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 통일한국, 장군의 아들로 회귀한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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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선(用善)
작품등록일 :
2024.05.08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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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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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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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71. 형제가 싸우는 이유 (1)

DUMMY

우리 대통령각하께서는 내 말이 듣기 싫으셨을까?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발표가 있고, 다음 날 야당의 규탄성명이 이어졌다. 운동권과 재야에서도 호응하고자하는 움직임이 조금씩 생기자 결국 국무총리께서 기자회견을 직접하신다는 얘기를 어젯밤 비서실장에게 전달받았다. 기자 몇 명을 섭외해 질문도 정해놨고, 답변도 국무총리가 신경써서 만들었으니 별 문제가 없겠지.


역사를 공부하면서 왜 별 것도 아닌것에 과거 권력자들이 목숨을 걸었을까 답답했는데, 옆에서 그걸 직접 보니까 더 미칠 것 같았다. 뭐랄까. 그들이 가진 권력이 그들을 비이성적으로 만드는게 분명했다. 이만큼 권력이 무서운거다.


아무튼 이제 기자회견을 한다고 하니, 정세가 좀 누그러지지 않을까 혼자서 생각했다. 이제 좀 조용해지고하면 나도 정상적으로 살 수 있지않을까? 식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웃고 있자 날 보던 해원이가 심술맞은 표정으로 얘기했다.


“갑자기 또 왜 웃어요?”


“왠지 오늘만 지나면 좀 덜 바빠질꺼같아.”


“거짓말 하지마요. 그래봤자 일거리를 만들어서 또 바빠질꺼잖아요.”


“무슨 말이야. 해원아. 내가 얼마나 일하기 싫은데.”


해원이가 못믿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오빠가요? 그렇게 일하기 싫다면서 퇴근하면 아주버님이랑 태현씨랑 걸핏하면 집에서 신문사 관련해서 얘기 나누고. 막내 도련님 미국가는것도 신경쓰고, 출근해서도 일하는데.”


와이프마저 나를 오해하다니 억울하다. 꿀빨고 싶은데 나에게 빨대 꽂는 인간들이 한 두명이 아닌 것을. 혹시 내가 일만한다고 서운해하는건가? 이러면 곤란한데.


“내가 요즘 너한테 신경을 못쓴거 같은데..”


사과하는 각을 잡는 나의 멘트에 해원이가 웃으면서 얘기했다.


“그런 얘기들으려고 한거 아니에요. 가끔 보면 자기 자신을 잘 모르는거같다니까”


응? 무슨 말이지?


“그냥 지금 오빠가 혼자 잘 먹고 잘살려고 그러는게 아니잖아요? 여러 사람들과 같이 잘 살아보려고 이리저리 고군분투하는거. 나는 너무 보기좋아요. 조금은 존경스럽기도 하고..”


챙겨주지 못하는 남편을 이렇게 생각해주다니. 정말 한번도 대화한적은 없지만, 내가 이몸에 빙의하기 전의 최민성씨는 결혼을 정말 잘한거였다.


“고마워. 내가 더 잘할게.”


“잘하고 싶으면 오늘은 같이 저녁 먹어요.”


“응. 다녀올게.”


집안을 나서는 다른 때보다도 너무나도 가벼웠다. 관용차량을 타고 출근하며 오늘은 부조건 빨리 퇴근해서 약속을 지켜야하겠다고 다짐을 하고는 원호처에 도착했다. 직원들에게 인사하며 사무실에 들어가니, 보고를 하러 사람들이 오기 시작했다.


“처장님. 진현석입니다.”


“네. 들어오세요.”


진현석 국장과 오석진 과장이 같이 들어왔다. 들어오고 나서는 자료들을 보여주며, 현재 독립기념관의 건립 준비나 모금이 얼마나 되고 있는지 보고하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넘치는 모금액과 국민들의 성원과 지지에 신나면서 내게 보고 있었다. 그래 이런 식의 성원이라면, 공무원이 일할 맛 나지. 급여도 짠데, 세금충이라고 조롱받는 공직자가 살아남을 수 없는 21세기와 비교한다면 근무환경은 열악해도 두 사람의 근로만족도는 높아 보였다.


“그나저나 부지 후보들은 좀 뽑아 보셨습니까?”


“그 부분이 사실 가장 어려웠습니다. 예산 문제도 있지만, 독립기념관이 들어서야하는 지역에 어떤 상징적인 이유가 있어야하니까요.”


하긴 이게 제일 곤란하긴 하다. 21세기였으면 무슨 전문가 검토위원회니 해서 복잡하게 갔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독재시대 아닌가? 최종결정은 대통령 각하와 상의해서 나온다. 다만, 아랫사람 입장에서는 퀄리티있는 후보지를 선정하는 것도 머리 아픈 일.


“너무 부담가지시지 마시고, 직원들 의견 정리된걸 한 번 볼 수 있겠습니까?”


오석진 과장이 내게 종이 두 장을 내밀었다.


“직원들 간의 회의에서 5가지 의견이 나오긴 했습니다만, 다 장단점이 있긴 했습니다. 딱히 부지의 우선순위를 정하진 않았습니다”


보자. 정리를 건물 신축과 기존 건물 활용 두 가지로 나누었었다.


첫 번째 페이지인 신축건물의 부지에는 천안, 화성, 탑골공원...

“신축건물의 부지는 3.1운동과 관련해서 생각해보았습니다. 천안은 3.1운동을 일으킨 인물들이 많다는 점에 착안하였습니다. 일제의 야만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제암리 학살사건이 있었던 화성에 독립기념관을 두어도 괜찮다고 생각했구요. 탑골공원은 아시다시피..”


전생에서도 선택되었던 천안. 그리고 실무자들의 의견에 의해 대두된 화성. 화성이 뭔가 일제의 잔악한 스토리를 부각하기에는 매우 좋은 위치였다. 제암리학살사건과 연관해서 세울 수 있지않을가? 그나저나 미래 어르신들의 위로가 되고 다락방같은 장소인 탑골공원을 없애고 독립기념관을 세운다는 말이 상당히 나에게는 물음표였다.


“탑골공원은 역사적 의의가 있긴하지만, 다른 유물도 있고해서 현실적으로는 가장 불가능하지않을까 실무진들끼리 나눈 얘기였습니다.”


내가 너무 걱정을 했구만. 이거 궁여지책인 의견이었어.


그러고는 두 번째 페이지를 넘겼다. 기존건물의 활용방안이었다.


서울구치소, 중앙청.


“두 건물은 현재 정부에서 사용하고 있는 건물이라 부지매입이나 건물건립에 추가적으로 소요되는 비용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었습니다. 다만, 서울구치소의 경우, 현재도 활용 중이라 구치소의 대체부지와 건물이 필요하지만, 중앙청의 경우, 정부제2종합청사가 완공되면 빈 건물이이라 개보수를 거치면 당장 독립기념관으로 활용가능하다는 부분까지 확인하였습니다.”


1980년대야 이렇게 불리지만, 일제시대에는 ‘서대문형무소’와 ‘조선총독부 청사’였다.


“실무진들이 가장 현실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건 중앙청 건물입니까?”


“네. 아무래도 이전에는 조선총독부 청사로써 일제강점기의 상징이었고, 그 이후로는 우리나라 정치의 중심이었으니까, 그 건물의 상징성도 높다고 보았습니다.”


“그렇긴 합니다만.”


이 사람들의 말이 맞긴하지만, 진정한 역사를 바로세울려면 이거 때려부수자고 하는게 대부분 사람들의 심리일텐데? 김영삼대통령이 이거 때려부술 때 얼마나 많은 이들이 통쾌해했나?


“혹시 처장님께서 마음에 걸리시는 것이라도?”


“그게 아시다시피 이 건물이 조선총독부 청사였지 않습니까? 이전 정권들에서도 이 건물을 중앙청으로 사용하는 것 자체를 꺼려했다고 들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때는 철거의견까지 나왔구요. 국민적 거부감이 있는 곳에 독립기념관을 설치한다고 하면..”


내 말에 실무자들인 그들도 무슨 말인지 이해를 한 듯했다


“일단 후보지일 뿐입니다. 현실 가능성과 편의성이 가장 높긴 했지만, 저희 안에서도 본능적인 거부감이 든다는 것은 의견이었습니다.”


“탑골공원은 빼버리구요. 신축부지 후보지를 두 군데, 기존 건물 활용을 두 군데를 추가적으로 확인해봐주세요. 그래서 총 8개 후보지 중 5개 정도로 추려서, 각하께 보고드려보도록 하시죠.”


“네. 알겠습니다.”


따르르르르릉


회의가 끝나자마자 전화가 울렸다. 퇴근도 얼마 안남았는데 이렇게 찾는 사람이 많아서야.


“저희는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두 분이 나가자마자 나를 애타게 찾는 수화기를 들었다.


“네. 원호처장입니다.”


“형. 나야.”


아니. 자기가 누군지부터 밝혀야지. 어디 건방지게 나야라고 말하면 알아 먹을 줄 알고. 이런 놈들 중에 사기꾼이 있을 수도 있지.


“이봐요. 내가 아는 동생이 몇 명인데.”


“아씨. 친동생 목소리 잊어버리는 것도 형인가?”


아. 넷째인 민종이의 목소리였다. 민석이형 말로는 분명히 신문 내의 재미있고도 유익한 컨텐츠를 만드는데 전념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아. 민종아. 미안하다. 형이 요즘 공사가 다망하고, 국가에서 형을 너무나도 필요로 하는 곳이 많아서.”


“기자회견이니 뭐니 형 얼굴이 TV에는 많이 나오더라. 어떻게도 그렇게 있어보이게끔 말하는지 사기꾼이 따로 없지.”


이 자식. 왜 이렇게 삐딱선이야? 형이 잘 나가니까 질투를 하는게 틀림없다. 아무래도 관대한 형의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나는 관대하다. 나는 관대하다.


“그나저나 무슨 일이냐? 사무실로 전화를 다주고.”


“나. 지금 해주에 와있어.”


갑자기? 엄마아빠가 보고싶다고 간것도 아닐테고. 무슨 바람이 불어서 간 건지 물어보려던 찰나였다


“신문사 그만둘 거야. 아버지한테는 말씀드렸어.”


아니. 이게 무슨 말이야. 기껏 복잡한 나랏일을 정리해가고 있으니까 집안에서 망둥이가 날뛰네. 진짜 일복이 이렇게 터져서 큰 일이다.


“야. 너 그게 무슨 말이야. 이게 집안의 사활이 달린 사업인데 너,나,민석이형이 다같이 매달려도 모자를 판에.”


“몰라. 난 더 이상 이 짓 못하겠어. 그러니까 그렇게 알아.”


“아니. 그렇다고 모스크바 유학까지 다녀온 놈이 백수로써 집에서 놈팽이처럼 놀려고?”


“아 몰라. 그냥 차라리 놈팽이가 될꺼야. 나 해주에 있을 거야.”


이 자식 무슨 고집이 이렇게 세. 돌아버리겠다. 이제 자리가 잡혀가는 찰나에 믿을만한 사람 찾는것도 힘든데. 이러면 아버지를 먼저 설득해야 할 꺼 같았다.


“야. 아버지 바꿔줘.”


뭐라고 막 얘기가 오고 가더니 아버지가 전화를 받으셨다.


“애비다”


“아버지. 지금 민종이가 배부른..”


나의 설득하려는 말을 자르고 나오는 아버지의 목소리는 근엄하고도 차가웠다. 예전에 화나셨을 때 들을 수 밖에 없었던 그런 목소리였다.


“긴 말 할 것 없다. 일단 이번 주 토요일에 너랑 민석이 둘 다 올라오너라. 민구도 내려오라고 했다. 가족회의 좀 하자.”


내가 대답할 틈조차 주지 않으시고 바로 끊으셨다. 아니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아버지까지 저렇게 노여워하시는거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있다가 형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야. 민성아. 아버지가 갑자기 가족회의하라고 이번주에 올라오라고 하시는데 뭔지 아냐? 민종이 자식은 갑자기 신문사 그만둔다고 하고.”


민석이형조차도 아예 감을 잡지 못하는건가?


“나도 모르지. 애초에 형이 그걸 알고 있어야하는거 아냐? 요즘 민석이가 하는 일이 뭐였어?”


“뭐긴 뭐야. 신문 내에 채울 콘텐츠를 채우는거지. 가끔 우리 기자들이 나가는 현장을 간다던가 말이지”


형의 말을 듣더라도 엄청나게 특이할만 한건 없었다. 도대체 뭐지라는 생각밖에 안들었다


“야. 이 자식 혹시 밤 좀 새고, 육체적으로 고생해서 그런거 아냐? 민종이 녀석 유학파에다가 그런데 자기가 소설작가 따라다니면서 원고받으러다니고 이러는게 짜증나서 그런거 아닐까 싶은데.”


그런가. 근데 그런거면 좀 쉬고 싶다면 얘기할 수 있는 것을 나와 형을 제껴 버리고 아버지에게 찾아갔다. 나와 형에게는 말하고 싶지않아서 그랬던건가? 민석이형과의 전화통화를 끊고 퇴근시간까지, 아니 가족회의시간까지 문제를 짐작할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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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E73. 형제가 싸우는 이유 (3) 24.08.26 71 3 12쪽
72 E72. 형제가 싸우는 이유 (2) 24.08.25 78 3 12쪽
» E71. 형제가 싸우는 이유 (1) 24.08.23 90 5 11쪽
70 E70. 노병은 죽지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 24.08.21 90 5 11쪽
69 E69. 두 개의 파벌 +2 24.08.19 98 5 11쪽
68 E68. 재판은 변호인 쪽으로 기울어 가고 (3) 24.08.18 148 4 11쪽
67 E67. 재판은 변호인 쪽으로 기울어 가고 (2) 24.08.16 93 4 12쪽
66 E66. 재판은 변호인 쪽으로 기울어 가고 (1) +4 24.08.14 106 5 11쪽
65 E65. 경기가 불리하면 심판을 바꿔야지 (4) 24.08.12 90 4 12쪽
64 E64. 경기가 불리하면 심판을 바꿔야지 (3) 24.08.11 91 4 12쪽
63 E63. 경기가 불리하면 심판을 바꿔야지 (2) 24.08.09 102 4 11쪽
62 E62. 경기가 불리하면 심판을 바꿔야지 (1) 24.08.07 102 5 11쪽
61 E61. 권언유착 (3) +1 24.08.05 105 4 11쪽
60 E60. 권언유착 (2) 24.08.04 106 5 11쪽
59 E59. 권언유착 (1) 24.08.02 129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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