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쓰는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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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루틀
작품등록일 :
2024.03.08 09:43
최근연재일 :
2024.05.0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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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5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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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쪽

나는 다이너마이트다

DUMMY

해가 바뀌어 새해 1월 1일, 새날이 밝았다.

정확히 9시가 되자 벨이 울렸고 부건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튀어나왔다.

아르바이트 마치고 돌아와 잠든 지 2시간도 되지 않은 시간일 게 뻔한데 전화 걸어 내 잠을 방해한다? 그 이유는 딱 하나다.


물론 오늘은 1시간 조금 더 자고 일어나서 고속버스 터미널로 나와 있었다. 차표를 끊고 받은 전화였다.


[형, 도윤이 형! 월드일보 봤어? 최종심에 세 편이 올라갔는데 거기 내 작품이 있어!]

“어, 봤어. 새벽에.”


편의점에서 퇴근하면서 월드일보와 국민신문을 사서 문화면부터 펼쳤다. 거기서 부건의 이름을 보았다. 최종심에 올라간 제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전화 걸려 올 걸 확신했다. 나영의 이름은 없었다.


[지금 밖인데, 목소리가?]

“터미널.”

[오, 그렇지. 내려가야지. 나도 축하해 줘. 이게 어딘데!]

“그래, 축하한다. 절반의 성공을.”


끝내 당선 소식을 받아보지 못한 응모자들은 1월 1일을 기다린다. (2015년 이후 신문사 지면 사정에 따라 1월 2일에 신춘문예 당선작을 싣기도 하는데 여전히 대부분의 신문사는 1월 1일에 싣는다.)


새해 벽두, 문화면에 당선작과 당선 소감은 물론 심사평을 싣는데 심사평에는 최종심에 올랐던 응모작 몇 개를 언급한다. 왜 최종심에 올랐으나 당선작이 되지 못했는지 그 이유를 써놓는데 그 한 줄의 코멘트라도 달렸길 바라며 응모자들은 신문을 사서 조급하게 페이지를 넘기거나 홈페이지로 들어간다.

코멘트라도 달리면 그 신문을 가보로 간직한다. 그조차 영광스러운 일이라서.


부건은 신문을 사서 한 줄 심사평이 붙은 지면을 코팅해 놓을 것이다. 박제하는 거지.


[형, 내 심사평 봤어? 끝내주지 않아?]

“심사위원이 다섯 명인데 여성 작가가 네 명이야. 나는 이게 끝내준다고 생각해.”


내 말 속엔 비의가 담겼다.

형편없이 기울어진 성의 불균형이 문단의 문제였다. 넘치는 여성 작가. 간혹, 어쩌다 보이는 남성 작가. 그곳에서 문학은 균형이 깨지고 있었다.


[근데 나는 형, 이해할 수 없는 게 세계 대전이나 한국 전쟁, 이데올로기 같은 담론은 문학이 증언할 의무가 있다면서 그렇게 써대 놓고 왜 후 세대에겐 삶을 덮친 참사들을 재현 불가능성에 묶어두려는 건지 모르겠어. 자기들은 여태 다 썼잖아.]


명절에 귀향한 아들이 아내와 아이들은 인근 찜질방으로 보내고 늙은 부모와 낮잠에 빠진다. 잠든 사이 불이 나서 부모는 죽고 중년의 아들은 화상으로 병원에 실려 간다. 그 아들의 회상으로 시작하는 이야기에 화재는 실화였나, 방화였나를 묻는 아슬아슬한 이야기다.

결론은 열어두었다.

실제 있었던 기사를 스크랩했다가 추리 형식으로, 불은 왜 났을까? 질문에서 시작한 소설인데, 그 소설 심사평에 쓰기를 “실제 사건을 쓸 때는 당사자를 고려해야 하는 윤리적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


그 얘기를 부건은 묻는 것이다. 짧게 끝날 이야기가 아니기에 나는 만나서 말하자며 통화를 끝냈다.


“나중에 얘기하자. 나 지금 고속버스 탄다.”


나는 터미널 가판대에서 신문 각각 10부씩 총 30부를 사서 곱게 접어 백 팩에 넣은 뒤 따로 한성일보 1부를 샀다.


예상대로 한성일보 단편소설 당선작은 양윤정이었다. 제목도 익히 아는 <기다림에 놓인 사람>이었고.

내 비평으로 인해 이 당선작은 반드시 문제가 될 테다.


등단과 동시에 문단의 파괴자가 되는 나.


「나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다이너마이트다.」

(-<이 사람을 보라> 중에서)


원 역사에서 내가 했던 말을 이 시대의 문단에서 실천하게 될 줄은 몰랐다. 나는 ‘다이너마이트=활시위’를 당겼다. 내 과녁은 문단이다. 이례적으로 문단은 폭발할 것이고 패닉에 빠질 것이며 대책 회의를 통해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게 될 것이다.


대동한, 3개 중앙지를 석권했다. 문학청년들은 이 사실을 개인 SNS에 올리기 시작했다.


비평과 심사의 오류를 인정하지 않던 절대 권력자들이 고개 숙이는 날이 오고 있었다. 동시에 문학청년들은 문단 권력을 향한 우상 파괴를 시작할 것이다.


감시받는 문학.

자정 노력을 기울이는 문단.

이건 매우 중요하다.


【대동한 비평 부문 당선자는 단 한 사람! 와우, 장난 없게 생김. 모델 비주얼에 비평 ㅠㅠ


#한국대 #비평 #홍선화 #미래파 #원·시인 #LGBTQ? #젠더 #시브, 퀴어의 언어】


【비평 부문 당선자 우도윤, 대동한 독식! 역대급 당선으로 등단과 동시에 문단의 기린아로 주목. 비평은 어려운 단어 몰빵인데 이 와중에 홍선화 시인론은 쉬움. 시도 쉬움. 잼남.


#한국대 #국어국문학 #소쉬르 #시니피앙, 시니피에=기표와 기의 #랑그와 파롤 #골 빠개짐 #오지 않은 사람 #3관왕 #독식】


↳해낼 줄 알았음. 나하고 대학 동기.


↳원래 중복 투고 안 되는 거 아닌가요?


↳↳다 다른 작품입니다.


↳누구는 하나도 쓰기 힘든 걸 ㅠㅠㅠㅠ


↳홍선화는 뉴규? 사서 봐야겠군요.


↳신춘문예 아직도 하는구나. 책 안 읽은 지 백만 년. 오랜만에 시집 읽어봐야겠군요.


↳신춘문예는 그들만의 리그. 잼없음.


↳↳글치. 잼없지. 따분하고 지루하고 답답함. 베스트셀러라는 거 몇 권 사서 읽다가 접은 뒤 나는 책 사 읽을 돈으로 영화를 봄.


↳한 명이 세 군데를 독식하다니, 이건 좀 관심이 가네. 신문사 홈페이지 들어가 봅니다. 제발 읽을 게 있기를!


나는 SNS에서 조금 더 많이 내 이야기가 퍼져나가길 바라면서 부건과 나영에게 한성일보 단편소설 당선작을 링크 걸어 보냈다.


[아는 사람 전부 공유해 줘. 누구나 읽어야 할 소설로 보이네. 우선 박제부터 하고. 대략 깜놀.]


문자를 덧붙임으로써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들은 반드시 읽은 뒤 그들의 지인, 지인의 지인으로 퍼뜨릴 것이다. 기자들은 이 소식을 나보다 우위에 두고 기사로 써야만 한다.


전화는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로 들어왔다.

인터뷰를 요청하는 전화들이 대부분일 텐데 나는 그 가운데 나영의 전화를 우선 받았다.


“어, 누나.”

[도윤아, 홍선화 이거 뭐야?]

“그러게. 나도 놀랐네.”


오, 나 연기에 재능 있었어!


[한성일보 어떡하냐?]

“양윤정인가 하는 그 여자 문제지 한성일보 문제가 아니잖아.”

[심사위원들은 어떡해?]

“뭘 어떡해? 세상의 모든 문학을 다 읽을 수 없었다는 사과와 함께 취소해야지. 공모 내용에 표절이 드러날 시 당선 취소한다는 문구, 넣었잖아. 응모자 책임이야.”

[말은 그런데. 아니야. 그래, 알았어. 아무튼 난 내 주변 사람들한테 공유한다.]


다들 표절작을 당선작으로 뽑은 한성일보를 염려했다. 홍선화 시를 몰라본 심사위원들을 염려했다. 표절작을 응모한 당사자의 문제로 봐야 하는데, 과녁이 어긋나는 것이다.


지난 생, 이미 시상식이 끝나고도 계절이 두 번 지난 뒤에 일어난 항의는 무시되었다. 자신들이 상찬한 그 선택에 이의 제기를 허락하지 않은 채 문단 권력은 당선을 유지했다.


【나 지금 이상한 거 발견함. 우도윤이 쓴 비평 시가 한성일보 소설 당선작하고 유사함. 소설인데 홍선화 시가 보임. 홍선화가 자기 시 가지고 소설로 장르 변경한 걸까?


#표절 #께름칙함 #설마 #오지 않은 사람 #비늘 #기다림에 놓인 사람 #쌍둥이문체】


↳나도 이거 찝찝하던 중인데.


↳홍선화가 필명으로 소설을 쓴 걸까?


↳홍선화든 양윤정이든 대답해야 함. 자기 시를 소설로 장르를 바꾼 건지, 베낀 건지.


↳왜 시가 소설로 둔갑했을까? ㅈㄴ 궁금!


내 비평 당선작으로 인해 양윤정의 생은 달라질 것이다. 문학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대중들은 지금 표절작과 내 비평을 번갈아 보면서 비교하고 있을 테니. 그러곤 서점으로 달려가서 홍선화의 시집을 사서 읽을 테다. 어느 댓글처럼.


SNS에 글이 본격적으로 올라오고 댓글이 달리기 시작하면서 기대하던 일이 터졌다.


한성일보 홈페이지는 트래픽 초과로 좀처럼 로그인이 되지 않았다. 포털에선 각종 신문사에서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한성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기다림에 놓인 사람> (양윤정 지음)이 심각한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하필 당선자 양 씨가 쓴 소설은 대한일보 평론 당선자인 우도윤 씨가 쓴 <기다리는 자세에서 나오는 말의 온도:홍선화> 시인의 표제작 <오지 않은 사람>의 시와 매우 흡사한 구조를 하고 있다. 심지어 첫 문장은 1연과 똑같다.


소재는 누구나 쓸 수 있는 불륜이라고 말해볼 수 있겠으나 불륜을 다루는 태도는 홍선화 시인의 시와 같은 자세를 견지한다.

매우 위험한 표절이 새해 벽두를 덮쳤다.】


【한성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기다림에 놓인 사람> 표절 의혹?】


당사자가 아닌 대한일보와 동양일보에서도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이게 내가 3관왕을 먹으면서 원맨쇼를 했기 때문에 일찍 화제가 된 것이다. 내가 하드 캐리하지 않았다면 시상식이 끝난 뒤에 기사화되거나 계절이 바뀐 뒤에 표절 문제가 제기됐을 수도 있다.


문단의 오염을 막기 위해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렸으니 해결하는 건 알아서. 뒷정리도 알아서. 그러라고 기사가 쏟아지고 그 아래 댓글들이 수없이 달리고 있었으니까.


【신춘문예 당선작에서 표절 의혹 발생. 심사위원들 긴급 회동, 표절 심사 착수!】


↳헐, 완전 빼박. 읽고 깜놀함.


↳홍선화와 양윤정은 동일 인물 아니랍니다.


↳시를 소설로 늘렸군요. 문장 스타일이나 작품 전반적인 분위기도 표절입니다.


↳미친 건가? 표절을 응모하다니.


↳표절 심사, 네 글자가 가소롭다. 누가 봐도 뻔한데 원작을 알아보지 못한 수준 포장하는 말 고르는 중인가? 틀딱들 딱 보임. 이래서 내가 문학 등진 거.


↳↳아니아니, 이건 심사위원들 탓이 아니죠. 우리만 해도 홍선화 시인 몰랐습니다. 오늘 알았죠. 세상 모든 책을 어떻게 다 읽습니까? 이건 표절자, 그 한 사람 책임입니다.


↳↳↳2222222222


↳↳↳↳3333333 문제는 과연 틀딱 꼰대들이 실수를 인정하고 표절 판정을 내릴 것인가인데. 두구두구두구............


↳시가 훨씬 좋습니다. 이번 기회에 홍선화 시인님 많이 알려지면 좋겠습니다.


↳시를 소설로 늘렸다는 어느 님의 댓글에 격공합니다. 표절을 응모하다니 미쳤냐고!


표절. 두 글자가 주는 자극에 반응한, 문학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대중들이 당선작을 물어뜯기 위해 달려들었다.

분위기가 잡혔으니 결론은 뻔했다.


집으로 가는 길.

나는 왠지 긴장되어 꼿꼿하게 앉아있었다. 양윤정은 끝난 거고, 부건이 말한 말이 뇌리에서 맴돌았기 때문이다.


재현 불가능성.


자신의 이야기를 하다 보면 주변 사람들이 자연히 소환될 수밖에 없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각색했다곤 해도 현실을 바탕으로 하기에 필연적으로 주변인의 개인사가 소환된다.

훗날엔 소설이 사생활을 침해했다는 논란이 일어나면서 판매 중지나 당선 취소 같은 사례들을 만들기도 한다. 아직은 아니지만.


아는 사람.

미래를 온몸으로 살았던 사람이자 누구도 알지 못하는 과거를 살았던 사람으로서 나는 이 일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고민이 깊었다.


한 번도 졸지 않고 곧은 자세로 앉아있다가 고속버스에서 내렸고 집까진 택시를 탔다.


***


“이모.”


새해 첫날과 추석, 설날, 1년에 꼭 세 번만 휴일인 식당이다. 기사들을 굶길 수 없다는 게 외할머니와 이모의 방침이었다.


이모에게 전화했더니 외할머니와 찜질방에 간다고 하기에 도착할 시간을 알려줬다. 집에 와 있으라고.


“철드니? 새해 첫날에 내려올 줄도 알고.”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어.”

“시끄럽다. 너 온다는 바람에 우리 엄마 땀 빼다 말고 삼겹살 사서 집에 왔잖아. 그 마음 알면 네가 이러면 안 되지.”

“도희는?”

“걔가 집에 붙어 있겠니?”


식당을 조금 벗어나면 낮은 주공 아파트들이 모여 있다. 그곳 25평이 외할머니와 이모, 도희가 사는 공간이다.

나는 백 팩에서 신문을 꺼내 내 사진과 당선 소감이 실린 문화면을 펼쳐서 외할머니와 이모 앞에 내려놓았다.


“이게······ 비평? 어머, 너! 도윤아, 너 블로그에 이런 거 쓰고 그러더니!”

“응, 이모. 내 꿈이었어.”

“축하해! 장해!”

“내 손자가 신문에 났구먼.”

“엄마, 얘 이제 교수님 되겠는데? 세상에! 한 군데도 어렵다는 걸 세 군데나 장원했어!”


이모의 말에 외할머니가 눈물을 훔쳤다. 떠난 엄마를 떠올리는 것이다. 한 달도 되지 않은 죽음. 당선 소식을 들은 날로 따지면 일주일. 그 아슬아슬한 숫자가 안타까운 것이다.


“어머나, 상금이 삼백이야? 다 합쳐서 구백만 원. 엄마, 얘 부자야!”


이모는 입꼬리를 한껏 올려 웃었다.


“상금 건드리지 마. 대학원 들어가는 돈은 내가 줄 거야.”

“이모, 나 대학원 안 가.”

“안 가? 왜? 이거 붙었으니까 더 가야지. 교수님 안 될 거야?”

“될 거야. 돼. 대학원 다닐 시간에 비평 원고 한 편 더 쓸 거야. 그게 교수 임용에 훨씬 더 유리해.”

“문학 박산지 뭔지 안 허고?”

“네, 안 해요. 외할머니, 박사보다 문학 평론가가 훨씬 더 근사한 타이틀이에요. 자랑해도 돼요.”


내 설명에 외할머니의 입꼬리가 한없이 올라갔는데 눈가엔 눈물이 고였다. 그 눈을 슥, 손등으로 훔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쯧. 하루만 더 살지.”

“엄마, 하루 더 살아봤자 이 소식을 언니가 인지나 해? 몰라. 인생이 참, 그렇다. 어쩜 이렇게 오르내리니?”

“도희 년한틴 말혀지 마라. 괜히 그 상금 탐낼라. 서울 올라가서 들러붙으면 골치 아프다.”

“올라와야 잘 데도 없어요. 상금은 이모하고 외할머니 드릴게요.”

“시끄럽다.”


이모가 숨도 안 쉬고 야단쳤다.

받을 생각은 추호도 없는 것.


“내가 처음 번 돈은 이모하고 외할머니한테 드리고 싶어. 그다음부터 번 돈은 나 혼자 쓸게. 외할머니 염소 한 마리 고아드려. 나 그거 하고 싶어.”


도희가 모를까? 동네에 소문날 텐데. 그땐 이미 상금은 날아갔다고 말하면 될 터.


“신춘문예 삼관왕이라니. 내 조카 쫌 많이 멋있다.”

“한국대 합격했을 때도 쫌 많이 멋있다고 했거든.”

“응. 그때보다 훨씬 더 멋있어. 이거 인터넷으로 들어가도 다 뜨지?”

“그럴걸?”


나는 모르는 척하고 대답했다. 이미 오면서 형석에게 링크를 걸어 보냈다. 부건과 나영이 내게 링크를 걸어 보내주기도 했고.


이모는 자신이 아는 모든 이에게 링크를 걸어 보내면서 자랑할 것이다.

나는 이모의 자랑이 된 게 좋았다. 앞으로도 내내 이모의 자랑이 되고 싶었고, 외할머니의 자부심이 되고 싶었다.


“할머니, 내일 시장에 갈까요?”

“왜?”

“할머니 손잡고 시장에 가면 뭔가 먹고 싶은 게 생길 것 같아서요.”


자랑하라고.

근동에 사는 모든 부모가 나를 탐내라고. 그 순간 외할머니의 허리는 쑥 펴질지도 모른다.


“가자. 도넛이라도 사 먹자.”

“그게 좋겠죠?”


방앗간부터 들르겠지?

참기름을 한 병 사 달라고 해야겠다. 서울 갈 때 들고 올라가게.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내일 오후 3시 05분에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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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파토스 +2 24.03.25 964 38 13쪽
22 선악의 저편 +2 24.03.24 990 44 15쪽
21 시차와 시각차 +3 24.03.23 1,011 44 14쪽
20 불청객들 +1 24.03.22 1,033 44 14쪽
19 휴먼토피아 +5 24.03.21 1,090 55 14쪽
18 아모르 파티 +3 24.03.20 1,132 51 14쪽
17 순종 +2 24.03.19 1,136 48 14쪽
16 니나의 집 +5 24.03.18 1,204 53 15쪽
15 올빼미들 +5 24.03.17 1,208 51 13쪽
14 루 살로메 +4 24.03.17 1,245 51 14쪽
13 오토 픽션 +3 24.03.16 1,281 50 13쪽
12 재현의 윤리 24.03.16 1,298 45 14쪽
» 나는 다이너마이트다 +5 24.03.15 1,324 4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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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김장하는 날 +3 24.03.14 1,361 4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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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문장 강화 +2 24.03.12 1,554 4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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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갈라파고스 신드롬 +1 24.03.10 1,795 5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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