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lse Flag Operation
021화 - False Flag Operation
집무실로 정보장교가 찾아왔다. 손에는 보안통신 단말기가 들려져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통신요청입니다.”
“누구?”
“북 1호입니다.”
북 1호는 김정은을 지칭하는 음어였다. 뜬금없는 일이었다. 보통은 나름의 절차와 과정을 통해 통화하곤 했었다.
“???”
“긴급 사안이라고 합니다.”
‘긴급’이란 말에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터미널을 넘겨받자, 정보장교는 소리없이 경례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네. 연결했습니다.”
“원수님! 일낫시오.”
“네?”
“뙤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요.”
“아 ~ ”
“아직 확실한 거슨 아니지마는, 공화국 정찰총국의 보고로는 날짜까지 잡혔다고 합네다.”
“D-day 까지요? 언제요? 어딥니까?”
“현 시간부로 45일 뒤 ··· 예상대로 극동공화국이 목표라고 합네다.”
“음, 그 정보의 입수 경로는 어떻게 됩니까?”
“우리 공화국의 세포조직이 중국에도 적잖게 있시오. 그 말단 세포로부터 수집한 정보를 종합한 것이라고 합네다.”
말단 세포조직의 정보를 종합했다면, 간접정보란 뜻이었다. ‘그걸로 이렇게 호들갑을 떨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
“기런 데다가. 난데없이, 중국 군부의 고위인사가 상호불가침 조약을 체결하자고 접촉해왔습네다.”
“요즘, 그게 의미가 있나요?”
“사실, 그동안 논의되던 일이긴 합니다마는 중국이 너무 고자세라 지지부진 했더랬습네다.”
“...”
“기런데, 별안간,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북·중 군사조약을 들고 나왔습네다. 기것도 공화국의 요구를 모두 수용한 것으로 말이디요. 뻣뻣하던 중국 꼰대들이 서두르는 걸 봐서는 의도가 분명해 보입네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 이렇게 확신하시는 것이 이해가 안됩니다.”
“그렇습네다. 기래서 따로 확인해 보았시오.”
“?”
“이건 원수님께 처음 드리는 말씀입네다만. 실은 중국공산당 최고위층 인물 중 하나가, 공화국 사람입네다.”
“최고위층 이라면?”
“아 ... 원수님이니께니 말씀드리겠습네다. 최고위 7인 상무위원 중 한명입네다.”
“네에? 그게 어떻게 가능한겁니까?”
“그기, 설명드리자면 길디마는 중국 태자당, 공청단, 상하이방 기러고 시파(친시진핑)의 파벌싸움 와중에 공청단 출신 한 명을 포섭했시오.”
“그래도 어떻게 ... ???”
“그기, 뭐 대단한 꽌시나 신념 때문이 아니라. 뭐라쿠 해야하나 ... 아, 거 남조선 말중에 적대적 공생관계란 말 있디요? 그겁네다.”
“그 말씀은?”
“그러니께니, 중국공산당 내부에서도 시파가 일으키는 전쟁이 망하길 바라는 세력이 있습네다. 다만, 시파의 서슬이 시퍼레서 드러내지 못할 뿐이디요.”
“아, 그렇군요. 놀랍습니다. 그럼 7인의 상무위원 중 하나가 중국의 극동공화국 침공을 확인해 주었단 말입니까?”
“그렇습네다.”
“아......”
* 중국 공산당 파벌
공청단 : 중국 공산주의 청년단 출신 엘리트 집단. (진골과 성골 어디쯤) - 후진타오, 리커창
태자당 : 중국 고위층 자녀, 주로 공산 혁명 대장정 전후로 지도부에 입성한 고위층 집안. (성골의 카르텔) - 시진핑, 왕치산
상하이방 : 상하이시 간부직에서 중앙당으로 승진한 인물들의 계파. (성공한 진골) - 장쩌민, 주룽지
시파 : 모든 계파를 아우르는 친 시진핑파.
“일단, 알겠습니다. 그럼 러시아 쪽 정보는 없습니까?”
“그기, 로씨아는 우리 정찰총국 자원이 없어서니 진위는 파악 못했습네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너무 걱정 마시라요. 압록강 북쪽은 원수님이 보내주신 무기로 단단히 지키고 있습네다.”
“...”
“게다가 원수님의 배려로 OSS의 조기경보기가 백두산 일대를 감시하고 있고 ···.”
“...”
“또. 이번에 공유해주신 정찰위성 정보 덕분에 중국 지상군의 배치상황을 확실히 알게 되어서! 공화국 수비대의 배치를 적절히 조정했습네다.”
“다행입니다.”
“그기 다아 ~ 원수님 덕분에 남조선과의 경쟁을 끝내고, 휴전선에서 병력을 뺄 수 있어서 가능한 것입네다. 다시 한번 원수님의 선견지명에 탄복하고 있습네다.”
“따로 부족한 건 없습니까?”
“글티 않아도, 부탁드리려고 했습네다.”
“네. 말씀하세요.”
“전시 비축유가 2달분 뿐입네다.”
“아, 우리 OSL 유조선을 북으로 바로 보내드릴 수 있습니다.”
“그기, 원수님!”
“네.”
“공화국의 정유시설 능력으로는 원유를 주셔도 제때 쓸 수가 없습네다.”
“아, 그렇겠군요.”
“...”
“그럼, 경유나 휘발유를 실은 한국의 정제유 탱커선이 공화국의 영해로 들어갈 수 있는 조처하시면,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 Product Tanker (제품 운반선) : 정제된 가솔린, 디젤 등을 운반하는 선박.
“원수님. 그런데 비용이 ···.”
“개성공단과 라진, 선봉지구 임차료로 드리는 것에서 한 10년간 나눠 내는 정도면 부담이 없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감사합네다. 원수님.”
“아닙니다. 신속히 알려주셔서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정찰총국장 내보내자마자 바로 연락드렸시오. 기런데, 원수님!”
“네. 말씀하시지요.”
“상황을 봐서리 ······.”
“?”
“우리 공화국군이 북진해도 되갔시오?”
“음 ···.”
“뙤놈들이 우리 공화국군이 절대 국경을 넘지 않을 거라고 믿으며는 ···. 아무래도 극동공화국의 원수님 군대에 부담이 될 것 같습네다.”
“네. 옳으신 생각입니다. 하지만 전선이 확대되면 생각지 못한 변수가 생길 것 같아서 ···.”
“길킨 하디요. 기럼!”
“???”
“전쟁이 발발하면, 우리 북조선이 단둥시 정도만 점령하며는 어떻갔습네까?”
“음, 굳이 단둥시를 말씀하시는 이유가 있습니까?”
“그기, 뙤놈들이 심심하면 단둥시의 다리를 막았다, 풀었다 하는 게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야요.”
“단둥시라면 ··· 서해를 통한 OSS 해군의 지원도 손쉬우니 나쁘지 않겠군요.”
“원수님! 허락하시는 겁네까?”
“네. 확실히 중국 병력을 묶어두는 효과도 있을 것 같으니 서로에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
“?”
“그 타이밍은 확실히 저와 상의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느 한쪽도 실패해선 안됩니다.”
“여부가 있겠습네까? 원수님. 감사합네다. 허허허.”
단둥시는 조선왕조 개창의 시발점이 된 ‘위화도 회군’이 시작된 위화도 아래에 있는 중국의 도시였다.
김정은이 단둥시를 점령하겠다는 것은 압록강을 건넌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도 우리에게 매우 협조적이지만, 전쟁의 와중에 자국의 실익을 챙기는 것을 잊지 않은 것이다.
또, 그것이 OSS의 전략에 간접적인 도움이 된다는 것을 어필하면서 합의를 끌어낸 것이었다.
새삼, 김정은이 멍청하고 고집 센 뚱땡이는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김정은과의 통화를 마치고, 곧바로 제2 항모전단과 제2, 제3 강습전단을 서해로 배치하란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OSS-SC 최은석 사령관에게 서해와 동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 이르는 해역의 잠수함 전력 전개 상황을 보고하라고 연락했다.
몇 가지 일을 처리하고 나니, 정보부 이 부장이 통신 연결을 요청해왔다.
“네. 부장님.”
“중국, 러시아가 일을 벌일 모양입니다.”
“중국 쪽은 D-day 까지 잡혔다고 하던데요?”
“네. 그걸 어찌 원수님이 ··· ???”
“김정은이 득달같이 알려오더군요.”
“아 ··· 저희도 북한 정찰총국으로부터 정보 소스를 받았습니다만. 정보의 신뢰성을 분석하느라 ···.”
이 부장은 정보부 수장으로서 자신의 보고가 늦은 것이 마음에 걸린 모양이었다.
“아, 압니다. 괘념치 마세요. 김정은이야 뭔가 얻어낼 게 있고, 생색을 내고 싶으니 앞뒤 가리지 않고 연락을 해온 것입니다. 정보부는 진위를 파악하는 게 맞습니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번에 알게된 것인데, 중국공산당 내부에 북한의 정보자산이 있다고 합니다.”
“아... 그래서...”
“우리가 확보한 정보자산보다 고위층입니다. 참고 하세요.”
“도대체 어디까지?”
“거기까지만, 말씀드려도 업무에 지장은 없을 것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래요. 파악된 다른 정보를 보고해주시죠.”
“네. 먼저 한, 두 달 안에 중국과 러시아가 동시에 극동공화국을 침공할 것이 확실시됩니다. 군사 배치는 물론 ···.”
“...”
“중국과 러시아 수뇌부의 통신량 증가, 감청내용, 위성사진 분석 등 모든 것을 종합하여 내린 결론입니다.”
“김정은은 45일 뒤라고 날짜까지 특정하던데 ··· ?”
“그게 중국과 러시아의 목표이긴 하나, 개전 준비상황이 빠른 것도 혹은 지체되는 것도 있어 앞뒤로 2주 정도 오차를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뒤로 미루는 건 이해가 되는데 2주 빨라진다는 건 뭔가요?”
“네. 저들도 자신들의 정보가 새어나간다는 것을 어느 정도 감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두더지 색출 작전을 수행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
“정보 자체가 기만전의 일환일 수 있다?”
“기만전술까진 아니지만, 작전상 의외성을 높이기 위해 개전 일자를 앞당길 수 있다는 예측입니다.”
“음 ···.”
“중국은 혼전이 될수록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모양입니다.”
“그렇긴 하겠네요. 단순하게 동시다발적으로 병력을 밀어 넣어서, 양측의 전력이 뒤섞여버리면. 우리 장점이 항공전력이나 미사일공습이 힘을 쓰지 못할 테니까요.”
“그리고 중요한 정찰정보가 있습니다.”
“네.”
“중국 인민군의 포병 전력이 극동공화국 국경의 사거리 안쪽으로 대거 전진 배치되었습니다.”
“음 ······.”
중국과 대규모 지상전을 벌이는 것은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전쟁을 벌이는 일이었다. 뭐라도 압도적인 병력의 열세를 극복할 수가 필요했다.
“원수님?”
“부장님. 우리가 먼저 선제공격할 경우, 벌어질 일들에 대해서 분석해서 보고해주세요.”
“네?”
“우리가 먼저 중국을 선제공격한다고요.”
“그, 그건 ··· 평소 원수님답지 않은 선택이라 ···.”
“압니다. 하지만, 중국과의 전쟁에 지면 ···. 극동공화국뿐만 아니라 북한, 한국 모두 위태로워집니다. 그렇게 되면 OSS 내부의 동요도 커질 것이고 ···.”
“...”
“다소 무리한 수를 쓰더라도 꼭 이겨야만 하겠습니다. 부장님.”
“알겠습니다. 여러모로 분석해서 이른 시일에 보고토록 하겠습니다.”
“네. 거짓 깃발을 쓰든, 선전포고 없이 기습하든 ···.”
* 거짓 깃발 작전 (False Flag Operation) : 적국을 속이거나, 자국의 행동을 다른 국가에 의한 것으로 보이게 하는 작전 또는 전쟁의 빌미를 만들기 위한 공작. 해상에서 스파이 활동이나 전투 시 배에 다른 나라의 깃발을 올리고 다니는 것에서 유래되었다.
“...”
“중국과 러시아가 파도처럼 밀려들기 전에 그것들을 부서트리는 방법과 그것의 파장을 연구해 주세요. 그리고 부장님.”
“네. 원수님.”
“내 뜻을 손 제독과 김 알렉세이 극동군 사령관에게 전달하고 함께 숙의해 보세요.”
“네. 알겠습니다.”
우리라고 기습 선제공격을 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적의 의도가 분명하다면, 언제고 터질 일이라면 가장 유리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우물쭈물하다가는 모든 것이 한꺼번에 무너질 수도 있는 시절인 것이다.
...
바스티온의 집무실에서 북1호(김정은)과 통화하는 이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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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 상무위원 7인 + 2 (이들중 하나가 북한의 정보자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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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SIA에서 예상한 중국내 북한 정보자산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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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의 선전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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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중국 단둥시 사이의 다리와 검문소.(가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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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 3성, 만주 벌판에 전개되고 있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포병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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