기억 (1) 23.12.25 16 1 11쪽
145 챕터8-145. 전생- 거사의 기억 (3) 23.12.24 15 1 12쪽
144 챕터8-144. 전생- 거사의 기억 (2) 23.12.24 16 1 11쪽
143 챕터8-143. 전생- 거사의 기억 (1) 23.12.23 16 1 12쪽
142 챕터8-142. 전생- 유린의 기억 (3) 23.12.23 14 1 11쪽
141 챕터8-141. 전생- 유린의 기억 (2) 23.12.22 19 1 11쪽
140 챕터8-140. 전생- 유린의 기억 (1) 23.12.22 21 1 11쪽
139 챕터8-139. 전생- 철암 마을의 기억 (3) 23.12.21 19 1 11쪽
138 챕터8-138. 전생- 철암 마을의 기억 (2) 23.12.21 17 1 11쪽
137 챕터8-137. 전생- 철암 마을의 기억 (1) 23.12.20 17 1 12쪽
136 챕터8-136. 전생- 만주의 기억 (2) 23.12.20 17 1 11쪽
135 챕터8-135. 전생- 만주의 기억 (1) 23.12.19 19 1 11쪽
134 챕터8-134. 전생- 전생의 기억 (3) 23.12.19 2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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