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타이탄 (VariTitan)
022화 – 바리타이탄 (VariTitan)
우리가 먼저 중국을 선제공격하는 방안에 대한 OSSIA의 보고서가 올라왔다.
그 보고서에서는 기습 선제공격 시 발생할 수 있는 이점과 그에 반대되는 리스크가 빼곡히 적혀있었다.
주변국이나 미국의 반응은 무시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문제점은 OSS 조직 내부의 충격이 작지 않을 것이란 대목이었다.
조직 구성원이 OSS는 정의로운 집단이란 자부심이 높고, 명분 없는 전쟁은 일으키지 않는다는 믿음이 크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개전의 이유를 구구절절 일일이 설명하는 것도, 썩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보고서는 밝히고 있었다.
보고서는 대안으로 다음과 같은 방법을 제시했다.
중국이 포병 전력을 전진 배치하는 등의 무력 위협에 대해서, 다소 무리하다 싶을 정도의 강도 높은 경고를 먼저 하는 것을 권했다.
OSSIA의 예측으로는 중국은 무반응으로 대응할 것이고, 그것에 대한 응징으로 공습을 제안했다.
또, 만약 중국이 무리한 조건을 받아들인 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전쟁은 물론 정치적으로도 유리한 국면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를 다 읽고 나서 이 부장을 연결했다.
“원수님. 연결했습니다.”
“부장님 보고서는 다 보았습니다. 정보부에서 우려하는 사안은 십분 이해했습니다.”
“네. 기습공격 시 내부적인 전쟁 의지가 꺾일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그렇다면, 거짓 깃발 작전은 어떻습니까?”
“물론, 그 방법이 가장 좋기는 합니다만 ··· 문제는 시간입니다.”
“...”
“거짓 깃발을 올릴 자원을 준비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데, 한 달 남짓의 시간이면 일을 그르칠 수 있습니다.”
“음 ···.”
“정공법을 조금 타이트하게 쓰시면 좋을 듯합니다.”
“말씀해보세요.”
“보고서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중국에 시한을 두고 구체적인 경고를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현재, 전진 배치되어있는 ‘중국의 포병자산과 지상군을 24 혹은 48시간 안에 국경 밖 150km 지점까지 물리지 않으면, 공습하겠다.’ 정도면 어떨까 싶습니다.”
“음, 만약 중국이 그 요구를 받아들이면?”
“그렇게 하지도 않겠지만, 만약 중국이 굽히고 우리 요구를 받아들이면 시간을 버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시간은 우리의 손을 잡아줄 것입니다.”
“시간이 우리 편이라뇨?”
“현재 중국 인민해방군은 대규모 병력을 동북 3성에 집결시키고 있습니다.”
“그 규모가 얼마나 됩니까?”
“기존 병력을 포함해 160만이 넘는 숫자입니다. 그에 따른 장비도 엄청나게 집중되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병참과 보급의 문제가 드러날 것입니다. 반면 ···.”
“?”
“우리, 극동공화국의 방어선과 보급 그리고 지원군 배치는 점점 더 강화되고 있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거리를 200km로 늘리고 시한을 48시간으로 해서. 성명을 준비해 주세요. 내 이름으로.”
“네. 그런데 굳이 원수님 이름을 쓸 필요가 있을까요? 그리고 200km면 ···.”
“적어도 하얼빈까지는 군대를 물리란 뜻입니다.”
“아 ...”
“그리고 내 이름으로 발표준비를 해주세요. 의사결정이 어디서 된 것인지 명확히 하는 게 좋겠습니다. 내부적으로도 잡음이 없을 것이고 ···.”
“알겠습니다. 그럼 시기는 언제가 좋겠습니까?”
“그건 손 제독과 상의해서 계획좌표와 공습 준비가 완료된 시점에 하면 좋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
“잠깐! 부장님.”
“네. 원수님. 하명 하실 것이 남아있으십니까?”
얼마 전, 정보부 내부에 두더지가 발생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아, 일전의 두더지는 모두 색출한 겁니까?”
“네. 대만 스테이션에서 7.5개소의 두더지 굴을 발견했습니다.”
“7.5? 0.5는 뭐죠?”
“비자발적으로 두더지에 이용당한 세포를 0.5로 지칭했습니다.”
“그렇군요. 모두 제거했나요?”
“아닙니다. 그중 3곳은 역공작을 위해 남겨두었습니다.”
“그럼, OSSIA 본사(본부)는 괜찮은 겁니까?”
“나름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만. 사실상 두더지가 활동하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음...”
“아시다시피. 크루즈선 OSSIA호는 내외부 모든 전파를 감청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 공해상의 배 위에서 전원이 생활하면서 업무를 보고 있습니다.”
“하긴, 바다 한가운데서 ···.”
“그렇습니다. 두더지가 있다 하더라도 정보를 유출할 경로가 마땅치 않습니다.”
“그렇긴 하겠네요. 그런데 말씀 듣고 보니 요원들이 갇혀 지내는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아, 그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6천 명 수용 가능한 크루즈 선에 4천 명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매우 풍족한 거주성에 만족도가 높습니다.”
“...”
“또, 원수님의 배려로 요원들의 가족들도 모두 OSL의 크루즈선을 무상으로 이용하며 생활하고 있어, 요원들은 물론 보안상으로 유리한 이점이 많습니다.”
“보안상으로요?”
“아, 그게 의도하진 않았지만. 요원들의 휴가조차가 배에서 배로 가기 때문에 정보보안에 유리한 이점이 많습니다.”
“아, 그렇겠네요.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줄이고 작전을 준비하겠습니다.”
“네.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번 전쟁은 두려움과 함께 왠지 모르게 설레는 마음도 들었다.
OSS와는 악연으로 점철된 중국이기에, 이참에 완전히 꺾어 놓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실은 만주 땅을 회복하는 낭만적인 상상 때문이었다.
소년 시절 한 번쯤 했던 그런 상상 말이다.
그 시절 친구들과
‘고구려가 3국을 통일했더라면···.’,
‘발해가 멸망하지 않았더라면···.’ 하는 논쟁을 곧잘 하곤 했었다.
마징가 제트와 태권브이의 승부를 가리는 것만큼, 무의미한 이야기들이었다.
그 소년이 어느 사이 세계최대의 군벌이 되었고, 자신의 힘으로 지도를 다시 그릴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제 바다가 아닌 땅에서 전쟁을 치르게 되었다. 믿는 구석은 우리의 군사기술 연구소인 OSS-ART였다.
김범준 박사를 호출했다.
“네. 원수님.”
“박사님. 발키리와 워리어트랙의 생산은 잘 되고 있습니까?”
“네. 진민규 장관과 한규동 장관의 지원으로 현재 월간 15,000대로 생산량이 늘었습니다.”
“오! 잘되었습니다. 현재 생산된 전체 수량은 얼마나 됩니까?”
“대략 ···. 각 5만 대, 합 10만대 정도 됩니다.”
“좋습니다. 극동공화국으로 수송하는 덴 문제가 없나요?” “OSS-AC 수송기로 바로바로 실어 나르고 있습니다. 또, 현지에 저희 직원을 파견해서. 드론과 로봇의 점검과 수리 그리고 병참을 담당하는 지원부대를 창설 중입니다.”
“아, 그렇네요. 그런 부대도 필요하겠군요.”
“그리고 쉴드디거(ShieldDigger)도 9대 완성해서 C-5M에 실어 OSS 극동군으로 보냈습니다.”
“쉴드디거요?”
“아~ 그 참호 파는 트렌치 머신의 이름을 쉴드디거로 붙였습니다. 하하.”
“오, 절묘한 순간에 완성되었군요. 좋습니다. 좋아요.”
“그런데, 원수님이 보급상황만 물어보시려고 부르시진 않은 것 같은데 ···.”
“하하. 이제 눈치도 빨라지셨군요.”
“...”
“바리티늄으로 장갑차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네?”
“바리티늄으로 장갑차나 전차를 만들면 대전차무기로부터 완벽하게 보호될 거 아닙니까? 반응장갑 덕지덕지 달 필요도 없고요.”
“아 ··· 원수님. 바리티늄은 금보다 비싼 금속입니다. 그래서 방탄 플레이트 만들 때만 겨우 쓰는데 ···.”
“그래도 있으면 좋지 않겠습니까?”
“하아~ 원수님. 전차나 장갑차는 보통 30t이 넘어갑니다. 그중 얼추 장갑의 무게가 15t은 될 겁니다.”
“그렇겠죠.”
“아까 금보다 비싸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금값으로 낮춘다고 하더라도, 한 대의 장갑에 들어가는 바리티늄만 8,000억 원이 들어갑니다.”
“음 ···.”
“이것저것 하면 전차 한 대에 1조 원이 들어가는 겁니다. 너무나 비효율적입니다.”
“으음 ······. 전투기 10대 값이군요.”
“그렇습니다. 제가 군 전술은 잘 모릅니다. 하지만 전차나 장갑차는 대대급 이상의 부대를 이루어야만 전술적으로 유용한 것으로 압니다.”
김범준 박사의 말에서 틀린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그렇지만 한번 꽂힌 이상 그냥 지나갈 순 없었다.
“으으음, 박사님.”
“네. 원수님.”
“그냥 몇 대만 만들어주세요. 전술적인 건 나중이고, 그냥 저의 ‘취미생활을 돕는다’ 생각하시고 5대만 일단 만들어주세요.”
“아 ··· 알겠습니다.”
수화기 너머 김범준 박사는 아무 말이 없었다. 황당한 그의 표정이 소리 없이 전달되는 것 같았다.
“플랫폼은 AS-21 레드백을 쓰면 될 것 같습니다. 우리 OSSel에 한화디펜스도 들어와 있으니 협업하시면 ··· 금세 나오지 않을까요?”
“그···. 그렇긴 합니다만, 실제 설계하고 만들면 파워팩(엔진) 정도만 쓰고 다 새로 해야 할겁니다.”
“?”
“반응장갑 대신 장갑이 단단해진 만큼 그에 따른 충격파를 완화할 것도 필요하고, 무인전차가 개발된 마당에 주로 지휘 통제용으로 쓰일 것 같으니, 무장보다는 방어 강화와 함께 통신과 전자전 관련 장비도 있어야하겠고 ...”
“하하하하하.”
“어째서 웃으시는 겁니까?”
“박사님도 만들어보고 싶은거 아닙니까?”
“아, 그, 그게 ...”
“돈 생각하지 마시고 일단 한번 만들어봅시다. 가벼운 마음으로.”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김범준 박사와의 통화를 마쳤다. 어렵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취미생활로 한 5조 원쯤 쓸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전차포와 대전차무기 나아가 155mm 포탄에도 완벽히 보호되는 장갑차를 가지고 싶었다.
내가 타고 싶기도 했지만, 혼전이 벌어지는 전선이나 시가전에서 완벽히 보호되는 장갑차나 전차가 있다면 ···. 그런 상황에서는 미사일이나 전투기가 할 수 없는 일이 가능할 것 같았다.
이름도 마음속으로 미리 정해두었다. 바리타이탄(VariTitan).
그렇게 잠시 즐거운 상상 속에 빠져 있는 사이에 정보부 이 부장이 다시 연락해왔다.
“원수님.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그래요.”
“대 중국 성명 발표에 앞서 원수님의 결심을 얻고자 연락드렸습니다.”
“네. 명일 04시를 기해서 발표해주세요.”
“04시 말씀입니까 ???”
“네. 48시간 후 04시가 작전 개시 시점이 될 겁니다.”
“아 ······.”
...
중국 동북 3성으로 향하는 인민해방군의 보급 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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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 벌판을 질주하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보급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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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좌표를 점검중인 OSS의 군 수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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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타이탄의 전차형 모델 (가상도)
.
바리타이탄의 장갑형 모델, 전투지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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