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자객 프리얀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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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112212
작품등록일 :
2024.05.15 12:25
최근연재일 :
2024.09.20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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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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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5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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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만남

DUMMY

2) 만남



참혹한 광경이었다.


암신이 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마을은 불타고 있었고 지옥으로 변한 마을 곳곳엔 수십구의 남녀노소 시체들이 사방에 흩어져 있었다.


마을 주위로 제법 튼튼한 목책이 둘러쳐져 있어서 고블린이나 오크 정도의 몬스터는 막을 수 있었겠지만, 체계적인 산적들의 침입을 방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마을을 둘러보던 암신은 집 모퉁이 구석에 쓰러져 있는 노인의 시신 밑에서 작은 생명의 기운을 감지했다.


가만히 노인의 시신을 들어 올리자, 그곳에는 다섯 살 정도의 꼬마 아이가 죽은 듯이 누워있었다.


아마도 노인이 죽어 가면서까지 꼬마 아이를 살리려고 자기 몸으로 아이를 감춘 것 같았다.


아이는 죽은 듯이 눈을 감고 있었지만, 몸에는 아무런 상처도 없었고 단지 큰 충격에 놀라서 정신을 잃은 것 같았다.


암신이 살며시 가슴에 손을 대고 기를 불어넣어 주자 잠시 후 아이가 눈을 떻다.


아이가 눈을 뜨자 암신의 입에선 감탄이 절로 나왔다.


잠깐 아이의 몸을 살펴본 암신은 이 정도 자랐으면 어느 정도 탁기가 몸에 축척되어 있어야 하는데 아이의 몸은 처음 태어날 때 같이 청결하고 깨끗했다.


정신을 차린 아이의 얼굴은 표현할 말이 없을 정도로 빼어남을 넘어, 남자 아이라고 믿지 못할 정도로 아름다운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아이에게선 라임을 찾아다닐 때 대륙 중앙 영원의 숲 한가운데 살고있는 숲의 종족 엘프의 기운이 느껴졌기에 아이의 출생 내력이 궁금했다.


아이의 파란눈을 마주한 암신은 이 세계로 오면서 헤어진 딸 라임을 생각했다.


분명히 라임의 손을 잡고 갈라진 차원의 공간으로 들어왔지만, 이 세계에 도착하고 보니 옆에 있어야 할 라임이 보이지 않았다.


아주 잠깐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깨어나니 라임이 없어진 것이다.


차원의 공간을 지나면서 알 수 없는 이유로 라임과 헤어지게 된 것 같았다.


지난 오 년 동안, 이 세계를 헤메면서 라임을 찾았지만 암신의 능력으로도 아직까지 딸 라임을 발견하지 못했다.


몇 시간 전 멀리서 상단전의 기감을 자극하는 감각에 서둘러 이곳으로 달려 왔지만 조금 늦어서 이곳에서 일어난 비극은 막을 수가 없었다.


아이가 눈을 뜨자 암신은 자신의 상단전을 자극한 감각이 이 작은 아이에게서 비롯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아이도 자기와 같이 선천적으로 상단전이 열려있어 염력이라 불리는 초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난 것이다.


눈을 뜬 아이는 암신을 쳐다보다가 옆에 있는 노인의 시신을 보았다.


“마틴 할아버지”


아이는 노인의 시신을 붙잡고 눈물을 흘렸다.


암신이 노인을 살펴보니 이 거친 산맥의 화전민 부락에 어울리지 않는 청순한 인상에 고생을 해보지 않은 것 같은 하얀 손이 눈에 띄었다.


아이도 이제 다섯 살 정도로 보였지만 슬픈 와중에도 침착하게 암신을 바라모며 물었다.


“아저씨는 누구세요?”


암신은 오 년 동안, 이 세계를 돌아다녔기에 이 세계의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고 있었다.


“나는 지나가는 사람인데 이 마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냐?”


낮선 사람에게 이야기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던 아이가 암신의 눈을 쳐다보면서 새벽에 일어났던 일을 이야기했다.


“새벽에 갑자기 산적들이 마을을 습격했어요. 촌장님이랑 마을 어른들이 막으려고 했지만 막지 못했고 마틴 할아버지는 저를 지키려다 산적의 칼을 맞는 것을 보면서 저는 정신을 잃었어요.”


“이 노인이 너를 지키려고 했기에 네가 무사한 것 같구나. 어디 다른데 아픈 곳은 없느냐?”


아이는 천천히 자신의 몸을 움직여 보았다.


“없어요.”


아이는 침통한 모습으로 마을을 둘러보며 대답했지만, 마틴 할아버지와 촌장을 비롯한 모든 마을 사람들이 죽었고, 집들도 다 타버려서 어찌할지 고민하는 것 같았다.


암신은 아이가 겉보기에 멀쩡해도 마음의 상처가 크기에 이대로 두면 심맥에 손상이 간다는 것을 알았다.


가만히 아이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내력을 보내 아이의 심맥을 보호했다.


“아이야 너의 이름이 무엇이지?”


따스한 기운이 온몸에 퍼지자, 아이의 몸에 흐르는 기의 흐름이 자연스러워졌다.


“저는 프리얀이라고 합니다.”


“성은 없고?”


암신은 이 세계에 오면서 이곳은 서역 사람들과 같이 성을 이름 뒤에 붙인다는 것을 알았기에 꼬마에게 물었다.


프리얀은 잠시 망설이다가 암신의 맑은 눈을 보고 신뢰의 눈빛을 느꼈다.


“마틴 할아버지가 열다섯 성인이 되면 알려준다고 했습니다.”


프리얀은 싸늘한 주검으로 누워있는 마틴을 보면서 지난 일들을 생각했다.


어릴 때 어렴풋한 기억으로 아련히 떠오르는 부모님의 모습과 커다란 저택, 그리고 많은 사람이 오가는 도시가 생각났고 마지막으로 불타는 저택과 싸우는 소리를 뒤로하고 한밤중에 마틴에게 안겨 비밀통로로 집을 떠나왔다.


나중에 마틴 할아버지가 말하길 그때가 프리얀이 두 살 때였고 프리얀의 가문은 모함을 받아 억울하게 멸망했다고 들었다.


마틴은 프리얀 가문의 집사장으로 프리얀의 부모님 부탁을 받고 적들의 추적을 피해 이곳 변방의 화전민 부락으로 흘러 들어왔다.


프리얀은 아직 어렸지만 마틴에게 자신의 가문과 또 가문을 멸망시킨 적이 누군지 물었다.


하지만 마틴은 나중에 프리얀이 성인이 되면 알려준다면서 끝까지 알려주지 않았다.


마틴의 말로는 적들이 너무 거대한 세력이라서 철저하게 프리얀의 정체를 숨기고 살고 있었는데 산적들에게 이런 일을 당한 것이다.


“프라얀! 우선 이곳을 수습하는 것이 먼저일 것 같다.”


암신이 조용히 마음을 움직이자, 마을 여기저기 쓰러져 있던 시신들이 천천히 날아서 마을 광장으로 옮겨졌다.


가지런히 시신들을 모아놓고 프리얀에게 마틴 할아버지와 마지막 작별을 하게 했다.


프리얀은 마틴에게 다가가 지금까지 자기를 보살펴준 생각에 그의 시신 앞에 다가가 한동안 슬픔에 잠겨 있었다.


암신은 “삼매진화“를 일으켜 마틴과 마을 사람들의 시신 태웠다.


이미 생사경의 깊숙한 경지에서 자연경을 바라보는 암신의 입장에서는 삼매진화를 일으켜 시신을 태우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으나 중원의 사람들이 보았다면 기절초풍할 일이었다.


암신은 완전히 타서 남아있던 하얀 재를 하늘 높이 날려 보냈다.


프리얀은 백여구에 이르는 시신들을 푸른빛이 나는 강력한 불로 순식간에 태워 버리고 그 재를 까마득한 하늘로 날려버리는 암신이 경이롭게 느껴졌다.


모든 일을 마친 암신은 프리얀을 바라보며 자세를 낮추고 눈높이를 맞췄다.


“프리얀! 너는 특별한 능력이 있구나.”


프리얀은 깜짝 놀랐다.


“아저씨가 그걸 어떻게 아세요?”


“나도 너와 똑같은 능력이 있으니 알지.”


암신은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멀리 있는 주먹만한 돌맹이를 천천히 떠오르게 하고 눈앞으로 천천히 가져왔다.


그러자 프리얀도 손을 뻗어 제 주먹한한 돌을 들어 올려 자기 손으로 옮겨왔다.


“프리얀! 내가 멀리서 너의 종적을 발견한 것은, 너도 나와 같은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네 앞가슴에 걸고 있는 목걸이에서 나오는 가득한 생명의 기운도 더욱 쉽게 이곳을 찾을 수 있게 만들었다.”


프리얀은 앞섭을 헤치고 가슴에 차고 있는 목걸이를 꺼냈다.


목걸이는 은색 사슬에 어른 손톱만 한 메달이 달려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앞면은 은빛 바탕에 풍성하고 신비로운 초록색의 커다란 나무가 정교하게 새겨져 있었고 뒷면에는 하늘을 향해 활을 당기는 엘프가 조각되어 있었다.


또한 메달에서 뿜어져 나오는 진한 생명의 기운이 프리얀을 아늑히 감싸고 있었다.


암신이 생각하기에 이 목걸이가 프리얀의 몸에 있는 탁기를 정화 시켜준 것 같았다.


“마틴 할아버지가 이 목걸이는 어머니가 헤어지기 전에 저한테 걸어주신 것이고 절대로 남한테 보이지 말고 꼭 목에 걸고 있으라고 했어요.”


“어머니의 모습을 기억할 수 있겠느냐?“


”잘 기억이 나지 않아요. 하지만 초록색 머리에 다정한 파란 눈이 어렴풋이 떠오를는 것 같아요“


”혹시 귀가 뽀족하고 길지 않았느냐?“


”아! 그런 것 같아요.“


프리얀이 가만히 어머니를 떠올리면서 생각에 잠겼다.


암신은 중원에 있을 때 생사경을 넘어 자연경에 이르면 입신하여 신선이 된다는 말은 들었지만 현실 세계에서 신의 존재는 그저 신화 속에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세계에서는 저런 목걸이가 존재 하고 있다는 것을 보면 신이나 그에 필적하는 그런 초월적인 존재들이 이곳 현실 세계에 관여하고 있다는 생각했다.


처음 암신은 이 세계로 넘어오면서 딸 라임을 찾을 생각으로 기운을 개방하고 정신없이 라임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자신을 주시하는 시선을 느꼈고 그 시선은 인간이 아니라 이곳 세계의 신이라 불리는 초월자들의 시선임을 알았다.


그들의 시선을 느끼자 처음 에는 그들에게 드러내놓고 도움을 청할까도 생각했지만, 라임이 암신과 같이 세상에 왔다는 것을 확신할 수 없고, 자기 정도의 힘은 이 세계에서도 충분히 위협이 된다고 생각해 괜한 분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 기척을 숨기면서 오 년 동안 라임을 찾고 있었다.


암신이 작정하고 기척을 숨기자, 그들도 암신을 찾을 수가 없었는지 그 후로는 그들의 시선이 느껴지지 않았다.


암신은 이 세계에서 자신과 같은 처음부터 상단전이 열려있는 프리얀을 만나자, 시공간을 뛰어넘는 인연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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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오두막 24.08.27 138 3 11쪽
17 17) 신전 24.08.12 232 3 11쪽
16 16) 피아드 라인 24.07.06 400 4 11쪽
15 15) 크로돈 남작 24.06.16 604 5 9쪽
14 14) 티탄족 소녀 24.06.14 653 5 11쪽
13 13) 신비한 내력마 카시우스 24.06.13 667 5 10쪽
12 12) 프리얀 24.06.11 692 4 11쪽
11 11) 제이린과 카일 남매 +1 24.06.11 696 4 10쪽
10 카일 준남작 24.06.09 712 4 10쪽
9 현상금 사냥꾼 제이린3 +1 24.06.07 750 4 10쪽
8 현상금 사냥꾼 제이린2 24.05.24 857 4 11쪽
7 7) 현상금 사냥꾼 제이린 24.05.22 868 4 12쪽
6 6)쌔도우 문(달빛 그림자) 24.05.21 872 4 10쪽
5 5)인연, 악연 24.05.18 879 4 9쪽
4 첫번째 살행 24.05.17 890 5 9쪽
3 제자 24.05.16 896 5 12쪽
» 만남 24.05.15 899 4 10쪽
1 낭만자객 프리얀 +1 24.05.15 952 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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