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 통일한국, 장군의 아들로 회귀한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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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선(用善)
작품등록일 :
2024.05.08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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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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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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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E80.

DUMMY

시간은 거슬러 해원과 민성이 처가댁을 방문하기 하루 전 금요일.


황해도 해주.


군에서 은퇴를 하고 해주에 내려와서는 여유로운 노후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고향에서는 태혁의 도움이 필요로 하는 곳이 많았다. 통일이 된 후, 새롭게 정부에서 임명한 해주시장이나 황해도지사는 그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


“장군님. 이번에 나라에서 진행하는 정책인데.”


21세기처럼 투표로 당선되는 자치단체장이 아니라 임명받는 자치단체장엔데다가, 해당 지역이 옛 북한지역이다 보니 아직 지역구 국회의원이 존재하지도 않았다. 지자치단체장들은 의도하든 의도치않든 황해도 내에 있는 시민들에게 영향력이 강한 최태혁의 도움이 필요했다.


“장군님. 이런 부분에 있어서 불편한 것이 있는데, 다른 방향으로 바꾸어보는건 어떠신지..”


국회의원이 없다보니, 사람들은 불편한 일이 있으면 최태혁에게 접수하기도 했다. 그렇게 시민들이 태혁의 집에 많이 찾아옴에도 불구하고, 그의 아내인 남영은 큰 불만을 가지지 않은체 방문하는 사람들을 응대했다. 또한 태혁은 혼자서 하기 힘든 일을 주변의 이웃들이나 옛 부하들이 도와주면서 자연스럽게 보좌관역할처럼 하게 되었다.


하는 일들이 이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정치 진출을 생각하고 있었다. 단순히 권력을 쟁취한다는 것보다는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좀 더 체계적이고, 실질적으로 할 수 있지않을까하는 생각이었다. 신문사를 세우기로 결정한 가족회의 때 아들놈들이 말했던 대로 북의 유력인사들과 연합하여 이북의 정치세력을 키워야 한다는 숙제도 있는터라, 평안도, 함경도에 있는 유력인사들과도 접촉할 준비를 하던 중이었다.


다만, 이렇게 바쁜 와중에도 교회에 매주 나가듯이 태혁은 금요일마다 들리는 곳이 있었다. 바로 민성의 해주 신혼집과 그 옆에 위치한 친구 내외의 무덤이었다. 태혁은 집안의 구석 구석을 돌아보고 있었다. 집안을 돌아보던 중 아들 놈이 했었던 얘기가 떠올랐다.


“해원이와 결혼하고 해원이가 살고 있는 집을 신혼집으로 하겠습니다.”


결혼을 앞두던 시점 셋째 아들놈의 갑작스러운 선언이 당황스러웠지만, 친구의 마지막 부탁도 있었기에 결혼을 말릴 생각은 없었다. 다만, 절친한 친구의 집이었던 이 곳이 아들의 신혼집이 되버렸기 때문에, 태혁은 민성이 결혼한 이후 그들의 신혼집에도 거의 들리지 않았었다. 이 집에는 태혁에게는 태수와의 추억이 너무나도 많이 남았고, 지금도 태혁의 귓가에는 거실에서 같이 술잔을 기울이며 항상 건배사를 외치던 태수의 목소리가 선하게 들리고 있었다.


‘공화국과 인민군의 영광을 위하여!’


태혁은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옛 추억을 생각하니 마음착잡해졌다. 매주 올라오면서 잊고 싶지만, 외면하고 싶지만, 완벽히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정해원의 아버지, 김희정의 남편 정태수의 묘, 1922~1976]

[정해원의 어머니, 정태수의 아내 김희정의 묘, 1926~1957]


친구의 묘지를 오며 언제나 생각이 많아질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의 선택이 최선이었을까? 정말로 친구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까?


“이 친구야.. 정말 그 길 밖에 없었나. 같이 살 길을 도모할 수는 없었나”


태혁은 아직도 자신의 친구가 죽어가면서 남긴 마지막 편지의 내용을 잊지 못했다.


“염치없는 부탁해서 미안하네. 해원이를 자네의 며느리로 거둬주게. 이제 곧 살아갈 세상에서 내 딸인 해원이는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겠지만, 최태혁의 며느리인 해원이는 그렇지 않을것일세. 부탁하네.”


태혁은 두 사람의 묘를 바라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태혁은 자신의 선택으로 많은 사람을 구했다고 생각했지만, 후회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


2차 통일전쟁. 미루나무 하나로 시작된 이 전쟁은 분단된 한반도를 다시 하나로 통일시켰다. 1910년 일제가 조선을 패망시키고 난지, 70년의 시간이 되어서야 하나된 국가가 탄생한 것이었다. 모든 전쟁이 그렇듯, 수많은 사상자도 있었지만, 수많은 영웅을 낳기도 했다. ‘최태혁’ 역시 전쟁이 낳은 영웅 중 하나였다. 세계2차대전에서 히틀러의 명령에 불복하여, 파리를 불태우지 않은 콜티츠가 영웅이 된 것처럼, 최태혁은 남과 북 모두에서 ‘민족의 상잔을 막고자했던 전쟁영웅’이 되었다.


웃긴 일이었다. 군인임에도 불구하고 전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빠르게 항복했기 때문에, 당시, 그의 관할이었던 황해도와, 이북 경기도의 수많은 민간인들과 군인들이 피해를 입지 않았다. 수 많은 목숨을 살릴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목숨을 살렸던 것은 아니다. 인민군 내부의 내전으로 황해도 안에서, 수용소 건설로 인해 대청도 안에서, 그의 부하들 중 많은 이들이 죽었다. 2차 통일전쟁은 그에게 ‘민족상잔을 막은 전쟁영웅’이란 칭호를 주었지만, 정작 그로부터 소중한 친구와 부하들의 목숨을 빼앗아가버렸다.


후회에 사무치고, 떠나간 이를 생각하니 태혁의 눈에는 또 다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나이가 많으니 눈물만 늘었다며 스스로 자책하고 있을 때, 누군가 무덤으로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저벅저벅


장군출신의 예민함이 발동된 것일까? 조금씩 눈물을 흐르다가 수상한 발걸음이 들려오니 경계하며 바로 뒤를 돌아보았다. 말끔하게 생긴 2명의 남성이 언덕을 올라오고 있었다. 태혁은 ‘누굴까?’라는 생각을 했다. 남성들은 꽤나 멀끔하게 차려입고 입었다. 자신이 아닌 사람이 올라올 일은 없을것이라는 결론을 내리며 남성들에게 먼저 물어보았다.


“혹시, 누구십니까?”





“하하! 둘이 신혼 분위기나고 좋네!”


거실에서 나와 해원이의 대화를 들으시던 외삼촌이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옆에는 정환이도 같이 왔다. 외삼촌의 말에 해원이는 살짝 부끄러워하는 표정을 띄었다. 아니 우리가 무슨 범죄를 저지른것도 아니고 왜 이래?


“부럽구만. 나도 젊을 때 정환이 엄마랑 그랬는데.”


이런 타이밍을 놓칠 수가 없지.


“지금도 젊으신데요. 외삼촌.”


나의 얘기에 외삼촌이 기분이 좋으신지 호쾌하고 웃으셨다. 이런게 K-Style의 사회생활이지, 언제나 입에는 입발린 소리와 접대성 멘트를 담아줘야 사회생활 잘하는거다.


“최서방이 사회생활을 매우 잘하네. 정환이 이녀석도 좀 배워야할텐데.”


아버지의 잔소리에 정환이가 표정을 찌푸렸다. 이 친구. 아직 사회생활을 많이 해야겠네.


“그나저나 둘 다 내일 언제 쯤 올라갈 예정이야? 저녁쯤에 가면 안되나?”


아무래도 교회 예배를 끝내고나서 바로 올라가야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찰나에 해원이가 나를 쳐다보면서 살짝 고개를 가로지었고, 나는 외삼촌께 말씀드렸다.


“아무래도 할아버지와 예배 드린 후에 점심식사를 하고, 오후에 올라가야하지않을까요?”


외삼촌께서는 나의 말에 조금 아쉬워 하면서 말씀하셨다.


“하긴, 여기서 5시간 정도나 걸리니 그 때 쯔음에 출발해도 저녁 늦게 도착하겠구만.”


응? 며칠을 더 있으시길 바랬나. 그건 좀 힘들꺼같은데. 토요일도 일을 째고 왔는데, 월요일까지 일을 째면 너무 일을 안하는 것처럼 보이잖아. 정환이는 옆에서 외삼촌에게 자신의 말이 맞지않냐고 말했다.


“거봐요 아버지. 야구경기 끝나고 올라가면 너무 늦다니까요. 게다가 매형이랑 누나는 이북사람인데 돌핀스 응원하지않겠어요? 라이온즈 경기를 보러갈 이유가 없죠”


응? 잠시만 야구라고? 해원이는 영문을 모른다는 듯이 물었다.


“야구? 나는 잘 몰라서 그러는데, 이북에도 팀이 있니?”


“응. 누나. 올해 프로야구 생기면서 8개팀이 생겼어. 아무래도 이북에는 야구가 잘 없었다보니까 모를 수도 있을 거야. 매형도 잘..”


정환이 말 따위는 귀에 들어오지않았다.


“해원아. 우리 내일 야구경기를 보고, 서울 올라가도 괜찮지않을까?”


내 얘기에 해원이는 살짝 당황했다.


“오빠가 보고싶다면 보러가는건데. 다음 날 너무 안피곤하겠어요?”


“괜찮지 않을까? 좀 쉬면서 일하면 될꺼같은데.”


라이온즈 원년시절의 경기를 놓칠수가 있나. 역사가 바뀐만큼 20세기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한번도 못한 라이온즈의 역사가 바뀔수도 있으니 잘 챙겨봐야한다. 게다가 이렇게 대구에 내려왔고, 집안 어른께서 보자면 함 봐야지. 필요할 때 과감하게 태세전환해야지. 암. 나의 갑작스런 태세전환에 외삼촌은 반기신 듯 했지만, 정환이는 살짝 의아해했다.


“매형. 괜찮으세요? 그래도 고향이니, 돌핀스 경기가 편하실듯한데.”


이 친구가 정신을 못차리나. 임마 전생에서부터 내 몸에 푸른피가 흐르고 있단 말이야. 어디서 근본도 없는 팀을 나보고 응원하라는거야.


“이봐. 처남. 옛말에 마누라가 귀여우면 처갓집 쇠말뚝 보고도 절한다는 말이있어. 장모님의 고향인 야구팀을 응원하는게 뭐가 이상해? 게다가 우리 집은 해주야. 평양 아니야 평양.”


“그래도 돌핀스가 평안도랑 황해도 거점의..”


하. 거참 이놈의 처남 T발놈적인 생각 엄청하네. 그런 정환이를 향해 한 대 툭 치고는 가볍게 웃으면서 정리하셨다.


“아들아. 조카사위가 우리집을 좋아해서 저러는데 왜 그걸 뭐라그러니. 내 그럼 내일 같이 가는 것으로 알고 있겠네”


“알겠습니다. 외삼촌.”


이렇게 야구를 보게되다니 믿기지가 않네. 외삼촌과 정환이와 얘기를 나눈 후, 방에 들어가자마자 해원이가 한 소리하기 시작했다.


“아니. 갑자기 그렇게 간다고 말하는게 어디있어요?”


“외삼촌이 가자고 하시는데 거절할 수도 없잖아. 가족들이랑 시간 더 보내서 좋은거 아냐?”


“나야 괜찮은데, 오빠 다음날 출근도 해야하고 피곤할거니까 그런거죠. 진짜 괜찮아요?”


너무 걱정이다. 전생의 신체보다 몇 년은 더 젊어진데다가, 대학원 생활하면서도 밤새는것도 많이 해본 내가 아니었나?


“문제없어. 너무 걱정하지마.”


“말은 잘해요. 정말.”


처갓집에 점수도 따고, 야구경기도 보게되니 이번 대구 방문은 일석이조 그 이상이다. 아무튼 설레고 기쁜 마음을 안고, 처가댁에서의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이 되었다. 쉬는 날이라고 나와 해원이도 늦게 일어난 건 아니었지만, 이 집안 식구들 역시 굉장히 부지런하다.


똑똑


아침식사를 마치고 방에 올라와서 가족들과 교회를 갈 준비를 마무리 하던 때에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세요?”


“할애비다. 들어가도 되겠느냐?”


“네 할아버지. 괜찮습니다.”


해원이의 말에 할아버지께서도 정장을 입은체로 우리 방에 들어오셨다. 아마 일요일에 예배가시느라 그렇겠지


“어제 만나자마자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너희들에게 지금 아니면 말을 하지 못할 것 같아서 말이야.”


할아버지께서는 침대에 걸터앉고서는 해원이의 손을 잡고 옛날 얘기를 하시기 시작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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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E76. 숙제가 많은 1982년 (2) 24.09.01 74 4 12쪽
75 E75. 숙제가 많은 1982년 (1) +1 24.08.30 81 3 12쪽
74 E74. 세 통의 전화 24.08.28 74 3 11쪽
73 E73. 형제가 싸우는 이유 (3) 24.08.26 71 3 12쪽
72 E72. 형제가 싸우는 이유 (2) 24.08.25 77 3 12쪽
71 E71. 형제가 싸우는 이유 (1) 24.08.23 89 5 11쪽
70 E70. 노병은 죽지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 24.08.21 90 5 11쪽
69 E69. 두 개의 파벌 +2 24.08.19 97 5 11쪽
68 E68. 재판은 변호인 쪽으로 기울어 가고 (3) 24.08.18 147 4 11쪽
67 E67. 재판은 변호인 쪽으로 기울어 가고 (2) 24.08.16 93 4 12쪽
66 E66. 재판은 변호인 쪽으로 기울어 가고 (1) +4 24.08.14 106 5 11쪽
65 E65. 경기가 불리하면 심판을 바꿔야지 (4) 24.08.12 89 4 12쪽
64 E64. 경기가 불리하면 심판을 바꿔야지 (3) 24.08.11 90 4 12쪽
63 E63. 경기가 불리하면 심판을 바꿔야지 (2) 24.08.09 102 4 11쪽
62 E62. 경기가 불리하면 심판을 바꿔야지 (1) 24.08.07 102 5 11쪽
61 E61. 권언유착 (3) +1 24.08.05 105 4 11쪽
60 E60. 권언유착 (2) 24.08.04 106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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