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기갑
033화 - 무인기갑
비사성 작전을 승인하고 나서, 또 편집증이 도지고 말았다.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집무실에서 전술 서버의 모든 내용을 하나하나 찾아서, 다시 한번 모든 것을 꼼꼼히 점검했다.
한참을 집중하면서 컴퓨터를 들여다보는 사이에 인기척이 느껴졌다. 돌아보니 혜인이 우두커니 서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손에는 커피로 보이는 것이 들려져 있었다.
“오! 커피야? 잘되었네.”
“이거 다 식어서 다시 내려올게요.”
“그럼 여태 그냥 그러고 서 있었던 거야?”
“마치, 신들린 사람처럼 집중하고 있어서 그걸 깰 수가 없었어요.”
“아, 이런. 미안···.”
“뭐가 미안해요. 한, 두 번도 아니고 늘 그런걸 ···.”
“이번만큼을 절대 실패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 ···.”
“오빠가 언제 실패한 적이 있었나요? 뭔가 일이 꼬이고 되돌아가는 일이 있었어도, 실패하는 걸 본 적이 없는 거 같아요. 오빤 ···.”
“음, 사실 실패할 일은 시작도 안 해왔지만, 이번은 좀 다른 거 같아 ···.”
“이번에도 잘 될 거에요. 오빤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은 수를 항상 준비해두고 있는 거 다 알아요. 그래서 매번 일에 치여 사는 거고 ······.”
“그러게, 일이 많은 건 괜찮은데 혜인에게 항상 미안하네 ···.”
“괜찮아요. 다 알고 ···. 몇 년을 기다려서 결혼한 건데 ···.”
“어! 기다린 거였어?”
“그럼요. 첨엔 하늘 같은 대표님이었고, 여자친구가 되었어도 늘 비서 같은 마음으로 지냈는걸요.”
“아 ··· 그리 말하니 더 미안해지네.”
“오빠가 늘 ‘혼자 있을 때 행복할 수 있어야, 둘이어도 행복을 지속할 수 있다’라는 말에 세뇌되어서 나름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아요. 호호호.”
“어, 어 ···. 그래 ······.”
“고독을 숙명으로 알고, 외로움 같은 결핍을 환절기 비염쯤으로 알고 사는 사람에게 청혼받은 거로 만족해요. 호호호”
“그, 그렇네. 최후의 승자는 혜인이야. 하하.”
북한이 이미 점령한 둥강시를 통한 상륙이었기에 상륙 자체는 별문제가 없을 듯했다.
다만, 걱정인 것은 중국군이 극동공화국을 드론부대로 공격을 시도했다는 점이었다.
우리 드론군이 잘 막아내긴 했지만, 중국군이 생각보다 다양한 전투수단을 보유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했다.
또 그것을 위한 충분한 병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드론은 그 드론의 숫자보다 운영 인원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오퍼레이터뿐만 아니라 각종 지원인력과 장비가 갖춰져야만 실질적인 독립부대로서의 전투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드론군은 후방에 있어서 전력손실이 적은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또, 그만큼의 드론을 한 번의 작전에 운용했다는 것은 충분한 병력과 자원이 남아있고, 드론이 계속 보충될 수 있는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세계의 공장이라 일컫는 중국의 생산능력과 인적자원이 합쳐지고, 지루한 소모전으로 전쟁이 지속하면 불리한 것은 우리였다. 드론부대
다만 조금 안심이 된 것은 중국군이 드론과 로봇을 활용한 전술이 정착되지 못한 것 같았다.
중국이 극동공화국을 공격하면서 드론보다 병력을 먼저 밀어 넣은 것이 패착이었다.
만약 그들이 초기 승전에 고무되지 않고 냉정을 찾아서 드론을 먼저 보낸 다음 지상군을 후발로 진격시켰다면, 전황은 지금과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중국의 압도적인 병력을 우리의 드론과 로봇에 의존해야만 한다.
그동안 야심 차게 준비해온 무인 기갑군이 이번 전쟁에 투입된다.
K2 무인전차, FA-50 무인전투기, 발키리와 워리어트랙으로 완전 무인화된 기갑군 2개 사단이 둥강시에 상륙하면, 무인 기갑부대가 선봉에 설 예정이었다.
진민규 장관과 함께 바스티온의 작전상황실로 향했다.
작전의 시작은 늘 그렇듯 대규모 미사일 공습으로 시작되었다. 이번 공습은 동북 3성이 아닌 중국 본토의 공군기지와 미사일 기지를 대상으로 했다.
SCS 화면을 가득 채우는 1300여 발의 미사일이 그려내는 포연을 바라보고 있으니, 중국 전체와 일대 혈전을 벌이겠다고 선포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조금 겁이 났다.
하지만, 중국에 랴오둥반도와 만주 땅이 주는 의미를 생각해볼 때 전면전을 각오하지 않고서는 뜻한 바를 이룰 수 없을 것이란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이번 전쟁으로 중국과의 지긋지긋한 연을 끊을 수 있을까?’
이번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면 중국 공산당 내부에도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이 자명했다.
일단 시작된 전쟁이었으니,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저 바라만 보았다. 상황실은 진 장관에게 맡기고 바스티온 갑판으로 향했다. 잠시 바람을 쐬고 싶어서였다.
함 참을 바스티온의 비행갑판을 걸으면서, 잡단 한 생각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
별다른 보고가 없는 것으로 보아, 비사성 작전을 위해 랴오둥반도로의 사전 침투한 특임대와 북방군 수색대의 작전이 무리 없이 진행된 모양이었다.
바다를 바라보며 산책을 하는 동안 멀리서 김준명 이사가 달려오듯 다가왔다.
“원수님! 긴장되십니까?”
“그러게요. 전쟁이란 거 익숙해지질 않는군요.”
“결정 하나, 하나마다 수많은 생명이 걸려있는데 그러시겠죠.”
“우리 특임대의 작전은 별일 없습니까?”
“네. 북방군 수색대와 함께 무사히 침투했고 작전계획 좌표로 이동 중입니다.”
김준명 이사와 카페테리어에서 담배를 한 대 피우고는 바스티온의 작전상황실로 향했다.
상황실의 분위기는 분주했지만, 매우 차분하고 사무적이었다. 각자의 임무를 위해 모니터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 마치 대형 IT 회사의 개발실 같았다.
그곳의 분위기만으로도 상륙작전이 무탈하게 진행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간혹, 누군가 무전기를 통해 목소리를 높이는 예도 있었지만 말이다.
SCS 화면에는 상륙전단의 수많은 배가 엄청난 양의 장비와 물자들을 쏟아내는 장면이 그대로 생중계되고 있었다.
멀뚱히 상황 패널과 SCS 화면을 바라보고 있으니, 작전장교와 정보장교가 다가와 대기하고 있었다. 작전장교와 눈을 맞추고 물었다.
“우리 특임대와 북방군 수색대의 작전은 무리 없이 진행되었습니까?”
“네. G201 도로를 따라 둥강시 서쪽 50km 지점까지 사전 위험을 모두 제거한 상황이며, 우리 자주포전함 또한, 동 위치 해안에서 모든 포를 방열하고 포격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좋습니다. 제공권은 확실히 확보되었습니까?”
“몇 차례 소규모 교전이 있었고, 적기 12기를 격추했습니다. 랴오둥반도 전역의 제공권을 확보했습니다.”
“랴오둥만으로 들어간 우리 함대는요?”
“자주포전함 1척과 아스널십 1척을 포함한 제3 강습 전단이 만 깊숙이 들어간 상태입니다. 저항은 없었습니다.”
진짜 상륙작전은 제3 강습전단이 하게 되어 있었다.
본대는 안전한 둥강시로 대량의 물량을 쏟아내는 것이었지만, 제3 강습전단은 랴오둥만 깊숙이 들어가 반도의 허리를 끊는 상륙을 해야만 했다.
중국 지상군의 남하를 저지하면서 반도의 허리에 상륙 교두보를 만드는 것이 제3 강습전단의 임무였다.
그때 작전상황 패널엔 특임대와 북방군 수색대의 위치가 표시되기 시작했다. 그것은 그들의 사전 정지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곧이어 SCS 화면에 우리 특임대와 둥강시로 상륙한 북방군의 선발대가 조우하는 모습이 비치었다.
OSS 북방군은 검문소를 설치하고 도로 주변 곳곳을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기갑군의 K2 무인전차 부대가 도로에 줄지어 진격하기 시작했다.
그 전차의 대열에 맞추어 양옆으로 워리어트랙(무인 보병전투차)이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적의 대전차 보병을 감시하며 진격하고 있었고,
하늘엔 수십 대의 드론이 동시에 정찰 비행을 하고 있었다.
그 뒤로는 발키리(4족 보행 전투로봇)를 태운 전투장갑차와 무인 기갑군 장병을 태운 전술지휘 장갑차 대열이 따라나섰다.
그리고 이따금 우리의 진격대열의 머리 위로 F/A-18 호넷 전투기가 날아다녔다.
장엄한 광경이었지만, 이상할 정도로 순조로운 진격이었다. 중국군의 저항도 없는 것이 내심 걱정스러울 정도 였다. 작전장교에게 물었다.
“어째? 중국군의 저항이 없습니다.”
“아직 확인하고 있습니다만, 1개 연대 규모의 중국 지방군이 항복하거나 스스로 무장을 해제하고 흩어진 것 같습니다.”
“그래요?”
“적어도 우리 군이 상륙한 둥강시 인근 중국군은 전투를 포기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방어선을 뒤로 물렸겠군요.”
“그렇습니다. 다롄시 동부 장해 군도와 푸란덴 시를 기점으로 한 G201, G11 도로에 방어선을 만들고 전력을 집중한 모양입니다.”
“그래도 아무런 진격 저지가 없다는 게 이상하네요. 도로조차 파괴되지 않은 것이 ···?”
“사전 공습으로 중국군의 지휘소와 통신 시설이 모두 파괴되어 지휘 통제가 원활치 않은 것 같습니다.”
“음 ···.”
“그 때문에 현재 중국군 지휘부의 모든 통신 내용이 우리 감청부대에 감청되는 상황입니다. 혼란에 빠졌는지 ···.”
“...”
“암호는커녕, 평문으로 명령을 전달하고 있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심지어 중국산 카톡인 위챗으로 명령을 전달하는 부대도 있습니다.”
“메신저로 군사명령을 내린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덕분에 OSSIA 감청팀에서 중국군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확인해서 전달해주고 있습니다.”
“기강의 문제군 ···.”
“정보가 너무 많아 문제가 될 지경입니다. 심지어 어떤 부대에 밥차가 늦게 갔다는 정보까지 모두 입수되고 있습니다.”
“사소하더라도 그것의 조각을 맞추는 게 중요합니다.”
“네. 로우데이터(처리 전 날것 그대로의 정보, 자료)를 OSSIA에서 어느 정도 분류, 분석해서 보내주고 있습니다.”
“그래요. 알겠습니다. 첫 교전은 언제쯤 예상합니까?”
“우리 군의 진격과 전열 정비 그리고 상륙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제3 상륙전단의 상륙작전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본대의 교전도 함께 시작될 듯합니다. 현시점에서 17시간 후입니다.”
“알겠습니다. 교전이 발생하거나 돌발상황이 생기면 보안 단말기로 즉시 연락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작전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 집무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정보부 이 부장을 호출했다.
다음 수를 의논하기 위해서였다.
“네. 원수님 연결했습니다.”
“부장님, 일전에 말씀드린 건 분석이 좀 되었습니까?”
“아, 동북 3성에 독립국을 만드는 것 말입니까?”
“네.”
“그게 중국이 동북공정으로 역사를 왜곡한 것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네?”
“그게 그동안 중국은 동북공정을 통해서 고구려는 중국의 지방정부이고 발해까지 중국의 역사로 편입해놓은 상태입니다.”
“???”
...
집무실에서 작전을 점검중인 이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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랴오둥반도 아래 장해 군도를 통과하는 OSS의 전투전단. - 랴오둥만 깊숙이 들어가 중국 지상군이 해안도로를 따라 이동하는 것을 저지하고, 북방군 일부를 상륙시키는 임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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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포전함, 전차전함은 지상장비로 함포사격을 대체할 장비를 갖추었지만, 상륙전단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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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도로를 따라 진격하는 무인 기계화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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랴오둥반도 해안도로를 따라 진격하는 OSS의 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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