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와 재앙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드라마

공모전참가작

핸드바이
작품등록일 :
2024.05.11 16:33
최근연재일 :
2024.08.30 07:00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3,447
추천수 :
9
글자수 :
349,779

작성
24.05.11 16:44
조회
186
추천
3
글자
18쪽

서쪽, 달나무 (1)

DUMMY

서쪽, 달나무 1화



태고의 시절이 저물고


고대의 시절이 멸망하고


현세에 들어서


인간들은 강인한 마법으로 찬란한 문명을 꽃피었다.


그러나 커터스라는 한 사내의 등장으로 인간의 모든 마법이 사라졌다.


이건 그 후의 이야기


...


재난은 재앙을 낳는다.


재난은 쏟아지며 재앙은 우리를 끌어당긴다.


우리는 이겨내야만 한다.


그 살아야 할 이유를 가지며 태어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모두에게 전한다.


세상을 부수는 소리가


다시 찾아 온다 해도


나는 너를 만나러 갈게


...


그 첫 번째 이야기가 시작된다.


...


한 노인이 꿈을 꾸기 시작했다.


[누구십니까?]


한 사내가 나타나 노인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사내가 입을 열었다.


[너희의 죄를 사하겠다.]




조상들의 죄


[그, 그것이 정말입니까?]


그러나 그것을 끝으로 무당은 꿈에 깨어났다.


"이게 도대체 무슨 꿈인지 모르겠군."


무당은 꿈 이야기를 마을 사람들에게 해 주었다.


"우리는 죄를 지은 적이 없지 않나."


촌장이 말했다.


"그러네. 개꿈이네요. 개꿈."


"아, 아니. 우리도 모르는 사이 죄를 지었을 수도 있고."


"에잇! 그런 말씀마세요."


"가세, 가."


"이제는 돌팔이가 다 되어서 꿈이나 팔아먹고 사는 구만."


마을 사람들이 떠나고 한 사람만이 남았다.


"혹여 나중에라도 무슨 꿈을 꾸게 된다면 나에게 와서 말해주시게."


"거, 정말인가? 고맙네. 촌장."


"그럼, 누구에게는 이야기를 해야 속이 풀리는 것이 자네 아닌가."


"고맙네. 마을 사람들은 죄가 무엇인지 이제 모르니 저러는 게지."


그들은 무언 가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죄에 대해서는 꼭 비밀로 하고"


"어차피 다 설화이지 않은가. 자네도 내 스승이 하는 말을 믿는 것은 아니지?"


"허허, 그저 재미있어서 그럴 뿐이네. 이만 가네."


마을의 촌장은 기묘한 표정을 지으며 무당의 집을 나섰다.


우리는 죄를 짓지 않았다.


부모의 죄가 어찌 자식의 죄란 말인가.


*


달이 떠오르는 호수


그 호수는 화산의 분지에 물이 고인 듯 높이 솟아 많은 물을 머금고 있어 달에 가장 가까운 호수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달을 가장 또렷이 비춘다.


그 산의 아래에는 한 마을이 있는데 그 마을은 다른 마을과는 교류를 엄격히 금하며 외부로도 나가지 않는 마을이 있다.


“할아버지, 옛날 얘기 해주세요!”


한 어린 소년이 할아버지의 무릎을 베게 삼아 누운 채로 밤 하늘을 바라보며 호기심 많은 나이답게 이야기를 졸랐다.


“옛날 얘기? 흠- 보자.”


촌장은 아이에게 해줄 얘기를 다시 짚어 보았다. 마을이 외부와 교류를 안 한 지 너무 오래되다 보니 이제는 아이들에게 들려줄 재미난 구전 설화가 다 바닥이 났다.


“전에 들었던 얘기 말고요.”


새로운 이야기라...


나이가 이제 많아서 그런가 혹은 아이에게 맞는 이야기를 생각해 보지 않았기에 이미 그의 기억에서 많이 소실이 되었다. 그러나 그 역시 어릴 적부터 기억하고 되새기고 간직해오던 이야기 하나가 반드시 있다.


산에서 내려오는 재앙 이야기


“그럼, 오늘은 카를라 산과 사라 호수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마.”


“산이랑 호수 이야기요? 그런 이야기가 있었어요?”


아이 역시 마을에 살면서 산에 관련된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다.


‘그저 혼자서 올라가지 마라.’, ‘길을 잃어버리면 늑대 인간들이 잡아간다.’ 하는 경고뿐이었기에 또 그가 가장 사랑하는 마을 사람들 다음으로 사랑하는 것이 저 카를라 산과 사라 호수이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도 당연히 카를라 산과 사라 호수를 사랑하기에 매일 아침이 되면 사라 호수까지 올라가 기도를 한다. 그렇게 하루가 시작하고 하루가 마무리될 때는 서둘러 올라 한 번 더 기도를 하고 하루를 끝마친다.


“저 산에는 말이야-”


카를라 산의 정상에는 사라 호수가 있다. 그 사라 호수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항상 달이 수면 위에 밝게 비추는 데 그것은 사실 달이 아니라 눈이 그 사라 호수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사라 호수 안에는 흐르는 불을 내뿜는 ‘범자쿠’라는 괴물이 봉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낮에는 마을 사람들이 항상 사라 호수를 지켜보며 감시를 하며 오늘 하루도 봉인이 풀리지 않은 것에 기도를 올리지만 사실 아침에 하는 기도는 봉인이 해제되지 않은 것에 대한 감사의 기도이며 밤에 하는 기도는 부디 달님께서 사라 호수를 잘 감시해달라는 기도라는 것이다.


“헉! 진짜로요?”


“그럼 원래는 가르안, 네가 더 크면 알려주려 했는데 궁금한 것이 많으니 미리 알려 줄 수밖에”


“그럼, 만약에 호수의 봉인이 풀리면 어떻게 돼요?”


“걱정 마라. 범자쿠는 절대 한 번에 봉인을 풀 수 없어. 범자쿠가 사라 호수 아래에서 일어나려고 하면 사라호수의 물이 조금씩 카를라 산을 넘쳐 흐를 거란다.”


“그럼 어떻게 돼요?”


“마을이 물에 잠기겠지만... 더 들어보렴. 그리고 물이 점차 쏟아지다가 달이 붉은색으로 뜨는 날에는 범자쿠가 거의 일어나서 달이 경고를 하는 거란다. 사라 호수의 모든 물이 우리 마을을 덮치고 산이 무너지면서 범자쿠가 일어난단다.”


“그러면요? 마을이 위험해지는데요?”


촌장은 한참을 가르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잠시 가르안이 겁에 먹은 것은 아닌지 살폈다.


그러나 가르안의 눈은 밤 하늘의 별이 반사 되어 똘망하니 밝은 호기심에 빛나고 있었다.


“어떻게 되긴, 어떻게든 되겠지.”


“엥! 그럼 안되는 거잖아요. 범자쿠때문에 마을이 위험해지는 거잖아요. 근데 왜 그래요? 할아버지는 마을을 책임지시는 촌장이잖아요.”


이럴 때만 예리하다.


“위험 징조가 나타나면은 그때는 서쪽으로 가서 달나무를 구해올 거다."


서쪽, 달나무


"달나무를 제때 심기만 하면은 다시 안전해 질거란다.”


“음? 그럼 언제 범자쿠가 일어나려 할지 모르니까 미리 달나무를 구해오면 되잖아요.”


맞다.


하지만 이건 그저 촌장이 어린 시절부터 내려오던 이야기일 뿐이다. 그러니 범자쿠며 달나무같은 것이 존재할 리가 없다. 그저 지금은 아이의 호기심을 만족시켜주면 될 뿐이다.


“아니. 그때 가면 어른들이 가서 금방 구해 올 거다. 그리고 달과 우리 마을 사람들이 잘 지켜보면 괜찮아.”


그러나 가르안의 호기심은 끝나지 않았다. 원래 아이들은 ‘궁금증’을 항상 입에 달고 사는 법이다.


“근데 만약에요."


겁은 많으면서 호기심은 많은 아이


"달이랑 우리가 못 보면 어떡해요?"


만약에 못 보는 경우


"그래서 범자쿠가 일어나면은요?"


"미리미리 준비해 놓으면 안 되는 거예요?"


"저는 범자쿠도 늑대 인간도 우리가 안전에 더 대비했으면 엄마랑 아빠도 살았을 거 아니에요.”


촌장은 그 말에 마음이 많이 아팠다. 가르안의 아비는 마을어른들과 함께 숲속에 사는 사냥꾼을 고용해 늑대 인간을 토벌하러 나섰다가 절벽에서 떨어져 그만 목숨을 잃었다. 어미는 충격으로 정신이 온전치 못하게 되자 산으로 들어가 독초를 먹고 숨을 거두었다.


가르안에게는 모두 늑대인간에게 목숨을 잃었다고 둘러댔다.


이번에도 그냥 둘러대자.


"그건 어른들이 하는 일이야. 아이가 하는 일은 밤에 일찍 자는 거야."


아이가 하는 일과 어른이 하는 일


이야기는 끝났으니 이만 얼른 자렴.”


가르안은 어른들의 이유 모를 저 느긋함이 싫었다. 어떻게 저렇게 목숨이 달렸고 마을 모두의 위안이 달린 일에 저리 태평할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그러나 답답한 마음을 사르륵 녹아내리게 하는 할아버지가 주신 베게는 부드러웠고 덮어주신 이불은 포근했으며 산의 공기는 맑았고 바람은 볼은 간지럽히니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는 할아버지의 손은 잘 수밖에 없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었다.


그렇게 깊은 그리고 편안하고 달콤한 잠에 푹 빠졌다.


*


[그러니까 달나무가 어디 있는지 알려달라는 말이지?]


[네.]


꿈속에서 키가 많이 커진 나는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어린 나는 그것을 옆에서 바라만 보고 있었다.


[알려줄 수 있고말고... 그런데 공짜는 아니란다. 달나무를 심으면 거기서 자라게 될 열매 하나를 나에게 주렴.]


상대는 허리가 낫처럼 굽어 키가 할아버지의 턱밖에 오지 않았고 키가 커진 나의 허리까지 밖에 오지 않았다. 또한 목소리는 쉬고 갈라진 목소리가 참 듣기 역할 정도였다.


[열매요? 그래요.]


[달나무는 서쪽에 있지.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저 방향으로 쭉 가거라]


난 그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았다. 세상에서 가장 어둡고 음침하고 무서운 숲이었다.


그때였다.


그가 어린 현재의 내 앞에서 있었고 놀란 나는 꿈에서 바로 깨고야 말았다. 그가 꿈에서 깨기 전에 나에게 무어라 말한 것 같은데 너무 놀란 탓에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만약 내가 이때를 기억했더라면-


*


짙은 안개가 자욱한 카를라 산의 정상에 무당이 서있었다.


[꿈인가?]


익숙한 한 사내의 실루엣이 보였다.


[떠나지 않겠다면 달나무를-]


쿠쿠쿵


무언가를 말하고 있는 것 같았으나 요란한 소리에 잘 들리지 않았다.


[뭐라구요?]


사내는 사라 호수의 안으로 사라졌다.


[어딜 가시는 겁니까!]


노인의 몸이 하늘로 솟고 처 올라갔고 카를라 산이 폭발했다.


[이럴 수가!]


무너진 산을 타고 사라 호수의 물이 마을을 집어 삼켰다.


그리고


흐르는 용암 속에서


괴물의 눈이 번뜩였다.


*


나는 참 호기심이 왕성했기에 항상 이곳저곳을 모험 삼아 여행 삼아 놀러 다니고 싶었다.


그렇게 한 번은 나 혼자서도 다녀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산을 혼자서 올라가기로 했다. 배가 고플까 염려하여 좋아하는 치츠 한 덩이도 야무지게 챙겼다.


“헉, 헉, 생각보다 긴 것 같은데···”


다 같이 걸을 때는 금방 올랐던 것 같은데 혼자 걸으니 왜 이리 오래 걸리고 힘에 부치는지 답답하여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그러다 한 번 뒤를 돌아보니 갑자기 익숙한 길이 아닌 어지러운 숲속 길을 걷는 듯했다. 다행히 낮이기에 햇빛이 온 세상을 비추어 두려움에 나아졌고 마을이 보이니 안심이 되었다. 나는 다시 힘을 내어 올라갔다.


카를라 산 정산에 오르니 산의 시원하고 천천히 부는 바람이 나의 지친 몸을 위로하였고 바로 사라 호수가 보였고 호수는 어느 때보다도 눈부시게 아름다워 나의 마음을 만족시켰다. 나는 성공했다는 기쁜 마음을 갖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키잉”


어디선가 아파하는 동물의 소리가 들려와 주위를 둘러보니 옆의 풀숲에는 피를 흘리는 작은 늑대 인간이 있었다.


“늑, 늑대 인간이다!”


뒤로 자빠져 넘어졌다.


놀람과 두려움


그리고 분노가 서렸다.


마을 사람들을 괴롭히는 원수이자 어머니와 아버지를 죽인 나의 원수


하지만 이 아이는


"새끼 강아지 같은데?"


베보다 작고 복슬복슬한 털과 똘망 똘망한 눈은 그저 마을의 강아지와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분명히 늑대 인간으로 자랄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이미 큰 상처로 인해 아파하고 있었다.


"마음이 약해지는데."


마을에 데려갈 수도 없고 치료를 해줄 수도 없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고통이라도 덜어주자


나는 근처 풀숲에서 독초를 가져와 어린 늑대 인간의 입속에 손으로 즙을 짜서 치즈에 묻힌 뒤 녀석이 치즈냄새를 맡고 먹게 도와주었다.


“미안해.”


몇 입 먹는 듯하더니 그리곤 녀석은 바로 죽어버렸다. 나는 독초의 즙이 묻은 남은 치즈는 옆에 버려두고 짧게 기도를 하고 곧장 내려왔다.


...


시간이 흘러 죽은 어린 늑대 인간의 어미가 찾아와 자신의 아이를 코로 툭툭 건드렸다. 그러나 아이는 굳어있었고 어미의 눈물이 코를 타고 흘러 아이의 얼굴에 떨어졌다. 머지않아 그녀는 아이의 주위에 떨어진 독초의 즙이 묻어있는 치즈를 발견하고는 깊이 냄새를 맡았다.


한 치즈 냄새는 어미 늑대 인간에게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


*


"무당 양반, 갑자기 찾아와서는 무슨 말을 하는 건가."


무당, 이 마을의 유일한 무당이며 마을의 안녕과 풍요의 제사를 지낸다. 하지만 돌팔이라고 소문이 나있다.


"마을을 떠나야 해."


그 말에 평소에는 온화하던 촌장이 불같이 화를 내었다.


"닥쳐라!"


그러나 무당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이어 말했다.


"우린 이곳에 머무르면 안 돼."


"우린! 이곳을 떠나면 안 돼!"


무당은 수염을 쓰다듬었다.


"꿈을 꾸었네."


촌장은 그 말에 머리부터 발 끝까지 온 몸에 소름이 돋았으나 자신을 달래었다.


나답지 못하게 흥분을 했군.


진정하자.


"과거에 보았던 한 사내가 매섭게 우리 마을을 매섭게 노려보더군. 필시 떠나지 않으면 큰 화를 입을 게야."


사내라면 그 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가 조상 대대로 이곳에 묶여 살아야만 하는 이유.


커터스


"그 꿈을 또 누구에게 말했나."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네."


다행이다.


"차나 한 잔 하겠나?"


*


우리 마을은 평화로웠다. 또 행복한 나날들을 계속 보내고 있었다.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난 아주 조금은 늠름해지지 않았나 싶을 만큼 커졌다.


“아니, 이게 누구야 차기 촌장 아니야?”


“하하 무슨 말씀이세요. 아직 이렇게 어린데”


“언젠가는 그래도 네가 촌장이 될 거 아니야. 최연소 촌장이 되겠는데?”


“에이, 그만하세요. 할아버지 아직 건강하세요.”


"촌장님이 어느새부터인가 많이 엄해지시지 않았어?"


"그러게. 많이 근엄해 지시긴 했지."


확실히 촌장님이 좀 더 무서워 지시긴 했다. 화도 부쩍 자주 내시고


"에이, 그거야 마을을 걱정하느라 그러신 거지."


"그렇지. 하하"


그렇게 시시닥거리며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사건이 터졌다.


“지, 지진이다!”


땅이 제법 심하게 흔들렸다. 나는 곧장 사람들에게 외쳤다.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마! 금방 끝날거야!”


다행히 지진은 금방 멈추었다. 그러나 뒤에서 여성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사, 산이, 카를라 산이!”


우린 곧장 산을 바라보았다. 산은 산사태가 일어나 산의 일부가 조금 무너져 내린 것이다.


“무, 물이 넘친다!”


카를라 산이 산사태를 무너지자 산의 정상에 있던 사라 호수의 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다행히 아주 조금만 흐르고 곧장 멈추었지만 사람들은 두려움에 자리에 풀썩 나앉고 말았다.


“말도 안 되는 일이...”


“설마, 버, 범자쿠가 일어나려는 거 아냐?”


사람들의 불안감이 전염되고 커지는 것이 느껴졌다. 겨우 지진 한 번과 겨우 산사태가 일어난 것에 사람들은 금세 죽을 상을 짓고 있었다.


사람들을 진정시켜야 해.


“여러분! 모두 진정하세요!”


내 친구도 일어나서는 사람들에게 외쳤다.


“그래요! 괜찮을 겁니다! 우리 무당에게 가서 점을 쳐보도록 합시다!”


"뭐? 무당 할배는 치매 걸렸잖아."


"치매가 걸린 것 뿐이지. 아직 일은 할 수 있는 것 아냐?"


"일단은 가보자구."


무당은 항상 사람들을 위해 일했으니 꼭 친구의 말이 아니었어도 결국에는 무당을 찾아갔을 것이다.


*


우린 곧장 마을의 유일한 무당에게 달려갔다.


"그러니까 점을 봐 달라고?"


"네!"


"자, 점."


결과는 우려한 대로 최악이었다.


"팔에 있는 '점' 말고요!"


"아, 그 점? 그거, 근데 어떻게 하더라?"


답이 없다.


"그냥 가자."


우리가 이만 가려고 할 때였다.


“달이 너무 오랫동안 우리를 지켜주려 무리를 하셨다! 달은 눈이다···. 눈에 핏기가 생기는 날이 머지않았다!”


무당 할배가 일어서더니 눈이 뒤집히고 몸을 떨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니, 그럼 어떻게 되는 겁니까?”


“카를라 산은 무너지고 사라 호수의 물이 마을을 덮칠 것이다! 그리고 범자쿠가 깨어날 것이다!”


그러고는 무당은 힘을 다해 주저앉았다.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더 커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찰나 촌장이신 할아버지께서 노쇠하신 몸을 서둘러 이끌고 오셔서 헐떡이는 숨을 가다듬으며 외쳤다.


“달나무를 심으면 될 것 아니냐!”


사람들은 웅성거림을 일순간에 멈추고 할아버지를 쳐다보았다.


“달나무를 심을 것이다! 그럼 모두가 다시 원래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어!”


할아버지의 힘입는 외침에 사람들은 금세 희망을 찾으며 맞장구를 쳤다.


“아이고, 맞네요! 맞아! 달나무를 구해와서 심으면 되는 거네요.”


“그래! 그, 근데 달나무가 어디 있는데?”


금세 생기는 의문은 다시금 불안감을 가지고 온다. 그리고 불안은 파멸을 이끌 것이기에 할아버지는 바로 외치셨다.


“서쪽! 서쪽으로 쭉 가면 나온다고 했다!”


그때


“안 된다! 안 돼!”


무당이 숨을 다하려는 듯 눈을 거의 뒤집어진 채로 바닥에 뒹굴며 외쳤다.


“아니, 그럼 어떡하자는 건가!”


촌장과 무당의 의견이 대립되었다. 그러나 제대로 대화를 하기도 전에 무당은 마지막 간신히 외치며 죽었다.


“마을을! ...포기하고! ...떠나!”


“닥쳐라! 여기를 떠나면 어디로 가느냐!”


할아버지가 분개하시어 사람들을 둘러보며 이어 외쳤다.


“잘 들어! 여기가 우리 집이고! 우리 고향이야! 왜 우리가 떠나야 해! 우린 아무 잘못한 거 없어!”


사람들은 촌장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맞아!”


그리고 나를 바라보았다. 살면서 그렇게 매서운 눈은 처음이었다. 눈이... 조금 충혈되셨다.


“나의 손자! 가르안아! 서쪽으로 가라! 네가 가서... 달나무를 구해와라.”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애초에 내가 가장 적임자였으니까.


“···네.”


작가의말

조금 늦었지만 시작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물고기와 재앙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특별편이 올라갈 겁니다! 24.09.03 4 0 -
공지 돌아왔습니다!!! 24.08.13 9 0 -
공지 궁금해서 독자님들에게 여쭤봅니다... 휴재가 더 길어질 지도... 24.06.25 11 0 -
공지 '개미를 좋아하던 군인'에 대하여 24.06.02 22 0 -
53 외전 2-3화 24.08.30 14 0 19쪽
52 외전 2-2화 24.08.28 16 0 14쪽
51 외전 2-1화 24.08.26 15 0 13쪽
50 외전 1-5화 24.08.23 15 0 16쪽
49 외전 1-4화 24.08.21 21 0 14쪽
48 외전 1-3화 24.08.19 18 0 15쪽
47 외전 1-2화 24.08.16 18 0 12쪽
46 외전 1-1화 24.08.14 19 0 14쪽
45 꼬부랑 남자 4화 <완결> 24.08.12 18 0 12쪽
44 꼬부랑 남자 (3) 24.06.24 17 0 13쪽
43 꼬부랑 남자 (2) 24.06.21 22 0 12쪽
42 꼬부랑 남자 (1) 24.06.19 22 0 12쪽
41 지상과 지하는 그렇게 (5) 24.06.18 29 0 13쪽
40 지상과 지하는 그렇게 (4) 24.06.17 33 0 17쪽
39 지상과 지하는 그렇게 (3) +2 24.06.16 35 2 16쪽
38 지상과 지하는 그렇게 (2) 24.06.15 37 1 12쪽
37 지상과 지하는 그렇게 (1) +1 24.06.14 43 1 16쪽
36 개미를 좋아하던 군인 (15) 24.06.13 44 1 12쪽
35 개미를 좋아하던 군인 (14) 24.06.12 41 0 16쪽
34 개미를 좋아하던 군인 (13) +1 24.06.11 44 0 16쪽
33 개미를 좋아하던 군인 (12) 24.06.10 42 0 17쪽
32 개미를 좋아하던 군인 (11) 24.06.07 45 0 16쪽
31 개미를 좋아하던 군인 (10) 24.06.06 46 0 16쪽
30 개미를 좋아하던 군인 (9) +1 24.06.05 54 0 15쪽
29 개미를 좋아하던 군인 (8) 24.06.04 51 0 16쪽
28 개미를 좋아하던 군인 (7) 24.06.03 56 0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