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자동전투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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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지구온난화
작품등록일 :
2024.06.07 18: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4,797
추천수 :
288
글자수 :
279,177

작성
24.07.03 21:00
조회
304
추천
4
글자
11쪽

헌터 협회 (2)

DUMMY

*


쿠구구구구구구구-------!


“으악, X발! 무너진다!”


말 그대로였다.

저 멀리 있는 C구역까지 붕괴되었다.

이대로라면 금방...


‘던전을 탈출합니다. 민첩 극대화, 여왕벌의 가호를 사용합니다.’


나는 죽을 힘을 다해 달렸다.

포탈이 바로 앞이었다.

잠깐 뒤를 돌아보니 벌써 A구역 절반이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으랴아아아아아아아-----!“


마지막 한 걸음-


콰아아아아아아앙!


나는 포탈 밖으로 나오자마자 바닥에 뒹굴었다.

아직도 식은땀이 나고 심장이 빠르게 뛴다.

몸을 돌려 포탈이 있었던 자리를 봤다.


“콜록!”


흙먼지가 자욱해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포탈이 있었을 자리에 아무것도 없는 것은 확실했다.


“폭발의 여파인가?”


던전이 완전히 붕괴되면서 안에서의 충격이 작은 틈을 통해 전해진 것 같다.

나는 기침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 여기저기가 쑤셨지만 참을 만 했다.

주위는 온통 안개가 낀듯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는다.


탁.타닥.탁.


발에 작은 돌 조각과 잡동사니가 계속해서 걸렸다.

나는 그것들을 대충 발로 차며 걸었다.

점점 흙먼지가 옅어지며 인영이 보였다.


“사람인가?”


처음에는 한 명, 두 명, 네, 아니 다섯?

마침내 안개 속을 빠져나왔다.

나는 당황했다.


“형, 형님!“


사람들이 많았다.

멀쩡히 서 있는 것도 아니라, 바닥에 쓰러져서 정신을 못 차리는 상태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김수한 형님---!“

“뭐야, 이건.“


누군가 나에게 전력으로 달려왔다.

나는 가볍게 옆으로 피했다.


퍼억-!


“크악!“


그 사람은 그대로 바닥에 엎어졌다.

고통에 신음하는 사람을 내버려둔 채, 주위를 둘러봤다.


“헌터 협회?”


근처에 헌터 협회 직원 두 명이 있었다.

두 사람은 서둘러 어디인가 무전을 하고 있었다.

나와 포탈이 있던 자리를 계속해서 번갈아 보고 있는 모습을 보아 하니, 아무래도 귀찮은 일이 생길 것 같다.


“이럴 때는 빨리 자리를 떠야···”


아직 A급이다.

잘못 끌려가서 재측정이라도 하는 날에는 내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없다.

물론 A급도 돈 많이 벌겠지만 사람들은 더 희귀한 것에 비싼 값을 쳐주기 마련이다.


한국에는 S급이 단 2명 있다.

전 세계에 20명 있는 것을 감안하면 많은 편이다.

S급이 되고 재측정을 해야 돈도 많이 받고 명성도 오르고!

다 그런 것이다.


나는 다리에 힘을 주었다.

바로 자리를 뜨자.


턱-!


“?”

“형님!”


그 때, 누군가 나의 발목을 잡았다.

귀찮아서 떼어내려고 하는데 목소리가 익숙했다.


“형님, 접니다. 최승규요!”

“최승규?”

“네! 형님이 목숨 살려준 최승규!”

“아.”


그냥 납두면 백퍼센트 황천길로 갔을 최머시기였다.

한 번 살려줬으면 두 번은 발목 잡지 말아야 하는 게 인지상정.

이 자식은 끝까지 귀찮게 굴었다.


“알겠으니까 놓으세요.”

“진짜 걱정했습니다. 형님 죽을까봐 저는···크흑!“

“저기, 최승규씨?“

“크허엉···”


미치겠군.

최승규는 아예 내 다리에 매달려 울기 시작했다.

보니까 별로 다친 곳은 없는 것 같은데, 지금 뼈 하나 부러뜨리고 튈까?


“안녕하십니까. 잠시 협조 부탁드립니다.”


아. 결국 왔다.

나는 최승규를 슬쩍 발로 찼다.


“크헉?!”


그대로 저 멀리 나가떨어졌다.

힘조절했으니까 오버하지 마라.


“아까는 경황이 없어 인사드리지 못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헌터 협회 위기대응관리 본부 소속 이재민 헌터입니다.”


두 명 중에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체격의 남성이었다.

평균 키에 듬직한 체격을 가진 동료는 사람들의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


“두 분만 오신 겁니까?”

“아, 당장 올 수 있는 게 저희 둘 뿐이라···”


직원은 머쓱한 듯 뒷머리를 긁적였다.

헌터 협회 굴러가는 꼴이 눈에 훤히 보였다.

별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 건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불청객일 뿐이었다.


“다름이 아니라,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김수한입니다.”

“잠시 본부까지 동행해주시겠습니까?”

“왜죠?”

“자세한 질문은 본부에 가서 받겠습니다. 협조 부탁드립니다.“


거참. 뭘 알려주지도 않고 협조를 부탁한다니.

거슬렸다.

내가 가만히 대답을 안하고 있으니 직원은 고개를 숙였다.


“부탁합니다.“


끙.

정중히 고개를 숙여 부탁하는 사람의 말을 무시할 수는 없다.

어차피 안 가겠다고 버텨봤자, 그 다음은 경찰과 직면하는 거다.


“알겠습니다. 협조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차로 모시겠습니다.”


직원은 한숨 돌린 듯 얼굴이 밝아졌다.


“그 전에, 잠시만요.”


나는 잠시 양해를 구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채굴장 입구는 완전히 산산조각났고, 주변 건물도 일부 파손되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바닥에 쓰러져 신음하고 있었다.

멀리서부터 119 사이렌 소리도 들렸다.


“가시죠.”

“네! 이쪽입니다. 거기! 조금 있으면 지원 올 거니까 그 때까지만 부탁한다. 나는 이 분 데리고 본부로 복귀한다.“

“네, 알겠습니다!“


이재민 헌터의 안내에 따라 헌터 협회의 문양이 그려진 검은색 승용차에 탑승했다.

차는 빠르게 현장을 벗어났다.

나는 차 시트에 편히 몸을 기댔다.


“도착하면 말씀해드리겠습니다. 편히 쉬세요.“


피로가 밀려왔다.

나는 두 눈을 감았다.


생각하자.

이 정도 스케일의 사고면 조사는 필수다.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조사를 미꾸라지처럼 빠져 나가는 일이다.

말해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구분하자.


일단, 관리자가 관리자라는 사실을 숨겨야 한다.

시스템의 반응과 내 상식을 조합해보면 세상에 알려진 정보는 아닌 것 같았다.

사람들은 관리자를 갑자기 출몰한 거대한 몬스터 쯤으로 여기고 있었다.


몬스터의 출현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다른 인부들을 조사하면 나올 사실이다.

그러니 나도 입을 맞춰야 한다.

몬스터의 출몰 원인 역시 협회가 알아서 조사할 것이다.

이것도 말할 필요 없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다.


‘평소처럼 일을 마치고 퇴근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었는데, 몬스터가 나타났다. 사람들을 먼저 대피시키기 위해 시간을 끌은 것 뿐이다. 이리저리 도망치다가 간신히 나왔다. 나도 정신이 없어서 자세히는 기억이 안 난다.’


저 대본에 있는 사실 외에는 전부 기억 안남, 모름이다.

왜냐고? 귀찮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

주력스킬 (2)

EX급 자동전투 (Lv.3)

-


그새 스킬의 레벨이 올랐다.

잔뜩 쌓인 알람은 뒤로 두고, 무려 EX급이다.

S급이면 세계가 서로 견제하기는 하겠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매우 희귀해도 일단 20명이 세계에 존재하니까.

S급이 고르게 분배되어 있기에 세계의 평화와 균형이 유지된다.


반면 EX급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생각이 있다면 지금 공개해서는 안 된다.

어쩌면 영원히 공개하면 안될 지도 모른다.


“아, 전 또 거의 다 온 거 아시고 말씀하신 줄 알았습니다. 이제 도착합니다.“

“지금 내리면 되나요?“

“네, 잠시만요. 열어드리겠습니다.“


대우가 깍듯했다.

그래봤자 너네가 원하는 대답은 얻을 수 없을 거다.


차에서 내리니 입구가 보였다.

외관을 보고 추측컨대 내 세금이 다 여기 들어갔을 것이다.

지역구별 측정소는 가봤지만 평범한 공공기관처럼 생겼었는데 이곳은 달랐다.

헌터 협회는 돈을 많이 처발랐군.


언젠가 사진으로 본 오페라 하우스 같다.

입구부터 천장까지 전체적으로 공간의 개방감이 마음에 들었다.

건물 전체가 화이트 톤에, 천장은 유리여서 햇빛이 찬란히 로비를 비췄다.

바닥은 대리석인가.


“김수한 헌터님? 이쪽입니다.”

“아, 네.”


이재민 헌터의 목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긴장을 놓으면 안 된다.


로비를 중심으로 여러 개의 복도가 연결되어 있었는데, 그 중 정가운데 북쪽 복도로 이동했다.

이리저리 꺾으며 따라간 곳에는 그냥 평범한 응접실이 있었다.


“들어가십시오.”

“네.”


안으로 들어가니, 중년에서 노년 사이로 보이는 남자가 소파에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굴이 묘하게 익숙했다.

나는 반대편 소파에 앉았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네요. 대한민국 헌터 협회 회장 김만식입니다.“


만식이가 왜 여기서 나와.

어쩐지 얼굴이 익숙하다 했다.


“XX구 XX동의 C급 마석 채굴장의 포털이 사라졌다고 보고받았습니다.”


바로 본론인가.

하긴 바쁜 몸이시니.

기사로만 접하던 사람이다.


“김수한 헌터님이 그곳에서 마지막으로 나온 분이시고요. 맞나요?”

“네, 맞습니다.”

“허허. 그렇게 굳어계시지 않아도 됩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죠.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인부들 말로는 거대 몬스터가 출현했다고 하던데. 김수한 헌터님은 마지막까지 영웅처럼 사람들을 대피시켰다고 들었습니다.”


벌써 거기까지 파악한 건가.

근데 영웅처럼은 뭐냐?

누가 말했는지 알 것 같지만 넘어가도록 한다.

나는 열심히 머릿속에 저장해놓은 대본을 줄줄 읊기 시작했다.


“그냥 평소처럼 퇴근하고 가려는데, 몬스터가 갑자기 나타났습니다. 정신없이 도망치다가, 제가 맨 뒤에 있었기에 사람들을 먼저 대피시켰습니다.“

”용감하시군요.“

”아닙니다. 제 입장이라면 누구나 그랬을 겁니다. 그 뒤로는 도망다니며 시간 끌다가 간신히 탈출했습니다.”


좋았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완벽했다.

그러나 내 대답에 만족하지 못한 건지 회장은 다시 질문해왔다.


“그게 전부인가요?“

“네.“

“던전이 닫혔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아시는지요.“

“모릅니다.“

“헌터님은 직접 눈으로 보셔서 아실텐데요.“

“정신없이 도망치다가 아시다시피 포탈로 나온 즉시 저도 같이 폭발에 휘말려서요.“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만식 회장은 불편한 듯 눈을 살짝 찡그렸다 다시 미소를 되찾았다.

그래봤자 어떡할 거냐, 회장님아.

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요.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귀가하셔도 좋습니다.”


이렇게 싱겁게 끝난다고?

회장은 볼 일이 끝났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다가 무언가 생각난 듯 가볍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김수한 헌터님은 D급 보조계이시죠? 주력 스킬이···전투빨리감기라고 알고 있습니다. 소속은 SSS급헌터매니지먼트였으나 얼마 전에 퇴사.“


갑자기 내 개인정보를 줄줄이 말하기 시작한다는 건,


“지켜보겠습니다.“


일종의 경고다.

회장은 내가 안에서 있던 일을 숨겼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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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터 협회 (2) 24.07.03 305 4 11쪽
19 헌터 협회 (1) 24.07.02 312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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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A급의 전투를 보여주지 (2) 24.06.28 325 6 10쪽
16 A급의 전투를 보여주지 (1) 24.06.26 343 7 9쪽
15 히든 던전 (3) 24.06.25 369 6 10쪽
14 히든 던전 (2) 24.06.22 364 6 10쪽
13 히든 던전 (1) 24.06.21 377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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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위약금 벌러 간다.(2) 24.06.13 473 1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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