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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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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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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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9-163. 화마 봉인- 기억의 편린 (2)

DUMMY

수희 역시 상현을 향해 무언가 말하려는 순간 갑자기 집합을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이제 시간이 되어 위로 올라가야한다는 가이드의 호출 소리였다.


수희가 무언가 말을 하려 말고, 그 신호를 듣고 상현에게 가자는 듯이 눈짓했다.


상현은 수희가 자신에게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무척이나 궁금한 눈치였지만 수희의 말대로 밖으로 나가기 위해 다시 수많은 소원 쪽지들이 적힌 광장 밖으로 걷기 시작했다.


이윽고 환한 빛이 가득 퍼지는 갱도 밖으로 인차가 모습을 드러내자 갑자기 수희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어랏?”


수희가 핸드폰을 들고 누구인지 확인하자 한결의 이름이 적힌 것이 눈에 들어왔다.


“왜요? 무슨 일 있으십니까?”


중저음의 목소리로 상현이 수희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어... 그게요... 한결 씨 전화가 왔네요? 그것도 좀 많이....”


수희의 입에서 한결이라는 이름이 튀어나오자 순간 미간을 찌푸리며 상현이 말했다.


“급한 일 아니면 그냥 무시하시죠. 지금은 수희 씨 전생의 일을 찾는게 우선 아닙니까?”


수희가 감정이 실린듯한 상현의 반응에 약간 당황하며 주춤거리자 이번에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카톡 알람음이 들려왔다.


- 수희 씨! 지금 태백 철암마을에 와있는데...


수희 핸드폰 상단에 미리보기로 보이는 문장을 보고 수희가 놀라서 카톡을 들어가보니 한결이 보낸 수많은 카톡 메시지들이 보였다.


- 수희 씨! 지금 태백 철암마을에 와있는데 혹시 수희씨도 여기 있어요? 있으면 나 좀 만나요! 할 이야기가 있어요!


한결의 마지막 메시지를 보고 수희는 상현에게 슬쩍 눈짓하고 바로 한결에게 전화를 걸었다.


얼마 간의 신호음이 울리기도 전에 한결이 다급한 목소리로 대뜸 소리를 질렀다.


“수희 씨! 왜이렇게 연락이 안 돼요! 무슨 일 있는 줄 알고 놀래서 계속 전화 걸었잖아요!”


“아! 깜짝이야! 나 귀 안 먹었거든요? 이 양반이 기차 화통을 삶아 먹었나! 나 고막 터져요!”


수희의 말에 한결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연락이 너무 안 돼서 혹시 또 무슨 사건 사고에 휘말렸나... 다친 건 아닌가... 내가 얼마나 걱정했다구요...”


한결의 풀죽은 목소리에 수희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


“근데 나 여기 태백 철암에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 윤재가 말해줬나? 윤재가 한결 씨 번호 모를텐데?”


수희가 아리송한 표정을 지으며 휴대폰 너머의 한결에게 묻자 한결이 대답했다.


“내가 오늘 도깨비를 만났거든요! 도깨비가 여기 가면 수희 씨 있다길래 바로 한 걸음에 달려왔죠! 암튼 우리 좀 만나요!”


갑자기 도깨비를 만나 자신이 이곳에 있다고 알려주었다는 한결의 말에 수희는 헛웃음이 났다.


하지만 한결이 허튼소리를 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에 수희는 한결에게 자신이 있는 곳의 위치를 알려 주었다.


수희 자신도 생전 처음 와 보는 곳이고 이미 안내 가이드가 지나간 터라 한 시간 뒤에나 새로운 가이드를 만나 올 수 있다는 소리에 수희는 상현과 함께 한결이 있는 까치발 시장 쪽으로 걸어 가기로 했다.


수희와 상현이 까치발 시장이 있다는 건물 쪽으로 걸어내려가는 동안 상현은 아무런 말도 없었다.


상현은 무엇이 불편한지 무척이나 기분 나쁜 얼굴로 다시 그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수희에게 말 한마디 건네지 않고 묵묵히 걷고만 있었다.


갑자기 차가워진 분위기 속에 수희는 어색한 듯이 슬쩍슬쩍 상현을 힐끗 바라보며 상현의 빠른 보폭을 따라 종종걸음으로 걷고 있었다.


수희가 고개를 들어올려 앞을 바라보자 아까 보았던 얕은 개천 개울가 위에 놓인 돌다리 위에서 한결이 반갑게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수희 씨!”


동네가 떠나가라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한걸음에 뛰어오는 한결을 본 상현이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상현의 표정을 바라보지 못한 수희는 한결을 향해 소리쳤다.


“뛰다가 또 다쳐요! 조심해서 와요! 으휴! 저 성질머리!”


수희와 상현이 천천히 다리 쪽으로 걸어가자 어느 틈엔가 순식간에 달려온 한결과 돌다리 중간 즈음에서 만나게 되었다.


“수희 씨! 수희 씨! 안녕하세요!”


뛰어온 탓에 한결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수희의 이름을 부르자 상현이 한결을 흘끗 쳐다보고는 수희에게 말했다.


“수희 씨, 아까 갱도 내에서 뭐 느끼시거나 찾으신 건 없는거죠? 그러면 주변을 더 돌아 다녀야 할까요?”


상현의 질문에 수희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하다가 이윽고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이 손가락을 한번 튕기고는 말했다.


“네. 갱도 내에서는 없었어요! 근데 아까 안내 가이드가 말한 전망대 한번 가 보죠! 그 쪽에 올라가면 여기 마을 일대가 전부 다 보인다고 했으니까 가 보면 혹시 뭐 느껴지는 게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수희의 말에 상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두리번거렸고, 한결이 수희를 향해 다가오며 말했다.


“칫! 사람 무안하게! 인사도 안 받아 주고!”


그런 한결을 흘끗 쳐다본 수희는 상현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몸을 돌려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수희의 개무시가 익숙하다는 듯이 입술을 한번 삐죽인 한결이 잽싸게 수희의 뒷꽁무니를 쫓아 쭐래쭐래 걷기 시작했다.


“진짜 여긴 어떻게 알고 온 거에요? 그나저나 아까 도깨비 이야기는 또 뭐고? 도깨비 만났다는 거 거짓말이죠?”


수희가 슬쩍 궁금했던 것을 꺼내어 묻자 드디어 자신을 향해 입을 연 수희를 향해 기쁘다는 듯이 한결이 신난 목소리로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있었던 일들을 수희에게 천천히 들려 주었다.


“흠... 그러니까 정리해보면.... 화마의 부하로 보이는 화귀 새끼 하나는 지 딴에 급식실에서 일하는 아줌마를 향해 복수한다고 주방에 쳐들어갔다가 도깨비 터에 있는 도깨비한테 붙들려서 된통 당하고 있는 거고... 그 도깨비 맘에 쏙 든 한결 씨는 도깨비한테 정보를 얻어서 여기 왔다? 이거네요?”


수희가 이해했다는 듯이 상황을 정리해서 말하자 한결이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말했다.


“수희 씨 옆에 붙어다니다보니 이제 나도 그런 것들이 보이나봐요! 그리고 하나도 안 무섭던데요? 이러다가 나도 나중에 귀신 퇴치하러 다니고 그러는 건가? 헐!”


자신의 뒷통수를 겸연쩍다는 듯이 긁적이는 한결을 향해 수희가 소리쳤다.


“귀신 보고 느끼는게 마냥 좋은 일인 줄 알아요? 못 보고, 못 듣고, 모르는게 더 나아요! 진짜 철딱서니 없는 소리하고 있네!”


수희가 혀를 끌끌 차며 언덕 계단을 힘겹게 오르고 있었다.


전망대로 오르는 길은 무척이나 많은 계단들이 있었는데 왼쪽에 철제 난간이 있는데 반해, 오른쪽은 담벼락 곳곳에 페인트로 그림을 그려놓아 보는 재미가 있었다.


중간중간 화분에 피어난 꽃들과 담벼락에 그려진 벽화들을 보다보니 어느새 전망대 꼭대기가 있는 장소까지 올라오게 되었다.


철암마을 위로 올라가는 언덕에 있는 전망대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드넓게 펼쳐진 광산들을 둘러싸고 있는 마을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기찻길 옆으로 코레일이라고 적힌 기차 한 대가 새카만 돌들을 싣고 천천히 달리고 있었다.


중간중간 빈 집이 많았고, 석면 플레이트 지붕을 한 낡은 주택들은 마치 폐가 같아 보이는 느낌마저 풍기고 있었다.


곳곳에는 고추며 배추를 심어 가꾸는 듯한 텃밭이 있었고, 검은 닭을 키우는 닭장이 있는 것을 보면 분명 사람이 살고 있는 듯했다.


힘들었던지 기지개를 펴면서 크게 숨을 한번 들이마신 수희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마을 구석구석을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 어느 곳에 고개를 멈추고 한참을 유심히 들여다본 수희가 흠칫 몸을 굳히며 천천히 말했다.


“저... 찾은 거... 같아요. 저기요. 저기에요!”


손가락을 뻗어 수희가 가리킨 곳에는 마을 외곽 구석에 자리잡은 짙은 갈색 목조집이 자리잡고 있었다.


얼핏 보기에도 고풍스럽고 우아함을 가득 풍기고 있는 집은 2층으로 지어진 일본식 가옥으로 다른 건물들과는 조금 다른 외관을 가지고 있었다.


한결과 상현이 그 일본식 가옥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와중에 수희는 깊은 숨을 한번 내쉬고는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미친 듯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타닷’하고 뛰어가는 발걸음 소리에 고개를 돌린 한결과 상현은 수희가 전망대로 올라왔던 길을 그대로 내달리는 모습을 보고 놀라 소리치며 수희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수희 씨! 뛰다가 넘어져요! 계단! 어! 어어! 앞에 계단!”

“수희 씨! 천천히 가십시오!”


한결과 상현 두 남자가 애타게 수희를 불렀지만 수희는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듯이 앞을 보고 미친 듯이 뛰고 있을 뿐이었다.


번개처럼 대달린 수희가 계단을 한번에 두 세개씩 뛰어내려 주먹을 불끈 쥐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십여분 쯤 달렸을까, 어느 새인가 수희의 눈앞에 일본식 가옥이 들어왔다.


일본식 구옥 주택은 한눈에 보기에도 무척이나 낡고 오래되보였다. 건물의 독특한 창살 무늬와 외벽은 그것이 한국식 건물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었다.


수희가 그렇게 천천히 구옥 주택 내부로 들어가자 쇠사슬로 묶어 놓고 외부인의 출입을 막아놓은 듯한 경고문이 붙어있는 대문이 보였다.


주변을 슬쩍 둘러본 수희가 일말의 망설임 없이 에코백 안에 넣어둔 벽조목 부채를 꺼내어 부채날로 자물쇠 쪽을 긁어내리자 예리한 절단기로 자른 것처럼 순식간에 자물쇠가 ‘댕겅’하고 잘려 바닥에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윤재에게 벽조목 부채를 이용해 이런식으로 금속 쇠붙이들을 자르는 기술을 배워둔 탓에 수희는 이럴 때마다 아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다만 사람이나 귀신에게 쓸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 금속 물질에만 효과가 있다는 말에 수희가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쩝' 다셨지만 말이다.


“아이고! 뛰느라 숨 차네! 수희씨!”


한결이 숨을 헉헉대며 일본식 가옥 안으로 들어왔고, 상현은 잠시 멈추어서서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혹시나 모를 외부 사람을 경계하고 있었다.


수희는 한결과 상현을 아랑곳하지 않고, 거침없이 저벅저벅 내부로 들어가고 있었다.


바닥에는 먼지가 뽀얗게 내려 한눈에도 관리를 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나무 바닥 곳곳에는 틈을 뚫고 튀어나온 잡초도 보였다.


수희가 조심스럽게 2층으로 올라가기 위해 입구 양쪽 방 사이에 있는 중복도를 지나 2층 방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 서서 위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수희가 결심한 듯이 굳은 표정으로 천천히 나무 계단을 오르자 ‘삐걱’하고 뒤틀린 나무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조심조심! 나무 부서지겠어요! 조심요!”


한결이 자칫 수희가 넘어지기라도 할까 싶어 수희의 등 뒤에 두손을 가져다 받쳐주려는 찰나 한결의 두 손을 상현이 잡아섰다.


“천천히 올라가시죠!”


상현은 한결의 손을 슬쩍 밀어내고 수희 바로 등 뒤에서 천천히 나무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 뭐야! 저 남자는 왜 아까부터 자꾸 시비를 거는 거 같지?


한결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상현의 뒤에서 수희를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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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챕터9-163. 화마 봉인- 기억의 편린 (2) 24.01.02 16 1 12쪽
162 챕터9-162. 화마 봉인- 기억의 편린 (1) 24.01.02 16 2 12쪽
161 챕터9-161. 화마 봉인- 탄광 속으로 (2) 24.01.01 18 2 12쪽
160 챕터9-160. 화마 봉인- 탄광 속으로 (1) 24.01.01 19 2 11쪽
159 챕터9-159. 화마 봉인- 불막이제의 진실 (2) 23.12.31 19 2 11쪽
158 챕터9-158. 화마 봉인- 불막이제의 진실 (1) 23.12.31 17 2 12쪽
157 챕터9-157. 화마 봉인- 각시탈의 전설 (3) 23.12.30 17 2 12쪽
156 챕터9-156. 화마 봉인- 각시탈의 전설 (2) 23.12.30 21 2 11쪽
155 챕터9-155. 화마 봉인- 각시탈의 전설 (1) 23.12.29 19 2 11쪽
154 챕터9-154. 화마 봉인- 함평 천지시장 (2) 23.12.29 18 2 11쪽
153 챕터9-153. 화마 봉인- 함평 천지시장 (1) 23.12.28 19 2 11쪽
152 챕터9-152. 화마 봉인- 양물단지 23.12.28 16 2 11쪽
151 챕터9-151. 화마 봉인- 초안산 내시들의 무덤 (2) 23.12.27 18 1 11쪽
150 챕터9-150. 화마 봉인- 초안산 내시들의 무덤 (1) 23.12.27 19 1 11쪽
149 챕터8-149(완). 전생- 이별의 기억 (4) 23.12.26 17 1 12쪽
148 챕터8-148. 전생- 이별의 기억 (3) 23.12.26 16 1 12쪽
147 챕터8-147. 전생- 이별의 기억 (2) 23.12.25 15 1 12쪽
146 챕터8-146. 전생- 이별의 기억 (1) 23.12.25 16 1 11쪽
145 챕터8-145. 전생- 거사의 기억 (3) 23.12.24 15 1 12쪽
144 챕터8-144. 전생- 거사의 기억 (2) 23.12.24 16 1 11쪽
143 챕터8-143. 전생- 거사의 기억 (1) 23.12.23 15 1 12쪽
142 챕터8-142. 전생- 유린의 기억 (3) 23.12.23 14 1 11쪽
141 챕터8-141. 전생- 유린의 기억 (2) 23.12.22 19 1 11쪽
140 챕터8-140. 전생- 유린의 기억 (1) 23.12.22 21 1 11쪽
139 챕터8-139. 전생- 철암 마을의 기억 (3) 23.12.21 19 1 11쪽
138 챕터8-138. 전생- 철암 마을의 기억 (2) 23.12.21 17 1 11쪽
137 챕터8-137. 전생- 철암 마을의 기억 (1) 23.12.20 17 1 12쪽
136 챕터8-136. 전생- 만주의 기억 (2) 23.12.20 17 1 11쪽
135 챕터8-135. 전생- 만주의 기억 (1) 23.12.19 19 1 11쪽
134 챕터8-134. 전생- 전생의 기억 (3) 23.12.19 2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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