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트라캐리어
005화 - 울트라캐리어 (UltraCarrier)
때때론 미친 짓이 지지를 받기도 하는 법이다.
단 한 명의 미친놈이 필요한 순간, 보통은 자신이 그 한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것은 약자를 위한 마지막 수단이 아니다.
강자는 그저 오해를 감수할 뿐이다. 힘을 숨겨야 하는 것은 그 힘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고, 봉인된 힘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잠시 미쳐야만 한다.
인질 송환문제를 이 부장에게 맡기고, 손이일 제독에게 홍해와 아덴만의 수역에서 우리의 해군기지가 될만한 곳의 리스트를 만들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CNN과의 인터뷰는 더는 하지 않기로 했다. 미친 짓을 벌이기로 마음먹은 마당에 꾸며대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MV-280 벨러에 올랐다. 나의 기함인 에테리얼 바스티온 (Ethereal Bastion)으로 돌아가기 위함이었다.
키리바시의 OSS-LAND 조선소에서 4년이 넘는 시간을 투자해서 만든 세계최대의 항공모함이었다.
제2 항모에서 순식간에 호위 편대가 하늘로 떠올랐다. 니미츠급인 제2 항모는 분당 12대의 F/A-18E/F 슈퍼호넷을 출격시킬 수 있었다.
호위 편대가 출격을 마치자, MV-280 편대도 차례로 서서히 수직 상승 하고 있었다.
*** CNN : Global Voices: Unveiling the Impact Part2 *** (글로벌 보이스 : 영향력의 실체 2편)
......
화면에는 푸른 바다 위를 하얀 포말이 가득 채워 그려지고 있었다.
그것은 적 군함을 향해 뻗어 나가는 수백 개의 어뢰의 항적이었고, 셀 수 없는 군함들이 바닷속에 수장되고 있었다.
“지금 보시는 화면은 OSS가 중국 함대와 치른 대만 해전을 치른 이후 공개한 화면입니다.”
수중 폭발한 어뢰의 워터제트로 군함이 반으로 쪼개지는 장면, 바다에 빠진 중국 수병을 한국 해군이 구출하는 화면, 타이푼급 잠수함이 부상하는 모습이 교차하여 보인다.
“정말 대단하고도 소름 돋는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이클 터너씨 OSS의 해군력의 실체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먼저 자료화면에 보이는 대만 해전과 동시에 OSS가 자유 대만군을 지원하기 위해 대만 동부 화롄시로 상륙을 했습니다.”
“그렇군요.”
“질문하신 OSS의 군사력에 대해 말씀드리면, 미국 다음으로 강력한 해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 그것을 가능하게 한 잠수함 전력은 미국을 능가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잠수함의 숫자로만 보면, 미국보다 적은 것 같은데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 것입니까?”
“그것은 OSS-ART에서 개발한 마린스펙터 (MarineSpecter) 와 소닉팬텀 (Sonic Phantom) 때문입니다.”
“마린스펙터요?”
“네. 그것은 무인 어뢰정으로 1대당 8기의 중어뢰를 장착하고 있습니다. OSS는 이런 무인 어뢰정을 5백 대 이상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
“무인 어뢰정의 특성상 작전 거리의 한계가 있습니다만, 실제 작전에서는 어뢰정 1대가 SSN 공격잠수함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아···. 그럼 소닉팬텀은 뭔가요?”
“그것은 수중 드론으로 통신 중계와 자폭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린스펙터를 운용하기 위해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건가요?”
“물론 그 목적도 있습니다만, 모든 잠수함이 전술적으로 가장 취약한 부분이 외부와의 통신문제입니다.”
“아무래도 물속이라 ···.”
“그렇습니다. 그것을 해결해 주는 것과 동시에 적에게 자신을 대형 잠수함으로 인식시켜 기만할 수 있는 디코이 드론이기도 합니다.”
“디코이란?”
“소닉팬텀은 각종 잠수함의 음파를 스스로 조작해서 발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적의 대잠작전에 일대 혼란을 주는 기만 전에 특화된 수중 드론입니다.”
“미국엔 그런 기술이 없나요?”
“미국도 비슷한 AI 무인 잠수정을 개발하고 있긴 합니다만, AI 기술을 신뢰하지 못해 아직 제식화 되지 못한 상황입니다. OSS는 원격탐지, 조종하는 드론방식입니다.”
“그렇다면 미국도 하루빨리 도입하면 좋겠군요.”
“그게 애석하게도 OSS 측에서 거부했습니다.”
“네?”
“최초 수입 협상 때 미국이 기술 이전을 요구하는 바람에 모든 것이 결렬되었습니다. 현재 OSS를 제외하곤 폴란드에 제한된 조건으로 몇십대 수출된 것이 전부입니다.”
“폴란드는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던 건가요?”
“WS 특수작전군을 BBSA 신속대응군으로 파병하고, 폴란드의 주요 광물자원을 OSL이 독점 수입하는 조건으로 타결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WS (Wojska Specjalne) : 폴란드 특수부대.
* BBSA (Balkan and Black Sea Alliance) : 발칸반도와 흑해 연안 국가의 군사동맹체.
“...”
“아무튼, 지금 보시는 자료화면의 대만 해전으로 인해 중국 해군은 괴멸이란 표현이 어울리는 복구 불가능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2차 대만전쟁에선 미국의 도움이 없었나요?”
“네. 그렇습니다. 1차 대만전쟁은 중국의 승리로 끝났고, 일본 해상 자위대의 괴멸로 인해 미국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던 상황에서 OSS가 독자적으로 대만을 수복한 것입니다.”
“그렇군요.”
“아, 뒤늦게 대한민국 해군도 참전하여 전후 처리에 도움을 준 것으로 압니다.”
“사실상 OSS 단독으로 대만을 해방한 것이군요. 그리고 2차 우크라이나 전쟁도 OSS에 의해 종전이 된 것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그 결과 남중국해와 흑해가 모두 OSS의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되었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란과 팔레스타인에는 OSS가 개입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 ?”
“맞습니다. 사실 OSS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된 것은 미국이 팔레스타인과 이란 전쟁 때문에 지원을 끊다시피 한 것이 큰 원인이 되었습니다.”
“...”
“이시언 원수가 개방한 북한과 극동 공화국이 우크라이나산 곡물에 의존도가 높았고, 특히 철광석은 OSL이 독점적으로 수입하고 있었던 것이 적극적으로 전쟁에 개입하게 된 원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의 힘의 공백은 OSS가 메워준 셈이 군요.”
“그렇습니다. 암묵적으로 중동은 미국이, 우크라이나는 OSS가 맡게 된 것이죠. 그것으로 인해 BBSA가 결성되었고, 동유럽에서 NATO를 대신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OSS가 동아시아, 남중국해, 흑해에서의 영향력을 가지게 된 것이군요.”
“어찌 보면, 영향력 그 이상입니다. 혹자는 새로운 형태의 하이브리드 제국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하이브리드 제국이요?”
“이시언 원수가 국가를 선포하거나 영향력을 미치는 국가를 모아 연방을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닙니다.”
“그럴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라 분석되고 있습니다. 국제 외교무대에의 제약이 없습니다. 정치권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습니다. OSS의 구성원들은 주택, 의료, 교육 등 모든 편의를 무상을 받습니다. 세금도 없죠···.”
“그래도 모국에 대한 세금은?”
“그것마저도 OSS에서 대신 내주는 것으로 압니다. 그래서인지, 모두 국적이 다른 사람이 모인 집단이지만 공동체 의식이 여타 국민의 애국심 그 이상입니다.”
“아 ~ ”
“또한, 그런 이유로, 이시언 원수는 모든 결정에 있어서 자유롭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OSS 모든 자산이 그의 개인 소유입니다.”
“빈살만 왕세자 같군요...”
“비슷한 부분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그의 말 한마디, 결정하나가 주는 국제적 영향력이 더욱 큰 것입니다. 허풍이 없을 뿐 아니라 협상도 할 수 없는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말하자면, 중세시대의 부자 왕 같은 존재군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시언 원수는 영리하게도 국가라는 의무체계를 만들지 않고 있죠. 혹자는 플라톤이 말한 철인(哲人)이 이시언 원수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알겠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
“오늘 방송은 이쯤에서 갈음하겠습니다. 다름 Part3와 4 에서는 OSS의 군사력과 이시언 의장의 개인사에 대해서 차례로 알아볼 예정입니다. 많은 시청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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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280 편대는 어느새 바스티온 호 상공에 도달했다.
제5 강습전단의 호위를 받는 바스티온 호의 웅장한 모습에 또 한 번 감탄했다. 고향에 돌아온 것처럼 푸근한 기분이 들었다.
바스티온 호는 길이 679m로 제럴드 R. 포드급 항공모함보다 두 배 이상 길고, 배수량 37만 톤으로 미국의 슈퍼캐리어 항공모함보다 3.5배의 배수량을 가진 바다를 떠다니는 해군기지와도 같았다.
언론에선 그것을 울트라캐리어 (UltraCarrier)라고 불렀다.
...
UltraCarrier - Bastion (AI 생성)
대만 해전 당시 중국 함대에 달려드는 셀 수 없는 어뢰 항적 (AI 생성)
궤멸되어가는 중국 함대, 이후 남중국해에서 중국은 힘을 못쓰게 되었다. (AI 생성)
무인어뢰정 - 마린스펙터 상상도.
8개의 중어뢰를 탑재하고 있고, 군집으로도 이용가능하다.
해저 바닥에 착저해 있는 소닉팬텀 상상도.
소닉팬텀은 수중 드론으로 통신 중계, 디코이(적 기만) 능력을 갖추고 있다.
각종 함선과 잠수함 고유의 음파를 저장하여 발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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