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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X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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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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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관리

DUMMY

‘이걸 말하는 거였나 보네.’


상당히 오랜만에 인터넷 검색 좀 했다. 왠지 함 원장이 지나가듯 한 말이 신경을 건드렸다. 한동안 아무 생각 없었다. 시드머니는 만들어 졌고 대박을 노리는 시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남아있었다.


‘결정적으로 요즘 바둑이 너무 잘 되잖아.’


물들어올 때 노저야 하는 법이다. 리그전에 정신을 쏟다 보니 세상사는 남의 일이었다. 여기저기 신경 분산하기가 싫어서 보유 주식을 다 정리해 장기적으로는 절대로 떨어지지 않을 우량주로 바꾸어 처박아 놓은 채로 쳐다보지도 않고 있었다.


‘그게 어딘지는 대충 짐작이 가지 않나? 다른 문제도 좀 있지만 그건 음···’


일단은 그렇다. 그런데 암초가 나타났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왜 이런 걸 생각해두지 못했을까 의아할 정도로 아주 큰 사건이다.


‘조금 일찍 알게 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니 그래봐야 별거 없었겠지. 운용할 수 있는 자금 규모가···’


내가 영화 빅쇼트(The Big Short)의 주인공들처럼 돈을 벌 수는 없다. 그런 식의 관점에서 보면 지금 처지도 시드머니를 가지기 전과 별로 다르지 않다.


머니게임에 참여하려면 내가 지금 지닌 자산 규모로는 어림없다. 머니게임은 돈 없는 자가 아이디어만으로 일확천금하는 구조가 아니다. 큰 돈으로 더 큰 돈을 벌 뿐이다.


사실 이 사건은 한국에서 체감하는 것 보다 미국과 유럽에서의 파장이 더 심각했다. 현재 한국 경제는 안전망이 하나 더 있는 상태라 최악으로 빠지지는 않는다.


최대의 흑자를 내고 있는 최대교역국은 사고 진원지에서 아주 멀리 있고 그쪽 경기가 나빠지는 건 한참이나 후에 생길 일이다. 한쪽으로 쏠림이 가중되는 훗날엔 문제가 되겠지만 아직은 괜찮다.


‘어? 뭐지? 이 관점은··· 내가 이 때 한국에 없었나? 아 몰라! 전생에 내가 뭘 했는지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아. 그런 것 따위 길게 생각해봐야 아무 의미 없어.’


이 사건은 세계 경제의 전반전인 침체와 양극화를 가져왔고 2010년대 이후 모든 위기 상황의 원인 제공자이며 팍스 아메리카나 체제를 위협해 신냉전 체제로 세계를 이끈다. 이건 서브프라임 주택담보대출의 확대와 같은 미국 부동산 버블로부터 시작된 단순한 금융 위기가 아니다.


1930년대 일명 대공황 시대 이후 세력을 확장한 극단주의는 2차 대전을 기점으로 기세가 한풀 꺾였다. 이후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는 듯 보였지만 이 사건을 통해 다시 표면으로 부상하며 사회 혼란을 부추기게 된다.


현재를 살아가는 내가 지금 이런 것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아주 큰 사건이긴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내 생활 기반이 크게 위협 받지는 않을 것 같고 내가 이 사건을 통해 직접적인 이익을 노리기에는 아직 난 잔챙이 축에도 못 끼는 신세다.


‘디데이 전에 한 번 더 갈아타긴 해야겠어. 그런데 어디로 가야 하지?’


이런 일을 미루고 싶지 않았다. 내가 아는 미래가 그대로 도래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무리다. 나라는 변수가 개입되어 이 현실에서 입단자와 입단시기가 바뀌기도 하는 걸 똑똑히 목격했다.


확실한 증명은 어렵지만 변수가 개입되면 결과가 바뀌기도 한다는 방증이 넘쳐 나는데 그걸 어떻게 믿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렇게까지 난 어리석지 않다.


‘알게 모르게 많은 것이 바뀌어 가고 있을 거야.’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물론 이런 종류의 사건에서 내가 어떤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은 미미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모든 일이 내 기억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랜만에 주식창을 열었다.


‘음. 그래도 좀 오르긴 올랐네. 전체적으로 보면 수익이 한 10% 정도는 되려나?’


한국의 경제를 이끌어가다시피 하고 회사인데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현재 코스피 지수가 1400이 조금 넘었다. 올해 1383 정도로 시작했는데 이 정도면 보합세라고 할만하다.


‘미국의 혼란함이 아직 시장에 반영되기 전이라는 게 놀랍네.’


조금 의외이긴 하다. 검색에 의하면 미국은 이미 작년부터 시끄러웠다. 주택 가격에 버블이 존재한다는 쪽과 존재하지 않거나 있더라도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다는 쪽이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었다.


잠깐의 검색만으로 내가 바로 모기지 사태를 떠올릴 수 있었을 만큼 사방에 경고는 넘쳐 났다. 함 원장 같은 사람조차 세상이 시끄럽다고 할 만큼 널리 알려진 일이다. 그런데 시끄럽기만 하고 아직 시장이 반응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미국에서의 주택 가격은 아직도 꾸준히 상승 중이었다.


‘탐욕이 사람들의 눈을 가린 건가?’


어쩌면 이런 공황에 준하는 사태가 불쌍한 사람들을 양산하는 것이 아니라 탐욕에 영혼을 판 인간들을 지옥으로 보내버리는 과정이 금융 위기라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여기까지 왔으면 갈 때까진 가야 하는 거지. 한 수 물린다고 바둑이 달라지겠어? 과정을 되돌릴 수는 없는 거잖아.’


죽을 놈은 죽고 살 놈은 산다. 각자도생(各自圖生) 해야 할 때다. 이 사자성어는 공동체 의식이 드높으신 우리 조상이 불쌍한 백성을 위하고자 만든 말이다.


임진왜란 시 백성들이 장차 살육(殺戮)의 환난(患難)을 맞이할 것이니 미리 알려 주어 각자 살 길을 도모해야 함을 비변사에서 선조에게 보고한 것이 첫 사용된 예다. 그전에는 같은 한자문화권이었던 중국, 일본 그 어디에서도 쓰이지 않았다.


‘아주 역사적으로 유래가 깊은 말이야. 조선왕조실록에 쓰인 용례가 선조, 인조, 순조 때 나오지. 뭔가 좀 짜르르 하지 않아?’


상당히 재미있는 사실이긴 한데 다 쓸데없다. 이것저것 떠오르는 기억은 많지만 당장 움직일 방향에 대한 적절한 힌트로는 부적절하다.


‘일단 팔아.’


불황기에 필수소비재가 아닌 제조업 기반의 회사는 피해야 한다. 이건 주식투자의 상식이다. 보통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면 IT, 필수소비재, 헬스케어 등이 전통적인 경기 방어주다.


장기적으로는 모르겠지만 중단기적으로 보면 지금 가진 종목은 리스크가 있다, 생각은 깊게 행동은 빠르게 해야 한다. 애매하다고 미뤄 놓았다가는 내 성격상 언제 다시 이런 생각이 돌아올 지 짐작하기 어렵다. 세상은 나의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지금이 그 타이밍이다.


199,200,000 원.


거의 2억 원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계좌 총액으로 이런 숫자가 찍혔다.


‘그러고 보니 현금화 시켜서 총액을 보는 게 처음이구나.’


그동안 여러 종목에서 사고팔고를 되풀이하는 식이었고 이 종목을 살 때도 앞에 소유했던 종목을 분산해서 팔면서 동시에 샀기 때문에 총액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주식으로 얼마를 가지고 있을 때와 현금은 확실히 기분이 좀 다르다.


이제 당분간 넣어두어야 할 종목을 정해야 할 때다.


‘경기 침체와는 상관없이 잘 나갈만한 업종이···’


리스트를 주르륵 훑어도 마땅히 눈에 들어오는 게 없다.


‘크크큭. 누가 이런 식으로 주식하는 날 본다면 미친놈이라고 하겠어. 원래 내가 감각이 좀 좋은 편이라서··· 릴렉스··· 릴렉스··· 여유 있게··· 음. 안 보여.’


이럴 땐 발상을 좀 바꿔봐야 한다. 제1감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서 대국을 멈출 수는 없다.


‘고정관념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다른 종목도 좀 보면서··· 어? 오호!’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에서의 매출 비중이 아주 높은 회사가 문득 눈에 들어왔다,


‘지금도 괜찮은데 앞으로서는 더··· 이건 미국 경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뜻이잖아. 헬쓰케어와 상당히 연관이 있기도 하고···’


당분간 절대로 주가가 떨어질 일이 없을 것 같은 회사가 눈에 들어왔다. 이 정도 회사면 한동안 사랑가나 부르며 태평하게 지내도 될 것 같다.


‘388,500원? 이게 싼 거야? 비싼 거야? 재무제표를 한 번··· 뭐 그것까지야··· 내가 봐서 뭘 알겠어.’


이 회사 아주 많이 유명하다. 왜냐하면 한 때 한 주에 200만원이 넘어 황제주로 불렸다. 나 같은 사람이 알 정도면···


‘레이더 설치는 한참 뒤지. 그냥 그때까지 이 좀목으로 쭉 가버려?’


갑자기 이렇게 신경 써서 사고팔고 하는 것 자체가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그건 좀··· 아니지. 여기 주가가 200이 된다고 해도 지금에서 6배 남짓 오르는 건데 2억의 6배면 너무 작지 않나?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데···’


돈 벌기 정말 어렵다. 10억 좀 넘기려고 이렇게 까지 머리를 써야 하다니.



###


‘아이! 졸라 덥네. 6월 날씨가 뭐 이래.’


에어컨이 쌩쌩 돌고 있어 서늘하다고 해도 될 만한 실내 온도였지만 열이 올라 머리가 익어버릴 것 같다.


올 들어 네 번째 리그전이다, 이 달은 좀 성적이 시원찮다. ‘아슬아슬’이란 단어가 떠오르는 상황에 몰렸다.


‘석 달이면 잘 버틴 건가? 아무튼 지긋지긋한 것들이야.’


현재 4승7패다.


‘남은 대국 수는 일곱. 아니지. 이 판을 지면 여섯. 4승 8패면··· 심각하네.’


벌써 강급 당하면 안 된다는 걸 내가 모를 리 없다. 하지만 그게 내 의지대로 되는 일이었으면 난 벌써 프로가 되고도 남았다.


이 달 들어 상대들이 나를 대응하는 방법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일제히 바뀌었다. 모두 초반부터 엄청나게 실리를 당긴다. 내가 세력을 쌓든지 말든지 극단적으로 실리를 쌓은 다음 내 세력에 침입. 타개로 승부를 걸어오고 있었다.


‘기분 나쁘게 무슨 하수 다루듯이 하고 있잖아.’


모양이고 뭐고 가리지 않는다. 이건 완전히 조리돌림이다. 내게 걸어오는 승부방법에 대한 해결책은 단순하다. 침입한 상대 돌을 잡으면 내 승리 못 잡으면 패배. 아주 간단하다. 아예 이걸 못하게 하는 건 더 간단한데 그 간단한 게 안 되니 미칠 지경이다.


그냥 침입하는 족족 보내버리면 된다. 연속해서 두세 판만 그러면 이런 전략 다시는 아무도 시도하지 않는다. 하지만 잡을 때 보다 못 잡을 때가 많으면 지금 이 꼴이 난다.


내가 속기에서 수읽기 능력이 떨어진다는 누군가의 연구 결과 발표가 있었나 보다. 각 도장 마다 공동연구가 활성화 되어 있으니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다.


내가 짜증스러운 건 그런 연구를 했으면 그 모임만 공유를 하면 되지. 왜 널리 퍼트려서 모두가 알게 하냔 말이다.


‘원래 그런 의도가 아니었을 수도 있지. 여러 명이 차례로 그런 방식을 사용하는 걸 보고 퍼진 것일지도··· 그럼 이놈도···’


이만 던져야겠다고 겨우 마음을 다스렸는데 갑자기 던지기 싫어졌다. 지금 상대는 대양 도장 소속이다. 지금 1, 2, 3조 통틀어 그곳 소속 원생이 열 명은 된다.


이렇게 동시다발로 일이 벌어지려면 머릿수 많은 이 놈들이 주도하지 않고서는 어렵다.


‘깽판을··· 하아! 참아야···’


그러는 건 아주 쉽다. 승부가 결정되었든 말든 시간 끌면서 상대의 진을 빼면 된다. 공배 한두 번만 메우면 어린애들은 눈이 휙 돌아간다.


조용히 사석 하나를 집어 1선에 올렸다.


‘내가 근본적으로 선량한 사람이여서 봐주는 거야.’


짜증은 나지만 참았다. 그게 현실적으로 득이 된다. 지금 마구잡이로 행동해 분을 풀면 내가 열 받았다는 티를 내는 것이 된다. 여기서 열 내면 그것 역시 약점이 된다. 그럼 다음 달에는 대국 중에 날 열 올리려는 무수한 상대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여긴 상대의 사정을 봐주진 않는다. 발을 절면 그 발을 피해주는 것이 아니라 밟고 물어뜯으려 하는 곳이다.


‘다음 주엔 이대로 안 돼. 연구 좀 해봐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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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각자의 어려움은 다르다. +3 24.09.17 66 3 12쪽
56 좌충우돌(左衝右突) 24.09.16 72 3 12쪽
55 미쳐 사는 사람들 +2 24.09.16 73 4 12쪽
54 사노라면. 24.08.28 107 2 12쪽
53 열전 24.08.27 117 3 12쪽
52 패배에 관한 고찰 24.08.26 118 2 12쪽
51 교훈(敎訓)을 얻다. +2 24.08.25 146 3 12쪽
50 외전) 내가 1급이 된 이유 +5 24.08.24 135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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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목표에 접근 중 +2 24.08.19 135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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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위기와 응전 24.08.17 140 4 12쪽
42 승리와 패배는 숨 쉬듯 자연스럽게 24.08.16 145 3 12쪽
41 준비 완료 24.08.15 140 3 12쪽
40 지음(知音) 24.08.14 151 4 14쪽
39 가오가 정신을 지배할 때 24.08.13 143 4 13쪽
38 도(道)를 아십니까? +2 24.08.12 147 3 12쪽
37 실마리 24.08.11 151 2 12쪽
36 우울한 날 보험 증서를 꺼내다. +2 24.08.10 154 2 12쪽
» 위기 관리 24.08.09 15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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