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영웅들의 라이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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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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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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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은 호락호락한 민족이 아니다 3

DUMMY

모두 포탄소리가 나던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사령관이 젊은 정치국원을 다시보며 이야기한다.


“동지, 여기에 있는 참모들도 마찬가지요. 아니지, 저기에서 싸우고있는 하급전사들도 똑같지. 동지가 걷네마네 할때부터 이런 지긋지긋한 전쟁터를 나와같이 보낸거 아니겠소?”


“흥, 애송이가 뭘 알겠슴네까? 입만 아프디요.”


게걸스럽게 그릇을 비우던 조태극이 다시 이를 비틀어갈고있다.


“그래도 조국통일을 위한 전쟁이디요. 여기서 디지면 내래 영광 아니겠슴매?”


비교적 젊은참모 하나가 국을 먹다말고 무심결에 말했다.

그렇지, 이딴놈들 사이에도 제대로 대가리가 박힌놈은 있는법이다.


“헛소리 그만하라. 이딴게 영광은 무신, 기냥 개죽음이디.”


이때 얼굴에 핏기하나 없는 놈이 매몰차게 한마디했다.


아니 이놈이 정말..

주변의 참모라는 놈들도 아무도 탓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놈도 있지 않은가.


도대체 이놈들은 이번 전쟁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길래 이 따위인가?


이 전쟁은 위대한 조국 해방전쟁이다.

온 북조선 인민들이 염원을 담아, 양키의 압제에서 남조선을 해방시키기 위해 총을 든 전쟁이었다.


그런데 개죽음이라니..

이 꼬라지를 계속 보고 있으려니 어이가 없다.

배속된지 얼마되지 않아 놈들을 파악하기엔 충분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하나는 확실해졌다.


군기가 개판이다.


아무리 그래도그렇지, 일개군관이 수령을 대놓고 모독한다.

소문에 비해 막상 와서보니 평범한 사단, 뭐가 강하다는 건지 모르겠다.


소문은 항상 과장되는 법이지만 너무 부풀어져 있다.

굳이 특이한 점을 찾으려면 상하간에 격식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넘어서는 안되는 선이란게 있는법 아닌가.

사령관부터가 그런것에 관심이 없으니 밑에 놈들도 이꼴이겠지.

이런 승냥이같은 놈들이 저 유들유들한 사령관 명령에 복종한다는게 신기할 정도다.


그러나 사령관은 이런 난장판에도 아랑곳하지않고 자기말을 계속하 고있다.


“그래서 말인데 이 동무들은 모두 알고있단 말이야. 이번 전쟁이 빨리 끝날리가 없다는것을 말이오. 전쟁이 지긋지긋한 이유가 뭐겠소? 쉽사리 끝나지 않는 법이거든.”


“흥, 평양놈들이 이런 큰 전쟁을 우애 치러봤겠슴네까, 빨치산(게릴라) 몇놈 데리고 항일운동이라니 웃긴 놈들이디요. 동네경찰서나 털던 양아치들이니 전쟁이 금방 끝날것처럼 간단하게 생각하고 있는기 아님네까!”


그래 새끼야 너 잘났다.

조태극에게 홍천상이 눈으로 욕한다.

애당초부터 이놈들은 수령께 예의를 갖출 생각이 없다.


“그런데 사령관 동지, 이번엔 우야쯤 끝날것 같슴네까? 중국에서처럼 몇년 가겠슴네까?”


비교적 나이가 든 참모가 물어본다.

덥수룩한 수염을 가진 장교다.


“언제? 그래 동무들, 수백년전에도 일본놈들이 우리땅을 침략했었다는거 알고있나?”


뜬금없이 임진왜란을 왜?


“뭐야, 쪽발이 종간나 새끼들!! 아주 습관이구만기래.”


“보이는 족족 쳐죽여야하디. 나중에도 또 그럴거 아님매.”


참모들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온다.

주로 나이가 있는 고참들이다.


이들은 중국내전 이전부터 있었던 일본과의 오랜 항일운동도 경험했었다.

마치 일본이 앞에 있는 것처럼 때려 죽일듯이 흥분하고 있다.


“자자. 흥분하지 말고. 내말 좀 들어봐. 그때 그새끼들은 불시에 조선에 들이닥쳤지. 그리고 빠른기동을 펼쳤어. 한달만에 서울까지 먹었거든. 그런데도 전쟁에 패하고 말았지. 왜 그랬겠어?”


모두 꿀먹은 벙어리처럼 답이 없다. 그러자 사령관이 말을 잇는다.


“생각해 보라, 기습에 기동전이면 전쟁의 정석 아닌가. 사실 실패하기도 쉽지않아. 거기에다 병력까지 우세했다면 말다한거지. 그야말로 파죽지세 아니겠어? 그런데도 웃기는 이유로 패하고 말았어. 자 이유를 알겠나?”


주변이 조용하다.

사령관이 다시 작게 한숨을 내쉰다.


“자 잘 들어보라고. 멍청한 새끼들이 엄청난 착각을 한거야. 서울만 먹으면 조선이 알아서 항복할줄 알았다는거지. 그래서 서울함락한 이후의 전쟁을 준비 안한거야.”


“흥, 우리 장군님이라는 새끼랑 똑같기만요. 서울만 쳐드시면 된다던데.”


이 새끼가...

이 놈도 장군님 모독하는게 습관적이다.


하긴 이놈들은 장군님뿐만 아니다.

자기들 사령관이 말하지만 호응하는놈 하나없다.


하긴 군기가 개판이니.

보다 못해 홍천상이 물었다.


“그래서 어찌됐습니까?”


사령관이 의외라는 표정이 짓더니 눈의 포물선이 진해졌다.


“그래서? 흐흐, 황당하게도 말이야, 왕이란 놈이 압록강까지 토껴버렸단 말이지. 왕이 서울을 버릴줄은 꿈에도 생각 못한거지. 놈들이 얼마나 황당했겠나. 그새끼들 닭쫓던 개가 된거야."


홍천상도 대충 알고있는 사실이다.


일본 전국시대 당시, 전쟁은 다이묘(성주)만 항복하면 끝났다.

자연스럽게 다이묘의 영토와 재산. 그리고 군대를 흡수할수 있었다.


무일푼의 거지나 다름 없었던 히데요시가 그런식으로 병력을 키워서 전국을 통일했다고 들었다.

멍청한것들이 조선도 그럴줄 알았던것이다.


"그렇다고 백날 고민해봐야 어쩌겠어, 이왕 여기까지 온거 쫓아가야지. 자, 이러면 뭐가 문젤까?”


“병참선...”


모두 갸우뚱거리고 있을때 보급참모가 가만히 읊조린다.

일본에서 압록강까지 군량이나 군수품을 나르려면 생각만해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렇지, 바로 그거야. 병참선이 한없이 늘어진거지. 그걸 빨치산(게릴라. 여기선 의병)이 가만히 뒀겠어? 곳곳에서 병참선을 습격했지. 보급이 제대로 안되면 이길수있는 전쟁은 없는법이지.”


"이야~~ 빨치산이 역사와 전통이 있었구만기래."


"그렇디, 우리도 팔로군하기전에는 빨치산이었디."


빨치산 얘기가 나오니 비로소 몇놈이 관심을 보인다.


“그런데 동지. 그딴 멍청한 새끼들과 지금이 무슨 상관임네까?”


사실 그렇다.

오래된 옛일을 왜 갑자기 들먹인건가.


참모들의 궁금증이 쏠리자 지금이라도 관심 보이는것에 흐뭇해한다.


“물론 상관있지. 동무들, 생각해보라, 그때 조선왕처럼 지금 서울에 있는 남조선 수령을 잡지못하면 어떻게 되겠어?”


“그 새끼.. 남쪽바다까지 튀는기야?”


조태극이 잔뜩 얼굴을 구긴채 중얼거린다.


“그렇지, 만일 그놈이 튀면 끝까지 쫓아가야 전쟁이 끝나지 않겠어? 부산까지는 쫓아야겠지. 이 지긋지긋한 전쟁을 그때까지 계속해야 하는거야.”


“이런 개같은...”


한참모가 욕지거리를 내뱉다. 모두 같은 심정일것이다.

이러면 전쟁이 언제 끝날지 기약할수 없다. 서울을 함락시킨다고 끝나는게 아니다.


“그런데 그뿐만이 아니란 말이야.”


사령관이 잠시 생각하고있다.


“동무들, 만일에,.. 그래 정말로 말이지. 우리가 부산까지가서 남쪽 수령을 잡았다면 말이야. 정말 지긋지긋한 전쟁이 끝난다고 생각하나?"


또 무슨 소릴를 하려고...

쥐죽은듯이 조용해졌다. 계속된 불길한 소리에 한여름인데도 쎄한 기분이든다.


“내 생각엔 말이지. 음 그래, 조선인은 말이야, 위기가 닥치면 그렇게 호락호락한 민족이 아니거든. 쉽게 끝장낼수 있는 족속이 아니야. 수령이 죽었다고해도 놈들은 계속 저항할것 같다는말야. 동무들, 안그래? ”


“빌어먹을... 조선놈들은 좀 끈질기긴 하디요.”


“그럼 남조선 새끼들 모두 쳐죽여야 끝나는기야?”


“그건 남조선도 마찬가지지. 우리 공화국을 이기려면 압록강 끝까지 밀어붙여야하지.”


“흥, 그 새끼들 실력에...”


“글티요. 그전에 찢어져 죽겠디요.”


사령관이 농담했지만 참모들은 여전히 심각하다.


멀리서 다시 총소리와 함께 폭탄터지는 소리도 들린다.

사령관이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한다.


“주변나라들도 그래. 조선에 일이 터지면 꼭 참견하려 한단 말이야. 참견 정도가 아니지. 아주 악다구니 쓰고 달려들지. 소련도 중국도 그렇고 저 양키 놈들도 그렇고 말이지.”


모두 조용히 산너머 소리나던 곳을 보고있다.

홍천상까지도 생각이 많아진 얼굴이다.


“이 조선반도는 참 희한한구석이 있어. 정작 먹을만한 것도 없고, 먹는다고 크게 득이될 것도 없는 빌어먹을 땅덩어리인데 말이지.”


그가 슬며시 끝숨을 내쉰다.


“남이 가지고 있으면 꼭 위협이 되거든. 조선반도를 적들이 교두보로 삼는단 말이야. 그래서겠지. 악다구니 써가며 간섭하는 이유가.”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전쟁터에서 이런 분위기라니...

사령관도 의식됐는지 히죽 웃고는 다시 명랑한 말투로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자자. 그러니 동무들 이번 전쟁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거야. 국물까지 뱃속에다 다 처넣으라. 점심은 놈들 사령부에서 먹겠다.”


“넵. 사령관 동지.”


모두 고개를 처박고 짭짭거리며 밥을 먹는다.

그가 참모 하나하나를 눈에 새기고있다.


잠시후 모두 자리를 뜨자 상의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잿빛 하늘에 가느다란 연기가 비비꼬며 올라간다.

입안으로 흘러들어온 연기의 진한향이 몸 전체를 정화시키는것 같다.


“그래 이것만 한게 없지.”


그가 담배 끝에서 꺼멓게 타들어간 재를 보며 말한다. 전장의 역겨운 냄새를 막는데는 이것만 한게 없다. 골초였던 시절로 다시 돌아갈때다.


“본부이전이 끝났다고 연락이 왔슴네다. 옮기시디요.”


지프에 몸을 실은 사령관이 밖을 내다본다.


후덥지근한 여름날씨에 역한 피와 화약 냄새가 거리를 방황하듯 맴돌고 있다.

길가에 널려있는 시체와 검게 그을린 건물만 빼면 여느 조선거리와 다르지않다.


“당분간은 이꼴도 많이 보겠어요.”


사령관이 창밖을 보고 있을때, 뒷좌석에서 여인목소리가 들려온다.

이봉선은 여태 한마디도 안하고 참모들과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사령관이 희미하게 웃는다.


“그래도 동지는 전쟁이 더 좋다고 하지 않았소?”


“좋다는게 아닙니다. 정치가 싫을뿐입니다.”


“그래도 사람죽이는 전쟁보다 낫지않소?”


“전쟁은 적과 아군이 명확하지요. 목표도 간단합니다. 적을 깨부수면 되니까요. 하지만 정치는 피아도 불명확하고 목표도 불확실합니다. 지난 평양에서 일년동안 제 인생에서 그렇게 두려운적은 없었어요. 정치라는게 앞에선 손잡고 웃으면서 뒤에서 총구멍을 들이대는것 아닙니까?”


이봉선이 미간을 좁힌다.


“소련애들에게 질렸나보군.”


“하긴 동지는 정치질이 적성에 맞은것 같더군요.”


“하하. 머 사람사는건 같다고 보니까. 전쟁이나 정치나 말이오.”


수년간 전쟁터를 오간 그녀도 일년이 채 되지않은 북한생활은 악몽같았다.

웃는낯으로 찾아오는 인사들마다 가슴에 칼을 숨기고왔다.


칼위를 걷는 것마냥 숨쉬고 행동하는 그 모든것이 생사를 오가는 치열한 전쟁터였다.

질식당해 죽는것보단 전쟁터에서 총맞아 죽는게 훨씬 낫다.


“아까 참모들과 얘기하는걸 들었습니다. 동지는 이번 전쟁을 비관적으로 보시더군요.”


임진왜란 운운하며 전쟁이 수년은 갈것이라고 한걸 들었다.

미국이 참전할 것이라는 예상까지 하지 않았나.


“훗, 전쟁을 낙관적으로 보는 군인은 없는법이요. 낙관적으로 본다는것은 희망이 섞여있다는 것이거든. 작전에 희망이 들어가면 어떻게 되겠소? 군인이 아니던가 아니면 멍청한 군인이겠지."


"평양에 있는 검은머리 소련놈들처럼 말인가요.”


그녀가 뜬금없이 애먼 사람을 비난하고있다.


어지간히도 평양생활에 앙금이 남아있었군.

하지만 사령관은 잔잔하게 미소지을 뿐이다.


“그러면서 모 동지에겐 왜그리 말했습니까? 김일성에게도 마찬가지로요. 동지말만 듣고 이들이 전쟁을 일으킨거 아닙니까?”


“모동지라..”


모택동과의 대화.

그래, 어쩌면 그게 이전쟁의 시발점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때의 모습이 선한지 사령관의 눈빛이 흐릿해진다.

불과 수개월 전의 일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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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확신없이 벌인 전쟁 2 +2 24.05.11 92 5 11쪽
8 확신없이 벌인 전쟁 1 +2 24.05.11 100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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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조선인은 호락호락한 민족이 아니다. 1 +2 24.05.09 144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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