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마스터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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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s_
작품등록일 :
2024.05.11 14:13
최근연재일 :
2024.06.2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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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9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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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

DUMMY

잿더미의 숲 오우거 공격대 야영지.


“예준 씨 어디 갔나요?”


소라는 야영지 주변을 둘러보며 예준을 찾았다.

어제 하던 이야기를 더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예준이 그녀에게 해준 피드백은 소라를 밤새 고민하게 만들었다.


그녀가 짊어지고 있는 더블 엑스는 확실히 강력한 무기이다.

아무리 이가 빠지고, 녹이 슨다고 하더라도, 그 무기 자체가 가진 무게와 질량으로 몬스터를 처치할 수 있었다.


그래서 소라는 자신의 무기로 더블 엑스를 택했고 운용법을 배웠다.

아카데미의 교관 역시 소라와 어울리는 무기라고 언급해두었으니 말이다.


‘그 더블 엑스를 쥐고도 그런 속력을 낼 수 있으면, 어떤 몬스터도 쉽게 잡아내겠지.’


무려 아카데미의 교관이 한 말이었다.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고 했던 걸지도 몰라."


빠른 몸놀림을 통해 더블 엑스의 묵직한 기동성을 살리려고 했지만,

오히려 기동성 때문에 발목이 잡혔다.

파괴력과 기동성,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다 어떤 것도 이득을 취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단순히 고블린만 상대할 때는 몰랐을 것이다.

지능이 낮아 어지간한 공격을 맞아주니깐.


하지만 상위의 몬스터를 겪을수록 자신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이번에 조우한 트롤 같은 경우에는 더블엑스의 파괴력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았다.

강력한 한방을 먹여도 재생할뿐더러, 더블 엑스를 휘두르는 순간 생기는 큰 빈틈은 공격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그 찰나의 순간 반격이 날아 들어오면 꼼짝없이 그 반격에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디 가셨지...”


가르침을 받고 싶다.

그녀의 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아무리 실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헌터도 아닌 포션 판매원일 뿐인데,

예준에게서 느껴지는 깊은 내공은 그 사실을 잊게 할 만큼 강렬했다.


"으으... 아파라."


그때 한 텐트에서 앓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소라는 천막의 입구를 열어젖히며 말했다.


"여기에 있어요?"


"아 깜짝이야! 왜 그래!"


소라가 연 천막은 부상자를 치료하는 의료용 천막이었다.

경상자나 중상자를 뉘여놓고 치료를 하는 곳이기에 의료용 천막이 쳐졌다 하면 신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아 현우 씨구나. 혹시 예준씨가 포션을 먹이러 이쪽으로 온 줄 알았어요."


"이미 포션은 진작에 갖다가 놓았지... 효과는 뒤지게 좋은데, 진통 효과는 없어서 더럽게 아파."


"엄살 피지 마요, 고작 팔 하나가 골절 난 거 가지고."


"난 아쳐야, 궁수라고! 팔 한쪽만 아작나도 도망쳐야 한다고!"


그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활이라는 무기가 양팔이 필요한 무기이니.

그래서 예비용으로 휴대하기 간편한 나이프를 허리춤에 차고 다녔다.


“그리고 너 은근히 판매원을 잘 챙긴다? 혹시 좋아하냐?”


“...글쎄요?”


“말투는 또 왜 그래.”


소라가 말을 길게 늘어뜨리자, 현우는 그녀의 의중을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어요, 근데 한 가지는 확실해요.”


“뭔데?”


“저보다 어린데, 훨씬 경험이 많아 보여요, 애늙은이 같달까.”


“그건 나도 느꼈어, 보이는 거랑 다르게 좀 다르지.”


“그래서 조금 더 의존하게 된달까요?”


소라의 말처럼 그녀는 어느새 부터인가 예준을 의존하게 되었다.

단순한 의존이 아니라, 마치 연장자로서 경험자로서 그 듬직함이 느껴졌기에 몸을 기대고 만 것이다.


"아무튼 오늘은 오우거를 상대할 건데, 그렇게 누워 있을 거예요?"


"..."


"팔 다 나았잖아요. 포션의 회복력은 제가 잘 알고 있는데."


"솔직히 무섭다."


현우의 발언에 소라는 흠칫했다.

자신 역시 비슷한 처지에 놓여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헌터의 일을 하면서 당연스레 느낄 감정.

생명체리면 당연히 두려울 수밖에 없는 죽음에 대한 공포.

그 생명의 선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볼 수밖에 없은 것이다.


"트롤헌테 직격으로 맞았을 때 순간적으로 아무런 생각이 안 들었어."


"저도 그랬어요. 나이트 고블린에게 목이 그어지고, 목에서 시뻘건 피가 뿜어져 나왔을 때."


그때 느낀 공포감.

과연 내가 살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과 함께 죽음에 한 발자국 다가가고 있는 그 썩을 감정.


시신은 잘 회수되려나, 가족들은 잘 지내려나, 지난날의 인생사가 스쳐 지나가는 주마등과 함께,

흐려지는 시야 사이로, 감기는 두 눈 사이로 죽음을 느끼는 것이다.


"이번 일만 마무리하고 난 빠지련다."


"..."


소라가 그를 막아설 자격은 없었다.

헌터의 은퇴는 되도록 빨리 결정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재능이 없으면, 실력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 빠르게 포기하는 것이 목숨을 보전하는 방법이었다.


때를 놓친다면 은퇴는커녕 게이트에서 죽을 때까지 몬스터를 잡고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쪽은 포기 못 한다고 했었나?"


"네, 저는 포기 안 해요, 아니 못해요."


"하긴 너를 헌터로 만들기 위해서 부모님이 등골이 휘어 졌을테니."


현우의 말에 소라는 침묵했다.

그의 말대로 소라는 포기 할 수가 없었다.

죽음의 공포를 무릅쓰고 계속해서 나아가야만 했다.


각성자가 된다고 해서 무조건 아카데미에 입학하는 것이 아니다.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꼭 대야만 했다.


뭘 모르는 사람들은 각성만으로 인생이 핀다, 꽃길만 걷는다, 얘기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김소라의 집안은 각성자가 없던 집안, 즉 빈민층이었다.

그나마 자리를 잡고 살아갔기에, 다른 빈민층보다는 훨씬 나은 삶이긴 했지만.

비 각성자라는 이유로 받아온 멸시와 괄시. 그리고 비교는 피해 갈 수 없었다.


그리고 그녀가 각성한 그 날, 집안에 있던 문고리를 전부 박살 낸 그 순간부터,

그녀의 인생은 전환점을 맞이했다.


집안의 모두가 기뻐했다.

주변의 모두가 부러워 했다.


그리고 아카데미의 각성자 등록금을 처음으로 받아본 그 순간.

김소라의 얼굴은 잿빛처럼 변해버렸다.


과연 이 금액을 자신이 부담할 수 있는지.

자신의 가족이 벌어들이는 돈으로 가당키나 한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부모는 위대했다, 어떻게든 끌어모은 돈으로 소라를 아카데미에 들어가게 해주었다.


그게 6년.

자그마치 6년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포기할 수 없었다.


"죽는 건 싫지만, 그렇다고 모든 걸 내팽개치고 도망칠 수 없어요."


"그래 열심히 해, 나는 적당히 하고 빠질 테니."


대부분의 헌터가 아카데미를 거치고 견습 헌터를 거친다.

그때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상대적으로 덜하다.


상위등급의 헌터 교관이 그들의 직접적인 위협에서부터 지켜주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죽음에 대해서 크게 와닿지 않는 견습이 많았다.


실전에 들어서는 순간, 몬스터의 발톱과 창, 그리고 칼날이 자신을 향해 살기를 띄우고 달려오는 그 순간,

견습이었던 헌터들은 뼈저리게 목숨의 위협을 느꼈다.


"어차피 내가 노린 건 헌터라는 명성 때문이니깐."


현우는 입을 쉴 틈도 없이 재잘거렸다.

헌터라는 직업이 고수익이긴 해도, 각성자라는 특별함과 전직 헌터라는 명예가 합해지면,

굳이 헌터를 하지 않고 풍족하게 살만했기 때문이다.


"알았어요. 제가 태성 씨에게 말해 둘께요."


"그래, 잘 말해줘. 뭐 나만 한 궁수를 구하는 건 힘들겠지만."


현우는 손을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소라가 의료용 천막을 나가려고 하자,

현우는 문득 하고 싶은 말이 생겼는지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


"그리고 너 재능 없어."


"..."


"발 빠른 건 인정, 근데 그걸로는 택도 없어. 은퇴는 빨리 결정하는 게 좋다?"


"재능이 없나요?"


"내가 보기에는, 그냥 그래. 나 정도는 되어야 재능이 있다 보지."


"도망치는 주제에 말이 많네요."


소라의 신랄한 대답에 현우는 눈을 둥그렇게 떴다.

그녀가 저렇게까지 세게 얘기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너 시발 선배에게 무슨 말버릇..."


그 순간 소라는 의료용 들것에 놓여있던 현우의 나이프를 집고 그대로 목을 겨누었다.

빠른 속도와 더불어 살기를 감추고 접근하자, 현우는 반응할 틈도 없이 당하고 만 것이다.


‘생각보다 예준 씨의 팁이 쓸만하네요.’


"뭐야 방금!"


"단순한 실험이요, 재능에 대한."


소라는 손에 쥔 나이프를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덤덤한 표정으로 천막을 빠져나갔다.

현우는 어벙한 표정으로 밖을 향해 나가는 소라를 보았다.


"허... 죽는 줄 알았네."


*


날이 완전히 밝아지며, 잿더미의 숲에 빛이 들어왔다.

작전을 세우느라 걸린 시간 때문에 어느덧 시간은 정오를 향해 가고 있었다.


"우진, 너의 파티는 수비로 들어가도, 너는 공격에 남는 게 좋지 않아?"


이동훈은 세워놓은 작전을 곱씹으며 정우진을 향해 얘기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진이 공격팀에서 이탈하는 것은 큰 전력손실 같기 때문이다.

자존심이 강한 최유나 역시 이동훈의 의견에 동의하며 말했다.


'동의, 우진 정도의 실력이면 단신으로 트롤까지 상대할 수 있잖아."


"지금 내 파티에 내가 빠지게 된다면, 파티를 이끌어나갈 사람이 없다, 김민수가 파티의 부 리더를 맡았는데 지금은 죽고 없으니 내가 책임져서 파티를 이끌어야 한다."


"무슨 AI 봇도 아니고 존나 딱딱하네."


유나는 우진의 대답에 한숨을 내쉬었다.

틀린말 하나 없었기에 더더욱 파고들 수가 없었다.


"현재 오우거의 흔적을 정찰조가 발견했다고 한다. 바로 토벌대를 꾸려서 작전을 속행한다."


오우거를 토벌하기 위한 작전은 매우 정석적이었다.


수비팀이 오우거를 유인해내면 공격팀이 마무리.

아주 간단한 작전이지만, 수비팀이 얼마나 오우거의 공격을 받아내는지,

공격팀이 얼마나 오우거에게 딜링을 잘 누적 시키는지에 따라 결과가 갈릴 것이었다.

그 수비와 공격의 인원을 잘 배분해야 했기에 그들은 머리를 쥐어 짜내며 시간을 보내었다.


"내가 녀석의 공격을 받아내면, 동훈, 네가 창으로 녀석의 척추를 부숴놔라, 그리고 유나는 파티원과 함께 총공세에 나서라."


"알고 있다고."


그 순간 얇은 팔을 휘적이며 박지훈이 인상을 있는 대로 찌푸렸다.


"시부랄 나는? 나도 공격팀 아니여? 근데 왜? 예비대야?"


"이번 작전은 정확한 팀플레이가 요구된다. 아쉽게도 그쪽은 우리 길드가 아니라 협동이 잘될지 의문이었다. 그래서 예비대로 돌려놨다. 유나가 실패하면 곧바로 공격을 시도하도록 하겠다."


"그냥 가서 들이 박어! 한낱 오우거 아니야? 이 정도의 인원인데 몇 명 뒈지는 한이 있더라도 잡을 거 아니여?"


"사상자는 최소화 해야 한다."


우진은 단호하게 말했다.

박지훈의 말처럼 모든 전력을 쏟아부으면 잡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분명히 죽는 이가 생길 것이 분명했다.


"지금 우리 공격대 중에 오우거를 단박에 뚫을 원거리 헌터를 보유하고 있나?"


"아쉽게도 서영이 죽는 바람에."


"그래서 이런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하 별 대단한 일이라고.. 이거 완전 겁쟁이들 밖에 없구만."


박지훈이 계속해서 틱틱 거리자, 유나의 이마에 핏줄이 곤두섰다.

지금 그를 여기서 베어버리고 싶은 생각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우리끼리의 충돌은 불필요한 전력손실을 야기한다. 다들 그쯤에서 해두도록."


우진은 그 낌새를 눈치챘는지, 유나의 손목을 잡으며 얘기했다.


"이 일 끝나기만 해봐, 저 좆같은 새끼의 대갈통을 베어 버릴테니."


"이거 느낌이 안 좋은데."


동훈은 이 상황을 지켜보며 불길함을 느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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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그랜드 마스터는 대화를 나누었다. 24.06.18 167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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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그랜드 마스터는 쫓아갔다. 24.06.16 186 6 11쪽
38 그랜드 마스터는 다시 교육했다. 24.06.15 195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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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그랜드 마스터는 등교했다. 24.06.12 218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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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그랜드 마스터는 받아들었다. 24.06.07 296 9 11쪽
29 그랜드 마스터는 갖추었다. 24.06.06 308 9 11쪽
28 그랜드 마스터는 수습했다. +1 24.06.05 342 11 11쪽
27 그랜드 마스터는 해결했다. +1 24.06.04 345 10 11쪽
26 그랜드 마스터가 등장했다. +1 24.06.03 367 9 12쪽
25 교전 +1 24.06.02 400 10 11쪽
24 그랜드 마스터는 일깨웠다! 24.06.01 418 15 11쪽
23 그랜드 마스터는 깨달았다. +1 24.05.31 465 13 11쪽
22 그랜드 마스터는 돌아왔다! 24.05.30 501 13 10쪽
» 개화 24.05.29 512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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