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흑기사의 강탈은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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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1.12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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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5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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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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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5화-노예상-

DUMMY

35화-노예상-


늦은 밤 골목길 사이

검은 옷을 입은 채 숨을 죽이고 있었다.


“범인은 현장을 다시 방문하는 게 추리소설의 법칙 아닌가?”

그 말만 믿고 며칠 동안 범행 장소에 몸을 숨겨봤지만 단서가 보이지 않았다.


며칠 전 동생이 울음을 터뜨렸다.

동네에서 유일한 친구라 할 수 있는 이가 실종됐다는 이야기였다.


게이트에서 나온 몬스터를 마주칠 수도 있는 흉흉한 세상이라 단념할 수도 있는 문제지만

소문이 있었다.

인신매매범이 사람들을 납치해 노예시장으로 팔아버린다는 소문.


이제 D 급 헌터가 된 오빠가 믿음직스럽다 생각했는지 동생은 간곡히 부탁했고 그날 이후 밤마다 마을을 순찰하며 수상한 사람을 찾는 중이었다.

“감지나 추적과 관련된 스킬이 없으니 진척이 없네.”


도적 계열로 사람을 한 명 고용해야 일 처리가 진행될는지.

없는 살림에 돈 나갈 구석은 많았다.


누구에게 맡겨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골목 사이 한 사람이 지나갔다.

교복 차림에 화장을 안 한 것으로 보아 미성년자로 보이는 여학생.


‘달동네라 해도 학교는 있었나 보네.’

집에 있는 날보다 밖을 돌아다니는 날이 많다 보니 근방에 학교가 존재하는 지도 몰랐다.


학생은 귀에 이어폰을 끼고 고개를 까딱거리며 걸었다.

그 반대편에서 덩치가 제법 있는 남성이 담배를 뻐끔 피며 다가왔다.

성인 남자는 학생을 보고 입맛을 다신 후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저 녀석 설마 학생을 건드리려고?’

가끔 그런 사람 있지 않은가?

이상 성욕자.


혹시 남성이 나쁜 행동을 시도한다면 그가 나설 생각이다.

동생을 가진 입장으로서 저런 행동은 치가 떨려 참을 수 없었다.


골목의 중간

둘의 사이가 5미터도 안 남게 되자 여학생은 좌우를 돌아보며 도와줄 사람을 찾는 듯 보였다.

남자는 그 모습에 한 걸음 더 다가가 여자에게 손을 내미는 순간

다리 힘이 풀리며 풀썩 쓰러졌다.


여자의 손에는 파우더 모양의 아티팩트가 보라색 빛을 뿜었다.

선방 필승?

전기 충격기 같은 호신 아티팩트?

위험할 것 같은 상황이라 먼저 공격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이후 여학생의 행동은 그런 추측을 날려버렸다.


자신보다 덩치 큰 남자를 훌쩍 매더니 급하게 이동한 것이다.

‘저 녀석이네.’


그토록 기다리던 인신매매의 범인을 찾았다.

예상과 달리 교복을 입은 학생의 모습이지만 말이다.


여학생의 뒤를 쫓자 마을의 구석 폐가로 들어가는 것을 봤다.

조심스레 폐가로 따라가자 안에는 여학생 외에 다른 이들도 보였다.


“이번에는 남자네?”

“응. 그래도 젊은 사람이니까 값은 제대로 쳐줘.”

“하.. 이왕 남자로 데려오는 거면 헌터가 좋은데.”

“미쳤어? F 급은 몰라도 E 급만 돼도 얼마나 위험한데?”

“알고 있지. 네가 돈 더 올려 달래서 그런 거 아냐 돈에 미친 X아.”


잠든 남자를 보고 낄낄대며 품평하는 모습에 악마인가 싶었다.

“일단 우리 영감님 올 때까지 기다려봐.”

“알겠어. 그 정도는 당연하지.”


여자는 폐가 안쪽으로 향하더니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가죽 재킷을 입고 화장을 한 모습으로 바뀌자 20대 중반의 외모로 변했다.

옷과 화장의 효과는 변장의 수준이었다.


드르륵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60대쯤 되는 노인이 들어왔다.

“오셨습니까. 여기 이번에 가져온 상품입니다.”

여자에게 대한 것과 달리 남자는 노인에게 깍듯하게 예의를 갖추어 대했다.

노인은 그런 남자에게 눈길 하나 안 주고 쓰러진 남자에게 다가갔다.


노인의 손에서 보라색 빛이 나더니 쓰러진 남자의 이마에 보랏빛 문양이 새겨졌다.

‘낙인? 노예의 낙인?’


세상엔 다양한 이능이 있지만 세계에서 금기시된 이능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노예의 낙인.


마력에 대한 저항도가 낮은 이들에게 노예의 낙인을 찍은 후 연결된 주인의 증표를 만들면 노예의 낙인이 찍힌 이는 증표를 가진 이에게 저항하지 못하는 이능이었다.

노예제도가 폐지된 민주주의 시대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기에 대부분 나라에서 불법이었다.

하지만 몇몇 나라에서 암암리에 이용한다는 위험한 이능.


‘치안이 좋다는 한국에서 저런 행동이라니.’

어찌 보면 자신도 조국이라는 생각에 좋은 점만 찾은 것일지도 몰랐다.


낙인을 완성한 노인은 혀를 찼다.

“E 급까지 낙인을 찍을 수 있으니 할 수 있으면 E 급 헌터를 데려오지 그랬나?”

“그게, 저희 실력으로 E 급을 죽일 수는 있지만 조용히 데려오는 게 조금 힘듭니다 어르신.”

“쯧, 시도라도 해보고 그런 말을 하던지. 여기 대금. 또 물건이 생기면 바로 연락하게.”

“넵. 살펴 들어가십쇼, 어르신.”

남자의 부하 중 하나가 노예가 된 이를 들쳐 매고 노인을 따라나섰다.


갈림길에 섰다.

노인을 따라갈지 여기 남아 다른 이들을 처치할지.


고민은 짧았다.

조용히 노인의 뒤를 쫓았다.

소현의 의뢰는 친구를 찾아달라는 것이었지 친구의 복수를 해달라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조용히 백귀야행을 일으켜 놀 전사의 사령을 남은 이들에게 붙여놓았다.


마법 계열도 아니고 등급도 낮아 보이는 이들이니 운이 좋다면 사령이 발견되지 않겠지.

노인은 마을을 내려가 준비된 차에 올라 이동을 시작했다.


마력으로 움직이는 차는 서서히 속력을 내었고 사령을 꼬리로 붙인 후 택시를 타고 추적을 재개했다.

택시의 미터기는 끊임없이 올라가다 사령이 멈춘 구로에서 같이 멈추었다.


택시에서 내리기 직전

푸시식

사령이 소멸되어 추적이 들켰다는 결론으로 이어졌고 발걸음이 빨라졌다.


구로디지털단지에 있는 한 빌딩

사령이 기운이 마지막으로 느껴진 장소로 바깥 건물의 모습은 일반 회사원들이 다니는 공간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건물의 외관에 새겨진 방어 마법들은 평범한 장소가 아니라는 증표였다.

일반 회사 건물에 보안상의 이유만으로 덕지덕지 방어 마법을 발라 놓지는 않을 거니까.


저 방어 마법이 작동하며 사령이 소멸된 게 분명했다.

열린 정문으로 들어서자 갑자기 불이 켜지며 시야가 밝혀졌다.


“찍찍거리던 쥐새끼가 나타났네.”

철커덩하는 소리와 함께 빌딩의 문이 닫히고 철창이 내려왔다.

방어 마법의 한 쪽이 빛나더니 바깥과 안의 소리가 차단되었고 다가가 철창을 건드려 보자 찌릿하며 전기가 사방으로 튀었다.


‘못 도망치겠는데. 조금 위험할지도.’

노인의 옆에는 이마에 노예 각인이 새겨진 헌터들이 무기를 들고 있었다.

“어디서 무슨 목적으로 온 녀석인지 모르겠지만. 우선 반쯤 죽여 놓고 얘기하자.”

노인의 지시에 노예들이 달려들었다.


흐리멍덩한 눈으로 무기를 들고 다가오는 적들

이들에게 자유의지는 없었다.


“이건 정당방위인 거야.”

주저 없이 내찌른 마검은 노예들의 팔과 다리에 치명상을 입혔다.

부상이 심한 자들은 다시는 팔을 못 쓸 정도로.

그 와중에 피에 취한 마검은 기분이 좋아 검명을 냈다.


마검에 묻은 피를 털어냈다.

그래도 목숨까지는 취하지 않았으니 인간의 도리는 한 셈.


노예들이 당하는 모습에 노인의 얼굴은 시시각각 변했다.

“멍청한 놈들. 당최 노예는 목숨으로 주인을 지켜야 하거늘.”


노인은 뒷걸음질 치다 문을 닫고 사라졌다.

남은 노예들의 뒤통수를 검면으로 쳐 기절시키고 잠겨진 문을 발로 찼다.

박살 난 문 너머 지하로 가는 계단이 이어졌다.


세 네 계단씩 한 번에 뛰어내리자 뒤뚱거리는 노인의 뒷모습이 보였고 허리에 손을 댔다.

검집에서 날아간 단검이 어깨에 박히자 노인은 꼬구라지며 문안으로 들어갔다.


넘어진 노인만 포박하면 끝이라 생각하며 뻗은 손.

그 위로 검이 내려와 손이 잘려나갈 뻔한 것을 겨우 피하며 뒤로 물러났다.

노예 낙인이 찍히지 않은 검사가 노인의 앞을 막아섰다.


“쥐새끼가 제법 큰데? 이번에 정부에서 홍보해 주는 녀석 아니야?”

“맞네. 뒷배가 엄청난 녀석들이랑 다닌다는 흙 수저였지?”

“흙 수저라고? 그럼 우리랑 같이 어울려야 되는 거 아냐?”

“병신아, 우리는 수저가 없어서 손으로 퍼먹잖아.”


자기들끼리 농담을 하며 등장한 녀석들은 앞의 노예들과 달랐다.

심지어 한 녀석은 손에 스태프를 쥐고 있는 것으로 보아 마법사로 추정되기까지.


녀석들이 농담을 하며 시간을 끌던 중 마법사의 주문이 완성되었다.

바닥에서 검은 나무줄기가 서걱거리며 다가왔다.

검은 나무줄기는 저주라도 걸린 듯 스산한 기운을 내뿜어 흑마법의 일종으로 보였다.


접근하는 나무줄기를 베자 마치 철근과 부딪친 듯한 소리가 났고 나무줄기는 잠시 물러났다가 다시 접근을 시도했다.

그 사이 노인은 엉금엉금 기어 뒤로 빠졌고 전사들의 압박이 시작되었다.

서로 연계하며 들어오는 검에는 희미하지만 검기가 맺혀있었다.


불완전한 검기

이들은 여력만 된다면 C급 헌터로 올라갈 실력자였다.


방패에 잔뜩 마력을 불어넣어 검기에 대항했다.

암시장에서 경품으로 구한 방패는 천만 원 이상의 몫을 해주어 대미지가 쌓일지언정 부서지지 않았다.


“이 새끼 보통이 아니야. 방심하지 마.”

자신들의 합공을 버티는 모습에 전사들은 일제히 스킬을 사용했다.

무기에 마력의 빛이 났고 그에 대응하여 진우의 마검도 검은빛을 내뿜었다.


그의 생명력을 갈취한 마검은 더욱 빨리 움직였고 한 전사의 가슴에 피를 수놓았다.

그리고 마검을 통해 발현되는 기근의 힘.

전사의 생명력이 넘어오며 마검과 진우에게 나누어졌다.


마검은 흡수한 생명력에 만족했는지 더 이상 진우의 생명력에 손을 대지 않았다.

이것이 마검을 가진 자들이 학살을 일으키는 이유였다.

소유자의 생명을 마검에 바쳐 힘을 얻을 수 있지만 타인의 생명을 바쳐도 무방했기에 대부분 마검 소유자들은 타인을 제물로 삼았다.

마치 흑마법사들이 악마에게 제물을 바치듯.


‘이 마검은 급이 낮아 큰 힘을 내주진 않네.’

과거 그가 사용했던 마검은 평범한 농부를 희대의 마인으로 만들어줄 힘이 있었다.

물론 그만큼 부작용도 심했지만.


마검에 찔려 미라처럼 쪼그라드는 동료의 모습에 적들의 눈이 번뜩였다.

“우리랑 같은 암흑 계열이잖아. 그런데 왜 우리를!?”

진우를 악마의 추종자라 생각했는지 녀석들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글쎄 성향이 같다고 행동이 같은 건 아니니까.”


물론 그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온다면 옳지 못한 일을 할 수도 있다.

다만 저 녀석들처럼 그 행동들을 즐겨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한 명이 쓰러지자 도미노처럼 녀석들의 대열이 무너졌다.

끝에서 전투를 지켜보던 흑마법사가 도망치려 했지만 던져진 마검이 가슴에 박혔다.

꿈틀거리며 마검을 빼보려는 흑마법사에게 다가간 진우는 생기 강탈을 시전했고 마법 시전자가 목숨을 잃자 검은 나무줄기는 시들해지면서 이내 껍데기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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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6화-노예상- 24.02.16 426 7 13쪽
» 35화-노예상- 24.02.15 426 7 11쪽
34 34화-투 프러스 원- 24.02.14 447 7 11쪽
33 33화-놀의 반란- 24.02.13 453 10 11쪽
32 32화-놀의 반란- 24.02.12 459 10 11쪽
31 31화-놀의 반란- 24.02.11 477 9 12쪽
30 30화-놀의 반란- 24.02.10 531 10 11쪽
29 29화-염소의 울음소리- 24.02.09 542 11 13쪽
28 28화-염소의 울음소리- 24.02.08 546 10 11쪽
27 27화-염소의 울음소리- 24.02.07 625 11 11쪽
26 26화-암시장- 24.02.06 638 10 12쪽
25 25화-암시장- 24.02.05 660 10 12쪽
24 24화-훈련장- 24.02.04 697 8 13쪽
23 23화-훈련장- 24.02.03 726 10 12쪽
22 22화-훈련장- 24.02.02 729 11 11쪽
21 21화-훈련장- +2 24.02.01 791 12 11쪽
20 20화-빚쟁이- 24.01.31 821 12 12쪽
19 19화-빚쟁이- 24.01.30 824 13 11쪽
18 18화-애니멀 디펜스- 24.01.29 832 14 13쪽
17 17화-애니멀 디펜스- 24.01.28 888 13 13쪽
16 16화-애니멀 디펜스- 24.01.27 970 13 12쪽
15 15화-이태원 프리덤- 24.01.26 1,025 14 12쪽
14 14화-시체터널- 24.01.25 1,052 15 12쪽
13 13화-시체터널- 24.01.24 1,063 13 13쪽
12 12화-시체터널- 24.01.23 1,152 21 12쪽
11 11화-개미굴- 24.01.22 1,179 17 12쪽
10 10화-개미굴- 24.01.21 1,206 18 12쪽
9 9화-개미굴- 24.01.20 1,269 2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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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화-튜토리얼 탑- 24.01.18 1,296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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