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해진 여고생은 하늘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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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u200211
작품등록일 :
2024.06.05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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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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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5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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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02. 천사의 씨앗

DUMMY

그 일로부터 1년 후···.

거울 앞에서 옷매무새를 다듬는다.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완벽한 자태. 외모가 아닌 모범생으로서의 완벽한 자태다.

무를 썰어도 될 만큼 날렵한 옷깃과 셔츠의 칼각!. 무릎아래 2cm 내린 치마길이. 스타킹까지.

자율복장이지만 어쩔 수 없다. 내 옷은 교복이 유일하니까.

그리고 착한 아이 코스프레엔 교복만 한 것이 없다.


“누나, 나 5만 원만.”


연년생 동생이 말을 꺼낸다. 이름은 『왕건』 태조왕건을 보고 지었냐고?

무슨 섭섭한 말씀. 그때 우리 집엔 그 흔한 TV조차 없었다.

아버지가 출생신고를 하러 가던 중 코를 팠는데 왕건이 나와 왕건으로 지었다고 했다.


이름의 출처만큼 더럽다. 더럽다는 의미에는 여러 가지 있지만 더럽게 치사하다.


“누나 돈 들어왔잖아. 나 5만 원만 줘라. 오늘 친구들이랑 약속이 있단 말이야.”


“(눈을 부릅뜨며) 또 무슨 약속? 너 맨날 그렇게 놀러 다니면 누나가 엄청 쪽팔리거든?”


“하. 치사하게. 그럼 나도 별수 없지. 누나 친구들 단톡방에 누나의 실체를 폭로할 수밖에.”


치사하다. 아니 정말 더럽게 치사하다. 남매가 돈 앞에서 이렇게 치사해질 줄이야.

어찌 보면 집안을 일으켜 세운 가장을 이렇게 협박하다니. 생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체념한 듯) 알았어. 10만 원 줄 테니까 이번 달은 이걸로 끝이야.

나도 학원비 내면 돈 없단 말이야.”


“(슈렉의 고양이처럼 맑은 눈망울을 하며) 고마워! 역시 천사야!

이 은혜는 내가 왕이 되면 갚을게.”


‘(혼자 상상하고 웃으며)왕은 무슨.

네 이름처럼 되려면 너는 코딱지가 돼야 해.’


착한 아이로 불린 뒤 습관이 생겼다. 평소에 하지 못한 행동은 상상을 통해 펼쳐나가는 것.

상상 속에서 나는 자유로웠고 유일한 안식처였다.


고등학교 2학년···. 감수성이 풍부하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나이지만

주변의 시선은 나를 창살 없는 감옥처럼 옥죄고 있었다.

어쩌면, 우연히 얻은 행운을 놓치고 싶지 않아 나 혼자 더 옥죄고 있는지도 모른다.


『툭! 투둑!!』


학교를 나가려는데 빗방울이 떨어졌다.

집으로 돌아가 가져온 투명한 우산 위로 빗방울이 떨어져 흐르기 시작했다.

비 오는 날은 내가 좋아하는 날이다.

모두 비를 피하느라 바빠 주변을 보지 않기 때문에···.

나라는 존재가 잠깐은 안심하고 걸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날 중 하나이다.


비를 맞으며 걷는 등굣길은 너무도 평온했다.

이따금 들리는 차의 경적소리와 빗방울이 물웅덩이를 만들어 참방대는 소리.

너무도 완벽한 하루였다.

저 하늘 멀리서 누군가 내 앞에 떨어지기 전까지는···.


『쿵』


땅이 흔들릴 정도의 강한 울림이었다.


“(가쁜 숨을 내뱉으며)으···.”


“저기요···. 괜찮으···세요?”


괜찮을 리가 없었다. 주변을 보니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아! 119!!’

핸드폰을 들고 119를 눌렀으나 [제한구역 서비스]라는 문구가 떴다.


‘(발을 동동 구르며)아! 어떻게 하지?’

피를 흘리지는 않았지만 신음하는 남자.

가까이서 보니 엄청 잘생겼다. 아직 죽지는 않은 듯 인상을 찌뿌리고 있었다.


“(물에 빠진 사람의 의식을 확인하듯 어깨를 두 번 치며)저기요? 괜찮으세요?

높이서 떨어진 것 같은데···. 병원에 가야 하지 않을까요?”


인상을 쓰던 남자는 놀란 눈빛으로 내게 말했다. 아니 말은 입을 벌리고 하는 거지. 뭐 어쨌든 말을 하기는 했다.


“너···. 내가 보이니?”


서늘한 기운과 함께 등골이 오싹해졌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다.


“(당황 섞인 목소리로)뭐예요. 이렇게 다쳤는데 지금 농담하는 거예요?”


다소 황당한 표정의 남자는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진심으로 내가 당황스럽다는 느낌이었다. 입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대화는 가능했다.


“인간은 우리가 보이지 않는다. 아니, 볼 수가 없지. 너는 엄청 운이 좋은 아이인가 보구나.”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며) 운은 있죠. 하.하.하.

그래서 뭐 그쪽이 유니콘이나 천사나 그런 상상의 동물 뭐 그런 건가요?”


“(엄청 근엄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그렇다. 나는 천사다.

하늘 세계에서는 다른 이름으로 부르지만 인간 세계에선 천사라 부르는 존재다.

운이 넘치는 사람들만 볼 수 있지.”


“(믿지 않는 말투로) 에이~ 세상에 천사가 어딨어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나는 존재한다. 너희가 신이라 불리는 자도 존재하고.”


“(이상한 사람과 엮이기 싫다는 표정으로) 아저씨. 높은 데서 떨어져서 머리가 다친 것 같은데,

병원을 가보셔야 할 것 같아요. 저는 학교를 가야 해서 이만.”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며 도망가고 있었다.


『턱! 주르륵! 쿵!』


무언가 알 수 없는 벽에 막혀 도망칠 수가 없었다. 손을 휘휘 저어봐도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었다.


“(당황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저를 붙잡아 둔 건가요?

끼야~악 귀신이야~!! 사람 살려!! 거기 누구 없어요?”


갑자기 그 남자가 내 입을 막았다.


“(찡그린 얼굴로) 시끄럽다. 잠시 너와 내가 만난 시간이 멈춰있는 것이니 안심해라.

운이 좋은 아이라고 했지? 우리는 인간의 좋은 기운을 먹고 살아간다.

내가 다시 하늘로 갈 수 있게 네 운을 조금 나눠 준다면 내가 좋은 걸 주지.”


“(무섭고 떨리는 목소리로 울먹이며) 운을 어떻게 나눠줘요.

설마 내 목숨을 가져가려는 건 아니죠? 나 아직 젊은데···. 막 영혼을 빼가고, 그런 건가요?”


“(한심한 듯) 그런 것이 아니다. 단지 잠깐 이마를 맞대고 있으면

내가 하늘로 날아갈 수 있는 만큼만 네 운을 가져가마. 대신 이 씨앗을 주겠다.”


“(두 손으로 가슴을 가리며) 혹시 미성년자 추행? 그런 건가요?”


“(당황하듯 버벅이며) 나는 네 환상으로 투영된다. 남자도 여자도 아닌 존재다.

네가 잘생긴 남자를 떠올리니 내가 그런 모습으로 보이는 거겠지. 여하튼, 내 제안을 받아들이는 건가?”


“그냥···. 이마만 맞대면 되는 거예요?”


“(뒷덜미를 잡아당기며) 네가 운이 많다고 했으니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닐 것이다.”


맞댄 이마 사이로 작은 빛이 흘러나왔다. 아프지 않았다.

잠시 어지러움만 있었을 뿐.


“(주먹을 내밀어 내 손에 쥐어주며) 이 씨앗은 네가 하늘나라를 구경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네가 간절히 원한다면 네 일상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다.”


손을 펴 보았다. 작은 씨앗에 알록달록한 빛이 몰아치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사용하는데요?”


갑자기 눈이 감기고 잠이 들었다.


“(하늘로 솟아 오르며)그건 네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웅성! 웅성!』

“학생 괜찮아요? 어디 다친 데 없어요?”


누워있는 내 주위로 많은 사람이 둘러서 있었다.


‘(빠르게 자리를 벗어나며) 아씨 쪽팔려’


‘아! 씨앗!’


손을 펴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내가 상상에 너무 몰입했던 것일까?

나를 보며 웅성거리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늦은 등교를 서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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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EP-22. 시간의 도망자 24.08.23 5 0 6쪽
22 EP-21. 그것 24.08.16 6 0 7쪽
21 EP-20. 등굣길 이야기. 24.08.09 5 0 7쪽
20 EP-19. 전학생 - 3 24.08.02 4 0 7쪽
19 EP-18. 전학생 - 2 24.07.26 7 0 6쪽
18 EP-17. 전학생 - 1 24.07.26 10 0 7쪽
17 EP-16. 천사와 악마는 종이 한 장 차이 – 3 24.07.19 6 0 7쪽
16 EP-15. 천사와 악마는 종이 한 장 차이 – 2 24.07.19 6 0 6쪽
15 EP-14. 천사와 악마는 종이 한 장 차이 - 1 24.07.12 6 0 6쪽
14 EP-13. B(birth)와 D(death) 사이의 C(?) 24.07.12 4 0 6쪽
13 EP-12. 왜 안되는 건데! 24.07.05 8 0 7쪽
12 EP-11. 여름방학의 비극 24.07.05 5 0 5쪽
11 EP-10. 어쿠스틱 기타 24.06.28 7 0 7쪽
10 EP-09. 그날에 우린 24.06.28 7 0 6쪽
9 EP-08. 여름날의 분위기 24.06.21 7 0 7쪽
8 EP-07. 오래된 서점에서 24.06.21 4 0 8쪽
7 EP-06. 그 후로 오랫동안 24.06.14 10 0 8쪽
6 EP-05. 그래도 무시하는 것은 못 참아! 24.06.14 5 0 8쪽
5 EP-04. 보물찾기 24.06.07 8 0 8쪽
4 EP-03. 씨앗의 비밀 24.06.07 6 0 8쪽
» EP-02. 천사의 씨앗 24.06.05 15 0 7쪽
2 EP-01. 착한(?) 아이의 탄생 24.06.05 18 0 6쪽
1 Prologue. 잭과 콩나무 24.06.05 33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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