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호 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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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형
그림/삽화
장수형
작품등록일 :
2024.07.21 02:05
최근연재일 :
2024.09.12 16:36
연재수 :
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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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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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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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1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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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 애들이 기다리고 있잖아

DUMMY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성호는 살아생전 수희가 무척이나 좋아했던 바다로 향했다.


성호와 태하 그리고 가연은 근처에 있는 나무를 베어, 통나무를 층층이 쌓았고

성호가 그 위에 수희를 눕혔다.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성호가 라이터를 들고 수희의 앞에 멈춰 섰다.

성호는 마지막으로 그녀의 뺨을 손가락으로 어루만졌다.


“미안해···”


그러곤 무릎을 꿇고 두 눈을 감으며 통나무에 불을 붙였다, 얼마 되지 않아 작은 불이 금세 크게 타올랐다. 불 안에서 타오르는 그녀를 보자, 그동안의 후회가 성호에게 몰려왔다.


어린 나이에 그녀를 만나고 연을 이어와 사랑을 했고, 가족이 되었다.

그녀는 너무나 아름다웠고, 고지식했으며, 배울 점이 많은 여성이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가족과 저녁 한번 같이 먹어본 적이 없었다.


합당한 이유야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성호도 그러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성호는 결국 가정에 소홀한 가장이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불평 하나 하지 않았다.


언제나 웃는 얼굴로 반겨주었으며, 아이들도 아빠가 군인이라는 걸 자랑스러워했다.


성호의 머릿속에 마지막으로 보았던 가족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덜컹거리는 열차 안 성호와 그의 가족이 좌석에 앉아 있다.


곯아떨어진 자식들을 보며 성호가 서글픈 표정을 지었다.


“재밌게 놀았나 보네.···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더 빨리 오는 건데”


성호가 말하자 옆에 앉아 있던 수희가 성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그와 손을 포갰다.


“앞으로 더 자주 오면 돼···너무 자책하지 마”


그 말을 듣자 성호는 그녀의 약지에 끼워져 있는 결혼반지를 만지작거리며 창문 밖을 바라봤다.


“애들한테 해준 게 너무 없는 거 같아서··· 미움받지만 않았으면 좋겠어.”


그러자 수희가 미소를 지었다.


“오늘만 해도 애들이 뭐라 했는지 알아?”


수희가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아이들이 했던 행동을 따라 했다.


“나도 노력해서 아빠 같은 멋진 군인이 될 거야!”


“민영이는 평소엔 틈만 나면 맞지도 않는 자기 군복 입고는”


수희가 웃으며 허리춤에 손을 올렸다···


“으흠! 이리로 오게 민주 소령! 오늘이야말로 엄마 대장을 쓰러트리는 거야!!”


성호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 엄마 대장이라고?”


연기를 마친 수희가 다시 한번 성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애들이 자기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그러자 오히려 성호가 더욱 씁쓸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군인이라···. 난 반대하고 싶네”


“······.”


“자기··· 휴가 끝나기 전에···.”


그때 성호의 무전기로 한 전파가 들려왔다.


“흑호부대는 들어라, 현재시간 북한에서 남하하는 다수의 북한군이 식별되었다. 현시간부로 신속히 집결지로 모여 전시에 대비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전파한다. 현시간부로 신속하게 집결 후 전시에 대비 하길 바란다. 이상”


전파를 들은 성호가 당황하며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러자 수희가 당황하며 성호를 올려다봤다.


“왜··· 왜 그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던 성호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게 무슨 소리야··· 어제까지만 해도 아무런 조짐도 안보였는데···”


그때 성호의 가족들이 타고 있던 열차가 쾅 소리와 함께 크게 흔들렸다.


성호는 진동으로 인해 쓰러지는 수희와 아이들을 재빠르게 감싸안았다.


진동이 약해지자, 성호는 천천히 일어나 창밖을 살펴봤다.


창밖엔 먼 곳에서 버섯 모양의 구름이 뭉게뭉게 올라오고 있었다.


“···”


열차의 창문이 모두 닫히며 사이렌이 울리고 가까운 역에 멈췄다.


그러자 성호의 무전기가 다시 한번 울리기 시작했다.


“아아 현시간부로 북한의 선제타격으로 인해 한반도에 데프콘 1이 발령”


“신속하게 집결지로 집합하여 출동 준비할 수 있도록”


“······젠장”


열차의 문이 열리자, 다수의 안전요원들이 들어와 시민들의 대피를 돕기 시작했다.


성호가 수희의 양 어깨를 잡으며 소리쳤다.


“여보! 정신 차려, 애들아 너희도!”


그러자 가족들이 하나같이 성호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성호가 수희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기 보이는 안전요원분들 안내 따라가서 가까운 대피소로 가 빨리!”


성호가 말을 끝내고 민영이와 민주의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었다.


“민영이 민주, 아빠는 지금 세상을 구하러 가야 해, 아빠 없는 동안 엄마 말 잘 듣고 알았지?”


“이건 군인으로서 주는 명령이야.”


그러자 두 아이가 성호에게 어설픈 경례를 하며 말했다.


“넵! 알겠습니다!”


성호가 수희에게 고개를 돌리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두 아이의 손을 잡고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때 민영이가 성호에게 소리쳤다.


“아빠!”


“꼭 세상을 구해줘! 그리고 우리도 찾으러 와야 해!!”


민주도 민영이를 따라 소리쳤다.


“나쁜 사람들 다 혼내줘 아빠!”


그렇게 성호의 가족들이 열차에서 내리자, 성호가 미소를 지었다···


“···”


“그래···아빠가 금방 끝내고 갈게···”


성호가 수희의 유골을 주워 담으며 말했다.


“애들이 기다리고 있잖아··· 그렇지 여보?”


“···”


“가자”


성호가 말하자 뒤에 서 있던 태하가 성호에게 다가가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래 가자”


뒤에 서 있던 가연도 진지한 얼굴로 성호에게 다가와 어깨에 손을 올렸다.


“작전은?”


성호가 수희의 유골을 모두 주워 담고 무릎을 털며 일어났다.


“작전···?”


“평소대로 물어뜯는다.”


수희의 장례를 마치고 그들은 다시 창고로 돌아갔다.


창고로 돌아간 그들은 다시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연이 여러 개의 엉킨 케이블을 정리하며 소리쳤다···


“평소대로 물어 뜯긴 얼어 죽을... 애들 위치부터 추적해!”


가연의 대답을 듣고 태하가 빠르게 키보드를 치기 시작했다.


“이 녀석들 우리가 위치 추적하는 걸 눈치챘나 봐”


“꽉 막힌 기분인데···. 저쪽에 실력 좋은 해커가 있거나, 내가 모르는 장비가 있는 것 같아”


성호가 태하에게 고개를 돌렸다.


“천하의 흑랑이 혓바닥이 왜 이렇게 길어? 후달리냐?”


성호의 후달리냐는 말을 듣자, 태하가 이를 빠득 갈며 호탕하게 웃었다.


“후달려? 허허허허허허, 오냐 내 돈 모두하고 내 손모가지를 건다.”


보다 못한 가연이 태하에게 플라스틱 물병을 던졌다.


“적당히 놀고 일이나 해!!, 뭔 언제 적 영화 대사를 치는 거야···”


“왜 나만···”


그렇게 태하는 애들의 위치를 파악, 가연은 시스템 환경 구축, 성호는 장비 점검을 맡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가연이 시스템 환경을 구축하고 성호가 장비 점검을 끝마쳤다.


이제 남은 건 태하가 아이들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만 남았다.


“······.”


태하가 참담한 얼굴로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미안···.”


가연이 신기해하면서 모니터를 살펴봤다.


“태하가 못 뚫을 정도면 얼마나 보안이 좋은 거야?”


태하가 애들의 위치를 추적하기 위해서 모든 방법을 시도해 봤지만 모두 실패했다.


가연이 초점 없는 눈으로 성호에게 고개를 돌렸다.


“뭐해 너네 형님 손 안 찍고?”


그러자 성호가 어디에 숨겨 놨었는지도 모를 엄청난 크기의 망치를 꺼내 들었다.


그 모습을 본 태하가 당황해하며 손을 휘저었다.


“잠깐잠깐!! 그래도 방법은 있어”


그러자 성호가 망치를 집어놓고 태하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애들의 신호가 마지막으로 잡힌 곳을 주변으로 스캔을 진행해 봤어.”


“그랬더니 400m 떨어진 곳에서 미확인 크롬이 식별됐지”


“크롬? 글리치인가?"


“파장을 확인해 보면 글리치는 아니야, 사람이야. 근데 이상한 점은”


태하가 모니터를 손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


“이 부분부터 약간이라도 더 넘어가면 아무런 신호가 잡히지 않아.“


“전파 방해를 하고 있어,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거야”


태하의 말을 듣던 성호가 팔짱을 끼고 중얼거렸다.


“사람··· 무언가를 숨겨··· 이곳을 우리 애들이 지나쳤고 그 이후로 추적이 되지 않는다···”


“드론 보내 봤어?”


“보냈지, 방금 위치에 도착했어”


태하가 모니터 화면을 드론 시점으로 변경했다.


“여기가 최대야, 여기서 더 가면 연결이 끊길 거야”


“···잠깐”


가연이 무언가를 알아차린 듯 텔레파시를 사용해, 드론과 시점을 공유했다.


“저거 뭐야···”


가연이 지켜보는 곳에 무언가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는 것이 지나가고 있었다.


“지금 내가 보는 곳 스캔해 봐”


태하가 스캔을 시작하자, 아지랑이 같은 것이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하지만 전파 방해로 인해 마지막까지 스캔할 수 없었다.


스캔에 실패하자 태하가 인상을 찌푸렸다···.


“쯧.···역시 스캔까진 무리야”


“아니 이걸로 충분해”


"왜 뭐가 보였어?"


흑묘의 주된 임무는 기동 저격


와이어 장비와 각종 기동 크롬을 사용해 빠른 속도로 이동하며, 저격 하는 것이 특기이다.


흑호가 내부에서 적들을 휩쓸며 혼란을 일으킬 때, 최우선 처리 대상을 찾아내 사살하거나, 동료에게 위협이 되는 인물을 식별 후 사살하는 게 주된 임무인 흑묘는


1,000m ~ 2,000m 정도 되는 거리에서 빠른 속도로 움직임과 동시에, 움직이는 적, 때론 보이지 않는 적까지 사살해야 했다.


그런 불가능에 가까운 임무를 항상 성공적으로 완수하던 가연은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드론에 잡힌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사람이야”


가연의 말을 들은 성호가 자신의 검을 집었다.


“가자, 장비 챙겨”


그들은 다시 한번 칠흑 같은 장비들을 몸에 둘렀다.


무거운 방탄복과 거칠거칠한 검은 군복, 그들은 오히려 익숙한 느낌에 진정이 됐다.


성호가 마지막으로 자신의 검을 등에 메자, 태하가 무언가를 건네주었다.


“이거 가져가야지”


태하가 건네준 건 다름 아닌 흑호 가면 이었다.


“야···이걸 쓰고 가라고?”


“어차피 정보도 다 까발려진 거 뭔 상관이야.”


“여기에 스텔스 기능도 있으니까 그냥 써”


성호가 가면을 건네받아 얼굴에 착용하자 가면에 보라색 빛이 감돌았다.


그러자 이내 빛이 수그러들더니 보랏빛 안광을 띄었다.


성호가 인이어 무전기에 손을 올려 전파를 보냈다.


“치익..칙”


“하나, 둘, 삼, 넷, 오, 여섯, 칠, 팔, 아홉, 공, 흑랑, 여기는 흑호 이상”


“흑랑 송신.”


“감명도 여하, 33 이상”


“33, 이상”


“양호”


“흑묘, 여기는 흑호 이상”


“잘 들리니까 빨리 가기나 하자···”


“크흠···”


가연의 반응에 성호가 머쓱해하며 무전기에서 손을 내렸다.


“태하야···?”


떠나려는 그들의 뒤로 예은이 걸어 나왔다.


“그···모습은···뭐야?”


“처음 여기 왔을 때부터 신경 쓰였어··· 일반 군인이 이런 장비들을 가지고 있을 리가 없다고..”


흑호부대의 정보는 그들의 가족들에게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성호도 태하도 가연도 모두 그저 평범한 군인 신분이었기에, 태하를 일반 육군 장교로만 알았던 예은의 반응은 당연했다.


예은을 바라보던 태하가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러자 예은이 무언가 직감한 듯 태하를 바라보며 말했다.


“···.”


“지금 이 사태가 모두 해결되면··· 그때 말해주는 거야···? 알았지?”


“약속할게”


그때 가연이 태하에게 고개를 돌렸다.


“방해해서 미안해, 하지만 이제 가야 해”


태하가 예은을 놓아주며 그녀에게서 등을 돌렸다.


“가자”


그때 성호가 무전을 통해 전파를 시작했다.


‘’현재 해당 좌표에서 신원 미상의 거수자 식별”


“해당 위치는 전파 방해로 인해 확실한 위치를 알기 어려우며,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른다.”


“지금까지의 정보들로 보아, 해당 위치 지상 혹은 지하엔 사람 그리고, 전파 방해와 관련된 무언가 숨겨져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흑묘는 나와 같이 적진으로 침투하여 전파 방해 요인을 제거”


“흑랑은 전파 방해가 사라지면 해당 위치를 분석해 모든 정보를 빼낼 수 있도록”


흑호의 브리핑이 끝나자 흑랑과 흑묘가 말했다.


“확인”


“이상, 작전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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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1. 일개 범부(凡夫)일 뿐 24.09.12 6 0 13쪽
11 #10. 가연은 천천히 떨리는 숨을 내뱉었다. 24.08.29 6 0 12쪽
10 #9. 낭만 좋지, 잠시 뒤에도 찾을 수 있을지 보자고 24.08.22 7 0 11쪽
9 #8. 살인검(殺人劍) 24.07.31 9 0 12쪽
8 #7. 평소대로 전부 물어뜯어라 24.07.29 9 0 14쪽
7 #6. 이상한 장면 24.07.27 10 0 12쪽
6 #5. 역시 뭔가 있어 24.07.25 15 0 12쪽
» #4. 애들이 기다리고 있잖아 24.07.21 19 0 12쪽
4 #3. 한 마리의 범이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24.07.21 22 0 10쪽
3 #2. 끝나지 않은 전쟁 24.07.21 30 0 15쪽
2 #1. 집으로 24.07.21 35 2 11쪽
1 #0. 우리의 이름은 불명이나, 우리의 행동은 불멸일지니 24.07.21 49 3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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