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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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연재수 :
2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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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6,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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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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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챕터9-155. 화마 봉인- 각시탈의 전설 (1)

DUMMY

윤재는 조심스럽게 덕배 아저씨를 향해 말하기 시작했다.


“아저씨! 지금 제가 무척이나 의심스럽고 이상해 보이는 거 아는데요! 근데 제가 지금 대충 봤을 때 아저씨 선대 조상님들 가운데 무당이셨던 분이 계신 걸로 보이거든요? 왜냐하면 제 눈에 아저씨 등 뒤로 신주단지 모신 할머님이 보여요! 근데 그 분이 뭔가에 묶여서 옴싹달싹 못하고 엉엉 울고만 계세요. 분명... 집안에 이상한 일들이 넘쳐나고 아픈 사람도 있을 것 같은데... 혹시 가족들 중에 이상한 헛소리하거나 귀신들린 것 같은 사람 없으셨어요? 아저씨 솔직하게 말해주세요! 분명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 있을 거 같은데... 맞죠?”


숨도 쉬지 않고 연달아 랩하듯이 속사포로 쏟아내는 윤재의 말을 듣던 덕배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너 뭐야! 그걸 니가 어떻게 알아?”


두 눈이 휘둥그레진 덕배가 흠칫 몸을 굳히며 한껏 커진 눈동자로 윤재를 바라보며 물었다.


“제가 뭘 좀 보는 사람인데... 그 증상 있는 가족분 지금 어디있어요? 지금 제가 잠시 볼 수 있어요?”


“보면! 니가 내 딸 살릴 수 있어?”


쏘아붙이듯이 말하는 덕배를 바라보며 윤재는 마음 속으로 생각했다.


- 아... 딸이 지금 그렇구나. 그나저나... 아내 분은 안 계신가? 집에 이 아저씨랑 딸만 있나?


아까보다 한층 더 의심스런 눈초리로 윤재를 쏘아보던 덕배를 향해 윤재가 슬며시 웃어보이며 말했다.


“아저씨! 솔직히 지금 방법 없잖아요? 딱 봐도... 아저씨 곧 스스로 목숨 끊을 것처럼 보이시는데 제 말이 맞죠? 밑져야 본전이라는 말 모르세요? 저 한번 믿어보고 따님 좀 보여주세요. 제 얼굴 보면 사기꾼 같아 보이진 않잖아요?”


윤재는 너스레를 떨며 얼굴을 양쪽으로 갸웃거리며 덕배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맑고 깊은 두 눈이 흔들리는 것을 보니 행동거지나 말투와 달리 저 덕배라는 아저씨는 심성이 여리고 고운 사람으로 보였다.


잠시 고민하는 듯한 덕배는 윤재를 향해 말했다.


“허튼 짓 하면! 그대로 죽여버릴 줄 알아!”


윤재는 말없이 환하게 웃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윤재는 덕배에게 자신이 포장해온 떡볶이와 튀김을 건냈다.


의심하는 눈초리로 윤재를 잠시 쳐다보던 그는 윤재에게 그것을 받아들고 터벅터벅 앞장서 집 안 한쪽으로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덕배의 안내에 따라 조심스럽게 거실 옆을 지나 주방으로 보이는 곳 왼쪽 방으로 들어가니 침대에 누워 끙끙 앓고 있는 어린 여자 아이 하나가 보였다.


어린 아이는 덕배가 들고 있는 비닐봉지를 보자마자 미친 듯이 달려들어 그것을 낚아채고는 그대로 방바닥에 주저앉아 미친 듯이 맨손으로 음식을 입에 우겨넣기 시작했다.


어느새 어린 여자 아이의 가느다란 손가락에는 시뻘건 떡볶이 국물이 잔뜩 묻어있었다.


여자 아이는 손가락까지 쪽쪽 빨아가며 순식간에 떡볶이 3인분과 튀김 만원어치를 흡입하고는 새하얗게 까딥혀진 눈으로 윤재를 노려보고 있었다.


- 이야... 보통 씌인게 아니네... 흠... 어디서 이렇게 쎈 게 붙었대?


윤재는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신의 옆에서 딸을 향해 안절부절하며 두 손을 만지작 거리는 덕배를 향해 물었다.


“아저씨! 따님 생년월일 좀요!”


윤재는 덕배에게 딸 희경의 생년월일을 듣고는 잠시 계산을 하고 있었다.


순간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이 고개를 한번 끄덕인 윤재가 잠시 숨을 한번 깊게 내쉬고는 덕배를 쳐다보고 말했다.


“아저씨! 따님이 귀문관살(鬼門關殺) 체질이네요! 어떻게 지금까지 버텼는지 용하네요. 근데... 분명 집안에 최근에 잘못 들인 물건이 있을 거에요. 거기 있던 귀신이 달라 붙었어요! 최근에 집에 뭐 가져오신 물건 있어요? 중고물품이라던가 골동품 같은거요!”


윤재가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어느 틈엔가 침대에 누워서 땀을 뻘뻘 흘리며 끙끙 앓고 있는 어린 여자아이를 바라보았다.


이제 막 초등학교 5학년이나 6학년 쯤 되보이는 작고 하얀 얼굴의 여자아이는 고통스러운지 연신 끙끙대며 신음을 앓고 있었다.


“귀문관살? 그게 뭔데!”


신경질적으로 소리지르는 덕배를 바라보며 윤재가 혀를 끌끌 차며 대답했다.


“귀신이 몸을 문처럼 드나들어서 빗장을 잠그고 몸 속에 숨어드는 체질을 귀문관살이라고 불러요. 흉살 중 하나인데... 귀문관살인 체질의 사람은 귀신한테 빙의되기도 쉽고 한번 들어온 귀신은 좀처럼 나가지 않는 사주팔자라서 인생이 고달픈 사주라고 할 수 있죠...”


“심각한 거냐?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


근심어린 표정으로 윤재를 향해 초조한 표정의 덕배가 묻자 윤재가 잠시 생각에 잠긴 듯이 두 손가락으로 자신의 턱을 어루만지면서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었다.


“보통 귀문관살은 일반인들도 한 두개 정도는 가지고 있어요. 근데 따님은.... 보아하니.... 흠.... 귀문관살이 네 개... 근데... 이건... 진해(辰亥) 귀문관살인데? 아저씨... 친척이나 지인 중에 젊은 여자 죽은 사람 있죠? 지금 젊은 여자가 붙어 있는데요?”


윤재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젊은 여자’라는 단어를 들은 덕배가 몸을 흠칫 굳히며 덜덜 떨기 시작했다.


덕배의 반응을 보고 무언가 이상함을 눈치 챈 윤재가 다시 한번 그에게 캐묻기 시작했다.


“아저씨! 이대로 두면 따님 오래 못가 송장 치르게 돼요! 얼른요. 뭐 알고 계시죠? 젊은 여자 누구요? 뭔데요?”


윤재가 다시한번 윽박지르다시피 소리치자 덕배는 굵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고는 말없이 조용히 부엌 한쪽의 벽면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윤재가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대여섯개 정도 되보이는 크기와 모양이 조금씩 다른 칼들이 은색 빛을 반짝이며 벽에 걸려있는 모습이 보였고, 그 밑으로 두 개의 나무 가면이 매달려 있는 것이 보였다.


한눈에 딱 봐도 오래 되어보이는 나무 가면은 하회탈과 같이 비슷한 모습이었다.


얼핏 보아서는 한없이 환하게 웃고 있는 듯 했지만, 어찌보면 슬프게 울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웃는 표정과 우는 표정을 동시에 지녔다니 이해할 수 없는 기괴한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부서지거나 잘린 것인지 아니면 애초에 만들지 않은 것인지 탈의 턱부분은 휑하니 비어있었는데 윤재는 나무 탈을 보자마자 알 수 없는 한기가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것을 느꼈다.


“저거... 뭐에요? 뭔데 저리 불길해요? 신성한 거 같기도 한데 부정탄 거 같기도 하고. 종잡을 수 없는 귀물인데! 저런걸 왜 집에 두세요? 저거 도대체 어디서 난 거에요?”


왜 집안에 들어오면서부터 알아차리지 못한 것인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며 윤재가 잔뜩 인상을 썼다. 윤재는 경계하는 자세를 취하며 덕배 아저씨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덕배는 깊은 한숨을 한번 내쉬고는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집안 대대로 전해오는 물건이다... 원래 종가집에 보관하고 있던 것을... 아버지가 제사를 모셔오면서 집안 유물들을 죄다 가지고 오셨는데... 그 후로 아버지가 새벽마다 부엌에 앉아서 멍하니 저 탈만 쳐다보고... 어느날은 새벽에 잠결에 무슨 소리가 들려서 주방에 나와보니 잠옷차림의 아버지가 저 나무탈을 쓴채, 입을 한껏 벌리고 미친 듯이 칼을 들고 춤을 추고 계시더구나.... 귀신들린 탈이라고 당장 불태우고 싶었지만.... 길길이 날뛰는 아버지 고집을 못 꺾은 내가 죄인이다... 죄인이야...”


윤재는 유심히 덕배 아저씨가 해주는 말을 듣고는 저 나무탈에 분명 무언가 서려있음을 느꼈다.


"그런데요?"


윤재가 각시탈을 노려보며 다시한번 덕배에게 묻자 그가 대답했다.


"아버지도... 울 아버지도... 계속 해서 젊은 여자가 보인다고.... 젊은 여자가..... 있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윤재가 천천히 부엌 한가운데 벽에 걸린 나무탈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분명 멀리서 보았을 때는 바보처럼 웃고 있는 한없이 착한 표정의 나무탈이었지만 가까이에서 바라보니 무척이나 무섭게 보이는가 하면, 윤재를 깔보거나 무시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아니 더 가까이에서 바라본 나무탈은 윤재를 향해 올테면 와보라는 듯이 겁을 주는 느낌마저 풍기고 있었다.


그 옆에 놓인 각시탈 역시 두 눈이 길게 양 옆으로 찢어진 채, 머리에는 둥글둥글한 검은 머리를 표현한 것인지 나무를 머리모양으로 깎아 얹어놓은 모습이 보였다.


두 가면탈 모두 옻칠을 한 탓인지 반들반들 윤이나는 갈색 빛이었는데, 눈 부분만큼은 묘하게 더 짙은 갈색으로 번쩍이는 듯 했다.


- 이야... 보통 기운이 아닌데? 귀문관살인 사람은 당장이라도 혼을 잡혀먹을 것 같네. 사람 홀리는 가면인데.... 저게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가문의 보물이라고? 당최 이해할 수가 없네! 흐음...


윤재가 한껏 인상을 쓰며 조심스럽게 등에 짊어진 화통 속에 중간 사이즈의 붓을 꺼내어 들고 무언가 바닥에 써내려가려는 순간이었다.


윤재는 자신의 등 뒤에서 느껴지는 섬뜩하고 어두운 기운에 깜짝 놀라 잽싸게 뒤를 바라보려고 고개를 돌렸다.


무언가 둔탁한 것이 ‘퍽’하고 윤재의 머리를 후려갈기는 동시에 윤재는 그대로 의식을 잃고야 말았다.


차가운 시멘트 바닥의 부엌에 몸을 쓰러뜨리면서 윤재는 간신히 고개를 들어올려 자신을 내려친 존재를 쳐다 보았다.


그곳에는 어느 틈엔가 쓴 것인지 각시탈을 얼굴에 쓰고, 오른손에 커다란 야쓰리를 들고 있는 덕배 아저씨의 딸 희경이가 보였다.


이제 갓 초등학교 5학년 혹은 6학년이 되어 키도 작고 왜소한 체구의 여자아이가 자기 팔길이만한 몽둥이를 들고 있는 것이 보는 이로 하여금 괴기스러워 보일 정도였다.


희경이가 들고 있는 것은 흔히 정육 과정에서 날이 무뎌지는 경우 칼을 가는 방망이같이 생긴 연마봉이었다.


그것을 흔히 ‘야쓰리’라고 부르는데 지금 윤재는 초등학생 희경이가 휘두른 야쓰리에 뒷통수를 얻어맞고 그대로 기절하고야 만 것이다.


간신히 흐려지는 의식을 붙잡은 윤재가 감겨지는 두 눈으로 간신히 거실 쪽을 바라보니 이미 머리에 피를 잔뜩 흘린 채 바닥에 널부러져 의식을 잃은 덕배 아저씨가 보였다.


- 낭패다! 어처구니없게 당했네!


왜 눈치채지 못했던 것일까.


신성하다고 느껴지는 기운 가운데 삿된 요사스런 기운이 섞여 있었던 것은 두 탈의 기운이 서로 달랐던 탓이었다.


남자 얼굴의 가면탈에서는 신성하고 고귀한 신(神)의 기운이, 그리고 그 옆에 놓인 각시탈에서는 요사스럽고 불길한 기운이 가득 풍겨져오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한데 뒤섞여 윤재는 미처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아차 싶었던 윤재가 이를 악물며 의식을 붙잡으려 애썼지만 점점 감겨지는 눈꺼풀에 이윽고 어느순간 필름이 끊긴 채 의식을 잃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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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챕터9-163. 화마 봉인- 기억의 편린 (2) 24.01.02 15 1 12쪽
162 챕터9-162. 화마 봉인- 기억의 편린 (1) 24.01.02 16 2 12쪽
161 챕터9-161. 화마 봉인- 탄광 속으로 (2) 24.01.01 18 2 12쪽
160 챕터9-160. 화마 봉인- 탄광 속으로 (1) 24.01.01 19 2 11쪽
159 챕터9-159. 화마 봉인- 불막이제의 진실 (2) 23.12.31 19 2 11쪽
158 챕터9-158. 화마 봉인- 불막이제의 진실 (1) 23.12.31 17 2 12쪽
157 챕터9-157. 화마 봉인- 각시탈의 전설 (3) 23.12.30 17 2 12쪽
156 챕터9-156. 화마 봉인- 각시탈의 전설 (2) 23.12.30 21 2 11쪽
» 챕터9-155. 화마 봉인- 각시탈의 전설 (1) 23.12.29 19 2 11쪽
154 챕터9-154. 화마 봉인- 함평 천지시장 (2) 23.12.29 18 2 11쪽
153 챕터9-153. 화마 봉인- 함평 천지시장 (1) 23.12.28 19 2 11쪽
152 챕터9-152. 화마 봉인- 양물단지 23.12.28 16 2 11쪽
151 챕터9-151. 화마 봉인- 초안산 내시들의 무덤 (2) 23.12.27 18 1 11쪽
150 챕터9-150. 화마 봉인- 초안산 내시들의 무덤 (1) 23.12.27 19 1 11쪽
149 챕터8-149(완). 전생- 이별의 기억 (4) 23.12.26 17 1 12쪽
148 챕터8-148. 전생- 이별의 기억 (3) 23.12.26 16 1 12쪽
147 챕터8-147. 전생- 이별의 기억 (2) 23.12.25 15 1 12쪽
146 챕터8-146. 전생- 이별의 기억 (1) 23.12.25 16 1 11쪽
145 챕터8-145. 전생- 거사의 기억 (3) 23.12.24 15 1 12쪽
144 챕터8-144. 전생- 거사의 기억 (2) 23.12.24 16 1 11쪽
143 챕터8-143. 전생- 거사의 기억 (1) 23.12.23 15 1 12쪽
142 챕터8-142. 전생- 유린의 기억 (3) 23.12.23 14 1 11쪽
141 챕터8-141. 전생- 유린의 기억 (2) 23.12.22 19 1 11쪽
140 챕터8-140. 전생- 유린의 기억 (1) 23.12.22 2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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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챕터8-138. 전생- 철암 마을의 기억 (2) 23.12.21 17 1 11쪽
137 챕터8-137. 전생- 철암 마을의 기억 (1) 23.12.20 17 1 12쪽
136 챕터8-136. 전생- 만주의 기억 (2) 23.12.20 17 1 11쪽
135 챕터8-135. 전생- 만주의 기억 (1) 23.12.19 19 1 11쪽
134 챕터8-134. 전생- 전생의 기억 (3) 23.12.19 2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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