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야 사는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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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버드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7.20 13:16
최근연재일 :
2024.08.30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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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2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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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입사 배틀

DUMMY

‘다행이다. 똥손인 건 들켰어도 쁘락치인 건 안 들켜서.’


한 시름 놓았으나 위기라는 사실은 변함없었다. 쁘락치가 되려면 먼저 입사부터 해야 하는데, 이거 첫 스텝부터 단단히 꼬이게 생겼다.


공 실장이 로비의 출입구를 가리키며 나가라고 손짓했으나 나는 다시 부탁했다.


“공 실장님. 제가 운만 좀 나쁘지 진짜 성실하고 쓰임새도 많습니다. 단순히 운전하고 영업 다니는 것뿐만 아니라 컨셉 기획에 곡 수급까지 전부 가능합니다. 뽑아놓고 나면 절대 후회 안 하실 겁니다!”

“아니, 참. 글쎄 아무리 그래도 똥손은 안 된다니까! 운빨이 없다는 건 연예계에서 일할 기본 자격이 안 됐다는 거야!”


공 실장의 잇따른 지적에 나도 슬슬 열이 뻗쳤다.


그래. 맞다. 나 똥손이다.

작곡가랑 친해져서 좋은 노래를 얻어오면 표절 논란에 걸리고, 작품에 전재산을 투자하면 말아먹는다.


‘그렇지만 버드 엔터가 나한테 똥손이라고 뭐라고 하는 건 좀 아니지!’


내가 망한 것과 버드 엔터가 망한 것은 질적으로 다른 일이었다. 나는 재수가 더럽게 없어서 똥손인 거지만 버드 엔터는 아예 실력이 없잖아!


회사 입구에 걸린 블루문의 컨셉 사진을 봐라. 짙은 스모키 화장으로 얼굴 이목구비를 다 가려놓고, 코디로는 징 박힌 가죽 자켓을 입혀놓았다. 저걸 누가 걸그룹으로 보겠냐? 매드맥스 촬영장에서 탈출한 여자 깡패로 여기지!


구린 프로듀싱으로 블루문을 말아먹은 공 실장이다. 나에게 재수 운운하는 건 좀 양심 없지 않나. 버드 엔터 취업이 이제는 내 목숨뿐만 아니라 자존심까지 건드렸다.


나는 공 실장의 시비에 맞섰다.


“운은 변수지만 실력은 상수입니다. 그런데 버드 엔터는 기본 실력조차 부족한 상태이지 않습니까?”

“뭐? 우리가 왜 기본 실력이 없어? 이 사람이 이제는 헛소리까지 하네?!”


나는 버드 엔터에 대해 자료 조사하면서 느꼈던 아쉬운 점들을 읊었다.


“활동할 때마다 프로모션 일정이 어긋나서 꼬이고 뉴튜브와 다른 홍보 계정은 방치 중이지 않습니까? 뮤비와 실물 앨범도 매번 퀄리티 논란이 일고요. 물론 제가 담당자였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을 실수였죠.”


허풍이 아니다. 내가 똥손이었음에도 다른 동료들이 좋게 말해준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내가 진짜 미친 듯이 성실하게 일했거든.


멤버들 관리는 당연한 거니 논외로 치고. 뮤비와 인터넷에 올리는 홍보 글까지 더블 체크 하는 것은 기본. 앨범 찍어내는 공장에도 수시로 오가면서 퀄리티를 확인할 정도로 완벽한 매니저였다, 내가.


심지어 나는 대부업체에서 일할 때도 꼼꼼했다. 서류정리를 하면서 고객(이라고 쓰고 빚쟁이라고 읽는)들 정보까지 달달 외웠으니 말이다. 어디의 누가 무슨 이유로 얼마만큼 돈을 꿨는지까지 전부.


그러나 놀랍게도, 꼼꼼한 일 처리만으로는 버드 엔터를 살리기 힘들기 힘들어 보였다. 가장 큰 문제점은 따로 있었으니까.


나는 매드맥스 뺨치는 블루문의 사진을 가리켰다.


“무엇보다 컨셉. 저 개구린 컨셉! 왜 걸그룹으로 매드맥스를 찍습니까? 심지어 매드맥스 분장으로 헤비메탈 EDM을 부르는 건 도대체 누구 머리에서 나온 혼종입니까? 진짜 최악입니다.”


공 실장이 붉으락푸르락한 얼굴로 소리쳤다.


“매드맥스 아니야! 걸크러쉬라고!”


음. 공 실장의 아이디어였군.


“여하간 제가 블루문을 맡았다면 지금보다 잘나갔을 겁니다. 홍보나 다른 일 처리뿐만 아니라 노래 컨셉 프로듀싱까지 완벽했을 테니까요.”

“그러면 내가 문제라는 거야?!”


아까까지만 해도 똥손이라고 면박 주며 신나던 공 실장이, 이제는 되려 성을 냈다. 날 쪽 주려다가 자기 쪽이 먼저 팔리게 생겼거든.


회사 입구에서 계속 실랑이를 벌이다 보니 어느새 구경꾼이 모여든 상태였다. 공 실장으로서는 직원들 앞에서 창피당하기 싫어서 소리를 지르는 것이겠지만. 공 실장이 흥분할수록 구경꾼들은 더 모여들었다.


‘나로선 땡큐지. 공 실장이 무능력하다는 걸 공공연하게 알려야 새로운 인력을 뽑을 거 아니야?’


그때 인파 속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게 정말이야? 프로듀싱만 잘했어도 블루문이 지금보다 인기 있을 거라고?”

“유 사장님!”


구경꾼들이 뒤로 물러나면서 양복을 차려입은 중년 아저씨가 튀어나왔다. 초면인데 얼굴이 낯설지 않았다. 이내 기억해낸 나는 눈이 커졌다.


‘엇? 유새홍 사장이잖아?’


***


유새홍.

유새문 회장의 친척이자 혈연빨로 사장 자리를 차지한 낙하산.


버드 엔터에서 유새홍 사장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바지사장답게 실무를 전부 부하 직원에게 맡기는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버드 엔터의 역사 때문에 더 그랬다.


유미소가 아이돌이 되고 싶다고 말한 다음 날 버드 엔터가 생겼다. 동네 슈퍼 주인이던 유새홍이 버드 엔터 사장이 된 것은 그로부터 한 달 뒤의 일이었다. 직원들이 다 뽑힌 다음 마지막에야 합류한 사장이랄까.


그러나 놀고먹는 유새홍 사장에게도 고민이 있었으니. 오랜만에 유새홍을 불러낸 유새문 회장이, 처음으로 블루문을 언급한 까닭이었다.


“블루문을 밀어준 지 벌써 몇 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블루문과 미소를 모르는 사람이 많아. 마치 무명인 듯 말이야. 아니, 미소는 유명하더군. 발연기 논란. 그래. 그런 악의적인 기사였지. 멋대로 펜을 놀린 기자 놈들이야 금방 처리했지만···. 이봐 새홍이. 나는 미소와 블루문이 좋은 쪽으로 유명해지길 원한다네. 지금보다 성공하길 원해.”


짧은 대화였으나 이후로 유새홍 사장은 극심한 복통에 시달렸다. 본인이 생각해도 유새문 회장이 들인 투자금에 비해 블루문의 성과가 너무 미미한 탓이었다.


‘대형 기획사 출신인 공수혁 실장까지 붙여놓았는데 왜 안 뜨는 걸까? 왜??’


이상한 일이다. 유새홍은 좀 억울했다. 자신도 자신의 무능력함을 알기에 업계에서 유명하다는 공수혁 실장을 데리고 와서 전권을 주고 블루문을 맡겼다. 공수혁 실장이 요구하는 것을 최대한 들어주면서 말이다.


그러나 금방 성공할 줄 알았던 블루문은 이상할 정도로 반응이 없었다. 회사 곳곳에 걸린 컨셉 포토를 보면서 유새홍은 가끔씩-

‘내가 연예계를 잘 모르긴 하지만 그래도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왜 걸그룹이 쇠파이프랑 전기톱을 휘두르는 거야? 왜?’

-라는 의심이 살짝 들었지만.


공 실장에게 질문할 때마다 돌아오는 것은 난해한 답과 약간 무시하는 듯한 태도였다. 유새홍 사장은 참았다. 헤비메탈 EDM이라는 처음 듣는 장르도, 적응이 안 됐지만 참았다.


유미소가 연기할수록 대중들이 발연기라며 욕하는 게 심해지고 이미지도 안 좋아졌기에, 정말로 미소의 배우 활동이 좋은 선택인 건지 의문이었지만···. 그것도 참았다.


어쨌거나 자신은 문외한이었고 공수혁 실장은 전문가 아닌가?


조카이자 버드 엔터의 설립 취지인 유미소도 딱히 불만을 내비치지 않는데 자신이 나설 순 없었다. 공수혁 실장이 미소의 개인 스케줄만큼은 계속 물어오기도 하고 말이다.


이 상황에서는 그냥 입 다물고 공 실장을 따르는 게 정답이라고 여겼다.


그 결과가 이 모양이었다. 2년을 날린 블루문. 발연기 논란만 남은 미소의 배우 필모. 곧 날아가게 생긴 자신의 사장 자리. 그리고 극심한 복통.


오늘도 급하게 화장실에 들어갔다 나오는 길이었다. 유새홍 사장은 이상하게 북적이는 회사 로비를 보았다.


“무슨 일이야?”


질문하자 직원들이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난색과 반색이 반반 섞인 느낌이랄까.


“앗, 사장님! 그게 공 실장님이···.”

“공 실장님이 면접자한테 완전 밀리고 있어요!”

“공 실장이 밀려? 그게 뭔···?”


이어 들리는 이야기는 놀라웠다. 처음 보는 말끔한 인상의 청년이, 버드 엔터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주는 것 아닌가? 특히 회사 로비의 블루문 사진을 보고 한 말은 유새홍 사장에게 충격을 주었다.


“무엇보다 컨셉. 저 개구린 컨셉! 왜 걸그룹으로 매드맥스를 찍습니까? 매드맥스 분장으로 헤비메탈 EDM을 부르는 건 도대체 누구 머리에서 나온 혼종입니까? 진짜 최악입니다.”


너무나 속 시원한 발언에 유새홍 사장은 벼락을 맞은 듯 마음이 찌르르해졌다.


‘내가 잘못 본 게 아니야! 저 컨셉은 구려! 저건 구린 게 맞다고!’


드디어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심지어 저 젊은이는 자신과 다르게 당당하기까지 했다.


“여하간 제가 블루문을 맡았다면 지금보다 잘나갔을 겁니다. 홍보나 다른 일 처리뿐만 아니라 노래 컨셉 프로듀싱까지 완벽했을 테니까요.”


근거 없이 자신감만 넘치는 걸 수도 있다만 유새홍은 저 젊은이가 마음에 들었다. 놓치기 싫다는 생각에 유새홍 사장이 구경꾼들을 뚫고 나섰다.


***


‘유새홍 사장이잖아?’


내 눈이 커졌다. 여기서 유새홍 사장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비싼 양복을 차려입었음에도, 유새홍 사장은 사업가라기보다는 푸근하고 인상 좋은 동네 아저씨의 느낌이었다. 깡패들이 알려준 바지사장의 모습 그대로랄까.


유새홍 사장이 나에게 다시 물었다.


“말을 꺼냈으면 끝까지 해야지. 김해성이라고 했나? 어떻게 해야 블루문이 성공하겠어?”


어떻게 해야 성공하겠냐고? 해야 할 말이 아주 많았다.


“프로듀싱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죠. 비쥬얼 적으로는 뭘 해도 매드맥스보다는 나을 겁니다. 노래도 헤비메탈 EDM보다는 밝은 분위기의 댄스음악이 더 잘 어울릴 거고요.”


솔직히 이번에 블루문에 대해 조사하면서 심란했다. 멤버들은 나름 괜찮은데 결과물이 너무 개떡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개떡같은 프로듀싱의 원흉인 공 실장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자기변호에 나섰다.


“유 사장님! 그게 단순한 헤비메탈 EDM이 아닙니다. 트렌드를 집대성해서 만든 작품이에요. 요즘 대형 기획사들이 다 세계관을 짜지 않습니까? 그래서 우리 블루문도 ‘아포칼립스에 헤비메탈 EDM을 숨김!’ 이런 느낌으로 앨범을 만든 겁니다. 거기에 컨셉으로는 또 유행하는 걸크러쉬를 얹었죠. 얼마나 세련됐습니까? 역시 사람이 아는 만큼 보인다고, 쯧쯧···.”


공 실장은 혀를 차며 날 쳐다보았다. 어이없는 일이다.


뭐? 세계관? 아니 시부레. 요즘 대형 기획사들마다 아이돌 그룹에 세계관이랍시고 이상한 짓거리를 하는 건 사실이다. 근데 그것 아나. 세계관 설정이 나올 때마다 팬들 반응도 최악이라는 거?


대형 기획사도 좋은 반응을 못 끌어내는 게 세계관 어쩌고인데 그걸 아무 기반도 없는 초소형 기획사에서 따라 하면 어떡하자는 건가?


대형 기획사야 헛짓거리를 해도 팬덤이 참아주지만 좃소는 그런 거 없다고! 무조건 듣기 좋은 이지리스닝, 중독성 있는 후크송으로 가야 한단 말이다···!


다행히 유새홍 사장은 공 실장의 헛소리에 흔들리지 않았다.


“에휴, 공 실장. 난 세계관이니 걸크러쉬니 솔직히 잘 몰라. 그러니까 내가 전문가인 공 실장한테 전권을 맡겼었지. 근데 말이야 공 실장! 이게 실적이 안 좋잖아, 실적이! 블루문이 계속 망하면 아무리 나라도···.”


다른 직원들 앞이라 그런가. 유새홍 사장이 뒷말을 삼켰다. 안 들어도 대충 예상되긴 했다.


‘아무리 유새홍이 바지사장에 회장의 친척이라지만 블루문이 계속 망하면 자기도 위험하다는 거겠지.’


어쩌면 이게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은 블루문에게 필요한 솔루션을 제공하자! 회사를 망하게 만드는 건 나중에라도 충분히 가능하지만 입사는 지금 아니면 못한다고. 지금은 공 실장보다 능력 있다는 걸 보여서 사장 눈에 띄어야 한다!’


생각을 마치자마자 바로 유새홍 사장에게 제안했다.


“사장님! 지금까지 실적이 안 좋았다면 프로듀싱 방향을 한번 바꿔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컨셉부터 타이틀까지 완전히 새로 짜보는 겁니다. 저를 직원으로 뽑아주신다면 제가 책임지고 진행해보겠습니다.”

“그래? 그럴까? 근데 블루문 애들이 활동을 끝낸 지 얼마 안 돼서 바로 새 앨범을 만드는 건 좀 힘들 것 같은데···.”


“실물 앨범을 만들 필요 없습니다. 블루문의 수록곡 중에 ‘점핑’이란 곡이 괜찮던데, 그 노래만 따로 디지털 싱글로 발매하면 어떨까요? 블루문의 변신을 예고하는 느낌으로요.”

“오! 디지털 싱글이면 음원만 발매하는 그거지? 돈도 별로 안 드는 거? 좋은데!”


유새홍 사장은 생각보다 시원시원한 인물이었다. 내 제안에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적 사인을 보낸 걸 보면 말이다.


한편 공 실장은 대놓고 비웃었다.


“허! 점핑? 그거 누가 작곡한 건지 아나?”


당연히 안다. 내가 버드 엔터와 블루문에 대해 조사한 게 얼만데 모르겠나. 바로 대답했다.


“블루문의 멤버, 백송 양의 자작곡 아닙니까?”


공 실장의 비웃음이 더 진해졌다.


“알면서도 그걸 싱글로 발매하자고? 아이돌 앨범에서 멤버 자작곡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나 봐? 기타치고 뚱땅거리는 허접한 곡을, 멤버들 기 살려주자고 억지로 발매한 거라고. 퀄리티가 너무 떨어져서 싱글로 내봤자 망신만 당할 것을···.”


공 실장이 처음으로 맞는 말을 했다. 대부분의 아이돌 자작곡은 쓰레기다. 소속사는 ‘작곡돌’ 이미지를 위해서 아이돌이 뚱땅거리며 만든 허접한 노래를 앨범에 실어주곤 했다. 퀄리티를 포기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백송의 노래는 좀 달랐어.’


기타 솔로라 사운드가 비고 마스터링도 엉망이라 그렇지, 멜로디 라인과 코드 진행은 나쁘지 않았었다. 편곡만 잘해도 느낌이 살아날 노래랄까.


대부업체에서 일 할 때도 노래 듣고 분석하는 것만큼은 멈춘 적 없는 나다. 백송의 자작곡을 어떤 식으로 편곡할지 벌써 감이 왔다. 누구한테 편곡 작업을 맡겨야 할지도.


“앨범에 실린 버전은 확실히 부족합니다. 하지만 약간만 손봐도 훨씬 괜찮을 겁니다. 타이틀 ‘다크소울’의 헤비메탈 EDM보다도 더요.”


타이틀 이야기가 나오자 공 실장이 다시 흥분했다.


“뭐?! 타이틀 곡 보다도 백송의 자작곡이 좋다? 이봐 김해성 씨. 이번 타이틀 곡 작곡가가 누군지 몰라?!”

“타이거맨이죠.”

“그걸 알면서 그래?! 타이거맨이라고 타이거맨! 우리나라에서 가장 몸값 높은 작곡가! 지금 그 비싼 곡을 백송 자작곡이랑 비교하냐고!”


음. 방금 공 실장이 말한 건 잘못된 정보다. 정정해 주었다.


“가장 몸값 비싼 작곡가는 누들보이입니다. 타이거맨은 곡당 2500만 원일 텐데 누들보이는 옵션 포함해서 5000만 원까지도 받았거든요.”

“거! 누들보이는 표절 터진 다음 잠적해서 사라졌잖아! 지금 가장 비싼 건 타이거맨이라고!”

“그건 그렇죠.”


지금 기준인지는 미처 몰랐었네. 내가 납득하자 공 실장이 더 매섭게 몰아붙였다.


“여하간 줄 서서 기다리는 스타 작곡가 노래를 어렵게 어렵게 받아왔더니만. 노래의 가치도 못 알아보고 타이거맨이랑 백송을 비교해?! 쯧! 똥손에 듣는 귀도 안 좋은 인간이 무슨 매니저를 하겠다고···.”

“하긴 타이거맨이 대단하긴 하지···.”


공 실장이 혀를 차자 유새홍 사장이 의기소침해지는 듯했다.


‘이름값에 속으면 안 됩니다, 사장님! 타이거맨같이 잘나가는 작곡가가 ’다크소울‘같은 쓰레기 곡을 줬다는 건 짬 때렸다는 뜻입니다. 블루문을 우습게 보고 사기 친 거라고!’


그러나 내가 나설 필요 없었다. 유새홍 사장이 주먹을 꾹 쥐더니, 달라진 분위기로 공 실장에게 말했다.


“···그렇지만 공 실장. 유명한 작곡가라는 것도 결국 성적이 나와야 의미 있는 거 아닌가?”

“예?”


“말했잖아. 이 이상 실적이 안 좋으면 회사 전체가 위험하다고.”

“아니, 그건···!”


유새홍 사장은 실적 언급으로 공 실장을 닥치게 만들더니, 이어 뜻밖의 제안을 해왔다.


“김해성 면접자. 원하는 대로 노래를 편곡해와 봐. 기존 타이틀 곡이랑 새로 편곡한 것 중에 어떤 게 더 좋은지는, 나랑 블루문 멤버들이 듣고 나서 판단할 테니까. 자네 노래가 더 좋다면 바로 취업시켜주지. 자신 있나?”


자신 있냐고? 당연한 거 아닌가?

공 실장이 자랑하는 게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몸값 비싼 작곡가, 타이거맨이라면. 나는 ‘역대’ 최고로 잘 나갔던 작곡가를 이용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심지어 내 인맥은 공 실장과는 비교도 안 되게 끈끈했다. 비싼 돈 주고 쓰레기 곡을 얻어오는 빈약한 인맥? 그건 없으니만 못하지.


···뭐. 나도 까딱 잘못하면 표절곡을 받을 수 있긴 하지만. 그건 내가 알아서 잘 하면 되니까.


나는 웃는 얼굴로 답했다.


“맡겨주십쇼, 사장님!”

“아니, 유 사장님! 이건 아니죠!”


판이 깔렸다. 공 실장이 유새홍 사장에게 항의하는 동안 나는 유유히 버드 엔터를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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