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장수교위(長水校尉)로 임명받다.
81. 장수교위(長水校尉)에 임명받다.
상속에 모두의 동의를 얻었다.
바로 분리 작업에 들어갔다.
“미가를 둘로 나눈다는 말씀입니까?”
양무가 이 일을 위해 불려 왔다.
“강북과 강남으로 나눌 것이네.”
“그렇게 말씀하셔도···.”
강북과 강남으로 나누는 건 말로는 간단하지만···.
“알고 있네. 해야 하는 일이 그리 단순하지 않지.”
재벌 그룹의 계열 분리와 마찬가지였다.
우선 대규모 인적 자원의 이동이 필요했다.
“형님을 따르는 이는 강북으로 갈 것이네.”
그들의 숫자는 많지 않았다.
그래도 그쪽은 해야 할 일이 많지 않았다.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우리 쪽에 남을 것이네.”
가장 많은 사람을 고용하는 게 미가 상단이다.
천일염전과 어물전, 어장(漁場), 술도가, 각종 공방, 목마장, 마시(馬市)와 각종 상점 등.
수많은 사업체를 가졌다.
그곳에 고용된 인원이 많았다.
미가 상당은 오군 개발을 맡아서 했다.
그 인원이 모두 오는 것이다.
“괜찮은 인재들은 이쪽에 남을 거야.”
상단엔 양무를 포함하여 유능한 인재가 많았다.
좋은 인재를 얻은 건 큰 이득이다.
물적 자산만이 재산이 아니었다.
인적 자산도 큰 재산이다.
복식부기와 아라비아 숫자를 사용하는 인재들이다.
그들은 숫자와 셈에 강했다.
다양한 업무 처리할 수 있었다.
“오군에 자리 잡을 때 유용한 재원들이야. ”
그들은 웬만한 사대부나 관리보다 나았다.
회사와 관료 조직은 의외로 비슷했다.
조직은 비슷한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
사람이 모인 게 조직이기 때문이다.
미가 상단의 직원은 내정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재였다.
“그들로 썩은 관리를 모두 솎아낼 것이네.”
지금의 관리는 무능하고 욕심만 많았다.
오군을 좀먹는 존재였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는 일이다.
엉망진창인 행정이 대폭 개선될 것이다.
사업체와 인재를 가져감으로써.
알짜는 미방이 다 가져갔다.
미축은 겉으로 보이는 것에 취하여.
허허거리고 있었다.
“서주 자사가 가만히 있겠습니까?”
시간이 지나면 그들도 느낄 것이다.
가진 게, 보기 좋은 개살구라는 걸.
“그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네. 이미 손을 써두었네.”
도겸은 가만히 있을 것이다.
서주의 사대부가 미방을 지지했다.
“여기에서 더 욕심을 낸다면···. 서주의 민심이 들고일어날 것이네.”
사대부는 서주의 여론을 변화시킬 수 있었다.
도겸이 지나치게 욕심이 많은 인물이라 떠들어 댈 것이다.
안 그래도 서주 자사 건으로 말이 많았다.
그 일에 대한 민심이 좋지 않았다.
도겸이 움직이기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 정도면 그들에게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조건이네.”
황건적의 난 이후.
전국의 곡가(穀價)가 가파르게 오르는 추세였다.
이 시점에 토지를 보유한 것은 큰 이득이다.
군량미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땅에서 생긴 부로···.
미축이 도겸을 지원할 수 있었다.
도겸이 직접 나서면 득보다 실이 많았다.
실제로 결정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오히려 축하해 주었다.
***
“서주 사대부의 좋은 모습을 보여 주었소.”
“과찬입니다.”
“이는 형제간 우애의 귀감(龜鑑)이 될 만하오. 조정에 표를 올려 미가의 사례를 보고하겠소.”
각 지역의 효자(孝子)와 효부(孝婦), 우애 깊은 형제 등의 미담(美談)은 지방관이 조정에 보고한다.
그 사실을 널리 알리는 것이다.
미방의 머리에 선전(宣傳, propaganda)가 떠올랐다.
‘굳이 그리 안 해도 되오.’
그는 이번 일을 통해서 미축의 명성을 올려 주고자 했다.
미축은 별가종사가 되었다.
서주 자사의 보좌관으로서 상당히 높은 지위에 오른 것이다.
자리에 비해 명성과 인지도가 너무 낮았다.
‘머리를 쓰는군.’
도겸도 유비 못지않은 모사(謀事)꾼이었다.
미축이 별가 종사에 어울리는 인물이라는 걸 세상에 알리려는 것이다.
명성은 매우 중요했다.
과거 제도가 없어.
인재의 등용과 높이 쓰는 건 명성에 달려 있었다.
도겸이 돈 받고 별가 종사 관직을 팔았다는 소문이 돌았다.
미축의 명성이 없기 때문이다.
명성은 이 시대의 또 다른 힘이다.
사람을 쓰는 사람,
쓰임을 당하는 사람, 모두 명성이 필요했다.
원소는 자신의 명성으로 가문의 지원 없이 큰 세력을 모았다.
나중엔 원가의 인물까지 그에게 가게 된다.
명성이 출신을 극복했다.
거기엔 원술의 악명도 한몫했다.
“그래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건 미방에게도 나쁠 건 없었다.
우애 좋은 형제라는 명성은.
앞으로의 행보에 도움 되었다.
‘나중에 딴소리하기도 어렵지.’
좋게 마무리된걸.
다시 꺼내봐야.
자기의 면(面)만 상했다.
* * *
“치부책을 분리하게.”
분리 작업의 마무리는 치부책의 정리였다.
이제까지는 사업체별로···.
미가 전체로···.
두 종류로 치부책이 나누어져 있었다.
사업체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지만···.
미가의 치부책은 분리해서 정리해야 했다.
그 작업은 생각보다 해야 할 일이 많았다.
회계의 분리는 까다로운 작업이었다.
시간도 오래 걸렸다.
치부책을 정리하여 강북, 강남을 따로 만들었다.
강북의 치부책을 미축에게 주었다.
“재산을 관리하려면 이 치부책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런 건 필요 없다.”
그런데···. 그가 받지 않았다.
“괜찮겠습니까?”
“그건 신선이라는 사특한 존재가 만든 게 아니냐. 그냥, 불태워 버려라. 이쪽의 일은 내가 알아서 하겠다.”
‘기껏 고생해서 만들어 주었더니 말이야. 형을 챙긴 내가 바보지.’
미축에겐 아라비아 숫자와 복식부기는 사특한 것이다.
신선이라는 존재가 개입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의 관점에서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이때에는 훈고학이 유행했다.
새로운 것보다 성현의 말씀을 더 중요시했다.
그것도 유학에 한정되었다.
춘추 전국 시대로부터 전해진 많은 사상이 사라졌다.
진시황의 분서갱유(焚書坑儒)보다···.
한나라 때 사라진 사상과 기술이 더 많았다.
분서갱유는 유학과 몇몇 사상에 한정(限定)되었다.
유학자의 배척(排斥)이 더 큰 영향을 주었다.
교조주의와 원리주의였다.
“그냥. 예전에 아버지가 사용하시던 걸 다오.”
이전의 치부책을 원했다.
한자 숫자와 단식부기 형태였다.
“이것을 사용하시든, 하지 않으시든, 형님의 자유입니다. 다만, 예전의 방식은 모두 잊었으니. 형님이 알아서 하십시오.”
사실이었다.
옛날 방식은 사용되지 않았다.
기존 치부책은 땔감과 종이 재료로 파기(破棄)했다.
남아 있는 게 없었다.
“그건 걱정하지 마라. 알아서 하겠다. 자사 휘하에 유능한 인재가 많다.”
‘이런 멍청한···. 가문의 치부책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겠다니.’
욕심 많은 범의 아가리에 직접 머리를 밀어 넣는 일이었다.
분리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리 안 했으면···.
미가에 끼치는 해악이 엄청났을 것이다.
자기 돈과 힘을 남에게 바치고 있었다.
원 역사에서도 모든 걸 도겸과 유비에게 갖다 바쳤다.
스스로 다른 사람의 도구가 되었다.
미방이 역사에 개입해도 변하지 않는 건···.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
낙양에서 칙명(勅命)이 내려왔다.
요약하면 아래와 같았다.
[역도의 난에 큰 공을 세운 미방에게 명한다.
장수교위로서 황제 폐하를 위해 섬기거라.]
조정에서 장수교위(長水校尉)로 임명했다.
‘마음이 급했군.’
장양은 언제나 바빴다.
잠시가 1년에서 몇 년이 걸리기도 했다.
‘그래서 방심했어.’
이렇게 바로 임명될지는 몰랐다.
사대부의 여론에 급히 움직인 것이다.
아직 서주의 일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낙양에 표를 보냈다.
[폐하의 하해와 같은 은혜를 받들어야 하나. 부친의 건강과 집안일을 다스리기 위해서 잠시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수신제가(修身齊家)를 마친 후 임지로 바로 가겠습니다. 황제 폐하의 은혜에 다시 감사드립니다.]
이 시대에는 벼슬 관직이 내려와도 사양하고,
임지로 부임을 안 하는 경우도 많았다.
다양한 변명이 있었다.
병이나 효 등을 내세우거나.
조조처럼 아무런 이유가 없이 그만두기도 했다.
부임이 조금 늦어지는 건 문제가 안 되었다.
전임자가 조금 더 오래 하면 되는 것이다.
그가 다른 임지로 가게 되면···.
부관이 할 것이다.
‘관직이 모자라지. 사람이 모자라는 건 아니야.’
벼슬하기 위해 서로 줄 서 있었다.
뇌물을 바치는 이유도 그래서였다.
하려는 사람이 많은데···.
관직이 부족했다.
벼슬을 거부한 장소가 큰 명성을 얻은 것이다.
쉽지 않은 행동이었다.
“황제 폐하의 명이면, 바로 가셔야 하는 게 아니요?”
장비가 질문했다.
그는 사대부였다.
“몇 개월 더 늦어지는 건 문제 되지 않아.”
공으로 포상을 내렸다는 것이 중요하지,
그 일을 맡는지는 관심 밖이었다.
“아예 관직을 사직해도 신경을 안 쓸 거야.”
관직을 원하는 사람은 많았다.
장수교위를 팔아먹으면 되었다.
부임 연기의 요청은 쉽게 받아들여졌다.
“그래도 자리를 오래 비우면 좋지 않아.”
장수교위로 할 일이 많았다.
“이곳 일을 빨리 마무리하자꾸나.”
* * *
분가 작업에 박차를 가함과 동시에.
사병의 군제도 개편했다.
중기병의 비중을 늘렸다.
그들은 돌기(突起), 돌격 기병이었다.
등자가 없어서 효과는 약간 떨어지지만···
대부분 유목민 출신이라 다리로 말의 배를 잡았다.
등자 없이 말 위에 단단하게 몸을 고정할 수 있었다.
등자를 사용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
마갑과 철갑옷을 입은 그들의 충격량은 상당했다.
웬만한 보병의 방진은 다 무너트릴 수 있었다.
함진영만 제외하고······.
돌기를 위해 매우 고가인 상등급 대완마를 꾸준히 매입했다.
그들의 숫자를 늘렸다.
그들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말이 중요했다.
대완마는 한혈마, 천마로 불렸다.
강한 힘과 빠른 속도를 가지고 있었다.
초원마(흉노마)와 달리···.
중갑을 입고도 빨리 달릴 수 있는 게 대완마였다.
대완마는 말 관리가 힘들었다.
특수한 사료, 거여목(蓿苜, 알파파)을 먹여야 했다.
‘사육이 까다롭지만···. 그 역할을 충분히 해 주지.’
대완마로 이루어진 돌격 기병과 일반 말로 이루어진 돌격 기병은 그 차이가 심했다.
여포의 적토마도 대완마였다.
그중 혈통이 좋은 녀석이었다.
여포가 전장에서 활약을 벌일 수 있었던 건···.
적토마의 도움이 컸다.
기병에게 말은 매우 중요했다.
더 강해진 조상의 기병대에 원하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이제부터 그대가 이끌 부대의 이름을 정식으로 호표기(虎豹騎)라고 부르겠다. 호랑이와 표범처럼 강하게 싸운다는 의미이다.”
“호표기(虎豹騎)라. 부대에 어울리는 이름이군요. 그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강군으로 거듭나겠습니다.”
호표기는 원래 조조의 정예 기병의 이름이다.
그것을 먼저 도용했다.
‘하하, 이 시대에는 저작권의 개념이 없으니. 먼저 사용하는 사람이 임자로구나.’
저작권이 있어도 상관없었다.
‘먼저 사용하면 장땡이지.’
사람들은 미방의 호표기만 기억할 것이다.
고순을 불러 그에게도 이름을 지어 주었다.
“자네 부대의 이름은 함진영(陷陣營)이라고 부르겠네.”
“함진영 말입니까?”
“한번 나서면 반드시 적의 진영을 함락시킨다는 말이네. 난공불락의 성도 한 번에 함락시킬 수 있는 강한 부대로 만들게.”
함진영은 원 역사에서 고순의 부대명이었다.
원래 가야 할 주인에게 주었다.
그 사실을 모르는 그는 크게 감동하였다.
고순은 이름이 마음에 쏙 들었다.
‘당연히 좋아하겠지. 훗날 그가 짓는 이름인데.’
“함진영(陷陣營)이라······. 주군 감사합니다. 멋진 이름이군요. 그에 맞는 강한 부대로 거듭나겠습니다.”
그의 아래 함진영은 난공불락의 성도 무너트릴 수 있는 강한 군대로 거듭날 것이다.
그의 상황은 원 역사보다 훨씬 좋았다.
최상의 장비로 충실하게 무장하고 있었다.
거친 병주에서 고르고 고른 최정예 병사였다.
모두 일당백(一當百)의 능력을 갖춘 이들이다.
그렇게 군제를 개편했다.
단순히 이름을 부여한 것이지만···.
그 효과는 컸다.
부대의 명성은 부대원을 단결시킨다.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부대엔 이름이 존재하는 이유였다.
부대명은 자신의 명성과 명예였다.
사대부뿐만이 아니라,
병사도 명성을 중요시했다.
‘나폴레옹의 근위대(프랑스 제국군대)가 그렇게 강했다지.’
이렇게 가끔 떠오르는 지식은 큰 도움이 되었다.
명성이 쌓일수록 호표기와 함진영은.
그에 맞는 능력을 보여 줄 것이다.
[우리가 명색이 호표기인데······. 여기서 물러설 수 없지. 저들에게 우리의 힘을 보여 주마. 돌격이다.]
[내가 함진영인데······. 저 성을 함락시키지 못하면 부끄럽지. 내가 먼저 저 성벽에 올라서 깃발을 꽂겠어.]
명성을 지키려는 분위기가 자연적으로 형성이 된다.
더욱 맹렬히 공격하고 쉽게 물러서지 않게 된다.
그렇게 부대 편성 작업도 끝났다.
“고순, 조상. 내가 낙양에 가 있는 동안 군대를 관리하게. 곧 그대의 쓰임이 많을 거네.”
“주군. 맡겨 주십시오. 성심을 다하겠습니다.”
“존명. 이곳에서 주군의 부름을 기다리겠습니다.”
고상과 조상에게 지시한 후.
장비와 조운에게 말했다.
“장비, 조운. 이제 우리는 이만 가자.”
“예. 형님.”
“네. 주군.”
장비와 조운, 호위병을 대동하고 낙양으로 향했다.
십상시의 난이 발생하기 전까지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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