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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nithrone
작품등록일 :
2024.05.08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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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9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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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DUMMY

“처음엔 직원도 쓰고 그랬어. 손님도 엄청 많았고. 근데 장사라는 게 보이는 게 다가 아니거든? 직원 월급 주고 재료비 빼고 거기다가 가게세가 좀 비싸냐 요즘. 그것 다 제하면 진짜 남는 거 없다 야. 그렇게 한 1년 했었어. 처음이야 당연히 고생 좀 한다 치더라도 궤도에 오르고 요령 좀 생기면 차차 나아지고 돈도 좀 모일 줄 알았는데, 그게 그렇게 되지가 않는다. 생각해 봐라. 요즘 직원 인건비 웬만하면 150~200이야. 그래서 그것 좀 아낀다고 조선족 아주머니들을 쓰는 거야. 거기다가 일손 부족해서 설거지 이모 부르잖아? 그럼 그거 하루 99,000원이다. 이렇게 벌써 몇 백. 그리고 재료비. 이건 거의 매출 절반이라고 보면 돼.”

“히익? 재료비가 절반이나?”

입을 쉴 새 없이 놀리던 정수를 도와주기 위해 살랑 말을 끊으며 짐짓 놀라는 척을 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잠시나마 침을 삼키게 해준 데에 대한 고마움이 아닌 세상물정 모르는 백면서생을 바라보는 유연노장의 한심하기 그지없어하는 눈초리였다.

“야 이씨··· 장난 하냐?”

“어우···.”

난 그 살기등등한 시선에 과장된 행동을 하며 옆으로 조금 물러섰다. 그러자 친구도 무안했는지 이내 살초를 거둔다.

“아냐··· 미안하다. 모르는 것도 당연하지. 니가 뭐 장사를 해봤던 것도 아니고···. 암튼 업종마다 조금씩 다를 순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그렇다. 게다가 주 식단만 보는 게 아냐. 거기 딸려 나오는 각종 반찬에 밥에 물은 또 공짠 줄 아냐? 사람들이 아무생각 없이 갖다 먹기에 공짠가 보다 하는데, 그것도 다 돈 주고 사오는 거야.”

“음···.”

생각해보면 그렇다. 우린 아무 식당에나 들어가 음식을 시키며 물도 마음대로 떠먹고, 또 반찬이 떨어질 때마다 계속 갖다 달라고 무념하게 당연한 것처럼 여기고 있지만, 사실 이 모든 게 공것은 하나도 없었다. 어디 그뿐인가? 우리가 거기 앉기까지 식탁과 바닥을 청소하는 품이며, 들락날락하는 그릇의 설거지에 사용되는 수도와 세제, 그리고 음식을 하기 위해 끌어다 쓰는 가스와 전기까지 이모든 게 돈 돈 돈 돈, 다 돈 이었다! 음식 값에는 그냥 단순히 식대만 포함되어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러한 온갖 것들의 광활한 빛의 스펙트럼이 효율적으로 함축되어 있는 하나의 종합적 예술품을 고객들이 살 수 있도록 상품화 시켜놓은, 그리고 우린 그걸 단 몇 천원어치의 가치로 치환해대왔던, 어떻게 보면 지극히 숭고하다고도 할 수 있는 행위 그 자체였던 것이다! 정수의 말이 맞다. 우린 이 지극히 합당한 사실을 망각한 채 자기 앞에 놓여지는 누군가의 혼신을 다한 작품을 너무 쉽게만 대해 왔던 것은 아닌지 곱씹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또 철마다 김치 담가야 되지, 깍두기 담가야 되지, 직원들 밥도 챙겨줘야 되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두 가지가. 그래서 수입산들 갖다가 쓰는 거야. 여기서 좋은 재료나 국산 쓰면··· 아마 재료값이 절반 넘어갈걸? 근데 이모는 참 착해서 재료를 타협을 안 하더라고. 뭐 나도 그게 기분 좋아서 계속 물건 대줬었고. 근데··· 하다가 하다가 결국에는 직원들 다 내보내고 설거지하는 아줌마 하나두고, 그리고 그 집 아들들이 나와서 일하고 했는데도··· 닫으시더라구···. 가게 할라고 대출 받은 것까지 따지면··· 달에 몇 백 건지기도 힘들었데. 일단, 내가 직접 들은 바로는···.”

그냥 식당하나 바뀐 것이 이렇게나 뒤 이야기가 길어졌다.

내일은 아니었음에도 안타까운 건 어찌할 수 없음이라. 좋은 분이었다는데.

불현듯 서울의 명산인 도봉산자락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어떤 형이 떠올랐다. 사회 나와서 알게 된, 나름 괜찮은 축에 속한다고 여겨지는 사람으로 가정 형편도 가족 구성도 나와 비슷했고 때문에 대학시절 대부분을 학비 버는 쪽으로 몸을 굴렸던 것까지 흡사한 치였다. 그래서 느낀 동질감 때문이었을까?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빨리 친해진 우리 사이였다. 아마 그쪽에서도 날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거다. 그래도 꽤 알아주는 대학을 나왔고, 운도 좋게 대기업에 들어갔는데 아 그냥 조용히 처박혀 주는 월급이나 따박따박 자알 받아먹고 있을 것을, 어느 월요일 아침 출근해보니 자기네 팀장이 아무런 말도 없이 주말 내 그냥 자리까지 송두리째 사라져 버린 모습에 충격을 받고는 더 나이 먹어 그 꼴 나기 전에 미리 살길을 찾겠다고 고난의 길로 뛰어든 희대의 풍운아다. 그러고 몇 해 아등바등 거리다가 도저히 이 땅에서는 희망이 안 보인다고 모든 걸 접고 바다로 좀 나가있나 했더니만 또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아니면 돈을 많이 벌었는지 다신 안 돌아올 거라던 다짐도 잊고 두 해 전 돌아와 카페를 터억하고 차려대는 무모함까지 갖추고 있는. 근데 말이 좋아 카페지, 맥주집도 한 간판아래서 아울렀으니 마땅히 우리 같은 동네 한량들의 소굴로 전락해버릴 운명을 스스로 택했던 것 같다. 다행히 바로 앞전 그곳에 있었던 구멍가게도 자리 덕을 톡톡히 봤다고 했던지라 문을 연 첫 날부터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일견 발 디딜 틈을 찾기 힘들 정도였고. 친구들하고는 이곳을 본부로 삼아 자주 모이는 축이었는데, 한판 벌여 술을 먹고 있는 그 몇 시간 동안 그이가 잠시라도 엉덩이를 붙이고 있는 모습은 나날이 늘어가는 손님들과 비례하여 이젠 볼 수도 없는 광경이 되어버렸다. 종국엔 나와 같은 생맥주 광인 형이, 김빠진 맥주 먹는 건 죽기보다 싫다고 너스레를 떨던 그 양반이 우리 자리에 와서 ‘야 너희들 왔냐. 마음껏 먹어 마음껏! 그리고 나도 껴서 한잔하자.’며 따라갖고 온 500짜리 잔속의 맥주가 탄산이 다 빠져나가다 못해 미지근하게 식을 때까지 실수로라도 와서 한 모금 못할 정도가 됐으면 그 바쁨은 더 이상 언급하는 게 무의미 하겠지.

정수에게서 지금 흘러나오고 있는 그리 짧지 않은 얘기가 자꾸만 도봉산의 모습과 중첩되어 올라온다. 그 사람도 혼자였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직원은 있었는데, 바리스타 분이 오후 6시에 퇴근을 하니 사실상 술장사는 혼자 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 역시 커피를 공부하겠답시고 좀 공을 들인 입장이기에 바리스타가 퇴근해도 커피를 뽑는 데는 어려울 일 없겠으나 문제는 손님이 늘어나는 속도가 직원을 충원하는 계획보다 더 빨랐다는 거다. 이 까닭을 꿰뚫고 있던 나와 친구들은 갈 때마다 앉아서 부어라 마셔라 하고 있기보다는 가게 일을 도와주는 데에 더 열심이었다. 그때마다 우린 입을 모아 얘기했었다. 제발 사람 좀 더 뽑으라고.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이거 ‘아직 할 만해~.’. 내 같은 무식쟁이 문외한이 보더라도 전혀 괜찮지 않아보였는데 형은 자기가 좀 쉬는 거 없이 일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며 웃어넘기기만 했다. 혹시 그도 정수가 조금 전에 얘기했던 것처럼 「처음에야 당연히 고생 좀 한다 치더라도 궤도에 오르고 요령 좀 생기면 차차 나아지고 돈도 좀 모일」 걸로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여지까진 나라는 사람의 일이 아니었기에 별로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오늘 친구를 만나고 나니 내심 형이 걱정스러워지려 한다. 그 치가 거기까지 오는데 겪어온 삶의 궤적을 웬만해서는 다 알고 있는 몸으로서···. 물론 지금도 도봉산 형네 가게는 성황리에 운영 되고 있는 걸로 안다. 근데 장사 9단의 말대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면···?

아아··· 제발 형은, 최소한 형만큼은 아니었음 한다. 그 인간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고생했는데···.

“그래도 고마웠던 게, 오다가다 붙인 정이 있다고 새로 들어온 집에 날 말해주더라고. 좀 전에 먹었던데 말야. 물건 좋다고···. 그렇게 알게 됐다. 그리고 알잖냐. 이거 일종의 고객관리다. 저 집은 이제 다른데서 물건 못 받어~. 내 물건 맛을 이미 봤거든. 킥킥. ··· 그런데, 조금 조금 씁쓸~한 건 어쩔 수가 없네···.”

“···.”

“저 집도 좀 자~알 되고 오래가야 할 텐데···.”

“넌 괜찮냐? 장사하는 거 말야.”

난 정수까지 덩달아 걱정되는 쓸데없는 오지랖이 잠깐 발동했다. 그러나 역시나 기우였다. 이 녀석한테는 그런 거 없다.

“나? 킥. 난 끄떡없지. 그런 말 있잖냐. 금 캐는 사람은 망한 사람 있어도 그 사람들한테 청바지 판 사람은 망한 사람 없다고. 난, 우리가게는 물건을 팔아서 바로바로 들려 보내잖아. 그게 좋은 거야. 사람이 정체되지 않고. 공간의 효율적 활용이라고 할까나?”

이 자식! 장사 밥 오래 먹더니 제법 유식해졌다!

녀석의 발랄함 덕분에 다시 분위기가 돌아오기는 했으나 역시 입맛이 착잡해지는 것을 막을 길 없다. 굳이 듣지 않아도 될 이야기인데 알게 돼서 불편하다고나 해야 할까. 분명 그 아주머니도 하늘 빛 꿈을 품고 시작한 일이었을 텐데···. 거기다가 장사가 안 되었던 것도 아니고 꽤 잘 되었다는데도 불구하고 접게 되었을 때 그 심정은 얼마나 쓰렸을지···. 얼마 전까지 큰 빚에 쫓겨 다니며 그 무서움에 진저리쳐대 본 적 있는 나로서는 그 아주머니 일가가 막대한 채무에 앞날을 저당 잡힌 채 허덕허덕 거리는 일이 제발 없기를 간절한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기도해본다.

“자~ 암튼 그건 그렇게 되얐고, 야 준호야.”

“뭐냐? 갑자기, 징그럽게.”

“사우나 갈래?”

정수의 입에 나온 정말 엉뚱스럽고도 뜬금없는 사운드에 삽시 기가 막혔다. 이 완전 분위기를 깨는 판국 후에 이어질 말은 단연 욕지거리만한 게 없겠다.

“미친 새끼, 요즘 살만한가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줌 쌀 시간도 없어 허리다리를 배배 꼬던 자식이?”

“야 내가 직원이 몇 명인데~.”

“그러다가 훅 간다~. 이때 조심해야 된다.”

물론 난 정수만큼 큰 걸 일구어 본 경험이 없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하는 말을 의미도 자세히 모른 채 녀석에게 던진 건데··· 아마 속으로 많이 웃었을 거다.

“알아. 그래도 아직 물건 띠어오는 건 아무한테도 안 맡겨.”

“쉬는 날도?”

“내가 쉬는 날이 어딨냐? 일하다 피곤하면 아무데나 들어가서 디비대고 자는 거지.”

“야 그래도 이젠 좀 뭐, 일주일에 하루···? 쯤은 쉬어줘야 되는 거 아니냐?”

“아직은 아니다. 그건 좀 더 나중에. 그건 그렇고 갈 거야 말 거야? 아님 나 혼자라도 간다?”

“그래. 이번엔 너 혼자 가라. 난 너 반이라도 따라갈라면 부지러~언히 뛰어다녀야 된다.”

“아이씨~ 야 준호야 가자아~.”

“아이 안 된다니까 인마. 나 할 거 많어. 빨리 움직여야 돼.”

마음속 깊은 이허로 따지면 가고 싶지 않을 리가 만무하나, 괜히 그랬다가는 한 번이 두 번 되고 두 번이 세 번 되어 종국에 영업실적으로 따라오게 될 덤삯이 내 원하는 만큼을 채우지 못하였을 때 느껴질 자괴감과 또 그로인해 자연히 덮쳐올 후회의 뒤 폭풍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단칼에 잘라내야만 한다.

“나중에, 나 회사 쉬는 날 같이 가자.”

“··· 그래··· 알았다.”

그때였다. 때마침 바지춤에서 터져 나온 벨소리에 난 빠르게 손을 움직여 전화길 꺼내들었고, 덕분에 섭섭해 하는 정수의 얼굴을 정당한 방법으로 회피할 수 있었다.

“어?”

근데 약간은 의외의 번호가 찍혀 올라왔다.

“누군데 그러냐?”

터럭만치 놀라는 나의 표정에 바로 옆에 있던 정수가 역시 일호만큼의 궁금증을 표해왔다.

회사였다. 이 시간에 웬일이지?

난 반사적으로 친구를 향해 검지로 가로 벌려져있는 입을 세로 막는 동작을 취하며 수신단추를 움직이었다.

“예 천 대립니다.”

“준호야 너 어디야.” 히엑~??! 그분이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전혀 예상치 못한」 그분의 목소리는 자기 부하직원의 자세를 바로하고 전화기를 다시 고쳐 잡게끔 만들었다.


작가의말

무사히 월요일 하루를 보낸 우리의 주인공 천준호.

서른 넘어 오랜만에 나가게 된 소개팅.

과연 그 결말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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