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자동전투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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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지구온난화
작품등록일 :
2024.06.07 18: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4,793
추천수 :
288
글자수 :
279,177

작성
24.07.04 19:15
조회
300
추천
6
글자
11쪽

던전 브레이크

DUMMY

*


과연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곧장 문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천연덕스럽게 대꾸했다. 회장의 협박 따위 별 거 아니라는 듯이.


“그러시죠. 가보겠습니다.“

“저희 직원이 자택까지 친절히 모셔다드릴 겁니다.“

“아뇨. 괜찮습니다. 혼자 갈 수 있습니다.“


인자한 미소를 띤 회장을 뒤로 하고 응접실을 나왔다.


“그럼 김수한 헌터님. 조심히 가세요. 다음에 뵙겠습니다.“

“네. 안녕히 계십시오.“


친절히 입구까지 안내를 마친 이재민 헌터는 다시 제 갈 길을 갔다.

나도 집에 가볼까.

밀린 알람도 확인해야 하고 보상도 받고···할 일이 많다.

그 전에 한 숨 푹 자고 싶다.


“하암-”


하루가 길다.

나는 콜택시를 불렀다.


“근처 역으로 가주세요.”


택시 대각선 방향에 따라붙어 나를 미행하는 차량이 있었다.

아마 회장이 지시한 사항일테지.

회장은 내 재각성 여부를 의심하고 있다.

나는 S급이 되기 전까지 절대 밝히지 않을 것이다.


적당한 시점에서 따돌리고 싶지만, 어차피 내 개인정보를 다 알고 있는 마당에 의미가 있나 싶었다.

앞에 사고가 난 건지, 퇴근 시간이 지났음에도 도로가 꽉 막혀 있었다.

10분 정도 제자리에 있으니 시간 아까워서 바로 요금을 지불하고 중간에서 내렸다.


“감사합니다.”


탁!


특별한 이유없이 교통 체증이 이어지자, 사람들은 곳곳에서 짜증을 내고 있었다.

다들 고개를 차 밖으로 빼고 상황을 확인하거나, 아예 내린 사람도 다수 있었다.

나는 사람들을 헤치고 앞으로 계속해서 이동했다.


삐------------


그 때, 여기저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알림이 울렸다.

재난 문자였다.


-

위급 재난 문자

서울특별시 XX구 XX역 근처에 경계경보 발령.

A급 던전브레이크 발생.

해당 지역에 계신 국민 여러분께서는 반드시 대피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길 바랍니다.

-


곧이어 사이렌이 울리며 대피 방송이 긴급하게 흘러나왔다.


위------------------------잉


“시민들은 즉시 현장에서 대피하십시오. A급 던전 브레이크가 발생했습니다. 다시 한 번 반복합니다. 시민들은···.”


던전브레이크.

여섯 글자가 들리자마자, 시민들은 차를 버리고 곧장 반대 방향으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들과 반대로 앞으로 계속 직진하며 자동전투를 활성화했다.


-EX급 주력스킬: 자동 전투를 활성화합니다.-


목표는 저 던전 브레이크를 없애버리는 것이다.

간다.


-길안내를 시작합니다. 목적지까지 2.5 km 남았습니다.-

-민첩을 극대화, 여왕벌의 가호를 사용합니다.-


그래픽이 덧씌워지며, 목표물까지의 길이 나에게만 보였다.

민첩이 한계치까지 끌어올려진 다리가 땅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길안내를 종료합니다.-


도착했다.


스스슷-


공기를 타고 끔찍하고 기괴한 냄새가 코에 스쳤다.

나는 곧바로 -특성: 후각 차단-을 사용했다.


“꺄아아악!”

“으아아아아! 살려줘!”

“헌터! 헌터 없어!”


주위와 확연히 다른 공기가 한 곳으로부터 뿜어져나오고 있었다.

불안정하게 일렁이는 거대한 포탈이 도로 한 가운데 존재했다.

방송을 들은 시민들은 서로를 밀치고 밟으며 최대한 던전 브레이크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혼란, 그 자체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직 몬스터들이 쏟아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보조 스킬: 동물의 감각을 사용합니다.‘


나는 조용히 눈을 감고 주변의 기척을 느꼈다.

일반인들, 낮은 등급의 헌터들의 존재감을 하나 둘 지워갔다.

쓸 만한 헌터, A급 던전 브레이크에 대항할 수 있는 최소 B등급의 헌터가 필요하다.

없다. 전부 C급이거나 그 이하였다.


이러면 안 된다.

헌터 협회가 오면 이미 늦는다.

아까 나를 미행하던 협회놈의 기척은 나보다 강했다.

그 새X가 필요했다.


하지만 어떻게?

자신의 존재를 완벽히 은폐한 건지, 나를 놓친 건지 알 수 없었다.

결론만 말하자면, 당장 몬스터가 튀어나오면 대응할 수 있는 것은 나밖에 없었다.

할 수 있나? 내가?


나는 주먹을 말아쥐었다.


“해 봐야지.”


우우웅-


포탈이 꾸물대며 점점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었다.

파장은 한계까지 커졌다.

오싹한 감각이 들었다.


“저, 저게 뭐야...”


미처 도망치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졌던 사람이 허망하게 중얼거렸다.

새카만 포탈에서 거대한 발이 미끄러지듯 나와서 도로에 안착했다.


스르륵-


-

목표 달성 조건

A급 던전 브레이크를 없애시오.

보상: ???

-


“저건...”


이윽고 놈은 완전한 모습으로 현실에 현현했다.

전신이 끈적이는 검은 액체로 이루어진 거인이 새카만 한숨을 내뱉었다.


“그오오...”


-

BOSS! A급 ???? (Lv.40)

-


처음부터 보스가 나오다니 난이도가 장난 아니었다.

한 놈이 전부일리가 없었다.

비슷한 크기의 놈들이 연달아 포탈 밖을 빠져나왔다.

전부 보스였다.


사람들이 빠져나가기 위해 최대한 시간을 끌어줘야 했다.

지금까지 연구된 던전 브레이크는 일반 몬스터가 먼저 어마어마한 숫자로 총공을 시작하고, 보스 몬스터는 그로부터 몇 시간 이후에나 나온다.

당연히 보스 몬스터는 한 마리였다.

그런데, 지금 눈 앞에 있는 새끼들은 열 마리가 넘었다.


전부 죽여야 한다.

지금 당장 천 개의 창을 발동하고 싶었지만 아직 대피하지 못한 사람이 꽤나 많이 있었다.

주먹으로 어떻게든 해결을 봐야 한다.


오늘, 이 곳에서는 단 한 명의 사상자도 나오지 않게 할 것이다.

미행이고 재측정이고 뭐고 다 X까라 그래.

내 할 일을 한다.


-모든 능력치를 극대화합니다.-

-주력스킬: B급 천 개의 창을 사용합니다.-


미친 거냐, 시스템!

그러면 사람들이 죽는다.

나는 황급히 수동 모드로 전환하려고 했다.


-천 개의 창은 목표물이 아닌 대상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스킬입니다.-


...그럼 다행이다.

나는 손을 재빨리 들었다.


”발동.”

“그오오오!”


쿵!


스킬 발동과 동시에 액체괴물이 활동을 시작했다.

육중한 발을 구르자, 도로에 금이 가며 쪼개졌다.


“으아아악!”


쿵! 쿵쿵쿵쿵쿵쿵쿵쿵!!!!!


“사, 살려주세요!”


나는 재빨리 날아서 보스 근처에 있던 사람들을 낚아챘다.

놈이 날린 공격은 누구도 죽이지 못했다.


”감사합니다...“


대충 도망가는 사람들 틈에 던져놓고는 다시 돌아왔다.

하늘은 이미 캄캄해지고 있었다.

천 개의 창은 곧 괴물들을 꿰뚫을 것이다.

한 마리는 괜찮지만 나와 같은 수준의 놈들을 다 죽이려면 어마어마한 마력이 소모되겠지.


상관 없다.

예전과 달리 지금의 나는 자동 전투라는 치트키를 가지고 있다.

어떻게든 될 것이다.


“이쪽이다, X신들아!”


나는 모든 보스들의 주의를 끌었다.

그리고 사람들 반대 방향으로 뛰었다.

놈들은 일제히 무서운 속도로 추격을 시작했다.


쿵쿵쿵쿵쿵쿵쿵!


쿠르르릉...

하늘이 끔찍하게 절규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씨익 웃으며 자리에 멈춰섰다.

놈들은 계속해서 나를 향해 뛰어왔다.


모든 조건이 다 갖춰졌다.

너희가 죽을 만한 모든 조건이.

가공할 만한 마력이 전신에서 폭발하듯이 터져나오고 있었다.

보스 몬스터들은 주먹을 들고 동시에 나를 향해 뛰어올랐다.


쿠-웅!


“그오오오오오!”


나는 기꺼이 양팔을 벌렸다.

그리고.


-천 개의 창은 모든 목표물을 섬멸합니다.-


콰가가가가가가가각-------!!!!!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전보다 더욱 쾌속하고, 날카로워지고, 거대한 창이 보스의 목을 관통했다.


쉬익-팍!


목에 커다란 구멍이 났음에도 놈들은 꿈틀거리며 계속해서 전진했다.

녀석들의 실책이었다.


팍! 파악! 퍼억!


”그륵! 그르,륵“


차라리 제자리에 있었다면 깔끔하게 목만 떨어지고 비교적 편안한 죽음을 맞이했을 텐데.

끊임없이 움직인 탓에 놈들의 몸 곳곳이 뚫리고 있었다.


-목표물의 HP가 60% 남았습니다.-

-목표물의 HP가 40% 남았습니다.-


”크윽...“


마력 싸움이다.

내 마력이 떨어지면 저것들을 막을 수 없다.

점점 눈 앞이 흐려지고 있었다.

나는 주먹으로 쎄게 얼굴을 때렸다.


퍽!


소용없었다.

실시간으로 심해의 창들의 위력이 약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안돼, 조금만 더 버텨야...


-A급 회복의 산에서 생성한 회복로얄젤리를 획득합니다.-

-아이템을 사용합니다.-


눈이 번쩍 떠졌다.

온 몸에 마력이 충만했다.

마치 배터리 1%에서 100%로 급속 충전된 느낌이었다.


여왕벌! 꿀벌들!

이들의 존재를 까먹고 있었다.

그렇지, 내가 A급이 되었으니 여왕벌 또한 A급이 되었을 터.

A급 회복로얄젤리의 효력은 엄청났다.


천 개의 창의 전개 속도가 다시 빨라졌다.


콰가가가가가가각-----!


마력 full 공격에 정신을 못차리고 제자리에서 팝핀을 추던 보스몬스터들의 HP가 감소했다.

줄어드는 속도를 알림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였다.


-목표물의 HP가 30%-

-20%-

-5%-

-BOSS! A급 ????를 전부 처치했습니다.-


-축하합니다!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제자리에 대충 주저 앉았다.

주변을 완전히 잠식할 듯 영역을 확장하던 포탈의 크기가 점점 축소되었다.

이윽고 점만한 크기가 되더니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몬스터들의 사체 또한 바람에 사라졌다.


“하늘이 맑네.”


전투가 끝났다.

던전 브레이크를 무사히 막았다.

사상자는 없을 것이다.

나는 집에 가기 위해 발걸음을 돌렸다.


“흐흐흑...”


어디선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멀지 않은 곳이었다.

아까 놈들이 박살냈던 도로 근처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상처투성이의 한 고등학생이 울고 있었다.


“저기, 학생. 여기 있으면 위험-”


학생의 어깨를 잡으려고 가까이 다가가던 나는 멈칫했다.

학생의 품 안에는 피투성이가 된 사람이 있었다.

이미 숨이 끊어진 후로 보였다.

119를 불렀다.


“흐어어엉...엄마, 엄마...”


구급차에 타고, 문이 닫힐 때까지 학생은 목놓아 울고 있었다.

사상자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있었다.

입 안에 쓴 맛이 감돌았다.

헌터 협회와 경찰들이 도착해 상황을 수습하고 있었다.


“김수한 헌터님.”


누군가 나를 불렀다.

이 기운은 최소 S급이었다.

그 놈이다.

헌터가 보낸 미행.


“잠시 같이 가주셔야 되겠습니다.”

“꺼져.“


나도 모르게 욕설이 나왔다.

처음 보는 헌터놈은 어깨를 으쓱이며 천연덕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사람 없는 곳에서 보시죠. 저 먼저 가 있겠습니다.“

”...“

”아, 어차피 지금 도망가셔도 다음에는 강제로 끌고 올 수 있습니다. 좋게 가시죠.“


죽일까?

내 살기를 눈치 챈 헌터놈은 한숨을 내뱉더니, 빠르게 뛰어 어디론가 사라졌다.

옆 건물 옥상이었다.

나는 뒤에 바짝 붙어 따라갔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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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측정불가헌터 (1) 24.07.06 285 7 12쪽
» 던전 브레이크 24.07.04 301 6 11쪽
20 헌터 협회 (2) 24.07.03 304 4 11쪽
19 헌터 협회 (1) 24.07.02 312 6 11쪽
18 A급의 전투를 보여주지 (3) 24.06.29 325 7 9쪽
17 A급의 전투를 보여주지 (2) 24.06.28 325 6 10쪽
16 A급의 전투를 보여주지 (1) 24.06.26 343 7 9쪽
15 히든 던전 (3) 24.06.25 369 6 10쪽
14 히든 던전 (2) 24.06.22 364 6 10쪽
13 히든 던전 (1) 24.06.21 377 8 10쪽
12 노가다의 귀재 (2) 24.06.20 389 8 10쪽
11 노가다의 귀재 (1) 24.06.19 412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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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위약금 벌러 간다. (3) 24.06.14 439 8 9쪽
8 위약금 벌러 간다.(2) 24.06.13 473 10 10쪽
7 위약금 벌러간다. (1) +1 24.06.12 500 11 9쪽
6 퇴사 +1 24.06.11 531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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