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해진 여고생은 하늘나라로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onu200211
작품등록일 :
2024.06.05 20:26
최근연재일 :
2024.09.20 19:00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220
추천수 :
0
글자수 :
79,216

작성
24.07.12 19:00
조회
6
추천
0
글자
6쪽

EP-14. 천사와 악마는 종이 한 장 차이 - 1

DUMMY

비가 오는 날이었다.

여느 때의 비가 오는 날과 같이 조용한 하루를 생각했다.

천사가 우리 앞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꿈의 기억을 품은 채 아침을 맞았다.

아무런 감정이 생기지는 않지만 생생한 기억이었다.


‘무슨 꿈이었을까?’

양치를 하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는 기억을 지우려 애썼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날이었다.

저 멀리 민혁의 모습이 보였지만 알 수 없는 기운에 말을 걸기 쉽지 않았다.

기타가 없는 민혁의 모습은 무엇인가 허전해 보였다.


“(뒤에서 뛰어오며) 야! 무슨 생각을 하길래 불러도 대답이 없어?”

지선이다. 시끄럽게 내 옆에서 조잘대며, 어제 저녁의 이야기를 말하고 있다.

손짓으로 목소리들을 휘휘 젓는다.


“(어이가 없는 듯) 내가 벌레냐? 휘휘 거리게? 민혁이랑 한동안 친하더니, 너네 무슨 일 있었지?”

음흉한 눈빛으로 나와 민혁을 번갈아 쳐다본다.


“(한숨쉬며) 아무일 없었거든?”

“오빠가 그러는데, 민혁이 요즘 밴드도 안한다고 하더라. 전화도 안되고···.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보던데? 내가 인사를 해도 잘 안받아주고, 그날 충격이 컸나?”

“(할 말이 없는 듯) 뭐···.”

“너네 무슨 일 있었지? 그렇지 않고서는 너희 분위기도 그렇고, 서로 본척만척하는 것도···. 수상해!”


어이없는 표정을 하고 가던 길을 가고 있었다.

지선은 뒤따라오며 계속 이야기를 한다.

“여튼 우리가 한번 이야기를 해줘야지. 쟤 저러다 더 다크해질라. 그래도 친군데···. 챙겨줘야지! 의리!”

“그러던지.”


하교 후 함께 민혁을 기다리기로 했다.

솔직히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

약간의 죄책감과 부담감이 있었다.


나는 사람 감정을 읽는 것이 서툴다.

어릴 적부터 위축되어 있어 사람의 눈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조차

가끔 어려움을 느낀다.


위로를 건네야 하는 상황은 더더욱 어렵다.

해본 적이 거의 없었다.

감정의 스펙트럼도 나의 삶의 경험이 있어야 가능한 것인가?


어느덧 하교 시간이 되었다.

점심부터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비가 오기 시작했다.


나와 지선은 약속했듯이 정문에 서 있었다.

우산 사이로 샌 비는 우리의 어깨를 적셔가고 있었다.


지선이는 어깨의 빗방울을 털며 말을 꺼냈다.

“(투덜거리며) 도대체 얘는 언제 오는거야?”

“그러게···.”


30여분이 흘렀을까?

저 멀리서 비를 맞으며 걸어오는 민혁의 모습이 보였다.

지선이는 급히 뛰어가 우산을 씌워주었다.


“(타박하며) 야! 우산도 안가져왔어? 날씨도 안보냐?”

민혁은 지선의 우산을 말없이 밀어냈다.

그러고는 어디론가 혼자 걷기 시작했다.


“(어이없는 듯) 중2병인가? 쟤 왜 저래?”

우산이 밀쳐진 지선은 무안한 듯 큰 소리로 외쳤다.


“(발걸음을 돌리며) 아 짜증나! 나 집에 갈래 네가 알아서해!”

괜히 나에게 소리치고 지선은 본인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나는 말없이 민혁의 뒤를 따라갔다.

어디로 가는지 목적지도 모른 채,

그저 실로 역인 듯 뒤를 따라 걸었다.


어느덧 도착한 곳은 한번 와본 곳이었다.

‘기타···인가?’


민혁은 기타가게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마치 들어갈 수 없는 듯 그저 하염없이 문만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한참의 침묵을 깨고 말을 꺼냈다.

“안 들어가?”


민혁은 다시 길을 걸어갔다.

나도 따라 걸어가는 순간 가게 문이 열리고 아저씨가 나왔다.

검지로 입을 가린 채 손짓한다.


“쉿! 잠시 들어와요.”

“(당황하며) 아···. 네···.”


가게에 들어서자, 아저씨는 수건 한 장을 건넸다.

나는 물기를 닦으며 앉으라는 아저씨의 손 짓에 자리에 앉았다.


“흠···. 민혁이랑 친한 학생이죠?”

“아···. 친하다기 보다는···.”

“여긴, 민혁이가 어머니와 자주 다니던 곳이예요···. 추억이 많겠죠.”

“아···. 네···.”


아저씨는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마치 넋두리하듯.

민혁이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였다.


민혁이의 어머니는 기타리스트였다.

유명하지 않았지만, 음악을 사랑했다.

어느 날 연주를 하는 그녀의 모습을 지켜본 한 남자는

그녀의 노래에 빠져들었다.


그 남자는 민혁의 아버지였다.

작곡가 지망생이었으며, 별볼일은 없었다.

둘은 어느샌가 가까워져 가게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 기타는 두 사람이 결혼할 때 가게 주인아저씨가 선물로 준 것이라고 했다.

민혁은 태어났을 때부터 그 기타를 보고 자랐고,

어느 순간 부모님의 손을 떠난 아이처럼 민혁의 손에 들려졌다 했다.


유명해진 부모님의 손길을 느끼지 못한 민혁은

기타를 부모처럼 소중히 다뤘다고 했다.


‘어머니의 유품이라 소중했던 것만은 아니었구나···.’


그런 민혁에게는 그 기타는 전부였다.

부모님에게서 건네받은 것이고,

삶의 대부분을 부적처럼 함께했던 기타가 사라진 것이었다.


“내가 기타를 선물하려고 해도 못 받겠다고 하더라고. 학생이 좀 전해줘요.

문 앞에서 한참을 서 있다 가는데, 문을 열어주면 뛰어가더라고.”

“(기타를 건네받으며) 네···.”


기타를 건네받은 나는 집으로 향했다.

어느덧 비는 조금씩 잠잠해져 갔다.


집 근처에 다다랐다.

공원에 익숙한 얼굴이 정자에 앉아 있었다.


“(약간은 반가운 듯) 민!”

소리를 치면 피할까봐 부르려던 목소리를 거두었다.

민혁의 앞에선 나는 말없이 받아온 기타를 건넸다.


“(서운한 목소리로) 그래도 이렇게 받아왔는데 사람 성의가 있지.”

민혁은 나를 흘끗 보더니 고개를 다시 떨군다.


나는 주섬주섬 기타를 꺼내보았다.

그리곤 조심스럽게 기타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연주라고 할 것도 없이 형편은 없었다.


“(배꼽을 잡고 웃으며) 그게 기타를 치는 거야?”


얼굴은 빨개졌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민혁을 바라보며) 너 이렇게 웃는 거 처음 봐.”


민혁은 웃음을 거두었다.

그러고는 이내 씁쓸한 웃음을 짓고 말했다.


“그래···. 오랜만이네, 이런 거···.”


잠시 침묵이 맴돌았다.

그런 우리 앞에 하얀 빛이 나타났다.

그 빛은 우리를 조금씩 감싸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착해진 여고생은 하늘나라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7 EP-26. 순수한 어둠 NEW 4시간 전 1 0 6쪽
26 EP-25. 무슨 일이 있던 거야? 24.09.13 4 0 6쪽
25 EP-24. 홀로 여행을 떠나는 자의 뒷모습 – 천사의 독백 24.09.06 5 0 6쪽
24 EP-23. 살기 위한 죽음 24.08.30 5 0 7쪽
23 EP-22. 시간의 도망자 24.08.23 6 0 6쪽
22 EP-21. 그것 24.08.16 6 0 7쪽
21 EP-20. 등굣길 이야기. 24.08.09 6 0 7쪽
20 EP-19. 전학생 - 3 24.08.02 5 0 7쪽
19 EP-18. 전학생 - 2 24.07.26 7 0 6쪽
18 EP-17. 전학생 - 1 24.07.26 11 0 7쪽
17 EP-16. 천사와 악마는 종이 한 장 차이 – 3 24.07.19 7 0 7쪽
16 EP-15. 천사와 악마는 종이 한 장 차이 – 2 24.07.19 7 0 6쪽
» EP-14. 천사와 악마는 종이 한 장 차이 - 1 24.07.12 7 0 6쪽
14 EP-13. B(birth)와 D(death) 사이의 C(?) 24.07.12 4 0 6쪽
13 EP-12. 왜 안되는 건데! 24.07.05 9 0 7쪽
12 EP-11. 여름방학의 비극 24.07.05 6 0 5쪽
11 EP-10. 어쿠스틱 기타 24.06.28 7 0 7쪽
10 EP-09. 그날에 우린 24.06.28 8 0 6쪽
9 EP-08. 여름날의 분위기 24.06.21 7 0 7쪽
8 EP-07. 오래된 서점에서 24.06.21 5 0 8쪽
7 EP-06. 그 후로 오랫동안 24.06.14 11 0 8쪽
6 EP-05. 그래도 무시하는 것은 못 참아! 24.06.14 5 0 8쪽
5 EP-04. 보물찾기 24.06.07 8 0 8쪽
4 EP-03. 씨앗의 비밀 24.06.07 7 0 8쪽
3 EP-02. 천사의 씨앗 24.06.05 15 0 7쪽
2 EP-01. 착한(?) 아이의 탄생 24.06.05 18 0 6쪽
1 Prologue. 잭과 콩나무 24.06.05 34 0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