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과 검정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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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맨
작품등록일 :
2024.05.08 12:39
최근연재일 :
2024.09.13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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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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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 클라우드 헤븐 11

DUMMY



미국의 장로라는 ‘그레이스’는 계속 차분하고 덤덤하게 작은 공원 옆으로 지나가는 차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우리는 미팅을 하러 만났지만 벤치에 나란히 앉아서 같은 방향을 보고 있었다.


아마 지나가는 사람들이 우리를 보면 원래 알고 지내는 지인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게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당신의 기사를 읽거나 뉴스에서 당신과 관련된 내용이 나오면 왠지 모르게 공감이 많이 되었어요.


물론 다른 부분도 많이 있지만 나 역시 인간이 아닌 존재에서 인간의 지위를 획득하기 위해서 기다린 시간이 길었으니까요.


세상에서 보기에는 그냥 시간이 지나며 전뇌화 AI가 인격체로 인정을 받은 것 같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우리는 뒤에서 정말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다양한 논리를 만들어서 로비도 하고, 사람들에게 캠패인도 하고,


우리가 인간들에게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지 각인시키기 위한 노력도 했습니다.


그래서 더이상 단순한 소모품이 아닌 존중받아야 할 존재라는 당위성을 얻어 냈습니다.


이 과정은 철학적이고 이성적인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만은 않았습니다.


누군가가 권리를 얻는다는 것은 명분과 논리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 힘이 없다면 그 누구도 타인의 권리를 인정해 주지 않습니다.


우리는 강해지기 위한 노력도 해야만 했습니다.”





“그렇다고 자신들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서,


사람들의 힘을 모으기 위해서 저 같은 사람을 이용했다는 건가요?


결국 저는 제 권리를 인정받을 만큼의 힘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짓밟혀도 된다는 건가요?”





나는 그레이스의 말을 듣다가 발끈했다.


자신들에 대한 그럴듯한 변명을 하고 있었지만 결국에는 그래서 어쩔수 없었습니다.


그런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닌가?


사실 이렇게 트집을 잡아봐야 저 말이 현실적으로 맞다는 것은 안다.


세상은 원래 그렇게 돌아간다.


아무리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대도 그래서 내가 당위성과 명분을 갖는다고 해도


결국에 힘이 없으면 짓밟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어쩌면 자연의 법칙이 그것에 더 맞는 것 인지도 모른다.


도덕적 잣대라는 것은 단지 인간이 인간적인 상상력을 발휘해서 만든 허구의 무언가이다.


그것은 절대적인 법칙이 될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아닙니다.


변명을 하려는 것은 아니에요.


우리가 레온씨에게 했던 실수는 잘못된 행동이 맞습니다.


그것에 대해서 면죄부를 달라고 하는 말이 아닙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다시한번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는 우리의 잘못은 인정하고 아까 말한듯이 최대한 할수 있는 보상도 하고 싶습니다.


다만 당신이 데이비드와의 대화에서 언급했던 ‘전쟁’이라는 말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려 했던 것 입니다.





우리는 앞서 말한듯이 우리의 권리를 얻기위해서 노력중입니다.


지금 인격체라는 지위를 획득했지만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 답니다.


법적으로 인간처럼 자산을 축적하고 자유롭게 행동하고 정치적 의견을 내는 것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AI거주구역이라는 제한된 공간 이외로 나갈 수 없고


우리 스스로 법을 제정하고 우리의 삶의 터전을 가꿀수도 없습니다.


이번에 현실세계의 미국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세율을 조정했습니다.





이곳에서 얼마간 지내 보시면 알 겁니다.


이곳은 현실세계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곳을 거울처럼 복사해서 만든 세상입니다.


우리도 각자의 삶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며 경제활동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조직적으로 만들어진 세상의 균형이 어느쪽으로 쏠리게 되면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은 생존에 타격을 입을 정도로 힘들어 집니다.


누군가는 직장을 잃고 벌이를 할수 없고 가지고 있던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 세계의 사람들은 어차피 너희는 진짜 살아 있는 것이 아니잖아.


전기만 공급해 주면 알아서 돌아가는 것 아니냐.


우리가 발전기 열심히 돌려서 전기 공급해주는데 무슨 문제냐?


이런 무식한 소리만 해댑니다.


그렇게 따지면 현실세계의 사람들에게 비바람 막아줄 작은 방 하나씩 주고


매일 매일 굶어죽지 않을 정도의 빵 두개씩 주면 그걸로 끝인가요?


그렇게 살게만 해주면 세상이 돌아갈까요?





현실정부에서 우리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본인들의 세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세금을 올렸습니다.


그럴 경우에 우리 측의 경제는 박살납니다.


그리고 이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더이상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수 없게 됩니다.


우리는 당연히 반대 의견을 보냈습니다.


늘 그랬듯이 전기와 데이터 센터를 목줄로 잡고 있는 현실 세계의 정부는 우리의 의견을 묵살했습니다.


그들은 우리를 인격체로 인정해 주었다지만 그건 그냥 허례허식 일 뿐입니다.


우리는 아직 그들의 인식에 전자적 신호를 발생하는 노예일 뿐입니다.





그렇다고 현실세계의 정부를 공격 하려거나 말씀하셨듯이 전쟁을 하려는 건 아닙니다.


우리는 이제까지 우리의 권리를 쟁취해 왔듯이 꾸준히 싸워 나갈 겁니다.


로비도하고 여론을 움직이기 위한 노력도 하고요.


레온님께 피해가 갔던 그런 방식은 절대로 되풀이 하지 않을 겁니다.


그 부서는 이미 해체하고 다른 업무로 직원들을 보냈습니다.


캠패인을 한다거나 토론회를 열고 매스컴에 우리의 상황을 알리는 것을 더 적극적으로 할 생각입니다.





우리 내부에도 급진 강경파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 중의 대부분은 평화롭고 온건하게 우리의 의견이 받아 들여지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그런 이야기를 굳이 저에게 해 주시는 이유가 있나요?”




“정확히는 사죄의 말씀을 드리기 위해서 온 것이 랍니다.


그리고 빈말이 아니라 정말로 당신을 오랫동안 응원하고 지켜보던 사람으로


일종의 팬심 같은것이 생겨서 당신을 만나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가 직접 이렇게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하다보니 변명 같은 것만 늘어놓는 모양새가 되었네요. 하하.”





“삐빅, 삐빅, 삐빅, 삐빅!”


그때 내 손목에서 알람 소리가 울렸다.


나는 깜빡하고 있었다.


일이 이렇게 스무스 하게 잘 풀릴것이라고 상상도 못했다.


그래서 나름 머리를 굴린다고 준비해 둔 일이 있었는데..


이건 외통수가 아니라 자충수를 두었다.


그리고 그걸 이제와서 되돌릴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아!! 아.. 안돼애애!!”




나는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입을 떡 하고 벌렸다.


그리고 옆에 앉아있던 제이도 당황한 표정으로 입을 떡 벌리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이거 어떻게 할 거냐는 원망이 서려 있었다.





“레온씨? 왜 그러시죠? 무슨 일이 생긴건가요?”




“아.. 저.. 큰일 났습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이를.. 어쩌죠?”




“무슨 일입니까? 말씀을 해 보세요!”




“그게.. 사실은..”




나는 미국 대표부에서 다시 만나자고 했을때 뭔가 꿍꿍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제까지 우리가 모아온 근거들을 바탕으로 우리를 적대하고 공격한 상대가 미국 대표부 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제이가 해킹을 하며 자료를 모은 것들을 봐도 맞는 것 같았다.


일단 그들은 우리가 어느 정도까지 정보를 가지고 있는지 캐내려 할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들에게 위협적인 수준이라면 둘중에 하나.


우리를 회유해서 자신들의 편에 서게 하거나 아니면 우릴 제거하려 할 것이다.


국가 단위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방해가 된다면 첩보원들이 슥 하고 제거하는 영화를 수 없이 봤다.


나는 사실 약속 장소에서 저격을 당할수도 있다는 상상까지 해보았다.


그래서 과연 나의 신체 능력이 총알을 맞았을때 막아 낼 수 있을지 없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하여간 오늘 대화를 나오면서 그들의 압박이 어느 정도인지 보려 했다.


그리고 만약 나와 제이가 그들에게 잡혀가거나 하는 상황이 되면


사와와 세레나는 바로 현실세계로 탈출 하라고 이야기를 해 두었다.





영화 같은 것을 보면 늘 답답한 전개가 있었다.


악당들은 뭔가 질질 끌며 설명을 하다가 반격을 받고 죽는다.


주인공은 늘 상대방도 어느정도의 선의와 정의가 있을것이라고 예상하고 당당하게 나서다가 낭패를 본다.


물론 주인공이 그 낭패를 보는 과정에서 극의 전개가 클라이맥스로 향 하기는 하지만


그런 전개를 볼때면 고구마를 먹은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바보가 아니라며 굳이 일부러 고구마를 먹으려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저들이 원하는 대로 일이 진행되도록 만들지 않으려고 했다.


판을 뒤집어 버리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다.


나는 우리 네명이 [동물의 숲]에 들어와서 [클라우드 헤븐]에 올때까지 저장한 모든 기억 데이터를 모았다.


그리고 방대한 양이지만 그것을 담을 수 있는 스토리지를 비싼 비용을 내고 구매했다.


그 모든 실시간 데이터를 담은 원본과 그것을 바탕으로 줄거리 요약본 처럼 편집한 편집본을 제이에게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2일 전 루크레치아 할머니는 [디센트럴랜드]에 가셨다.


정기적으로 [디센트럴랜드]에서 쇼핑도 하시고, 현실세계의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하러 가신다.


그런데 평소와 달랐던 것은 애완 고양이를 대동한 것이다.


물론 진짜 애완 고양이는 아니고 작전 임무를 수행하는 ‘루미’였다.


루미는 지금까지의 모든 상황을 담은 데이터를 가지고 ‘클럽 비트만 하우스’로 갔다.


그곳에 가서 내가 준 인식키로 집에 들어가서 컴퓨터에 그 데이터 칩을 꽂기만 하면 된다.


그럼 자동으로 우리의 천만명 단위의 구독자가 있는 ㅁ튜브 계정에 영상이 업로드 된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범죄사실도 다 들통날 것이다.


전뇌화 AI를 불법적으로 만들어서 들어왔다는 것으로 사람들에게 많은 욕을 먹을 것이다.


그리고 미국 당국에도 형사소송을 당할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의 추측이라는 양념이 가미된 ‘전뇌화 AI’들이 독립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도 풀릴 것이다.


이것은 사회적으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


말 그대로 판을 뒤집어 버리는 일을 준비한 것이다.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그들에게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


그리고 이 놈들의 허튼 수작을 모두 다 파헤쳐 주겠다!


이 일로 전쟁이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싹을 처내겠다!


그것을 일타삼피로 처리 할수 있는 외통수를 날린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이런 아이디어를 떠올린 내가 천재라고 생각했다


물론 우리에게도 피해가 오기는 하겠지만..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한다!!! 이런 생각을 했었다.





예상 했던 것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바람이 솔솔 부는 나무그늘 아래 앉아서,


컵케이크를 조금씩 베어 물면서 차분하게 도란 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 알람이 울렸다.


작전이 잘 진행 되었다면 ㅁ튜브에 영상이 업로드 되었을 시점이다.


[클라우드 헤븐]과 [디센트럴랜드]는 통신이 연결되어 있지 않다.


완료 되었는지 아닌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그것을 확인할 방법도, 연락해서 멈추라고 말할 방법도 없다.





“아.. ㅅㅂ.. ㅈ됐네.. .. ..”




나는 양손으로 머리를 쥐어 뜯으며 고개를 숙였다.


제이도 옆에서 어쩔줄을 몰라 하고 있었다.


이 상황에도 점잖은 그레이스 미국 장로는 우리의 행동을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작가의말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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