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야 사는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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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버드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7.20 13:16
최근연재일 :
2024.08.30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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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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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핸드폰을 가득 채운 메시지를 읽고, 멤버들 표정을 한 번 더 살핀 유미소가 차분하게 답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저는 점핑의 원곡이 더 좋았어요. 타이틀로만 따지자면 다크소울이 더 마음에 들고요.”

“그렇지 미소야?! 역시 너는 제대로 고를 줄 알았다!”


유미소의 한 마디에 공수혁 실장은 기세등등해지고 나머지는 침울해졌다.


김해성은 새삼 놀라운 깡패 DNA에 절망하였다. 아까까지만 해도 절세미인으로 보였던 유미소가, 이제는 미소녀 스킨을 씌운 깡패로 보였다.


‘그럼 그렇지···. 깡패놈들 취향엔 다크소울이 더 적격이지···. 젠장! 혹시 내 불운함이 더 악화된 건가? 이젠 좃소 입사같은 쉬운 일도 불가능해진 거야?!’


어떻게 역대급 곡을 뽑아놓고도 좃소 기획사 입사에 실패할 수 있는지. 자신의 저주받은 운빨을 욕하려는 때. 유미소가 다른 멤버들을 바라보았다.


“그렇지만 그건 제 의견이고요. 멤버들이랑 사장님은 지금 버전의 점핑이 더 좋은 거죠?”


뜻밖이었다. 다른 멤버들의 의견을 물어보는 유미소라니. 예상치 못한 상황에 모두가 당황했다. 가장 놀란 것은 공수혁 실장이었다.


“미소야! 다른 애들 의견이 뭐가 중요해?! 네 의견이 중요하지!”


여느 때 같으면 잘 먹혔을 설득에도 유미소는 고개를 저었다.


“그동안 저랑 공 실장님 의견대로 했을 때 잘된 적이 없었잖아요. 이제는 다른 멤버들 의견을 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우왁! 미소 언니 최고야! 진짜야? 언니가 우리 편을 들어주는 거야?!”


유미소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차서원이 유미소에게 달려가서 껴안았다. 걱정하던 다른 사람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 편곡한 점핑으로 디지털 싱글을 내도 괜찮은 거냐, 미소야?”

“네. 멤버들만 좋다면요.”

“우왁! 미소 언니 대박!”


다른 제안도 흔쾌히 수락하는 유미소였다. 블루문 멤버들이 신나했고 나도 안도했다.


‘다행이야. 유미소가 깡패들처럼 똥고집 부리지 않아서. 취향은 개떡같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사회성은 갖추고 있네. 멤버들 반응은 신경 쓰는구나.’


앞으로 유미소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여러 가지로 계산하는데, 유새홍 사장이 내 등을 두드렸다.


“역시 내가 기대한 사람다워! 당장 내일부터 출근하자고, 김해성 매니저!”

“감사합니다, 사장님. 열심히 하겠습니다.”

“공 실장이 차근차근 알려줄 거야.”


입사의 기쁨도 잠시. 이어진 유새홍 사장의 말에 나는 정신부터 차렸다.


‘잠깐만? 이러다가 공수혁 밑으로 들어가서 신입 생활부터 하겠는데?!’


내 목표는 공수혁 자리를 차지하는 거지 공수혁 밑에서 구박받으며 구르는 게 아니었다. 바로 유새홍 사장에게 새로운 제안을 했다.


“사장님. 아까 말씀하신 점핑의 디지털 싱글 말입니다. 그냥 음원만 발매하고 지나가기엔 곡 퀄리티가 아쉬운데, 홍보도 좀 해보면 어떻겠습니까?”


내내 아니꼽던 표정의 공수혁이 끼어들었다.


“홍보는 무슨! 유 사장님, 지금 새 앨범 구상 중인 거 아시죠? 예산이 무한한 것도 아니고 인력도 부족한데 쓸데없이 일 벌이면 안 됩니다!”


공수혁 실장이 또 훼방 놓았지만 싫긴커녕 기뻤다.


‘오히려 이걸 바랐다고. 공수혁 실장이 대놓고 점핑 활동을 반대해야지만 내가 프로듀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으니까.’


신입 매니저 직급으로는 쁘락치 짓도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깡패들이 내가 승진할 때까지 기다려줄 리도 없고···. 때문에 나는 처음부터 공수혁 실장의 밑에서 일하는 게 아닌, 나 혼자 독립적으로 움직이길 바랐다.


그러려면 내 개인 실적을 보여줄 판이 필요하다. 점핑 편곡 버전으로 시작해서, 점점 더 내 입지를 키울 판이. 그러려면 공 실장의 개입을 막아야 했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다시 제안했다.


“너무 걱정 마세요, 사장님. 공 실장님이 진행하시는 앨범 작업에 차질 없게 제가 알아서 다 처리하겠습니다. 음원만 발매하기는 아쉬워서 자켓 사진과 저예산 홍보 영상 정도만 찍을 생각입니다. 사람이야 제가 알고 있는 외부 인력을 끌어쓰면 되고요, 비용도 별로 안 듭니다. 무엇보다 블루문 멤버들이 지금 노래를 마음에 들어하니까요.”


유새홍 사장도 허락해주었다.


“그래? 그럴까? 하긴 공 실장이 준비하는 새 앨범은 아직 기획 단계잖아. 지금은 멤버들도 여유로우니까 공 실장이랑 김 매니저가 따로따로 움직이면 되겠네!”


“감사합니다! 그럼 멤버들과 재녹음부터 하겠습니다. 노래 분위기가 달라서 멜로디도 수정할 부분이 있고, 라인 분배도 조정해야 할 것 같아서요.”


“좋아, 좋아. 점핑 싱글 건은 내가 김해성 매니저한테 전적으로 맡길게.”


이렇게 되자 할 말이 없어진 건 공수혁 실장이었다. 유새홍 사장과 블루문 멤버들이 김해성 주위로 모여 신나하는 걸 보니 공수혁은 배알이 뒤틀렸다.


블루문 멤버들도, 유새홍 사장도. 공수혁에게 저렇게 밝았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젠장할! 어쩌다 노래 하나 잘 얻어걸린 거로 유세야?! 저놈 운빨이면 노래가 좋아도 고꾸라질 텐데! 뭐? 이제 막 들어온 놈한테 점핑 싱글 작업을 맡겨? 유새홍 사장도 아주 미쳐버렸구만!’


김해성에게 호의적인 분위기 때문인가. 공수혁은 빨리 이 자리에서 나가고 싶었다. 성난 목소리로 유미소를 불렀다.


“미소야! 스케줄 시간이다! 유 사장님. MBS 오디션 아시죠? 저는 오디션 준비해야 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이제야 사람들이 공수혁 쪽을 쳐다보았다. 김해성이 공수혁을 불렀다.


“공 실장님? 그럼 재녹음은···.”


불퉁한 공수혁 대신 유미소가 답했다.


“연기 연습 없는 시간에 맞춰 연락드릴게요. 가보겠습니다.”

“그래요. 미소 양.”


끝까지 여유롭게 웃으며 인사하는 김해성을 보면서. 어쩐지 공수혁은 불쾌함을 느끼며 회사를 나왔다.


***


연기 학원으로 향하는 차 안. 공수혁은 괜히 로드 매니저에게 신경질을 냈다.


“야야야! 임마! 똑바로 운전 못 해?! 새끼가 핸들링이 엉망이야! 이러다 늦으면 네가 책임질 거야?!”


공수혁의 화풀이를 유미소가 막았다.


“괜찮아요. 실장님이 일찍 나오셔서 아직 1시간이나 남았거든요.”


유미소 말대로였다. 김해성 일로 신경질이 난 공수혁이 억지로 서두른 덕분에 시간은 여유롭다 못해 넘쳐 흐르는 지경이었다.


다만 유미소의 어조는 평소와 비슷했다. 딱히 비꼬거나 하지 않는 담담한 목소리랄까. 공수혁은 유미소를 힐끔 보다가 결국 물어보았다.


“미소야. 왜 안 하던 짓을 하고 그래?”

“안 하던 짓이요?”

“네가 언제부터 다른 멤버들 신경을 썼다고···. 갑자기 거기서 멤버들 편을 드냐는 거지.”


언짢아하는 공수혁에게 유미소가 되레 반문했다.


“착하고 열심히 하는 멤버들인데 왜 신경을 안 쓰나요? 무엇보다 한 팀인데.”

“아니, 미소 너는 숙소 생활도 안 하고 스케줄도 거의 다 따로 하잖아. 근데 무슨 팀이라고···.”

“숙소는 아버지가 반대하셔서···.”


유미소가 반박하려다 멈추었다. 공수혁 말 대로 똘똘 뭉친 다른 멤버들에 비하면 유미소는 물 위에 뜬 기름막 같을 때가 있었다.


그러나 유미소의 입장에서 멤버들은 인생에 몇 없는 일반인 친구였다. 연습생 생활까지 합하면 벌써 몇 년째 함께하고 있었으니까.


타이틀이나 컨셉을 정할 때 유미소가 자기 의견만 밀어붙인 건 아니었다. 멤버들이 호오를 표현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은 것일 뿐.


데뷔곡부터 최근 타이틀까지, 멤버들은 노래만 들으면 항상 비슷한 얼굴이었다. 굳은 얼굴에 억지로 지은 웃는 얼굴의 어색함. 유미소는 다른 멤버들이 자신처럼 감정이 표현이 적은 것으로 여겼다.


‘그런데 아니었어. 멤버들이 이렇게까지 좋아하는 건 처음 봐.’


지금도 놀랍다. 점핑의 편곡 버전을 들을 때, 멤버들은 처음으로 밝게 웃었다. 그간 블루문에게 온 노래가 멤버들 취향이 아니었음을, 유미소는 오늘 처음 알게 되었다.


의도치 않은 일이지만, 지금까지의 모든 곡을 자신 멋대로 정했으니 이번 한 번은 멤버들 의견대로 가고 싶었다.


‘무엇보다 공 실장님이 삼촌처럼 말하니까. 따를 수 없어.’


유미소가 점핑을 듣는 내내 만지작거렸던 핸드폰에는 메시지가 한가득이었다.


*


김해성은 유미소가 지루한 나머지 딴짓을 했다고 여겼지만, 실상은 달랐다. 노래와 다른 사람들 반응에 집중했기에 유미소는 핸드폰을 만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점핑을 듣자마자 얼굴에 희색이 가득한 멤버들을 보았을 때. 유미소는 언제나처럼 삼촌에게 문자를 보냈다.


[유미소 : 삼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제 의견이 다를 때, 삼촌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돌아온 답장은 칼 같았다.


[강 삼촌 : 뭐? 언놈이냐? 언놈이 감히 미소 너한테 반발을 해?! 말해라 미소야. 내가 조져버릴 테니까. 이번에 새로 산 장인이 만든 사시미가 있는데 그놈으로 개시해야겠다.]


정말로 칼 같았다···. 유미소는 인내심을 가지고 한 번 더 물어보았다.


[유미소 : 아니요 삼촌. 조지면 안 되는, 일반인스럽게 해결해야 하는 일일 때요.]

[강 삼촌 : 일반인이든 뭐든 상관없다. 그게 뭐든 미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야지! 다른 놈들 의견을 뭣 하러 들어?]

[강 삼촌 : 근데 미소야···]


여기까지 읽었을 때, 유미소는 생각했다.


‘삼촌이 나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했으니까, 그러면 이번엔 다른 멤버들 이야기를 들어야겠네. 그게 일반인스러운 행동이니까.’


아버지와 삼촌들을 좋아하지만, 유미소는 자신의 가족들이 남들과 조금(?) 다르다는 걸 깨달은 뒤로 거리를 두고 있었다. 그러기 위해 택한 것이 바로 삼촌이 할법한 행동을 반대로 하는 것이었다.


삼촌의 의견까지 구했으니 유미소가 머뭇거릴 이유는 없었다. 유미소가 멤버들 편을 든 전말이었다.


*


다시 차 안.

옆에서 공수혁 실장이 계속해서 불만을 토해냈으나 유미소는 흘려들었다.


‘삼촌이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있다면 죽이거나 쫓아내라고 했으니까···. 반대로 행동하자면 지금은 참는 게 맞는 거겠지.’


꼭 삼촌의 조언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어쨌거나 아이돌로 성공하려면 공수혁 실장의 말을 따라야 했다. 공수혁은 경력도 길고 대형 기획사까지 모두 거친 전문가였으니까.


유미소는 겉장이 너덜너덜해진 대본집을 쳐다보았다. 첫사랑 배역에 흥미가 없음에도 오디션 보는 것은 그 때문이었다.


‘내가 유명해져야 블루문도 성공할 수 있댔으니까. 전문가인 공 실장님이 그렇게 말했잖아.’


지금까지 유미소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오늘 처음 본 김해성이 계속 생각나는 건 무슨 이유에서일까? 분명 공수혁 실장이 김해성의 프로필을 알려주었는데 말이다.


김해성, 연예계를 떠났던 불운한 실패자.


하지만 김해성은 자신만만했고, 그동안 본적 없던 멤버들의 반응도 끌어냈다.


‘만약, 오늘 본 김해성이란 사람이 블루문을 성공하게 만들어준다면 어떨까? 그러면 나도 더 이상 참을 필요 없을 텐데···.’


말도 안 되는 일이겠지만. 유미소는 어쩐지 김해성에게 기대하고 싶어졌다.


***


그날 저녁. 블루문 멤버들의 숙소는 평소보다 시끄러웠다. 캠코더를 든 차서원이 백송 뒤를 쫓아다녔다. 워낙 좁은 집이라 그런가. 백송은 얼마 못 가 차서원에게 잡히고 말았다.


“백쏭쓰! 브이 좀 해봐. 브이!”

“왜 자꾸 찍어?”

“김해성 매니저님이 콘텐츠 만들어 오라고 했잖아. 아무 말이나 해봐~!”


김해성은 매니저가 되자마자 멤버들에게 캠코더를 내밀었다. 블루문의 일상을 찍어보라면서 말이다. 방치되었던 블루문의 뉴튜브를 살리려는 조치였다.


취지에 동감하면서도 백송은 부끄러웠다. 그간 인기도 방송도 없었던 탓에 카메라가 낯설었다. 차서원에게서 캠코더를 빼앗아 든 백송이 도리어 물었다.


“너야말로 아무 말이나 해봐.”

“오케이! 스타즈(블루문의 팬) 여러분! 그거 알아요? 우리 새로운 매니저님 오셨다아아! 김해성 매니저님 좋아아! 공 실장님이랑 다르게 친절합니다. 그치?”


정말로 아무 말이었으나 틀린 말은 아니었다. 백송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매니저님 좋아. 친절하신 것 같고, 편곡도 진짜 좋았어.”

“아 맞다! 스타즈 여러분! 우리 곧 새로운 디지털 싱글 낼 거야. 천재 작곡가 백쏭의 자작곡이 댄스곡으로 바뀌었습니다! 진짜 신나고 좋으니까 스타즈도 꼭 스트리밍 해주세요! 우리도 한 번 더 들어보자.”

“나도 같이 듣자.”


점핑 이야기에 구수연도 다가왔다. 편곡한 점핑은 몇 번을 반복 재생해도 새롭고 신났다. 다만 재녹음 전이기에, 멜로디 라인은 백송이 혼자 녹음하며 흥얼거렸던 게 전부였다. 차서원이 백송에게 물었다.


“쏭쓰. 아까 김해성 매니저님이랑 노래 얘기 한 거 맞지? 파트 분배는 어떻게 되는 거야?”


백송을 무시하던 공수혁과 다르게, 김해성은 그녀를 제대로 작곡가로 존중해 주었다. 편곡하면서 바뀐 부분들을 설명하고 의견을 구한 것이었다.


친절했던 김해성 매니저 생각에 백송이 살짝 웃었다.


“네 명이 부르기엔 분량이 적어서 프리코러스를 새로 만들기로 했어. 그리고 P브릿지 (Primary Bridge : 코러스와 코러스를 이어주는 클라이막스 부분)는 매니저님이 처음부터 생각해두셨더라고. 간주를 P브릿지로 바꿀 거래. 여기가 정말 좋다고 꼭 살려야 한다고 하셨거든.”


백송이 간주 부분의 기타 솔로를 다시 재생했다. 차서원이 놀랐다.


“오잉? 여길 노래로 바꾼다고? 너무 어렵지 않아?”

“김 매니저님이 수연 언니는 쉽게 부를 수 있을 거라고···.”


말하던 두 사람의 눈이 자연스럽게 구수연에게 향했다. 구수연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3옥타브 미네. 그렇게 높은 음은 아닌데···.”


구수연이 자기도 모르게 말을 삼켰다. 대다수 기획사에서 아이돌 메인보컬의 기준으로 삼는 게 3옥타브 미다. 메인보컬 중에서도 음역대가 넓은 구수연 입장에서야, 점핑의 하이라이트 부분은 고난도라고 볼 수 없었다.


그럼에도 멤버들은 긴장된 얼굴로 구수연을 보았다. 백송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 수연 언니···. 혹시 힘들면 말해줘. 매니저님께 지금 부탁하면 수정할 수 있을 거야.”

“아니야. 송아. 지금이 딱 좋은데 괜히 바꾸지 마. 이 정도는 나도 할 수 있어. 예전에 이것보다 더 어려운 노래도 라이브로 불렀는걸···.”


구수연의 말에 차서원이 방방 뛰었다.


“맞아! 수연 언니는 할 수 있어! 나 지금도 맨날 찾아보잖아. 수연 언니 학생 때, 팔도노래자랑에서 불렀던 트로트 무대!”

“그건 잊어도 돼. 아니, 잊어라 서원아···.”


주로 어르신들이 많이 보시는 역사와 전통의 음악프로, 팔도노래자랑. KSC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장기자랑 쇼에서, 구수연은 잠시 유명했던 적이 있었다. 아이돌 연습생이 되기도 전의 일이다.


차서원은 구수연이 출연했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 틈만 나면 구수연의 트로트 무대를 돌려보곤 했다. 정작 본인은 부끄러워하는데 말이다.


“왜? 그때 언니가 막 여기 끝에서 저기 끝까지 뛰어다니면서 삼단 고음 지르니까, 할머니들 막 기절하시려고 하고! 할아버지가 돈 들고 무대 위로 올라와서 언니한테 막 용돈 주고 과자도 주고! 진짜 멋있었어!”

“그게 뭐가 멋있어! 놀리냐?”

“아니! 난 진심인데!”

“푸, 푸흡···!”


차서원 덕분에 다시 풀어진 분위기였으나 구수연은 속으로 다른 생각을 했다.


‘맞아. 내가 무대를 좋아했던 때가 있었지···. 아주 잠깐이라도 좋으니까 이번에 녹음할 땐 예전처럼 자신 있게 부르고 싶다. 송이 노래가 이렇게 좋은데 내가 망칠 순 없어···.’


시골 동네의 아이돌, 팔도노래자랑의 트로트 신동이라고 불리던 때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서울까지 와서 진짜 아이돌로 데뷔한 자신이, 인제 와서 무대와 관중을 무서워하게 될 줄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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