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해진 여고생은 하늘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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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u200211
작품등록일 :
2024.06.05 20:26
최근연재일 :
2024.09.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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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6.2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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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07. 오래된 서점에서

DUMMY

드레스 사건 이후로 나는 일상을 더 조심하게 되었다. 왜 인지 모르겠지만 지선이와도 더 거리를 두고 있었다. 책을 읽거나 나만의 시간을 보내는 일에 더욱 몰두하고 있었다.


방문을 벌컥 열고 왕건이 들어오며 크게 소리친다.

“(화난 목소리로) 아씨! 누나! 왜 안 깨웠어. 지각이잖아!”

“(눈을 비비며) 오늘 토요일이거든?”

“(당황한 듯) 아. 정말?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아! 정말이네! 미안~미안~ 더···.”

『휘리릭! 퍽!!』


나의 베개는 정확히 왕건의 얼굴을 강타해 꽂혔다.

어젯밤 윗집에서 밤새 기타를 쳐서 잠을 설쳤다. 찾아가 문도 두들기고, 관리사무소에서 중재해도 굳게 닫힌 문은 열리지 않았다. 잠을 못 자 알람도 핸드폰도 다 꺼놓았는데···. 깊은 휴식을 취하려던 나의 하루가 망가져 버렸다.


간단하게 빵을 하나 입에 물고 집을 나왔다. 옛날 살던 집은 집에서 버스 두 정거장 거리에 있었다. 이어폰을 끼고 조용히 걷고 있었다. 귓가엔 김광석의 노래가 메들리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느덧 도착한 옛집. 텅 비어있는 집은 굳게 잠겨있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은 기쁜 기억보다는 안 좋은 기억의 백화점이었다. 좋은 기억을 생각하려 애를 썼지만 좋은 기억이라고는 어릴 적 수백 번도 더 읽었던 어느 동화책에 대한 기억뿐이었다.


“(작게 소리치며) 잭과 콩나무!”

머릿속에 작은 전기가 흐른 듯 책의 기억을 되새겨봤다. 책을 읽으며 잭을 동경했던 나. 어느 순간 잭의 앞에 서 있는 나의 모습이 교차적으로 흘러 지나갔다.


‘그 책을 다시 한번 봐야겠어!’

너무나도 오래된 책이었다. 컬러가 아닌 흑백으로 되어있던 책이었다. 내 기억 속에서는 그 책은 너무도 오래되어 낡아 있었고, 책장도 너덜너덜 할 정도로 해져 있었다.


‘도서관엔 있으려나?’

도서관으로 바쁜 발걸음을 옮기는데, 『폐점 세일』이라고 큼지막하게 적힌, 오래된 서점이 눈에 띄었다.


나도 모르게 책방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서점에 들어서자 뿌옇게 쌓인 먼지가 책방에 손님이 없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책방의 주인인 듯한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는 나를 본 듯 만 듯 오래된 책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구경 좀 해도 될까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주인을 뒤로 하고 먼지 쌓인 책이 가득한 서점 안으로 들어갔다.

한참을 둘러보아도 『잭과 콩나무』는 보이지 않았다. 먼지에 가려 다른 책의 제목을 보는 것도 쉽지 않아 서점 주인에게 도움을 청했다.

“선생님. 혹시 동화책은 어디 있을까요?”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 뒤에 어딘가에 있으려나.”


한참을 뒤졌다. 책은 곧이라도 고물상으로 보내질 듯 묶음으로 엮여있었다. 저 밑에 어딘가 다른 동화책과는 다른 표지의 책이 있었다.


『영국 민담집 – 조지프 제이콥스』


내 기억 속의 책이었다. 『잭과 콩나무』를 찾아 책을 넘겼지만, 해당 내용이 있는 부분만 빠져있었다. 마치 그 책을 누군가 가져간 것처럼, 해당 내용이 절단되어 있었다.


잠시 적막이 흘렀다. 주인을 부르려고 했는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움직이고는 있었지만, 서점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그때 뒤에서 귀에 익은 음성이 흘러나왔다.


“잭을 만났나 보군요.”

천사의 목소리였다. 재빨리 뒤를 돌아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웃으며) 둘러보아도 저를 찾을 수는 없습니다. 이 서점을 빌려 말하는 것입니다.”


나는 천사를 만나면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냥 혼란스러움에 사방을 쳐다보고 있었다.

“(두리번거리며)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죠? 이건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거예요?”


“어떤 일이라···. 저는 당신에게 기회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누구보다 운이 좋은 아이. 세상에서 가장 착한 아이. 작은 선물을 주고 당신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결과가 궁금하기도 했고요.”

“(여전히 두리번거리며) 그래서 당신이 얻는 건 무엇인가요? 잭도 당신이 그렇게 만든 거예요? 도대체 저는 뭘 해야 여기서 벗어날 수 있나요?”

“(키득거리며) 잭은 본인의 업보였습니다. 잭은 나쁜 아이였지요. 당신은 착한 아이가 아닙니까? 당신의 운을 시험 해보고 싶었습니다.”

“(큰 소리로) 그냥 이런 거 하기 싫어요! 왜 저는 항상 누군가에게 증명해야 하죠? 사람들에게는 가난한 것을 증명해야 하고. 이제 천사한테는 내 운을 증명해야 하는 건가요? 이런 재미없는 장난 그만뒀으면 좋겠어요!”

“(신기하다는 목소리로) 이건 기회입니다. 증명이 아닙니다. 당신이 기회가 갖기 싫다면 하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이미 그 기회를 멋지게 활용하셨더군요. 더 원치 않는다면 그만하면 됩니다.”


나는 할 말이 없어 자리에 주저앉아 흐느꼈다. 천사의 음성은 나의 흐느낌을 즐기는 듯 조용했다. 눈물이 멈추자 곧 음성이 흘러나왔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기회입니다. 기회는 아무에게나 찾아오지 않죠. 그 기회를 잡으면 당연히 결과와 대가가 따릅니다. 당신 앞에 놓인 수많은 기회를 놓치고 싶다면 간절히 원하지 않으면 됩니다. 그게 어려운 일인가요? 시작도 중단도, 당신의 의지입니다. 저는 단지 기회를 드렸을 뿐입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천사의 말이 맞았다. 내가 선택한 것이었다. 그에 따른 대가도 따라왔다. 순간의 감정에 휩쓸린 나쁜 의도의 대가는 나에게 부메랑처럼 되돌아왔다. 나의 잘못인 것은 맞았다.

‘나는 단지 탓을 할 누군가를 찾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생각을 멈추며) 당신은 천사인가요? 아니면 악마인가요?”

“저는 천사라 부르는 사람에게는 천사고, 악마라 부르는 사람에게는 악마입니다.”

“모든 일의 결과는 제 책임이라 했는데, 결과는 어떻게 되는 거죠? 그 대가는 도대체 무엇인가요?”

“대가는 본인이 벌인 일에 대한 결과물입니다. 저는 결과를 만들지도, 결과를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냥 그 기회를 온전히 사용하는 모습을 지켜볼 뿐입니다. 마치 잭처럼 비극적인 결과를 기대하는 듯하군요.”


의미심장한 이야기였다. 천사인지 악마인지 모르는 자의 이야기에 더 이상 물을 것이 없었다. 물어볼 것은 많았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천사의 음성이 들렸다.


“더는 저에게 물어볼 것이 없는 것 같군요. 당신은 이미 기회를 한번 잡았던 사람. 사람은 가까운 곳에 있는 기회를 굳이 멀리 돌아가는 수고를 하지는 못하는 법. 당신은 곳 잭에게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자의 말을 듣기가 싫어 눈을 감고, 귀를 막았다. 어느 순간 조용해진 서점. 나이 든 서점 주인은 내 앞에 서서 손목에 올려진 시계를 쳐다보고 있었다.

“끝날 시간이야. 가져갈 것 있으면, 가져가. 어차피 내일이면 고물상에서 다 가져갈 거라.”

“(손에 든 책을 바라보며) 감사합니다.”


천사인지 악마인지 모르는 자와 나의 두 번째 만남은 어지러움을 남기고 끝이 났다. 내 손에는 『잭과 콩나무』의 이야기가 들어있는 그 책이 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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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EP-21. 그것 24.08.16 6 0 7쪽
21 EP-20. 등굣길 이야기. 24.08.09 5 0 7쪽
20 EP-19. 전학생 - 3 24.08.02 4 0 7쪽
19 EP-18. 전학생 - 2 24.07.26 7 0 6쪽
18 EP-17. 전학생 - 1 24.07.26 11 0 7쪽
17 EP-16. 천사와 악마는 종이 한 장 차이 – 3 24.07.19 6 0 7쪽
16 EP-15. 천사와 악마는 종이 한 장 차이 – 2 24.07.19 6 0 6쪽
15 EP-14. 천사와 악마는 종이 한 장 차이 - 1 24.07.12 6 0 6쪽
14 EP-13. B(birth)와 D(death) 사이의 C(?) 24.07.12 4 0 6쪽
13 EP-12. 왜 안되는 건데! 24.07.05 9 0 7쪽
12 EP-11. 여름방학의 비극 24.07.05 5 0 5쪽
11 EP-10. 어쿠스틱 기타 24.06.28 7 0 7쪽
10 EP-09. 그날에 우린 24.06.28 8 0 6쪽
9 EP-08. 여름날의 분위기 24.06.21 7 0 7쪽
» EP-07. 오래된 서점에서 24.06.21 5 0 8쪽
7 EP-06. 그 후로 오랫동안 24.06.14 11 0 8쪽
6 EP-05. 그래도 무시하는 것은 못 참아! 24.06.14 5 0 8쪽
5 EP-04. 보물찾기 24.06.07 8 0 8쪽
4 EP-03. 씨앗의 비밀 24.06.07 6 0 8쪽
3 EP-02. 천사의 씨앗 24.06.05 15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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