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우스가 멸망하는 로마를 집어삼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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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맨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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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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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편. 넌 결혼하지 마라. 내 꺼니까.

DUMMY

가이세리크의 천막은 크기만 클 뿐 내부에 값진 것은 없었다.


번쩍이는 금화도 비싸 보이는 그림도 보기만 해도 찬탄이 흘러나오는 예술품도 없었다.


딱 필요한 물건만 있는 그야말로 검소함 그 자체였다.


“앉지.”


가이세리크의 권유에 루키우스, 오로시우스, 힐데아 이 셋은 각자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닫았다.


근대, 현대 시기였다면 이 어색함을 풀기 위해 주인이 손님들에게 커피나 차라도 내어줘서 분위기를 띄울 텐데.


아쉽게도 커피와 차를 마시려면 최소 1000년은 지나야 했다.


그 순간 하녀가 무언가를 들고, 천막 안으로 들어왔다.


바로 암포라(고대 그리스-로마 시기에 사용했던 항아리)였다.


하녀는 탁자 위에 암포라를 올렸고, 탁자 주변에 앉은 넷에겐 각자 유리잔을 나눠줬다.


하녀는 암포라를 열고, 국자로 액체를 뜨더니 유리잔에 부었다.


시큼한 냄새가 올라오는 자줏빛 액체.


고대 그리스 시절부터 즐겨 마셨고, 지금은 주님의 피라고 알려져 있는 국민 음료 포도주였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 앞서 입부터 돋우지.”


가이세리크가 먼저 유리잔을 들어 포도주를 마셨고, 이에 따라 셋도 조심스럽게 유리잔을 들어 포도주를 마셨다.


‘으음···.’


언제 마셔도 적응되지 않는 맛이었다.


현대의 포도주는 맛있기라도 하지.


이 시대의 포도주는 그야말로 식초에 가까웠다.


로마인들도 그걸 알아서 포도주에 감미료를 첨가했는데, 그게 바로 연당이라는 물질이었다.


납 냄비에 포도즙 혹은 식초를 집어넣고, 끓이면 나오는 물질로 맛은 달콤한 걸로 안다.


허나 루키우스는 이걸 입에 대지도 않았는데, 당연하게도 이 연당이라는 물질이 독극물이었기 때문이다.


삼국지의 인물들이 오석산을 좋다고 빨다 골로 가버리듯.


로마의 인물들은 달콤하다는 이유로 포도주에 연당을 집어넣고 마시다 끝내 납 중독으로 골로 가버리는 셈이다.


다행히 달콤한 맛은 안 나는 걸 보니, 연당은 들어가지 않은 모양이다.


‘진짜 설탕 마렵네.’


로마엔 아직 설탕이 대중화되지 않았다.


물론 설탕의 존재는 알고 있었다.


‘가이우스 플리니우스 세쿤두스’가 저작한 ‘자연사’라는 책에서도 설탕을 언급했을 정도다.


하지만 인쇄술이 발명되지 않는 시기라서 그런지 설탕을 알고 있는 사람보단 모르는 사람이 훨씬 더 많았다.


그 말은 아직도 로마인들은 설탕을 모른 채 꿀과 연당으로 달콤함을 즐긴다는 소리였다.


이것만 봐도 돈 벌 기회가 눈앞에 딱 보인다.


인도에서 설탕을 수입해 로마 전역에 팔면 그 수익이 얼마나 될까?


솔리두스가 대한민국 100원 짜리 동전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허나 누군가 ‘히히히. 못 가!’ 라며 붙들고 있다면?


기껏 좋은 사업 기회를 그저 가슴 속에 담아둬야 했다.


‘그러니 이 자리가 중요하지.’


루키우스가 유리잔을 탁자 위에 내려놓는다.


“다 마셨나? 주님의 피를 마셨으니, 이제 슬슬 이야기를 나눠보지.”


가이세리크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셋을 바라보며 가장 먼저 오로시우스에게 말을 건넸다.


“오로시우스라고 했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저 루키우스라는 아이의 보호자로 대동한 것 같은데 맞나?”


“예. 타라코의 주교 티치아노가 부탁했습니다. 이 아이의 신변을 보호해달라고 하더군요.”


“그 이야기를 들어보니, 저 아이는 꽤나 타라코 주교의 신임을 받는 모양이야.”


그 말에 오로시우스는 쓴 웃음을 짓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하지만 내 눈엔 오로시우스 자네는 다른 목적이 있어서 날 찾은 모양인 것 같은데···. 맞나?”


“히포 레기우스에서 주교 직을 맡고 있는 아우구스티누스가 제 스승님입니다.”


“아우구스티누스···.”


그 이름을 말한 가이세리크의 얼굴은 금세 굳어진다.


아우구스티누스는 현대 카톨릭에서도 성인으로 인정되는 인물로 카톨릭의 뼈대를 만들었다시피 할 만큼 업적이 많았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라는 명언도 이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당연히 당대 그의 명성은 뭐라 말할 필요가 없을 만큼 높았다.


다만 그는 다른 종파에 대해서 쓴소리를 많이 남긴 인물이라 그만큼 적도 많았다.


‘인간이 왜 원죄를 가져야 함? 원래 인간은 착했음.’


이라는 맹자의 성선설을 설파했던 펠라기우스에겐


‘지랄하네. 인간이 착하면 세상 꼴이 왜 이 모양이냐?’


고 반박을 날렸고.


‘시발. 애초부터 하느님을 공격하거나 배신한 새끼들이 사제와 주교가 되어 떳떳하게 성체성사를 해도 되는 거냐?’


라고 주장했던 도나투스파에겐


‘그럼 너네는 아주 깨끗하고 맑고 자신 있게 살았냐?’


라는 통렬한 팩트를 아끼지 않았다.


팩트를 참지 못한 일부 도나투스파가 아우구스티누스에게 폭력을 휘두르려고 하자 아우구스티누스가 모즈구스로 빙의해 폭주하는 도나투스를 참교육시키기도 했다.


이미 100년 이전에 이단으로 찍힌 아리우스파에 대해선


‘너희는 예수를 피조물이라 주장하면서 그분을 숭배하네? 신은 하나라면서? 아하! 너희는 신과 예수를 동시에 섬기는 다신교 프렌즈구나!’


라고 대차게 까버렸다.


현대에 태어났다면 키보드로 직접 사람들의 머리통을 찍어 누르고도 남을 인물이었다.


그러니 아리우스파인 가이세리크는 아우구스티누스에 대해 떨떠름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자네의 말은 자신의 스승을 히포 레기우스 바깥으로 빼내고 싶다 그런 소리인가?”


그 물음에 오로시우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스승님은 히포 레기우스에서 죽으면 죽었지. 절대 떠나실 위인이 아닙니다.”


“잘 알고 있군.”


사실 가이세리크도 히포 레기우스를 공격하기 이전에 아우구스티누스에게 히포 레기우스를 빠져나오라고 서신을 보냈지만 아우구스티누스는 편지로 이렇게 대답했다.


‘히포에서 평생 사람들을 가르치겠다고 맹세한 저인데. 제 늙은 몸을 아끼고자 어린 양을 버리면 어린 양은 누굴 믿고 의지하겠습니까? 폐하. 제 이름을 욕되게 하지 마시옵소서.’


가이세리크는 이 편지를 고이 접어 서랍장에 넣었다.


“스승을 구출하기 위함이 아니라면 왜 스승을 만나려고 하는 거지?”


“스승님에게 받을 것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의 가르침을 계승하고 싶어서 왔군. 허참. 우리가 믿는 아리우스파에 대해선 아직도 헛된 가르침에 현혹됐냐고 지껄이던 작자들이···.”


“······.”


“뭐 좋다. 스승에게 가고 싶다면 가라. 그쪽이 받아 줄 지는 모르겠지만. 저 녀석을 따라가면 될 거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폐하.”


오로시우스는 고개를 숙여 가이세리크에게 감사를 표한 뒤 가이세리크가 지정한 전사 뒤를 따라 천막 밖으로 나갔다.


천막에 루키우스, 힐데아 모자 둘이 남자 가이세리크의 시선은 루키우스에게 향했다.


그리고 그는···.


-짝! 짝! 짝! 짝!-


난데없이 박수를 쳤다.


루키우스는 의아한 표정으로 이 광경을 바라봤다.


‘왜 갑자기 박수지?’


그리고 그 질문에 대답하듯 가이세리크가 주변 전사들에게 말했다.


“너희들도 박수를 쳐라.”


“예?”


“사지인 걸 알고 있음에도 책임을 다하기 위해 여기에 온 아이다. 너에게 묻지. 넌 우리 반달의 승리를 위해 바다로 뛰어 들어가 스스로 제물이 될 의향이 있느냐?”


그 물음에 전사는 ‘어···. 으음···. 그건···.’ 이라는 소리를 내뱉었다.


“그거 봐라. 저렇게 다 큰 어른도 망설인다.”


그 말에 전사는 아차 싶었는지 목소리를 바꿨다.


“우리 반달을 위해서 제 한 목숨 따위는!”


“꼴 사납다. 박수나 쳐라.”


“옙.”


결국 전사들은 루키우스를 향해 박수를 쳤다.


솔직히 가이세리크의 말대로 루키우스가 무릎을 꿇었을 때 보여줬던 모습과 외침은 전사들의 마음에 인상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동안 박수 소리가 이어지다 점점 멎어지면서 이내 조용해진다.


“루키우스 폼페이우스 스트라보. 나는 너의 용기에 감탄했다.”


“감사합니다. 폐하.”


“혹시 원하는 것이라도 있나?”


그 순간 루키우스의 입이 닫는다. 마치 뭔가를 생각하듯.


곧 할 말을 떠올렸는지 다시 입을 연다.


“전 묻고 싶습니다.”


“무엇을 말이지?”


“폐하께서 이 히포 레기우스를 점령하신 뒤 아프리카에서 생산되는 곡물을 어떻게 하실지.”


“당연히 나를 따라 여기까지 온 우리 부족을 위해 써야 하지 않겠느냐?”


“예. 그것도 맞겠죠. 하지만 아프리카에서 생산되는 곡물은 제국을 먹여 살릴 만큼 거대합니다.”


그 말에 가이세리크는 하녀에게 시선을 줬고, 하녀는 허둥지둥 국자로 암포라에서 포도주를 따른 뒤 가이세리크의 유리잔에 붓는다.


가이세리크는 포도주를 마신 뒤 대답했다.


“이거 참 술기운이 없으면 말을 할 수 없겠어. 타라코의 어른들이 그렇게 물으라고 시켰느냐?”


“제 스스로의 의지로 묻는 것입니다.”


그 대답에 가이세리크는 루키우스의 눈을 빤히 바라봤다.


“정말이군. 확실히 시켜서 대답하는 말이 아니야. 그럼 대답해주지. 나도 몰라.”


“······.”


“크크. 이제야 황당하다는 얼굴을 보여 주는구나. 한 가지만 묻지. 넌 정말로 내가 히포 레기우스를 함락할 거라 믿느냐?”


“폐하께선 아프리카를 지키던 보나파치우스를 쫓아내지 않았습니까?”


“그건 보나파치우스가 이미 펠릭스와의 싸움에서 병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절호의 틈을 노린 거고.”


“보나파치우스가 돌아와 봤자 폐하를 이길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미 그는 아프리카에서 기반을 잃었습니다.”


“정녕 그렇게 생각하느냐? 지금 저 히포 레기우스에선 보나파치우스 장군이 병력을 이끌고, 돌아올 거라고 하던데?”


가이세리크가 이죽거리며 반박을 날렸지만 루키우스는 주장을 바꾸지 않았다.


“그럴 병력이 있다면 아에티우스가 빼앗았을 것입니다.”


“아에티우스···. 확실히 아에티우스와 보나파치우스는 사이가 나쁘긴 하지. 하지만 황제의 어머니 갈라 플라키디아는 자신을 지킬 칼날을 찾고 있다. 그녀라면 보나파치우스에게 병력을 댈 수 있어.”


“대신 황제의 어머니께선 보나파치우스를 이탈리아에 머무르도록 하겠죠.”


둘의 대화는 마치 체스의 장기 말이 서로 먹고, 먹히는 광경을 연상하는 듯했다.


루키우스는 왜 끝까지 자신의 주장을 고수할까? 그건 다른 근거가 있었다.


‘보나파치우스의 이름은 여기에 태어나서 처음 들었지만 반달 왕국은 전생에서 봤다.’


그놈의 미래 지식이었다.


그 말은 곧 가이세리크가 아프리카를 차지하는 건 정해진 미래라 할 수 있었다.


주식 시장에서 100% 떡상 예정인 주식에 투자하지 않는 사람은 바보나 다름 없다.


안타깝게 루키우스의 초감각엔 떡상하는 주식을 감지하는 계열은 없었지만.


‘진짜 그건 있었어야 하는데. 시발.’


전생 생각하니 속에서 열불이 올라오는 루키우스였다.


그래도 지금 자신에겐 미래 지식이라는 100% 떡상 주식 목록이라도 있었으니 다행이었다.


물론 이 시대에 증권가는 없었지만.


‘없으면 만들면 그만이지.’


이건 나중에 생각해 볼 문제였다.


지금은 가이세리크와 거래를 하는 것이 중요했다.


반면 가이세리크는 루키우스가 내뱉는 식견에 속으로 감탄을 하고 있었다.


‘어린아이가 이런 말을 내뱉을 줄이야. 나조차도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서 알아낸 사실인데.’


확실히 눈여겨볼 만한 가치가 있었다.


여기까지 온 두둑한 배짱, 자신의 위압에도 할 말을 다 하는 용기, 정보를 통합하고 정리하는 논리성과 판단력.


‘그 폼페이우스의 핏줄이 뒤늦게 튀어 나오는 건가?’


가이세리크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루키우스가 자신이 아는 폼페이우스와 맞먹는 사람이라면···.


‘아냐.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저 녀석과 인연을 맺어야 한다.’


자신을 여기까지 이끌게 해준 동물적인 직감이 다시 한번 튀어나왔다.


저 녀석의 가치는 커질 것이라고, 시간이 지나면 불어나고 또 불어나 자신조차 감당을 못할 거라고.


그러니 지금이야말로 저 녀석을 가질 수 있는 기회라고.


“내가 히포 레기우스를 점령한다면 아프리카에서 튀어나올 곡물들을 묶을 생각이다.”


‘자. 어떤 대답을 내놓을 거지?’


가이세리크는 은근 기대되는 시선으로 루키우스를 바라봤다.


“로마의 황제가 구걸할 때까지 아니 아에티우스가 협상을 요청할 때까지 기다릴 생각인가요?”


“그래.”


“아무래도 그때가 곡물 가격이 가장 비쌀 때이니 그 시점에서 곡물을 팔아치워서 미래를 위한 자금을 얻으려고 하겠군요. 뭐 이 정도는 거래를 하는 사람이라면 다들 알 만한 내용일 테고···.”


“그래. 누구나 다 알 법한 이야기지. 그래서?”


“시칠리아나 코르시카, 사르디니에의 농장을 가진 이탈리아의 귀족들은 헤벌쭉하고 웃겠군요.”


한 마디로 콜로나투스의 주인들은 오히려 이 일을 대차게 반길 거라는 소리였다.


“그 말은?”


“그 귀족들도 폐하처럼 식량 값이 높아질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겠죠. 때마침 아프리카 함락이라는 좋은 핑계 거리가 있으니 그들은 최대한 식량을 비축하겠죠.”


“으음···.”


루키우스의 발언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다.


로마 귀족의 생리를 잘 알고 있는 가이세리크이기에 더더욱 그 말에 반박할 수가 없었다.


시민들이 굶어 뒤지든 말든 자신들만의 낙원에서 예전과 같은 향락과 쾌락을 즐기는 괴물들이 바로 로마 귀족이다.


알라리크가 로마를 두번째로 털었음에도 로마 귀족들의 부패와 향락은 여전했다.


포에니 전쟁 시기에 자신의 나라를 위해 자기 재산을 바치는 로마 귀족은 이제 없다.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강한지 어떤 놈이 자신의 재산을 지켜 줄 것인지 살펴보는 쥐새끼만 있을 뿐.


“폐하의 장점은 곡물이 비싸지는 시기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폐하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로마의 곡물 가격을 결정하겠죠.”


“비틀어버리자는 소리군?”


“폐하께서 만약 로마에 곡물을 보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로마 귀족들은 창고를 열겠죠. 그때가 곡물 가격이 제일 비쌀 때니까.”


“그런 식으로 물량을 털어내고, 협정을 파기해버리면 그놈들은 얼굴을 일그러뜨리겠지.”


가이세리크는 싱글벙글 웃음을 지었다.


야만족을 사람 취급도 안 하는 로마 귀족들이 가이세리크를 향해 저주를 퍼붓는 모습이 절로 상상이 갔다.


그리고 그 상상이야말로 가이세리크에게 통쾌함을 가져다줬다.


“그런데 자네는 로마인이지 않은가? 이런 조언을 날려도 되는가?”


루키우스는 가이세리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서 로마 황제가 아니 아에티우스가 또 로마 귀족들이 제 가족을 지켜 줍니까? 전 제 가족을 살리고자 여기에 왔을 뿐입니다.”


“크흐···. 지독히도 이기적이군.”


“그럼 로마인을 대표해서 말하지요. 부디 로마를 위해서 히포 레기우스를 공격하는 걸 멈춰 주십시오.”


“거절하지.”


“예. 폐하께서도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는 지점이 있듯 저도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는 지점이 있습니다.”


“그 지점이 네 가족과 그 타라코란 소리인가?”


“타라코 정도는 부족합니다. 저는 히스파니아를 노릴 것입니다.”


가이세리크는 히죽 웃으며 루키우스에게 말했다.


“그럼 널 가지면 히스파니아도 내 것이란 소리군.”


“예?”


“누구와 결혼하지 마라. 네 마누라는 내 딸이 될 거다.”


그 말에 루키우스는 황당하다는 얼굴로 가이세리크를 쳐다보다 이내 이렇게 물었다.


“혹시 예쁩니까?”


“네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면 되겠지.”


가이세리크는 남자다운 루키우스의 대답에 피식 웃음을 머금으며 자신의 뒤에 서 있는 전사에게 지시를 내렸다.


“달리아를 데려오도록.”


“예. 폐하.”


얼마 지나지 않아 전사는 한 어린 여자아이를 데려왔다.


무척 청순하고, 잘 꾸민 여자아이가 가이세리크를 향해 인사했다.


“아버지. 부르셨나요?”


“오. 어서 오거라. 달리아.”


가이세리크는 달리아를 제 품에 안고, 루키우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아이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아이? 놀리지 마세요. 저건 아이가 아니라 어른이잖아요.”


“······.”


“······.”


힐데아는 루키우스의 등을 툭툭치며 말했다.


“우리 아들 잘 컸네.”


“하아···.”


루키우스는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그래. 이것도 상정 범위 중 하나다. 이 시대의 결혼이야 뭐···. 당연히 정략결혼이지. 그리고···. 이 정도면 예쁘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귀엽다고 해야 하나?’


아직 아이라서 그런지 한눈에 반하지 않았지만.


‘정 붙이기 좋게 생겼네.’


루키우스에겐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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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편. 수에비 족은 전쟁을 선택했다. +30 24.08.24 4,193 191 17쪽
32 32편. 갈 수밖에 없다면 최대한 이득을 보고 간다. +38 24.08.23 4,236 185 17쪽
31 31편. 로마군에 없던 새로운 전술과 훈련법. +26 24.08.22 4,354 193 18쪽
30 30편. 훈련 대장(?) 루키우스. +22 24.08.21 4,348 188 17쪽
29 29편. 누군가는 희망을 누군가는 절망을 그리다. +20 24.08.20 4,442 172 18쪽
28 28편. 1년이 지났으니 성과가 나왔어요! +22 24.08.19 4,469 196 18쪽
27 27편. 이 범선은 도착점이 아니라 시작점. (내용 추가) +54 24.08.18 4,686 170 17쪽
26 26편. 어머니를 위한 특별한 선박. +20 24.08.17 4,658 199 16쪽
25 25편. 인쇄기는 종이와 세트 아이템 아님? +30 24.08.16 4,628 199 18쪽
24 24편. 종이를 발명했다! +30 24.08.15 4,752 208 18쪽
23 23편. 운명의 동반자. +22 24.08.14 4,876 201 17쪽
22 22편. 세상을 아는 것이야말로 하나님을 증명하는 것. +18 24.08.13 4,930 191 16쪽
21 21편. 여기선 씨앗 막 뿌리기가 전통. +38 24.08.12 5,173 216 18쪽
20 20편. 누군가는 계약하고, 누군가는 계승한다. +20 24.08.11 5,218 207 18쪽
» 19편. 넌 결혼하지 마라. 내 꺼니까. +34 24.08.10 5,430 234 17쪽
18 18편. 가이세리크와 대면하다. +12 24.08.09 5,080 197 18쪽
17 17편. 이것조차 계획. +22 24.08.08 5,281 188 18쪽
16 16편. 너는 여기서 루키우스랑 같이 죽는 거야. +24 24.08.07 5,565 212 18쪽
15 15편. 교회 자작농 연합. +16 24.08.06 5,674 19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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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편. 에덴의 뱀보다 더 사악한 녀석. +30 24.08.03 6,458 215 14쪽
11 11편. 반달 해적이 타라코로 쳐들어 간 이유. +36 24.08.02 6,806 249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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