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호 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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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형
그림/삽화
장수형
작품등록일 :
2024.07.21 02:05
최근연재일 :
2024.09.1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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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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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1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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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 집으로

DUMMY

2060년 5월 2일, 제2차 한국전쟁이 발발했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전쟁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전쟁은 대한민국의 승리로 끝을 맺었고 북한의 모든 것을 흡수한 대한민국은, 국호를 고려로 변경하였다.


한 낡은 컨테이너 안

밝은색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정장을 입고 칠흑의 동물 가면을 쓴 전쟁영웅 흑호, 흑랑, 흑묘가 보인다.


그리고 그들의 앞에 창문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담당관이 있었다.


“저희는 이제 전역하는 겁니까”


흑호가 말하자 담당관이 담배 연기를 뿜으며, 재떨이에 담배를 튕겼다.


“느그들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놈들이야, 너희 정보는 나랑 내 위에 두 분만 가지고 있고, 그 정보들도 전부 파기했어, 너희는 그냥 소문으로만 남게 될 거야”


“그러면 이제 끝인 겁니까”


담당관이 그들을 쳐다보며 재떨이에 담배를 비볐다.


“그래 일반인 신분으로 돌아가서 너희가 만든 고려를 한번 둘러봐, 뭐.. 다 부서져서 뭐가 남아 있겠느냐만”


“부대 차렷”


흑호가 말하자 뒤에 서 있던 흑랑과 흑묘가 절도있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담당관님께 대하여 경례”


“단결”


전혀 크지도 않고 감정도 담기지 않은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 절도 있는 모습에 담당관도 예의를 갖추고 경례를 받았다.


“단결··· 고맙다”


“바로”


2062년 11월 8일 오전 6시 23분 흑호, 흑랑, 흑묘가 세상에서 사라졌다.


서울 한복판, 많은 사람이 벌써 밖으로 나와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수복하고 있다.


“가면 벗으니까 이렇게 생겼구나..”


흑묘라고 불렸던 윤가연이 흑호 가면을 벗은 성호를 빤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성호가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달리 굉장한 단발의 미인이었다.


“그만 쳐다봐”


“생각보다 잘생겼는데?”


가연의 바로 옆에 있던 흑랑도 가면을 벗기 시작했다.


그때 가면을 벗은 흑랑, 이태하의 얼굴을 보고 가연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성호의 뒤로 숨었다.


“우왓! 뭐야 이 깡패 아저씨는?”


목소리며 말투까지 모든 면이 상냥했던 모습과 달리 외모는 상냥함과 거리가 있었다.


“덩치가 크긴 했어도 이런 이미지는 아니었는데···”


잔뜩 실망한듯한 가연을 보며 태하는 그녀에게 꿀밤 한 대를 때렸다.

그러자 무슨 박이 터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야! 내가 연상 아니야?!”


“연상 같아야 대우를 해주지..”


눈물이 맺힌 가연이 성호와 태하를 바라봤다.


“이제 다들 어디 가는 거야?”


가연의 말을 들은 성호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기지개를 켰다.


“가족과 별장으로 갈 거야, 대피소에서 기다리라고 가족에게 연락했거든”


“별장? 다 부서지지 않았을까?”


“여태 임무투입 하면서 내 별장으론 단 한 번도 가지 않았어, 아직 멀쩡할지도 몰라. 정말 외딴곳에 있거든”


“나중에 너도 한번 와 같이 술 한잔하자.”


술 한잔하자는 말을 듣자 가연은 웃음을 지으며 돌아섰다.


“그래! 이곳이 다시 예전 모습을 찾기 시작하면 그때 보자”


가연은 손을 머리 위로 크게 흔들며 인사하더니 금세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러자 태하가 성호를 보며 어깨동무를 했다.


“가자 이제”


“무거워”


성호와 태하는 어릴 적부터 아는 사이였고. 흑호부대로 동시에 착출되었었다.


어릴 적 부모에게 버림받았던 태하는 성호의 가족과 인연을 이어왔고,


성호와는 형제나 다름없었다.


성호가 태하를 보며 등을 탁탁 쳤다.


“17시까지 별장으로 와 제수씨랑 같이”


“제수씨가 아니라 형수님이지. 그리고 아직 결혼도 안 했어”


“또 또 전형적인 레퍼토리, 약혼까지 했으면 그게 그거 인 거야”


태하가 성호를 보며 피식 웃었다.


“그래 이따 보자”


그렇게 태하는 부산으로 떠났다.


성호의 처자식 있는 곳은 남양주에 있는 대피시설


전쟁으로 인해 대중교통도 모두 이용할 수가 없어 서울에서 도보로 가는 방법밖엔 없다.


하지만 성호에겐 가속장치가 있었다.


가속장치는 인간의 신체 능력을 한계까지 끌어올려 주는 동전만 한 크기의 장치로 훈련받지 않는 일반인이 사용하면 부하를 견디지 못해 몸에 악영향이 갈테지만, 성호에겐 그저 편리한 신문물이었다.


이런 귀한 걸 두고 갈 성호가 아니었고 대원 중 엘리트 엔지니어인 태하에게 복제품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했었다.


이는 한 일반인이 사제 총기를 길거리에서 들고 다니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좋은 곳에 잘 쓰겠습니다··· 크크크”


성호는 가속장치를 경추와 흉추의 중앙에 장착했다. 그러자 초록색 불빛이 들어오고 장치가 온 신경을 자극하자.


성호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으으으.. 이 순간만큼은 익숙해지질 않네”


“후우···. 좋아 가보자”


그렇게 신속 행군을 시작한 성호였다.





얼마나 달렸을까, 성호는 잘 닦여진 도로도 없는 곳에서 약 20km 정도 되는 거리를 30분 만에 주파했다.


“하아.. 힘드네”


성호의 눈앞에는 핵폭탄에도 끄떡없다는 엄청난 크기의 지하 대피소가 있었다. 아직 대피소에는 갈 곳이 없는 많은 사람이 머물고 있을 것이고, 성호의 처자식도 아직 이곳에 있을 것이다.


“수희 민영이 민주···”


2년만에 보는 아내 수희 그리고 아들 민영이와 딸 민주의 모습을 떠올리며, 성호는 차오르는 눈물을 삼켰다. 분명히 이 문을 열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식들이 달려 나올 것이다. 그리 생각하며 성호는 기대에 가득 찬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애들·········”


대피소 안은 굉장히 어두웠다. 빛이라곤 문에서 들어오는 햇빛밖에 없었다.


그리고 성호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사방에 흩뿌려진 낭자한 피, 잘려나간 신체 부위들과 많은 시체가 쌓이고 쌓여 산을 이루고 있었다.


말 그대로 아비규환, 끔찍한 학살의 현장이었다.


끔찍한 악취가 코를 찔러왔다. 구더기와 날파리들이 들끓고 있다.


성호는 몇 번이고 머릿속으로 현실부정을 했다. 내가 잘못 보고 있는 것 이라고


차라리 전쟁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트라우마가 생겨 이런 환각이 보이는것 이라고 믿고 싶었다.


“······.”


성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표정은 미동도 없었다. 아니, 할 말이 없을뿐더러 몸이 먼저 움직였다.


성호는 시체의 산을 하염없이 파헤치기 시작했다.


차갑다, 굳은 피가 손에 달라붙는다. 학살은 이미 오래전에 일어났다.


성호는 숨도 쉬지 않고 시체를 계속 파헤쳤다. 부디 이 속에 자신의 처자식이 없길 바라면서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산을 이루던 시체들이 모두 바닥으로 내려왔다.


그 시체들 사이에서 성호의 처자식 얼굴은 없었다.


성호에겐 사건을 분석할 시간이 없었다. 그는 자그마한 희망을 품고 곧장 별장으로 향했다.


충청도 어딘가에 있는 성호의 별장, 이곳에 가족들이 현장에서 빠져나와 먼저 왔을 수도 있다.


바람을 가르며 달려온 성호는 별장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여보!, 애들아!!!!!”


“제발···.. 애들아!!!!!!!!!!!!!!!!”


아무리 불러봐도 대답은 들려오지 않는다. 성호의 심장이 쿵 하고 가라앉는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쉬지 않고 달려온 탓일까, 가속장치를 3시간 동안 최대로 쓴 부작용이 성호를 덮친다. 성호의 다리가 풀린다. 하지만 성호는 이런 것에 힘들어할 겨를이 없었다.


그때 어디선가 진동이 울렸다.


*우웅 우웅*


흠칫하고 놀란 성호가 벌떡 일어나 진동이 울리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탁자 위에 한 전화기가 울리고 있었다.


성호가 전화를 받자 전화기에서 홀로그램이 나온다. 그곳에는 한 중년의 남성이 서 있었다.


“아이고 우리 흑호 아니, 성호 소령님”


흑호부대에 관한 정보를 알고 있는 건 이 나라에서 딱 두 명이다, 그리고 그 정보들은 모두 파기되었을 뿐더러, 1급 기밀 사항이었다. 과거에 일반 군인이었던 성호의 관등 성명을 알고 있을 수는 있지만, 그땐 그가 결혼하기 전이었기에 가족관계를 알 수 없을뿐더러, 무엇보다 그가 흑호라는걸 알고 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너 뭐야..내 가족은 어디 있어”


“성 소령님 가족분들은 저희가 잘 모시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쇼”


“그나저나 저희가 조금만 늦었더라면, 소령님 가족분들은 모두 죽었을 겁니다.”


“아까부터 소령 소령 내 계급은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내게 가족이 있다는 건 또 어떻게 안 거고”


“너무 궁금한 게 많으십니다 소령님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닐 텐데요”


남성이 말을 끝내자 홀로그램에 두 남매와 아내의 모습이 보인다. 홀로그램 너머에서 그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빠! 아빠!”


“여보!”


그 모습을 본 성호가 이를 빠드득 갈았다.


“너···대체 원하는 게 뭐야..”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소령님, 밖에 나와서 뉴스도 한번 보지 않으신 겁니까?”


그러자 옆에 있던 텔레비전이 켜지고 뉴스가 나오기 시작했다.


뉴스에는 연이은 폭발에 혼비백산인 부산의 모습이 송출되고 있었다.


“이게···무슨”


“저희의 계획은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그 계획에서 가장 위험한 요소가 흑호부대였죠.


그들의 무력은 저희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 유심히 고민했죠”


“그런데 정말 운도 좋지, 저희와 같은 뜻을 이루고자 하여 흑호부대의 정보를 던져주는 착하신 분들이 있었죠”


“그래서 소령님의 가족을 인질로 잡았습니다.”


성호가 작게 중얼거렸다.


“죽···..주마···”


“예?”


성호가 화를 주체하지 못하자 성호의 손끝에서 탁자가 갈라지고, 꽉 깨문 입술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동시에 성호에게서 혼절할 정도에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반드시 찾아서 찢어 죽여주마.”


성호가 살기가 가득 담긴 눈으로 화면을 쳐다보자 정적이 흐르기 시작했다.


“···소령님”


*(총성) 탕*


화면너머 자그마한 총성이 성호에게 들려왔다.


“엄마! 엄마!”


토끼같은 자식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지금 누가 위인지 모르나? 예? 소령님”


“아···.”


화면 너머엔 성호의 아내인 수희가 고통을 호소하며 어깨를 부여잡고 있었다.


“으읏···.”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그런 와중에도 그녀는 눈빛 하나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자매를 지켰다.


“사실 인질로 잡지 않았어도 너 정도 막을 병력은 갖췄다. 이걸로 적당히 부려 먹을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어차피 이런 걸로 당해줄 사람이 아니겠지”


말이 끝나자 화면 너머 남성이 다시 한 번 권총 한 자루를 꺼내 들었다.


“야.. 멈춰”


총에 맞은 성호의 아내가 화면을 주시하며 말했다.


“여보 저는 괜찮으니까 아이들을···..!”


“나중에 봅시다 소령님”


“멈춰!!!”


*탕 탕 탕 탕*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네번의 총성, 가족의 비명소리와 함께 통화가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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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0. 가연은 천천히 떨리는 숨을 내뱉었다. 24.08.29 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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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 한 마리의 범이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24.07.21 22 0 10쪽
3 #2. 끝나지 않은 전쟁 24.07.21 30 0 15쪽
» #1. 집으로 24.07.21 36 2 11쪽
1 #0. 우리의 이름은 불명이나, 우리의 행동은 불멸일지니 24.07.21 49 3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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