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록 (죄를 지운 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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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c
작품등록일 :
2024.05.26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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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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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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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 사자 3

DUMMY

부장 사자와 란 부장 둘만 좋은 곳으로 돌아왔습니다. 란 부장은 잔뜩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는 부장 사자의 어깨를 다독였습니다.

“선 사자는 괜찮을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

선이 이승 사무실에 구금되어 있다는 소식은 대사자에게도 전해졌습니다. 부장 사자가 사무실에 도착하기도 전에 대사자가 먼저 와 있었습니다. 부장 사자와 란 부장은 침통한 표정으로 대사자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어떻게 된 거야?”

대사자가 차분하게 물었지만 인과 한은 숨소리조차 죽일 만큼 잔뜩 긴장이 되었습니다.

“잠시만요, 대사자님.”

부장 사자는 대사자에게 잠시 기다려 달라고 하고 인사자에게 고개를 돌렸습니다.

“인 사자, 그 망자는 찾았어?”

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습니다.

“네. 그 망자의 기억에서 검은 돌을 든 여자가 그 망자의 그림자를 밟고 서 있는 것도 봤어요.”

부장 사자는 주머니에서 사진 하나를 꺼냈습니다. 이승 사자에게 부탁해서 받은 경이 찍힌 감시 카메라 사진이었습니다. 인은 부장 사자가 내민 사진을 받아 들었습니다.

“맞아요. 이 여자였어요.”

인은 확신에 찬 표정으로 대답했습니다. 한은 인이 들고 있던 사진을 빼앗듯 낚아챘습니다.

“설마······ 이 여자가 선 사자님이 말했던 그 사자에요?”

한이 물었습니다. 부장 사자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알아듣게 설명하게······”

대사자의 표정이 차갑게 변했습니다.


부장 사자는 인범진 망자가 사라진 이야기부터 시작했습니다.

“인범진 망자가 사라졌을 때, 인범진 망자를 데려가는 누군가를 목격한 망자가 있었습니다. 인 사자가 그 망자의 기억을 보고 확인도 했습니다.”

“자네가 친 결계를 깨고 데려갔다는 건가?”

대사자 물음에 부장 사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습니다.

“네. 그리고 결계는 깨졌는데, 결계를 깬 흔적이 없었습니다.”

부장 사자의 대답에 대사자가 인상을 찌푸렸습니다. 인범진 망자가 사라진 후 결계조차 치지 않았다고 사자들에게 화를 냈는데 결계를 흔적 없이 깬 것이었습니다. 부장 사자는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흔적을 남기지 않는 신수가 있었습니다. 인범진 망자를 데려간 자가 그 신수에 대해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신수가 제가 친 결계를 깼다는 건 영감님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신수라······ 피리를 사용했다는 건가?”

“네, 영감님도 피리가 사라져서 다시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대사자가 끙 하고 앓는 소리를 냈습니다. 부장 사자는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인범진 망자가 사라지고 저희끼리 이 일에 대해 이런 저런 논의를 했습니다. 그러다 인범진 망자가 좋은 곳에 올 수 있었던 것은 어쨌든 기억이 지워졌기 때문이고, 그러려면 삼도천을 건너기 전에 기억을 지웠을 거라고 추측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인범진 망자가 처음이 아닐 거고······ 처음이라면 마지막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추측대로 그런 망자가 더 있었다고 해도 알 수가 없을 텐데······ 기록소를 다 뒤지지 않는 이상 말이야.”

조용히 듣고 있던 란 부장이 끼어 들었습니다. 부장 사자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렇지······ 그래서 인범진 망자를 알아본 다른 망자가 있었던 것처럼, 그런 망자가 있는지 찾아보기로 했어. 그리고 우리 생각대로 그런 망자가 둘 있었어. 하나는 이미 환생했다고 했고, 다른 하나는 아직 좋은 곳에 있어. 아직 좋은 곳에 있는, 그 망자의 기억을 인 사자가 본 거야.”

“잠깐! 아까부터 기억을 보네 마네 하는데······ 기억을 보는 능력이 있는 사자가 있는 거야?”

란 부장이 그제서야 깜짝 놀라며 인을 쳐다보았습니다. 인은 란 부장을 향해 꾸벅하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집중하지.”

대사자 말에 부장 사자가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인범진 망자 상황을 파악한 후에 이승쪽에 이 일과 관련해서 특이 사항이 있는지는 선 사자가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죄의 무덤으로 보내졌던 사자 하나가 이승에서 목격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쯤 심장이 사라진 삼도천 기록소 허수아비가 발견되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허수아비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네. 별다른 게 발견된 것이 없어서 삼도천 물괴가 한 짓으로 종결처리 되었을 거야. 설마······ 인 사자가 기억에서 봤다는 검은 돌이······?”

대사자가 눈을 번뜩였습니다. 부장 사자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까 인 사자에게 보여준 사진이 죄의 무덤에서 사라졌다는 그 사자입니다. 인 사자가 망자의 기억에서 그 자가 돌을 들고 있었다고 했으니······ 허수아비 심장을 가지고 기억을 지운 범인은 확실해졌습니다.”

대사자는 팔짱을 끼고 등을 의자에 기대더니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했습니다.

“인범진 망자를 데려간 자는······ 길목을 이용한 사자가 있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러고보니 인범진 망자 사라졌을 때 뱃사공들이 숲 앞에서 흔적을 놓쳤어······ 길목을 통해 움직였다면 뱃사공들이 흔적을 놓친 것도 이해가 가.”

“아! 경!”

란 부장이 대사자의 이야기를 듣고는 확신에 찬 듯 소리쳤습니다. 부장 사자는 란 부장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란 부장이 박물장수에게 다녀온 이야기를 했습니다.

“부장과 박물장수한테 갔었습니다. 박물장수 장부에 대사자님이 이야기 해준 종지 등잔을 가져간 사자의 이름이 있었어요. 경이었는데······ 경이라는 사자가 그 등잔으로 길목을 이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일에 관련이 있을 거에요.”

“같은 자입니다.”

란 부장이 말을 마치자 부장 사자가 말했습니다. 대사자와 란 부장이 부장 사자를 동시에 쳐다보았습니다. 부장 사자는 경이 찍힌 사진을 내밀었습니다.

“인 사자가 망자의 기억에서 본 검은 돌을 들고 있던 여자, 죄의 무덤에서 탈출한 사자, 박물장수의 장부에 있던 경이라는 이름의 사자······ 모두 같은 사자입니다.”

사무실에 일순간 정적이 흘렀습니다. 정적을 깬 것은 ‘띵동’ 하고 울린 업무 알림음 이었습니다. 인의 노트북이었습니다. 인은 허둥지둥 노트북을 열어보았습니다.

“오늘 여기 업무들 란 부장 사무실로 돌리지······ 이야기를 좀 더 해야 할 것 같은데······”

대사자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란 부장이 사무실에 연락해서 부장 사자 사무실 업무를 모두 그 쪽으로 돌렸습니다.


부장 사자, 인, 한 그리고 대사자와 란 부장은 회의실로 들어가 앉았습니다. 인은 차를 내려 모두에게 한잔 씩 내어주었습니다.

“그 모든 일이 사자 하나가 혼자 한 일이라니······ 아! 맞다. 조롱박 병! 경 사자가 조롱박 병도 가져갔다고 했어요.”

란 부장이 테이블을 주먹으로 탁 쳤습니다. 대사자가 부장 사자를 바라보았습니다. 부장 사자가 차분하게 말을 이었습니다.

“란 부장 말대로 종지 등잔 말고 하나 더 가져갔는데, 그게 조롱박 병이었어요. 박물장수 말로는 무엇이든 담을 수 있다고 했으니······ 어쩌면 인범진 망자 그 조롱박 안에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군······ 그러고 보니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도깨비가 갇힌 조롱박 병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어느 마음 좋은 농부가 마지막 소원으로 도깨비를 풀어줬고, 그 병은 그 뒤로 사라졌다고 들었는데······”

대사자가 의자 깊이 다시 몸을 기대며 긴 숨을 내쉬었습니다.

“자네들이 찾은 망자만 셋이고 그 중 하나는 이미 환생했다니······ 하······ 얼마나 더 있을 지는 모르는 것 아닌가?”

대사자가 근심어린 듯 물었습니다.

“선 사자가 셋이라고 했습니다. 경 사자에게 확인한 것일 테니 아마 더는 없을 겁니다······”

셋이라는 말에 인과 한은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하지만 부장 사자는 근심스러운 표정이었습니다. 란 부장이 부장 사자에게 물었습니다.

“아! 아까 선 사자가 자네한테만 조용히 이야기 한 게 그 얘기였어? 뭐, 어쨌든 셋 이라면 우리가 수습해 볼 수 있는 거 아냐? 왜, 무슨 문제 있어?”

“경 사자가 지금 어디 있는지 모르니까······ 만약 갑자기 죄의 무덤에 갈 사람을 더 찾아내고, 그들의 기억에서 죄 지은 일들을 지워버린다면······”

부장 사자 말에 모두 침통해 졌지만 대사자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러지는 못 할거야. 죄의 무덤에서 사라진 사자가 이승에 있다는 게 분명해졌고, 게다가 뱃사공을 피해 도망까지 쳤어. 이승과 삼도천 모두 눈에 불을 키고 있을 거라 그 사자······ 함부로 모습을 드러낼 수 없을 거야.”

대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장 사자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래, 이제부터 어떻게 할 거야?”

“우선 인 사자가 확인한 망자는 죄의 무덤으로 보내야죠. 이미 환생해 버린 망자는 저희도 어쩔 수 없겠지만······ 그리고 경 사자는 저희도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부장 사자 대답에 대사자가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굳이 그 사자 찾는 일까지는 나서지 않아도 될 건데······ 사건의 발단은 죄의 무덤과 이승이라 우리쪽에 책임 소재도 없고 말이야.”

“그렇긴 하지만······”

“선 사자 때문이야?”

란 부장이 물었습니다. 부장 사자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럼 찾았다는 그 망자를 죄의 무덤에 보내는 건 내가 처리하지. 내일 당장 죄의 무덤에서······”

“아뇨. 이번엔 공식적으로 했으면 합니다.”

부장 사자가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란 부장은 대사자의 말을 끊은 부장 사자에 조금 놀랐습니다.

“지난 번은 비공식적이었다는 건가?”

“그게 아니라······”

대사자는 더는 다그치지 않았고 부장 사자 뜻대로 하라고 했습니다.

“자네 뜻대로 해. 되도록 빨리 처리하고. 그리고 혹시 무슨 일 생기면 바로 바로 보고하고······”

대사자는 사무실 밖으로 나갔습니다.


대사자가 나가고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인과 한이 속닥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왜? 무슨 할 말 있어?”

란 부장이 물었습니다. 한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다른 게 아니고······ 선 사자님은 왜 같이 안 온 거에요? 그리고 아까 란 부장님이 ‘선 사자때문이냐?’ 하시던데 그건 또 무슨 말이에요?”

부장 사자는 선이 경을 도망치게 도왔고 그 때문에 이승에서 돌아오지 못했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인과 한은 기겁했습니다.

“헥! 선 사자님이 죄의 무덤에서 탈출한 그 경 사자를 도망치게 도와줬다구요?”

한이 물었고 부장 사자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한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그게 그렇게 큰일이에요?”

인이 물었습니다.

“이승에서도 죄를 지은 자를 숨겨주거나 도주하게 도와주면 처벌받지 않아?”

“그렇긴 하죠.”

란 부장 말에 인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경 사자는 죄의 무덤을 탈출한 것 뿐만 아니라 이 사건들을 일으킨 자야. 거기다 선 사자는 그런 경 사자를 잡아야 하는 사자인데 도망치도록 도와준 거니······ 상황이 가볍지 않을 거야.”

부장 사자 말 끝에 인이 다시 물었습니다.

“선 사자님은 ······ 그럼 어떻게 되는 거에요?”

부장 사자, 한은 말이 없었습니다. 란 부장이 한숨을 쉬며 대답했습니다.

“최소 죄의 무덤 행이지······ 그곳에서 얼마나 있어야 하는지는 이 일이 어떻게 정리되는가에 달려있고 ······”

선을 생각하자 걱정이 밀려왔고 모두 한숨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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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확인 4 24.08.14 5 0 11쪽
34 확인 3 24.08.12 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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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사라진 사자 2 24.07.15 1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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