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우스가 멸망하는 로마를 집어삼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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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맨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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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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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편. 반달 해적이 타라코로 쳐들어 간 이유.

DUMMY

흔히 고대 유럽의 배를 연상할 때, 그리스, 로마에서 썼던 ‘트리에레스’를 떠올리곤 한다.


거대한 사각형 돛 하나, 그리고 배 양옆에 수많은 노들이 있는 그 배 말이다.


거기다 선수 밑에 흉악하게 솟아오른 청동제 충각을 달아주고, 양옆에 눈을 그려주면 금상첨화다.


그렇기에 고대의 해전은 이 충각을 적의 배 옆구리에 들이박냐 안 박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됐다.


물론 17세기의 해적처럼 선상 싸움이 없던 건 아니었지만 이게 주류 방식은 아니었다.


이걸로도 모자라다 싶어서 투창을 던지거나 아니면 불화살을 쏘아 보내거나 혹은 대형 노나 오나거(고대 시절에서 사용했던 투석기)를 달아 돌을 던졌지만 암만 그래도 충각보다는 위력이 덜했다.


하여튼 이 고대 사람들은 이 충각으로 지중해를 지배하려고 안간힘을 썼고, 결국엔 최종 승자는 로마가 됐다.


다만 로마는 이 트리에레스로 지중해 영역을 장악하지 않았다.


오히려 발상을 전환해 배 대신 발로 걸어서 지중해와 접한 나라들을 멸망시켰다.


로마 해군은 포에니 전쟁 시절 천고의 원수 ‘카르타고’로부터 허접 해군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허약한 녀석들.


고로 로마인들은 해군에 투자하는 걸 거두고, 그 돈으로 육군을 강화했다.


과연 그 생각은 너무나도 현명했기에 로마는 전 유럽을 제패할 수 있었다.


로마가 지중해에 ‘마레 노스트럼(우리의 바다)’이라는 오만한 칭호를 붙일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이제 마레 노스트럼을 우리가 지배하게 됐으니 좋게 끝난 거죠?’


‘그래. 그러니 배에 짐을 실어라.’


‘저기? 해군은 어떻게 합니까?’


‘해군? 그게 무슨 소리냐? 로마에 그런 것도 있었나?’


그렇게 우리의 로마는 불쌍한 해군을 잊고, 지중해를 홀로 독점했다.


하지만 독점은 자본주의의 수호자라 하던 미국이 극심하게 혐오할 정도로 안 좋은 개념.


‘우리 제품을 비싸서 안 살 거라고? 그럼 사지 말든가? 우리 제품 말고, 적당한 제품이 있긴 하나? 흐흐흐.’


이런 식으로 소비자의 불만을 무시해버리기 때문이다.


물론 예외 사례는 있다. 석유를 독점한 록펠러는 석유 가격을 아주 오랫동안 저렴하게 유지하여 석유로부터 파생되는 각종 석유화학 기업을 만들게 한 공로는 있다.


하지만 그건 예외 사례일 뿐.


보통은 물건 가격을 올리고, 제품 품질에 항의하는 소비자들에게 ‘내 알 바임? 불만이면 네가 만들어서 쓰든가?’라고 비웃는다.


시장 자유에 손가락을 들이미는 것조차 ‘으아악! 빨갱이다!’ 비명을 질러대는 강도 귀족의 전성기 미국조차 독점 기업을 깨부수고, 나누는 것에 목숨을 걸었다.


로마는 지중해를 독점했다. 그리고 그 독점은 로마에게 부정적인 영향력을 끼쳤다.


그 영향력이 집중된 곳은 로마가 이미 손절했던 로마 해군이었다.


‘어차피 적수도 없는데, 이런 큰 배를 가져서 뭐함? 안 그래도 노잡이 애들 밥 겁나게 많이 먹는데, 노잡이 많아봤자 식비만 더 들지. 안 그래? 층수 낮춰.’


그렇게 3층선 트리에레스는 2층선 리부르리안으로 퇴화하고 말았다.


그래도 리부르리안에 장점이 없는 건 아니었다.


배가 가벼워졌기에 그만큼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노잡이도 덜 태우기에 운영비도 절감됐다.


허나 배는 크면 클수록 좋았다.


근대 시기에 괜히 열강 세력들이 ‘더 크고 아름다운 배를!’라고 외치고 다닌 게 아니었다.


뭐 그렇다고 로마가 배에 손을 놓고 있었는가? 하면 그건 아니었다.


로마인들에게도 아주 찔끔 양심은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양심이라기보다는 필요성이지만.


원래 지중해는 참 지랄 맞은 바다다.


물론 울부짖는 바다라 불리는 ‘마젤란 해협’ 혹은 동아시아의 지중해라고 자뻑하지만 실제로는 소용돌이 해류 투성이라 원양으로 나가면 바로 표류해버리는 동해에선 겨우 이 정도로 지랄 맞냐고 비웃겠지만.


지중해만 알고, 이용하는 로마인들이 지랄 맞다고 하면 지랄 맞은 거니까 넘어가자.


그럼 뭐가 지랄 맞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할 수 있다.


‘바람이 너무 자주 바뀌어.’


‘돛을 펼쳐도 바람이 바뀌어서 속도가 안 나잖아!’


지중해는 그 어떤 바다보다 풍향이 자주 바뀌는 바다였다.


사각 돛은 바람의 힘을 온전히 받을 수 있지만 그것도 배의 방향과 바람의 방향이 일치해야 한다.


대항해시대 관련 게임에서 베네치아로 가는 유저들이라면 필히 이 말을 이해하고도 남을 것이다.


로마인은 생각했다.


‘사각 돛을 포기한다!’


‘하지만 대장! 그러면 배를 움직일 수 없는데요? 노를 저으며 배를 움직이게요? 그럼 노잡이 애들 밥값 더럽게 많이 나갈 텐데요?’


‘닥쳐! 바람이 자주 바뀌는 곳에서 무슨 사각 돛을 쓴다고 지랄이야? 이 쓸모없는 돛 같으니! 바람이 자주 바뀌어도 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돛 없어?’


‘그런 돛이 세상에 어디에 있습니까? 넵투누스(포세이돈의 라틴어식 표현)께서도 그런 건 없을 걸요?’


하지만 무수한 세월은 좋은 해결 방법을 낳게 되니.


‘삼각돛이 사각 돛보단 바람을 덜 받지만 그래도 역풍일 때는 속력을 받으니 좋네.’


그렇다. 그 유명한 삼각 돛, 이른 바 ‘라틴 세일’이 등장한 것이다.


사실 라틴 세일은 기원전 1세기부터 소개되었지만 주로 어선이나 연락선에 사용됐다.


그러다 라틴 세일이 지중해처럼 풍향이 지랄 맞은 바다에 제격이라는 걸 깨닫고는 온갖 배에 라틴 세일을 달기 시작해 결국엔 군용 선박에 적용되었으니 이것이 바로 ‘드로몬’이었다.


고로 이 시기(서기 5세기)의 선박은 라틴 세일을 단 드로몬이란 소리였다.


히스파니아의 항구 및 조선소의 배들을 그대로 접수하여 해적이 된 게 바로 반달 해적, 그러므로 이곳 타라코를 침략한 반달 해적들이 타고 온 배도 바로 이 드로몬이었다.


그 드로몬의 갑판 위에 있던 해적들은.


-퍼억!-


“아아악!”


-풍덩!-


어떤 강인한 여자에게 걷어 차여 바다 밑으로 빠지고 있었다.


“이런 시발! 어디 여자 따위가 우리 배를 넘봐?!”


수컷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던 반달 해적 중 하나가 칼을 뽑아 여인에게 달려든다.


그리고 검을 휘두른다.


-쨍!-


있는 힘껏 휘두른 검은 여인의 검에 막힌다. 아니 검에 힘을 너무 줘서 오히려 반대로 휘어지고 만다.


“이게 무슨 개떡 같은! 에잇!”


휘어진 검을 저 멀리 갑판 바닥에 집어던지고는 아예 맨손으로 여자에게 덤벼들지만.


-퍼억!-


도리어 얼굴에 주먹을 꽂히고 말았다. 주먹에 담긴 힘은 어마어마했고, 그 때문에 머리가 어질어질하던 찰나.


“시시한 놈. 좆이나 떼라.”


여자는 싱겁다는 얼굴로 잘라 말하더니 손으로 그의 목을 잡아 위로 올렸다.


약 1550년 뒤에 등장할 쵸크 슬램이 여인의 손아귀에서 펼쳐졌다.


쵸크 슬램으로 해적을 번쩍 들어 올린 여인은 이윽고 난간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한다.


“켁! 켁! 이년 힘이···. 켁! 사··· 살려···.”


“너도 네 동료 따라서 가라고!”


여인은 그렇게 외치더니 목을 잡던 손을 풀고, 오른발로 배를 걷어차 버렸다.


-퍼억!-


“아아악!”


북 때리는 소리와 함께 바다로 추락하는 해적.


-풍덩!-


그렇게 또 한 명의 해적이 바다에 빠지며 허우적거리기 시작했다.


“하아···. 시시해. 또 나에게 덤벼들 녀석은 없나?”


흥을 채우지 못한 여자는 반달 해적들에게 시선을 돌리지만 반달 해적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돌리며 그 시선을 외면해버린다.


“남자도 아닌 새끼들. 좆이나 떼라.”


“여보. 이제 그만합시다.”


“저번에 반달 해적들이 용맹하다는 말을 들었는데, 영 헛소문이었네. 에이. 시시해.”


여인은 자신에게 고개를 돌린 반달 해적들을 향해 한심하다는 얼굴로 혀를 차며 검을 검집에 수납했다.


원래 이 말을 듣고, 울컥해야 정상이지만 저 여인(?)이 보여준 퍼포먼스 때문인지 저항할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역시 이 지중해를 떠들썩하게 만든 장본인들답게 사세를 파악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났다.


바다에 빠진 놈들은 그런 능력을 갖추지 못한 놈들.


살아남는 놈이 강하다는 속설처럼 반달 해적들은 어리석은 놈들을 솎아버리는 것으로 정예성을 유지했다.


이것이야말로 반달 해적이 강한 이유였다.


*****


한편, 우리의 루키우스는 ‘전투 주교’ 티치아노 옆에 있었다.


원래라면 티치아노 옆에서 비서처럼 움직이는 사제들이 있지만 그들은 현재 자경단을 이끌고, 성당과 도시를 수습하고 있는 터라 티치아노는 루키우스를 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너희 대왕이 군량을 수급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이곳 타라코를 습격한 반달 해적들의 지도자는 식은땀을 흘리며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로선 전투 주교의 어마무시한 살기의 파동을 이겨낼 수 없었다.


특히 그의 철퇴에 묻힌 핏자국과 살덩어리, 체인 메일에서 떨어져 깨진 링을 본다면 더더욱 그러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대왕께서 히포 레기우스(현 알제리 안나바)를 공략하시는 건 잘 알지 않습니까?”


지도자는 웃는 낯에 침을 뱉지 않는다는 말을 상기하듯 살살 웃으며 자신들이 왜 이곳 타라코를 습격할 수 없는지 이유를 털기 시작했다.


하여튼 그가 밝힌 사정은 이러했다.


저번에도 설명했지만 반달 부족은 히스파니아를 무대로 두고, 분탕을 친 개노답 삼형제 중 하나였다.


허나 그들은 서로마 제국군을 화려하게 뒤통수 친 서고트 부족의 비열함에 못 이겨 히스파니아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그렇게 헤라클래스의 기둥(현재 지브롤터 해협)을 건넌 반달 부족은 곧바로 북아프리카를 자신의 터전으로 삼기 위해 똥꼬쇼를 벌이기 시작했다.


원래 북아프리카를 지키던 장군은 ‘보나파치우스’라 불리던 사람이었다.


그 아에티우스가 잊을 때만 하면 씹고 다니던 그 사람 말이다.


하지만 보나파치우스의 입장에서 따지고 볼 때, 자신을 씹고 다니는 아에티우스를 본다면 말로 씹을 게 아니라 진짜 이빨로 아에티우스의 살을 물어뜯고 싶을 것이다.


왜냐하면 보나파치우스가 북아프리카에서 쫓겨났던 가장 중요한 원인에 아에티우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보나파치우스는 평탄하게 북아프리카를 다스린 게 아니었다.


온갖 혼란이 서로마 제국을 휩쓰는데, 아프리카 속주만 예외일 순 없다.


히스파니아가 개노답 삼형제에게 고통을 받고, 갈리아는 서고트 부족과 프랑크 부족, 부르군트 부족이 ‘님 이 땅 제가 찜했음!’을 남발하며 영역을 넓혀나가듯.


아프리카 역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이쪽은 사막 부근에 사는 베르베르인과 누미디아인들(둘 다 유목 민족이다. 참으로 환장하게도 말과 낙타를 타고 다닌다.) 에게 자주 습격을 당했는데, 보나파치우스는 자신의 군대를 이끌고 그들에게 대항하여 아프리카를 지켜냈다.


물론 그의 군대는 로마군이 아니다. 그 극동의 반도에 존재하는 나라의 군대가 그러하듯 로마군 역시 양자 변환을 했기에 당연한 결과물이었다.


그렇기에 보나파치우스 역시 그 극동의 나라에서 태어난 명장이 하는 것처럼 군대를 무에서 유로 창조해야만 했다.


허나 그런 결과물을 만들어내려면 하늘에서 내린 장군이어야만 했고, 안타깝게도 그는 그런 수준의 장군이 아니었다.


원래 영국인은 로마로부터 튀어나온 족속이었다.


흔히 세상 사람들이 말하기로는 영국인은 앵글로 족과 색슨 족이 혼인 합체해서 생겨난 민족이라고 하는데, 그건 거대한 착각이었다.


애초에 영국인이라는 건 그 당시 섬에 살던 모든 부족들이 섞여서 나온 것이다.


당연히 예전부터 그곳에 살았던 켈트인과 로마인도 빼놓을 수 없었다.


영국인의 그 마족같은 혐성이 그들만의 종족 특성이라고 생각하는가?


자. 우리 포에니 전쟁을 떠올려 보자. 거기서 로마인들이 어떻게 행동했는가?


1차 때엔 로마인 용병들이 자신들을 고용한 시칠리아의 메사나 시를 살기 좋고, 빼앗을 게 많다는 이유로 습격했고.


그들의 고용주 시라쿠사의 히에로 2세가 정의의 용사 카르타고의 도움을 받아 그들을 참교육하려고 했지만.


사악하기 그지없는 로마는 히에로 2세가 카르타고의 도움을 받았다는 이유로 전쟁을 일으키지 않았던가?


3차 때엔 로마가 카르타고에게 감히 내 허락도 없이 전쟁을 일으켰다고 아예 멸망시키기까지 했다.


영국인은 로마인의 이런 혐성을 도드라지게 물려받았을 뿐이다.


물론 영국인뿐만 아니라 로마의 영역에 속해 있던 프랑스, 포르투갈, 벨기에, 네덜란드, 에스파냐도 영국에 비해서 덜 할 뿐 사실 어마어마한 혐성을 자랑했다.


뭐 각설하고, 영국인에게 빼놓을 수 없는 게 혐성이라고 하지만 사실 그들의 종족 특성은 한 가지 더 있다.


그건 바로 남의 것을 자신의 것으로 돌리는 도둑질 실력.


괜히 민간인을 끌고 와 해군의 아쎄이로 만든 게 아니다.


영국인의 선조 로마인 역시 그러한 특성을 가지고 있었고, 로마인에 속해 있던 보나파치우스 역시 그러했다.


로마군이 없어? 그럼 남의 군대를 훔쳐 자신의 군대로 만들면 그만.


그래서 그는 서고트 부족의 장군 베레무두스의 딸과 혼인해서 장인 어른의 군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딸을 훔치는 걸로 무에서 유로 군대를 창조하는 보나파치우스, 그야말로 훌륭한 로마인이 아닐 수 없었다.


허나 영국인의 적은 영국인이듯 로마인의 적은 로마인이다.


이런 보나파치우스의 승승장구에 서로마 제국의 상층부는 위협을 느꼈고, 특히 아에티우스는 그 특유의 직감으로 보나파치우스의 앞길을 막기 시작했다.


‘저 새끼 좀 보세요. 서고트 부족 장군의 딸과 결혼해서 그놈들 군대까지 물려받았는데요? 저놈. 우리에게 아쉬운 거 없으니까 아프리카에서 독립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독립해서 아프리카에서 생산되는 식량 줄을 끊으면 어머나! 세상에?! 로마의 황제 자리가 그에게로?’


그는 이런 유언비어를 남발해 서로마 상층부를 현혹했고, 그 혐성이 농축된 계책은 로마인답게 성공했다!


황제의 어머니이자 섭정 ‘갈라 플라키디아’는 보나파치우스에게 소환장을 보냈다.


‘네가 로마에게 충성을 다한다는 증거를 보여줘.’


‘예? 증거라고요? 이거 헛소문입니다. 전 로마에게 충실한 장군이라고요! 아니 씹! 참칭자 요안네스가 옥좌에 앉아있었을 때, 제가 직접 식량 줄을 끊음으로써 그를 몰락시킨 거 모르십니까?! 그 덕분에 지금의 황제가 있는 거 다 아시는 분이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말로는 누구나 다 할 수 있지. 중요한 건 행동이 아니겠어? 라벤나로 와서 증명해.’


물론 라벤나로 가면 스틸리코(닭을 너무 사랑하는 호노리우스에게 위협적이라는 이유로 처형당한 서로마 초기의 명장)가 될 걸 아는 보나파치우스는 이걸 씹었다.


그리고 갈라 플라키디아는 이걸 씹은 보나파치우스에게 앙심을 품고, 자신에게 협조하는 군벌 펠릭스로 하여금 그를 처벌하기로 의결했다.


당연히 보나파치우스는 이에 저항했다.


이 일을 꾸민 아에티우스만 만세를 부르며 자신의 세력을 확장하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본 갈라 플라키디아는 아차 싶어서 결국 보나파치우스에게 이런 서신을 보낸다.


‘아. 미안. 사실 알고 보니까 내가 라벤나로 소환하라는 문건 있잖아. 그거 아에티우스가 조작한 거라고 하더라고, 거기다 널 곤경에 빠뜨린 헛소문 있지? 그것도 아에티우스가 내보낸 거라 하더라고. 그러니 무승부로 하지 않을래? 의심스러우면 확인해봐.’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보나파치우스는 갈라 플라키디아와 아에티우스에게 열이 받았지만 둘 다 적대하기엔 자신이 많이 열세라서 결국 갈라 플라키디아의 손을 잡고 만다.


허나 아프리카의 이런 풍파는 때마침 헤라클레스의 기둥을 건넌 반달 부족에게 크나큰 기회로 다가왔다.


더욱이 아프리카 속주는 도나투스 파라는 기독교 일파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도나투스 파는


‘아니 시발. 주님을 저버렸던 새끼를 다시 받는다고요? 이젠 배교자와 범죄자도 주님을 따르면 양치기가 되겠네!’


라는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범죄자들이 종교계에 투신해서 자신은 이제 주님께 용서 받았다고 새 사람이 되었다고 선언하는 모습을 자주 본 현대 한국 사람이라면 많이 공감 될 종파였다.


아프리카에서 있었던 풍파, 그리고 보나파치우스와 그의 군대, 반대로 그를 진압하려던 로마군들에게 재산을 거하게 뜯긴 도나투스 파는 이제 참지 않았다.


‘보나파치우스나 그를 막겠다고 나서는 여자나 다 똑같은 새끼들이지! 주님도 저버리는 새끼들을 다시 받는 것도 모자라 그놈들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우리들을 뜯고.’


‘시발. 저 새끼들은 우리 아프리카가 지들 먹여 살릴 빵 공장인 줄 아나 봐?’


‘때마침 이곳에 오는 반달 부족이 있는데···. 그들이 저 새끼들보단 낫겠지?’


‘시발. 하다 못해 삼위일체를 부정하는 아리우스파를 믿겠다고?’


‘자신들이 가져도 저 똥 만드는 기계들에게 밀가루는 안 보내겠지.’


‘아오. 그래. 차라리 저 야만인이 저놈들보다 더 낫겠지!’


반달 부족에게 있어 그야말로 행운에 행운이 몰아치는 격이다.


동쪽 끝 섬나라가 근대화했을 때의 행운이었다.


도나투스 파의 도움을 받은 반달 부족은 순식간에 아프리카를 장악하기 시작했고, 이미 민심을 잃은 보나파치우스는 칼리마에서 패배 당하자 결국 자신의 군대와 함께 아프리카 밖으로 빤스런을 치기로 한다.


이후로 그는 아프리카를 되찾기 위해 갈라 플라키디아와 동로마 제국의 아스파르에게 헬프 콜을 치고 있다.


그렇게 보나파치우스를 쫓아내고, 이제 아프리카 속주를 완전하게 점령하기 위해 카르타고 주변 도시 히포 레기우스를 포위하기 시작했다.


허나 전쟁은 물자 소모가 극심한 익스트림 스포츠에 속하는 종목, 원래라면 이런 물자 부족은 약탈로 해결한다.


그러나 문제는 반달 부족이 현지인들(특히 도나투스 파)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거다.


안 그래도 아프리카에 정착하려던 반달 부족에게 현지 약탈은 현지인들의 지지를 저버리는 결과나 다름없다.


고로 반달 부족은 부족한 물자를 자신들의 특기 해적으로 해결하려고 했다.


그 결과가 바로 이 타라코의 침략이라는 거다.


“그래서 이곳을 습격했다고?”


“예. 헤헤···. 저 이제 솔직하게 말했으니 살려 주시는 거 맞죠?”


지도자가 헤픈 얼굴로 이 상황을 넘어가려고 하자 열이 받은 타치아노는 쇠몽둥이를 잡자.


“히익!”


“내가 양치기라는 걸 다행으로 여겨라. 그리고 알량한 말로 이 죄악을 그대로 넘기지 마라.”


“으···. 으으···. 네넵!”


해적들의 지도자는 그렇게 고개를 푹 숙였다. 마치 반성이라도 하듯.


그때, 루키우스는 머릿속에서 번개 한 자락이 스쳐 지나갔다.


루키우스는 곧바로 타치아노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무슨 일이지?”


“저들에게 고해성사를 받는 것이 어떻습니까?”


“고해성사? 자네 무슨 생각이지?”


그 물음에 루키우스는 히죽 웃으며 대답했다.


“고해성사 뒤엔 보속이 있고요.”


순간 타치아노의 눈길이 커다랗게 떠졌다.


‘이거 잘만 이용하면 강제 노동을 시킬 수 있잖아.’


굴라그(카톨릭 버젼)가 스탈린(어머니의 장래 희망 정교회 신부)의 가호를 받아 1500년 이르게 등장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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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편. 싸울 마음을 품게 하는 방법. +32 24.08.25 4,051 193 18쪽
33 33편. 수에비 족은 전쟁을 선택했다. +30 24.08.24 4,192 191 17쪽
32 32편. 갈 수밖에 없다면 최대한 이득을 보고 간다. +38 24.08.23 4,236 185 17쪽
31 31편. 로마군에 없던 새로운 전술과 훈련법. +26 24.08.22 4,351 193 18쪽
30 30편. 훈련 대장(?) 루키우스. +22 24.08.21 4,346 188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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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편. 1년이 지났으니 성과가 나왔어요! +22 24.08.19 4,467 196 18쪽
27 27편. 이 범선은 도착점이 아니라 시작점. (내용 추가) +54 24.08.18 4,685 17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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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편. 너는 여기서 루키우스랑 같이 죽는 거야. +24 24.08.07 5,565 212 18쪽
15 15편. 교회 자작농 연합. +16 24.08.06 5,674 198 18쪽
14 14편. 서로마의 곡창지대를 훔치려는 자. +6 24.08.05 5,898 214 19쪽
13 13편. 꼴 받게 만드는 놈을 망하게 하는 방법. +42 24.08.04 6,082 218 14쪽
12 12편. 에덴의 뱀보다 더 사악한 녀석. +30 24.08.03 6,457 215 14쪽
» 11편. 반달 해적이 타라코로 쳐들어 간 이유. +36 24.08.02 6,806 249 19쪽
10 10편. 루키우스의 사람답지 않은 활약. +34 24.08.01 6,708 276 18쪽
9 9편. 호흡이 느껴진다. +22 24.07.31 6,947 245 15쪽
8 8편. 파멸적인 미래를 막기 위한 열쇠. +36 24.07.30 7,333 248 16쪽
7 7편. 충성의 상대와 절대. +24 24.07.29 7,782 274 15쪽
6 6편. 얼마 없기에 비싼 값에 팔아야죠. 외삼촌 +30 24.07.28 7,746 289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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