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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ever1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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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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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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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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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DUMMY

문이 열리고 김 준장이 안으로 들어오자 앉아있던 김기현이 벌떡 일어섰다. 


"앉아. 그러지 말라니까."


김 준장이 말을 했지만 김기현은 김 준장이 자리에 앉을 때까지 서 있다가 앉았다. 


2차 데이보스 사태 중 어느 날 평양에 떨어진 파편때문에 북한 정권은 붕괴했고 통제가 사라지자 북한 주민들은 난민이 되어서 군사분계선을 넘어서 남한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때 기현은 북한군 제2군단에서 대위로 복무하고 있었다. 


북한군 제2군단은 황해북도 개성시에서 토산군에 이르는 40km 정도의 서부전선을 담당하는 전연군단이었고 난민이 된 북한 주민들은 제2군단이 담당하는 서부전선으로 밀려들었다. 


기현은 군사분계선을 넘는 북한 주민들을 체포하거나 사살해야만 했지만 워낙 많은 주민들이 한꺼번에 움직이는 탓에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때 군단장이었던 김상옥 상장이 군사분계선을 넘는 주민들을 그대로 두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두 달 뒤에는 군사분계선을 넘어서 북으로 진격하는 국군에 대해서도 김 상장은 대응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군단장이었던 김 상장의 지시 덕분에 기현은 인민에게 총을 쏘지 않을 수 있었고 국군과 전투를 치르다가 죽지 않을 수 있었다.


군사분계선을 넘은 국군은 북한군 2군단처럼 대응하지 않는 병력은 무장해제를 시킨 후 해산시켰는데 대위였던 기현은 국군이 2군단을 무장해제시키고 병력과 무기를 정리하는 석 달 동안 부대에 남아서 국군을 도와야만 했다. 


그리고 어느날 갑자기 기현은 약간의 돈을 받고 부대에서 쫓겨나듯이 나가야만 했다. 


얼떨결에 군을 제대한 기현은 그때부터 살아남기 위해서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그렇게 일을 하던 중 기현은 트럭 운전을 하게 되었고 경부고속도로에서 고라니 비스트를 만나면서 루나틱으로 각성했다. 


고라니 비스트 사건이 있고나서 얼마 후 김상옥 상장 아니 김상옥 준장이 기현을 찾아왔고 김 준장의 권유에 따라서 기현은 대응팀에 들어왔다. 


기현이 종이컵에 믹스 커피를 타서 김 준장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일없다니까 기래. 자꾸 기러지 마라."


기자회견장에서 완벽한 서울말을 구사하던 김 준장의 입에서 북한 사투리와 억양이 막힘없이 흘러나왔다. 


기현과 함께 있을 때면 자신도 모르게 사투리를 사용하는 김 준장이었다.


"제거 타면서 한 잔 더 탄 겁니다."


김기현이 들고 있는 종이컵을 보이면서 말했다. 


"기래. 고맙다."


김 준장이 종이컵을 입에 가져다대고 한 모금을 마셨다. 


달달하고 따뜻한 커피 한 모금을 마시자 없던 기운이 조금은 생겨나는 것 같았다. 


"고생하셨습니다."

"고생은 자네들이 했지. 나야 입으로 떠드는 것 뿐이지."


김 준장은 다시 표준어를 쓰며 말했다. 


"2팀은 아직인가?"

"비스트를 놓쳐서 복귀중이라고 합니다."

"놓쳤어?"

"네. 산으로 들어가버리는 통에 쫓을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할 수 없지. 두익이는?"

"휴계실에서 자고 있습니다."


김 준장이 말한 두익은 김기현과 함께 대응1팀의 구성원인 리두익을 말하는 것이었다. 


1팀은 불과 몇 시간 전에 작전에서 돌아왔고 두익은 돌아자마자 휴계실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자네도 좀 쉬지 그래."

"전 괜찮습니다."


기현의 대답을 들은 김 준장이 종이컵에 담긴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셨다. 


총 16명의 대응팀 중 국가중요시설에 상주하는 12인을 제외한 4명만이 실질적으로 김 준장이 운용할 수 있는 루나틱 자원이었다. 


2명씩 두 개 팀으로 운영되는 네 명의 루나틱으로 전국을 커버하다보니 당연히 대응은 느렸고 피해는 늘 발생했다.


그래도 가끔 지금처럼 여유가 생기는 때도 있었다. 


삐이익! 삐이익! 삐이익!


물론 그 여유는 갑자기 울리는 긴급 전화의 벨 소리와 함께 사라졌지만 말이다. 


전화를 받은 김 준장이 김기현에게 말했다. 


"두익이 깨워서 내려와."

"네."


***


끼이익. 끼익.


급 브레이크를 밟은 소리와 함께 검은색 스타리아 한 대가 멈추더니 스타리아의 뒷문이 열리고 기현과 두익이 차에서 내렸고 이어서 조수석의 문이 열리고 김 준장이 내렸다. 


차에서 내린 김 준장은 곧바로 지역을 통제하고 있는 경찰 지휘관을 찾아서 상황을 전달받았다. 


다행히 대응팀이 출동 전에 전달받은 상황에서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다. 


임금이 체불된 사람이 돈을 받기 위해서 왔다가 시비가 붙었고 누군가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한 것으로 데이보스 사태와 비스트로 인해 경기가 침체되면서 아주 흔하게 일어나는 사건이었다. 


그리고 임금이 체불된 사람이 북한 출신이라는 것도 역시 흔한 일이다. 


이 사건이 흔하디 흔한 보통의 사건과 다른 것은 임금이 체불된 북한 출신이 루나틱이라는 것뿐이었다.


2등 국민. 


북한 출신들은 자조적인 의미로 스스로를 그렇게 불렀고 드러내놓고 말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남한 사람들도 대부분 그렇게 생각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한민족이라고는 하지만 수십 년을 적대적인 관계로 살아왔던 남북한에게 갑작스런 통일은 충격이었다.


물론 남한 사람들보다는 북한 사람들의 충격이 더 컸다. 


당장 북한 사람들은 남한이 주도한 통일 한국에서 자본주의라는 냉혹한 현실에 던져졌다. 


남한에 먼저 탈북한 가족이 있거나 친척이라도 있는 사람들은 사정이 좀 나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당장 생존하기 위해서 뭐라도 일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북한에서 가지고 있던 신분, 경력, 학력은 통일 한국에서 인정되지 않았다. 


당간부였던 사람도, 의사였던 사람도, 고급 기술자였던 사람도 남한 사람들은 절대로 하지 않으려고 하는 힘든 일을 해야만 했다. 


그나마 그런 일자리를 얻은 사람들은 운이 따라 준 것이었지만 자본주의나 한국의 법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 중에는 사기를 당하거나 임금 체불과 같은 일을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안에 인질로 잡혀 있는 사람이 세 명이라고 한다."


김 준장이 경찰로부터 전해들은 내부 상황을 기현과 두익에게 말해주었다. 


"으하하함."


두익이 하품을 참지 못했지만 김 준장은 두익의 그런 태도가 익숙한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전처럼 하면 되는 거죠?"


하품을 했지만 잠이 완전히 깨지 않았는지 두익의 목소리에는 잠이 묻어나왔지만  여전히 김 준장은 그런 두익의 태도에도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김 준장의 대답을 들은 두익이 기현을 향해 말했다. 


"형. 얼른 해결하고 돌아가요. 얼른 돌아가서 좀 자야겠어요."

"그래. 그러자."


두익의 말에 대답을 한 기현이 김 준장을 보며 말했다. 


"작전대로 처리하겠습니다."

"주사기는?"

"가지고 있습니다."


기현이 자신의 허벅지에 채워진 작은 가방을 툭 치면서 말했다. 


"다치지 않게 조심해라. 그리고 가능하면."

"네. 가능하면 안의 친구도 다치지 않게 하겠습니다."


기현의 대답을 들은 김 준장이 고개를 끄덕였고 두 사람은 폴리스 라인 안으로 들어갔다. 


***


짧은 머리에 검게 그을린 얼굴 때문에 나이가 들어보였지만 어딘지 앳되게 보이는 인상의 남자가 창문을 통해 밖을 보고 있었다. 


"류씨. 지금이라도 우릴 풀어줘. 그럼 내가 경찰에게 잘 말해줄게."

"닥치라! 간나새끼!"


창문을 통해 밖을 보던 류경수가 고개를 돌리고 자신을 향해 말한 사람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말을 한 사람은 반쯤 버리가 벗겨진 50대 후반의 남자였고 사무실의 안쪽에 있는 책상에 있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 


남자가 지지않겠다는 듯이 소리를 질렀다. 


"이 무식한 새끼야! 여기가 북한인줄 알아? 여긴 대한민국이야. 대한민국!

이미 경찰이 네가 누군지 안다고. 여기서 도망가면 끝인줄 알아? 

그래서 너같은 북한 놈들을 멍청하다는 거야.

벌써 몇 년을 살았으면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도 알아야지. 병신같은 새끼.

경찰을 뚫고 도망가봐라. 전국에 네 얼굴이 들어간 수배전단이 붙을 거다!

그럼 며칠이나 갈 거 같냐? 단 하루도 편하지 않을걸."

"닥치라! 종간나새끼! 네가 내 돈만 줬으면 이런 일도 없었어. 

지금이라도 내 돈을 내놔!"


경수의 말에 남자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럴 수는 없지."

"뭐?"

"네가 한 짓을 봐!"


남자가 말을 하며 사무실 안을 둘러보았고 경수의 시선도 남자를 따라 사무실 안을 훑었다. 


사무실 안은 엉망진창이었다. 


유리창은 절반이 깨져 있었고 책상과 집기도 부셔져있었다. 


"여기 수리비만 해도 너한테 줄 돈보다 많이 들거야.

거기에 나랑 사람들 치료비까지 더하면 훨씬 많아지지. 돈은 내가 너한테 줄게 아니라 네가 나한테 줘야할 걸."

"그게 뭔 개소리네!"

"하하하. 걱정마라. 소송 걸어서 10원 한 장까지 받아내고 말테니까 말이야.

이 멍청한 2등 국민놈아."


남자의 말에 경수는 당황했는지 대꾸를 하지 못했다. 


그때 부서진 사무실 문으로 'SART'라고 써 있는 패치를 가슴에 붙인 검은색 전투복의 기현과 두익이 들어왔다. 


두 사람의 가슴에 붙은 패치를 확인한 사무실 안의 사람들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고 가장 안 쪽에 있는 남자가 경수를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다. 


"저 놈입니다. 저 놈이에요."


남자의 말이 아니라도 기현과 두익은 상대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기현이 경수를 향해서 말했다.


"류경수씨. 저희랑 가시죠."

"이 놈이 내 돈을 떼먹었어요. 그래서 돈을 달라고 한 것뿐이에요.

내 돈이에요. 내 돈. 내가 일하고 받을 정당한 내 돈이란 말이에요."


특이능력 대응팀(SART)은 루나틱이나 비스트에 대한 사건에 대해서만 경찰의 위임을 받아서 처리할 뿐 경찰이 아니라 수사권은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니까 경수가 사정을 말하고 기현이 그 사정에 동감을 한다고 해도 기현은 물론 김 준장도 경수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말이다. 


그래도 가능하면 싸움없이 사건을 해결하고 싶은 기현은 경수의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했지만 두익의 생각은 달랐다. 


"헛소리하지 말고. 순순히 이거나 맞아."


두익이 주사기를 꺼내들고 말하자 기현이 급하게 설명했다. 


"저건 그냥 마취제입니다.

루나틱한테 일반적인 수갑은 소용이 없기 때문에 사용하는 겁니다.

마취제라 맞으면 그냥 졸립고 힘이 없기만 할 뿐 생명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간나새끼! 내래 니 말을 믿을 거 같네?"


경수가 욕을 하며 말을 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두익이 주사기를 다시 케이스에 넣더니 웃으며 말했다. 


"용의자가 저항합니다. 진압 허가 바랍니다."


두익의 말을 경수나 기현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 


기현과 두익은 대응팀장인 김 준장과 연결된 통신장비를 착용하고 있었고 두익의 말은 통신장비를 통해 상황을 모두 듣고 있을 김 준장을 향한 말이었다. 


대응팀의 수칙에 따르면 상대가 루나틱인 경우 반드시 먼저 투항을 권유하고 상대가 투항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면 대응팀장의 허가를 받아서 진압을 시작하도록 하고 있었기 때문에 두익은 방금과 같은 행동을 한 것이다. 


수칙이 정해진 이유는 루나틱과의 충돌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였지만 두익은 형식적으로 수칙을 지켰다.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수칙을 이용해서 상대를 자극하고 있었다.


이미 여러번 같은 일이 있었고 기현은 물론 김 준장도 이야기를 했지만 두익은 늘 알았다고 대답만 할 뿐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그리고는 지금처럼 김 준장이 진압 허가를 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곤 했다.


만약 이 상황에서 김 준장이 진압 허가를 주지 않았는데 용의자 루나틱이 문제를 일으킨다면 모든 책임을 김 준장이 져야만 했다.



'후우. 허가한다.'


길게 숨을 내쉰 김 준장이 힘없는 목소리로 진압 허가를 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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