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해진 여고생은 하늘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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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u200211
작품등록일 :
2024.06.05 20:26
최근연재일 :
2024.09.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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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216

작성
24.06.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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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EP-06. 그 후로 오랫동안

DUMMY

지선은 계속 내 팔을 당기며 물었다.


“(무척 궁금한 듯) 야야! 어떻게 된 거야! 정말 궁금해서 그래.

그 잠깐 사이에 옷은 어디서 났고 구두며, 돈이며 이거 어떻게 한 거냐니까?”


“(파리 쫒 듯 손을 휘휘 저으며) 언니 피곤해!

어쨌든 좋은 경험이었잖아. 내가 뛰어가서 사 왔다니까!”


“(여전히 미스터리인 표정으로) 아니~이거 내가 검색해 봤는데,

어제 패션쇼에 나온 옷이더라고,

호텔에 이 브랜드도 없었고···. 어떻게 한 거야?”


“(속삭이듯) 사실 호텔에 미리 준비 해놨어.

너 옷이 없을 거 아니야! 파티 데려가려고 미리 준비 해뒀지.”


“(하트가 가득한 눈빛으로) 역시! 이제야 네가 철이 들었구나.

드디어 불알친구인 나를 챙기기 시작했네. 암!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 있는데(중략)”


담담하게 이야기했지만 내심 마음에 걸렸다.

그때 잭이 말한 첫 번째 욕구가 해결되었다는 말.

그 뒤로 들린 섬뜩한 웃음소리가 아직도 귓속에 맴돌고 있었다.


‘(마음을 가다듬으며) 그래도 잘한 거야. 참을 수가 없었잖아.’


여전히 쫑알거리는 지선이를 옆에 두고 스르륵 눈이 감겼다.


꿈이었다. 꿈이어야 했다. 나는 마치 잭이 된 듯 몸이 잘게 조각나 있었다.

다시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간 잭은 조각난 나를 앞에 두고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잭은 나에게 이야기했다.


“(큰소리로 비웃으며) 드디어 벗어나게 되었다. 고맙다.

너의 욕망이 나를 풀어주었다. 나는 분명 경고해 두었다.

선택은 너의 몫. 내 탓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각나있는 나의 눈에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입이 차마 떨어지지 않았다.

혼란스럽고 답답함만 가득했다.


눈물을 흘리는 내가 이상해 보였는지 지선은 다급하게 나를 깨운다.


“(어깨를 흔들며) 야야~~!! 일어나!! 무슨 꿈을 꾸길래 쳐 울고 자빠졌냐?”


“(눈물을 매만지며) 아.. 아니야···. 무언가 슬픈 꿈을 꿨나 봐.”


“(키득거리며) 설마 나한테 옷 사준 것이 아까워서 꿈에서 피눈물 흘린 건 아니지?”


가만히 있는 나. 지선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당황하며) 맞나보네, 야~그래도 한번 줬으면 무르는 건 없다.”


“(힘없는 목소리로) 그런 거 아니야. 도착했나 보다. 피곤하다. 얼른 집에 가자.”


차에서 내리자, 우리를 보며 수군거리는 친구들이 있었다.


‘(한숨 쉬며) 또 고난의 시간이 다가오려나.’


걱정은 되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주워 담을 수는 없었다.

예전과 같은 불길한 느낌이 스쳤지만 담담했다. 아니 담담한 척하려 했던 것 같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왠지 멀게 느껴졌다.

혼란스러운 머릿속과는 다르게 하늘은 이전처럼 붉게 노을로 물들고 있었다.

붉은 노을 속에서 그날의 일은 아직 선명했다.


무시하는 것에 화가 났던 일. 잭에게 소리치며 소원을 말했던 일.

정신없이 옷가지를 챙겨 내려왔던 일. 그리고 멸시한 친구에 대한 복수 섞인 말까지···.


‘분명 현실이었어. 하지만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지?’


간절했다. 지선에 대한 동정이었는지,

살아오면서 가난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저항이었는지 모르겠다.

그날 나는 분노했으며, 이성을 잃을 정도로 정신을 놓았다.


도대체 어떠한 생각으로 그러한 일들을 저질렀는지···.

또한 잭이 말한 이야기는 무엇이었는지 불안했다.


다음날부터 일상이 반복되었다.

여전히 내 방 옷장 깊숙이 걸린 드레스는 그날의 이야기가 현실임을 말해주고 있었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 그 또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잊혀가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옷장 속 드레스는 마치 불안한 미래를 예고하는 듯 붉은 빛을 머금고 있었다.


수학여행 이후 나에 대한 소문이 달라졌다.

후원금을 많이 받는다는 둥, 로또가 당첨되어 벼락부자가 되었다는 둥,

스폰서가 있다는 둥. 학교 전체엔 근거 없는 소문들이 돌고 있었다.


이러한 소문은 학교 선생님들의 귀에도 흘러가 교무실로 불려가게 되었다.


교무실 내 상담실 안.

따뜻한 차와 함께 담임 선생님은 우려 반, 호기심 반 섞인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천사야. 네가 그럴 일은 없겠지만···. 학교에 떠도는 소문, 그거 정말이니?”


“(담담하게) 학교에 떠도는 소문···. 어떤 소문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우려 섞인 목소리로) 흠. 일단 우리는 너의 후원자님들께 너의 상황을 알려야 될 의무가 있어.

돈에 관련된 게 원래 그렇잖니···. 네가 사실대로 말해줬으면 좋겠어.”


“(사실대로 말하면 믿지도 않을 거면서) 그런 거 없어요. 로또도 당첨된 적도 없고,

학생으로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한 적도 없어요.

그냥 용돈을 모은 것이 있었고, 저렴하게 물건을 사서 갔던 것 뿐이에요.

저녁 파티를 놓치기 싫었으니까요.”


거짓말을 했다. 그날의 나와 지선이의 모습은 SNS를 통해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다.


‘단지 소문 때문이 아니더라도 나를 후원 해주는 많은 사람에게 항의 전화가 왔겠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선생님이 다시 말을 꺼낸다.


“(미안한 듯) 그래.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게 너한테 어떤 의미인 줄은 아는데···.”


‘설마···. 이제 후원금이 끊긴다고 말하는 건가?’


“너와 부모님에 대한 재산 내역과 소득을 다시 증명해야 할 것 같아.

선생님도 미안한데, 그게 그럴 수밖에 없게 되었어.”


착한 선생님이었다. 나는 안다. 가난한 것의 의미를···.

부자는 부를 증명할 필요는 없다.

증명하지 않아도 부에서 나오는 여유와 분위기가 있다.

하지만 가난한 자는 가난함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

그래야 나보다 부자인 사람들에게 지원 받을 수 있다.

가난한 자는 편하게 남들이 즐기는 여가 활동을 즐기지도 못한다.


고등학교 1학년 겨울. 후원자의 선행으로 우리 가족은 스키장으로 초대되었다.

비싼 스키복과 스키 장비까지 준비된 일정이었다.

무료 강습은 국가대표 선수가 해주었다.


우리의 스키체험은 많은 사람의 관심과 부러움 속에서 이루어졌다.

그 부러움은 곧 독이 되어 우리 가족에게 되돌아왔다.


그날의 일로 SNS에서는 우리 가족에 대한 후원이 과연 맞는 것인지

토론까지 이어질 정도로 화제가 되었다.


우리를 초청한 후원자가 해명하여,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조금이라도 좋은 것을 갖거나 경험하는 대가는 항상 가난에 대한 증빙이었다.


비참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전에는 호의로 인하여 벌어진 해프닝이었다면,

이번에는 내가 만든 해프닝이니까···.


“(덤덤하게) 네. 알겠습니다. 부모님께 말씀드릴게요.

너무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돼요. 늘 있어 온 일인 걸요···.”


“(멋쩍게 웃으며) 그래. 그래도 미안하다.

내가 해결해 줄 수 없는 일이라는 게···.”


사람들이 무서웠다. 그래도 내가 조금이라도 살아가려면

그런 자존심과 번거로움은 중요치 않았다.


남들은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행운을 누리고 있으면,

감수해야 할 불편이라고 생각한다.


교무실을 나왔다.

나를 보고 수군대는 선생님들···.

꾸벅 인사를 하고 조심스레 문을 닫았다.


교무실을 나와 걷는 얼굴 위로 뜨거운 비가 흘러내렸다.


‘아무렇지 않다, 생각했는데···.’


괜찮은 것은 내 이성이었다.

내 감성은 현실에 반응하는 듯 뜨거운 빗방울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장마의 시작을 알리는 장대비와 같았다.

몇 날 며칠을 퍼부었다.


그 후로 오랫동안 보이지 않는 마음속의 비는

나의 마음속 깊은 곳에 감춰졌던 작은 씨앗에 싹을 틔우기에 충분할 정도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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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EP-22. 시간의 도망자 24.08.23 5 0 6쪽
22 EP-21. 그것 24.08.16 6 0 7쪽
21 EP-20. 등굣길 이야기. 24.08.09 5 0 7쪽
20 EP-19. 전학생 - 3 24.08.02 4 0 7쪽
19 EP-18. 전학생 - 2 24.07.26 7 0 6쪽
18 EP-17. 전학생 - 1 24.07.26 10 0 7쪽
17 EP-16. 천사와 악마는 종이 한 장 차이 – 3 24.07.19 6 0 7쪽
16 EP-15. 천사와 악마는 종이 한 장 차이 – 2 24.07.19 6 0 6쪽
15 EP-14. 천사와 악마는 종이 한 장 차이 - 1 24.07.12 6 0 6쪽
14 EP-13. B(birth)와 D(death) 사이의 C(?) 24.07.12 4 0 6쪽
13 EP-12. 왜 안되는 건데! 24.07.05 8 0 7쪽
12 EP-11. 여름방학의 비극 24.07.05 5 0 5쪽
11 EP-10. 어쿠스틱 기타 24.06.28 7 0 7쪽
10 EP-09. 그날에 우린 24.06.28 7 0 6쪽
9 EP-08. 여름날의 분위기 24.06.21 7 0 7쪽
8 EP-07. 오래된 서점에서 24.06.21 4 0 8쪽
» EP-06. 그 후로 오랫동안 24.06.14 11 0 8쪽
6 EP-05. 그래도 무시하는 것은 못 참아! 24.06.14 5 0 8쪽
5 EP-04. 보물찾기 24.06.07 8 0 8쪽
4 EP-03. 씨앗의 비밀 24.06.07 6 0 8쪽
3 EP-02. 천사의 씨앗 24.06.05 15 0 7쪽
2 EP-01. 착한(?) 아이의 탄생 24.06.05 18 0 6쪽
1 Prologue. 잭과 콩나무 24.06.05 34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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