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영웅들의 라이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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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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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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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도 특설대 1

DUMMY

1944년 만주 서부,


일본패망 1년전.

한국전쟁 발발 6년전.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다.

한참 달아오르던 태양도 힘을 다하고 서서히 식어가는 오후. 아직도 전방에서는 별다른 소식이 없다.


“이거 너무 늦지 않습니까?”


담배를 아무렇지않게 툭 던진 박성우 오장(중사)이 앞을 쓱 한번 훑어보고 말한다.


녀석의 발밑에는 꽁초들이 수북이 흩어져 있다.

계속 줄 담배를 피워선지 녀석의 목이 칼칼하게 갈라졌다.


하긴 무작정 기다린지가 두시간이 넘었다.

대기하는 시간이 늘어지자 녀석이 조바심을 내고있다.


“조금 더 기다려봐라. 곧 무슨 소식이라도 오겠지.”


“이시겐 이새끼, 또 무슨 사고친거 아닙니까? 뭐 하나 제대로 하는게 없는 놈이잖습니까?”


느닷없이 중대장을 씹다니.

이렇게 불만을 토해내서라도 불안감을 견디려 하는걸 알기 때문에 딱히 뭐라할 필요는 없다.


뭐 그다지 틀린 소리도 아니지.

중대장 욕하는 소리에 엎드려있던 분대원 한둘이 힐끗 쳐다봤다.


뭐야, 이놈들 표정이 묘하게 공감하는 눈치인데?

하긴 이놈들도 총구를 조준한채 몇시간째 엎드려 있으니 죽을 맛이겠지.


“이렇게 무작정 기다리느니 차라리 그새끼 사고라도 치는게 나을것 같습니다. 그러지 말고 연락병을 한번 보내볼까요?”


오장이 답답한지 다시 담배를 꺼내 물었다.


다시 전방을 쳐다봤다.

앞으로 길게 늘어진길 양옆에 논밭이 넓게 펼쳐져 있고, 그 너머로는 산이 첩첩이 포개져있다.


저 산중에 하나가 통평산이다.


통평산 일대에서 악명을 떨치는 마적을 소탕하기 위해 중대가 모두 출동했다.

중대장이 직접 두개 소대를 이끌고 놈들의 소굴을 기습하러 갔다.


우리 소대는 놈의 퇴로를 막는 역할이다.

그런데 아직도 통평산에서는 아무런 소식이 없다.


'이렇게 늘어지면 안될텐데.'


습격의 기본은 은밀함과 더불어 신속함 아닌가.

이거 너무 늘어지고 있다.


“오늘은 쉬운 임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엎드린 상태로 전방을 주시하던 이금국 이등병이 묻는다.

채 스물이 되지 않아 아직도 솜털이 뽀송한 어린 녀석으로, 입대한지 한달밖에 되지않는 신입이지만 꽤 똘똘한지 박성우가 신임하는 모양이다.


“시끄러 임마. 허튼소리 말고 정신줄이나 단단히 붙잡고 있어. 언제 시작할지 모르니까.”


조장이 괜히 신입을 타박한다.

하긴 다들 오늘같은 임무는 땅짚고 헤엄치기라고 생각했겠지.


마적은 포악하고 무자비하지만 그래봐야 도적떼 아닌가.

정규군대가 상대하기엔 놈들의 수준은 민망할 정도니까.


더군다나 전면전도 아니고 기습공격이라면 이렇게 시간 끌일이 아닐텐데.


고개를 뒤로 돌려 뒷선의 상태를 다시 확인했다.

지금 소대를 2개 분대로 나눠 50미터 간격으로 앞뒤로 매복시켜놨다


길 왼쪽은 야트막한 숲이어서 매복하기 좋다.

반면에 앞쪽과 길 오른편은 논밭이 있는 넓은 개활지다. 여기엔 엄폐할 만한 것이 없어 적들은 완전히 노출될 수밖에 없다.

매복 공격하기에 최적의 지형이다.


“하여간 이시겐 이 새끼는 제대로 하는게 없다니까요.”


조장이 다시 긴장감을 격하게 토해내는 사이.


탕! 탕! 탕!

두 두 두 두


멀리 산너머에서 콩볶는 소리와 기관총 소리가 들렸다.


“시작했다.”


“모두 정신바짝 차려라!! 전방의 움직임에 집중하라.”


내가 반사적으로 소대에 다시 주의를 준다.

어째 이것도 직업병 같네.


오장이 담배를 내던지고 통나무와 흙으로 대충 만들어 놓은 엄폐물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지루했던 기다림에 느슨하게 풀렸던 대원들이 금새 자세를 바로 세우고 전방을 향해 총구를 겨눴다.

역시 긴장하니 잘 훈련된 군인다운 각이 제대로 나온다.


그럼 그렇지, 누구 소댄데..


조금 있으면 드넓게 펼쳐진 들판 끝에서 퇴각하는 놈들이 나타날 것이다.

멀리 총소리가 새소리에 섞여 연하게 들릴뿐, 숨소리 하나 새나가지 않는 긴장된 순간이었다.


두 두 두 두


말발굽 소리가 어렴풋이 들리고 있다.


“온다. 긴장하라!!”


논밭과 산이 맞닿은 지평선 위에 작은 점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여기까지 오는데 얼마나 걸릴까?

대충 시간을 가늠해봤다.


두 두 두 두


말발굽 소리가 조금 더 선명해졌다.

시선을 집중하는 사이, 순간적으로 섬뜩한 뭔가에 팔에 소름이 돋고있다.


두 두 두 두


이거 말발굽 소리가 이상하다.

크게 울리는 새로운 소음이 겹쳐서 들리는 느낌이다.


“자.. 잠깐.”


급히 엎드렸다. 귀를 땅에다 대고 눈을 감은채 최대한 집중해본다.


두 두 두 두


말발굽 소리가 대포소리만큼 크게 울리고 있다.

일이 단단히 잘못됐다는걸 알아차리기까지는 그리 시간이 오래걸리지 않았다.


이런 빌어먹을..

이건 한 방향에서 나는 말발굽 소리가 아니다.

분명히 뒤쪽에서도 소리가 들리고 있다.


그렇다면.....


“뒤에도 놈들이 오고있다!!”


내가 벌떡 일어나며 조장에게 소리쳤다.


“박조장. 여기를 맡아라!!”


그리고 곧장 뒤쪽으로 몸을 날렸다.


"대장 이미 늦었습니다. 뒷놈들이 곧 나타날 겁니다."


뒤에서 조장이 소리가 들리고 있다.


"시끄럽다. 뒤에서 쏘기전까진 절대로 사격해선 안된다!!"


시간이 촉박하다.

놈들이 나타나기 전에 뒷줄 대원의 총구방향을 돌려놔야 한다.


앞쪽은 넓은 개활지지만, 야산이 연결되어있는 뒷줄에서 불과 수십미터 떨어진 모퉁이를 돌면 서로의 모습이 바로 보인다.

그정도 거리에서 놈들이 갑자기 나타나면 총구를 돌리기도 전에 휩쓸릴것 아닌가.


전멸은 피하지 못하겠지.

그 생각을 하니 간담이 서늘해졌다.


조바심이 들어 더는 길옆 숲길로 뛸수없다.

곧바로 길위로 뛰어올라 죽을힘을 다해 뛰었다.


이렇게 길위에서 뛰다가 놈들과 맞닥뜨리면 어떻게 될까.

수십 마리의 말발굽에 피떡이 될것이다.


하지만 그런걸 따질 때인가. 곧 모퉁이에서 놈들이 나타날 것이다.


“뒤에 적이 나타난다!! 뒤로 돌아. 뒤로 돌으라고!!”


뒷줄로 뛰어가며 있는 힘껏 악을 썼다.

전방을 주시하던 대원들이 마주 달려오는 소대장을 보자 어리둥절해 한다.

아, 이놈들이 말귀를 못알아먹네..


"뒤로 돌으라고. 뒤에서 적이 나타난다!!"


병력을 쪼개어 뒷줄에 분대를 배치한 이유는 앞줄이 돌파당했을 때를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이놈들이 그제야 내 말뜻을 알아챈 모양이다.

다급하게 몸을 일으켜 엄폐로 만든 통나무를 뛰어넘어서 다시 반대로 엎드리는게 보인다.


헉 헉 헉

갑자기 전력을 다해 뛰었더니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요즘 후방에서 편하게 지낸다고 운동을 경시한 탓이겠지.


귀퉁이에서 막 돌아나오는 맨 선두의 말대가리가 보였다.

마적답게 지저분한 수염을 가진 놈의 얼굴도 언뜻 봤다.


동시에 난 숲으로 몸을 날렸다.

늦었을까? 언뜻 놈의 눈과 마주친 것도 같은데..


분주히 움직였던 분대원의 총구가 이제는 뒷방향으로 향해있다.

그래. 죽을듯이 뛰어온 보람이 있구나.


그나마 다행인것은 소대별로 하나씩 있는 기관총을 뒷줄에 배치해뒀다는 것이다.


그런데 기관총 사수가 아직도 기관총과 씨름하고 있다.

기관총이 워낙 무거워서 방향을 바꾸기에 시간이 부족한 탓이다.

워낙 찰나의 시간이었으니.


그렇다면 큰일인데.


숨이 턱까지 차오르지만 사수가 기관총을 움직이는걸 같이 도와줘야한다.

그러면서 옆에다 대고 다시 낮게 말했다.


“명심해! 명령이 있을 때까진 쏘지말고 기다려라.”


아직도 헉헉거리며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다.


“놈들이 모두 모퉁이를 돌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후미의 놈들이 도망가면 안된다.”


모퉁이를 도는 놈들이 한둘씩 늘어나고 있다.

대원들의 총구끝에 걸쳐진 적의 모습이 제법 많이 늘었다.


“모두 긴장해라. 이놈들은 도망가는놈이 아니다. 구원하러 오는 놈들이다. 죽자살자 달려들 것이다.”


도망가는 놈과 본진을 구원하러 오는 놈은 천지차이다.

특히나 전투의지에서 그렇다.


도망가는 놈들이야 이미 전의를 상실한 상태기 때문에, 매복의 낌새만 있어도 방향 바꿔 줄행랑을 칠것이다.


그러나 구원하러 오는 놈들은 다르다.

위급한 아군을 돕는다는건, 이미 전세가 불리해진 상황에서 싸우기 위해 달려온다는 소리다.


전투를 피할리가 없다.

매복이 있으면 거침없이 달려들게 뻔하다.

더욱이 본진에 가족이 있다면 더더욱 물불을 안가릴 것이다.


물론 최악을 대비해서 기관총을 뒤에 배치했지만, 사수 둘과 난 여전히 무거운 기관총 총구를 돌려 고정시키기 위해 씨름하고 있다.

그만큼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으니까.


기관총의 위치잡는걸 도와주는 와중에도 내 시선은 모퉁이에서 떠나지 않고있다.


두 두 두 두


모퉁이에 보이는 숫자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녀석들도 본진을 구하려는 마음이 급할 것이다.

하나같이 흉포한 기운을 숨기지 않고 맹렬하게 돌진하고 있다.

미친듯이 달려드는 놈들의 눈빛만으로도 일반인에겐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


하지만 우리는 정규군 아닌가.


생각지 못한 돌발상황이 벌어져 이제 곧 놈들의 눈에 띄게 될 것이다.

순식간에 들이닥치겠지.

그럼에도 대원들은 인내심을 가지고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몇달간 나와 훈련했고 실제 작전도 여러번 같이 수행했던 대원들이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충분히 쌓여있다.


말발굽소리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처음 몇이었으나 이내 사십기로 늘어났다.


수많은 말발굽이 흙먼지를 튕기며 흩뿌리자, 주변이 뿌옇게 흐려지더니 어느새 거대한 안개처럼 분간이 잘 되지않는다.

그것도 잠시, 먼지안개를 뚫고 인마의 모습이 한둘씩 보이기 시작한다.

바로 앞이다.


아직도 기관총 사수는 씨름이 끝나지 않았다.

빌어먹을... 소총만으로 저놈들을 어떻게 상대하나.





작가의말

소설 초반의 만주 이야기는 20편 정도입니다.

격동하는 국제 정세와 함께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되는 지점입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실제 주인공의 만주군 이력은 지금도 논란거리입니다.

앞으로 친일 문제가 있는 남한의 주요 지휘관뿐 아니라 북한, 중공의 여러 지휘관들이 지금부터 조금씩 등장할 예정입니다.

모두 한국전쟁에서 만나니까요.



그래서 슬슬 걱정됩니다.

미군 장군들만 과거에서 자유롭군요.



그냥 625에 관한 전쟁 소설입니다.

너무 혼내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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