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우스가 멸망하는 로마를 집어삼킴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퓨전

새글

볼트맨형님
작품등록일 :
2024.07.25 10:08
최근연재일 :
2024.09.18 22:20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285,290
추천수 :
12,027
글자수 :
462,436

작성
24.08.01 22:20
조회
6,708
추천
276
글자
18쪽

10편. 루키우스의 사람답지 않은 활약.

DUMMY

퀸투스가 보기에 루키우스는 태어날 때부터 또래 아이와 남다른 아이였다.


조숙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보고 있다고 해야 할까?


어떠한 것에 집중하면 그것이 정답이라는 듯 거리낌 없이 추진했다.


자신에게 거부당했던 아라비아 숫자와 그 체계.


현실적인 이유를 대며 그걸 포기하라고 에둘러 말했지만 루키우스는 포기하기는커녕 오히려 이곳 타라코의 주교인 티치아노를 찾아가 인정받는다는 방법을 취했다.


때마침 수학이 취미였던 티치아노는 루키우스를 기꺼워했다.


그 주교가 수학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숫자도 그렇지만 저번에 집안이 통째로 흔들릴 뻔 했던 톨레툼 강철 사건에서도 루키우스는 인도에서 썼다는 강철 제련법을 제시하면서 위기를 거대한 기회로 만들었다.


자신에게 공교로움을 안긴 처남 리우비길드는 철광석 공급책 및 강철 무구 판매원이 되어 이 집안의 돈줄이 되었고, 자신을 의심하며 다가오던 아비투스를 서로마의 실권자 아에티우스에게 선물을 보내는 전령으로 삼아 로마 정계에 발을 내디뎠다.


일이 이렇게 되니, 평소에 자신 위에서 세금을 내놓으라고 뻗대던 놈이 그날 이후로 마치 자신을 주인처럼 여기듯 공손하게 대하기 시작했다.


그 외에도 루키우스가 한 일은 많았다. 그리고 그 일들 모두는 퀸투스를 포함한 모두에게 득이 됐다.


그러나 오늘 퀸투스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루키우스가 보여 줄 것들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저기에 적이 있습니다.”


루키우스가 가리키는 곳엔 반드시 적이 나타났다.


원래 싸움에서 선제 공격은 대단한 이점을 가지게 된다.


적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거기에 맞는 준비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따라온 경비병 넷은 허리춤에 쟁여 놓은 플룸바타(전투용 다트)를 꺼내 던질 준비를 갖춘다.


전투가 너무 좋은 힐데아는 히죽히죽 웃으며 언제 방패를 앞세우고 돌진해야 적이 처절한 타격을 입을 지 본능적으로 가늠하고 있었다.


루키우스의 전속 하인인 메투스는 석궁을 든 채로 루키우스가 가리키는 곳을 향해 적을 가늠하고 있었다.


이렇게 적을 맞이할 준비를 갖추는 것만으로 반은 이기는 셈이다.


이 모든 분위기를 만들어낸 주인공 루키우스는 한없이 침착한 얼굴로 플룸바타를 던질 자세를 취했다.


‘내가 이 아이의 앞길을 막는 게 아닐까? 창공으로 훨훨 날아야 할 새가 둥지에 얽매이게 만드는 게 아닐까?’


퀸투스는 문득 그런 고민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루키우스에 대해 고민할 때가 아니었다.


희희낙락한 얼굴로 거리를 활보했던 반달 해적들이 퀸투스의 일행을 보면서 비명을 질렀기 때문이다.


“뭐야?! 이 군인들은?!”


“없다며! 이 도시를 지키는 녀석들은 없다며! 저 새끼들은 뭐냐고?!”


마치 생각지도 못했던 존재를 마주한 것처럼 그들은 당황했다.


허나 그러한 당황도 철제 갑옷을 입은 한 사람의 고함으로 끝이 났다.


“눈알이 다 썩어갔냐!? 저게 우리가 아는 로마군처럼 보여?”


“그럼 저 새끼들은 뭐야? 대장?”


“이곳의 유지들이 하인들에게 무기와 갑옷을 무장시킨 것에 불과해. 즉 겉보기엔 그럴싸하다는 거지.”


“하···. 하지만 저 모습만 보면···.”


“겁먹지 말라고. 아니 오히려 이거야말로 좋은 기회잖아. 저놈들만 해치우면 저놈들이 가지고 다닌 거 몽땅 너희들 것이 될 테니까.”


그 말에 아까까지만 해도 겁을 먹었던 해적들의 눈빛이 일순간 바뀌었다.


‘그래···. 저놈들만 죽이면 저놈들의 것들 몽땅 우리 차지야.’


‘저놈들을 붙잡아 저놈들이 살던 집을 털면 우리는 부자가 될 수 있다고.’


거대한 탐욕은 이성을 흐리지만 그와 동시에 공포라는 전투에 하잘것없는 감정을 없앤다.


해적들은 자신의 본질을 깨달았다. 그리고 흉포한 함성을 내질렀다.


“으하하! 내 거다! 내 거라고!”


“약해빠진 놈들! 이 몸을 봐라!”


“무기와 갑옷을 갖췄다고 날 물리칠 수 있을 것 같아?! 키히히히히!”


그들은 퀸투스의 분견대를 향해 좋다고 달려들었다.


무장을 충실히 갖췄지만 걱정될 건 하나도 없었다.


상대는 약해빠진 로마인이니까.


함성을 내지르며 달려들기만 해도 저 겁쟁이들은 평소대로 겁을 집어먹은 채 뒷걸음질을 칠 것이다.


쉬운 상대에 얻을 것은 많았다. 이처럼 좋은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저 이곳 도시의 유지 중 하나가 명예를 드높이겠다고 객기를 부리는 것에 불과했다.


그러니 대장의 말대로 이건 아주 쉬운···.


-퍼억!-


아주 쉬운···.


-퍽!-


“아악!”


왜지? 왜일까?


분명 쉬운 상대인데도 왜 몸이 꿰뚫리는 소리, 비명 소리가 들리는 것일까?


‘어라?’


이상함이 들어 주변을 살펴봤다.


이마에 다트가 박힌 채로 바닥에 쓰러지는 자신의 동료가 보인다.


“커억!”


이번엔 배를 부여잡고, 비명을 지르는 동료가 보인다. 자세히 살펴보니, 복부에 다트가 박혀있었다.


“이런 빌어먹을!”


동료 하나는 방패로 다트를 가까스로 막으며 욕설을 내뱉으며 돌진한다.


“이 개자식들! 감히 우리에-”


그리고 그런 말을 내뱉다 괴소를 내뱉는 적의 검에 목이 달아났다.


“어···. 어떻게 된 거야? 이건 분명···.”


상대는 약해빠진 로마인이 아닌가? 왜 우리가 죽어나가는 건가?


“이익! 너희들은 빠져! 저놈들은 내가 상대한다!”


우리들 중 유일하게 중무장을 한 대장이 직접 나서서 방패로 적이 던지는 다트를 막고, 소년으로 보이는 적에게 다가가 검을 휘두르지만.


“어?”


도리어 소년의 검에 대장의 검이 휘어져 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되니, 자신만만했던 대장도 당황하며 방패로 눈앞의 소년을 후려치려고 했지만 그 소년은 잠깐 몸을 트는 것으로 대장의 방패를 피하고, 검으로 대장의 목을 손쉽게 갈랐다.


대장의 목이 잠시 허공을 떠돌다 바닥으로 툭 떨어지고, 목을 잃은 몸은 실 끊어진 인형처럼 풀썩 쓰러지며 피를 왈칵 쏟아냈다.


이제야 주위를 둘러보니, 동료는 죽거나 부상을 당한 채 죽음을 앞두고 있었다.


반면 적들은 상대도 안된다는 듯 손을 털더니 유일하게 남은 자신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온다.


자신이 보고 들었던 나약한 로마군과 상반되게 절제된 살기와 흉폭함을 내뿜은 채로.


그 모습을 보니, 손발이 떨리고, 절로 오줌이 새어 나왔다.


엄마가 무척 보고 싶었다.


*****


반달 해적들 중 겨우 열이 넘어가지 않은 숫자의 적들에 불과했지만 퀸투스는 피해 없이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경비병들은 적들의 시체에서 플룸바타를 회수한 뒤 그걸 다시 허리춤에 쟁였고, 메투스는 석궁에 화살을 재었다.


힐데아와 루키우스는 검으로 직접 적의 목을 벤 뒤 검에 묻은 피를 바닥으로 털어냈다.


퀸투스는 그 모습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저들의 모습은 웬일인지 평상시의 모습과 달라 보였다.


저택에서 하품을 하며 자리를 지키던 경비병조차 이 순간만큼은 실수 하나 없이 플룸바타를 던져 적들의 목숨을 끊었고, 연병장에서 매일 자리를 지키며 훈련을 하던 힐데아는 콜로세움의 노련한 검투사처럼 적을 한 칼에 해치웠다.


힐데아야 그럴 수 있다. 그녀는 이미 자신과 결혼하기 전에 오빠인 리우비길드를 털어버리던 여자니까.


오죽하면 고트족 사이에서 ‘그 여자’라고 따로 부르지 않던가?


그러니 그녀가 이렇게 능숙하게 적들을 베어 넘기는 건 고개를 끄덕일 만큼 당연했다.


사실 퀸투스는 루키우스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자신에게 당당히 군인이 되겠다고 선언한 아이.


이미 태어날 때부터 힐데아와 같이 대련을 하며 전투 솜씨를 갈고 닦았던 아이.


허나 이제 태어난 지 10년 밖에 지나지 않았다.


12살이면 어른이라고 말하는 이가 있지만 로마군에 입대하기 위한 최소 나이가 17살이다.


즉 로마군 입장에서 본다면 루키우스는 한창 아이나 다름없었다.


생각과 행동은 아이답지 않지만 젖살만 보면 영락없이 어린아이였다.


몸집이야 제 형 푸블리우스와 맞먹을 정도로 컸지만.


‘암만 그래도 아이인데···. 그런 녀석이 이렇게 손쉽게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건가? 정말로?’


퀸투스 자신조차 처음 사람을 죽였을 때는 충격을 먹어 한동안 식음에 잠길 정도였다.


하지만 루키우스에게 그런 낌새는 전혀 없었다. 설마 힐데아가 이런 경험을 그 아이에게 익히게 할 거라 생각하진 않았다.


자신이 아는 힐데아는 싸움을 과하게 좋아할 뿐 인성이 엇나간 여자는 아니었다.


혹시 그녀가 루키우스에게 살인 경험을 심어줬어도 사람을 이리도 능숙하게 죽이진 못할 거다.


‘능숙하게···.’


이제 딱 한번이지만 루키우스는 능숙하게 사람을 죽였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듯.


거기다 살인을 즐기지도 않았다.


살인을 즐기는 사람은 사람을 죽일 때, 즐겁다는 듯 웃음을 띠기 마련이다.


하지만 루키우스는 살인을 할 때, 즐기기는커녕 마치 사냥꾼이 사냥감을 잡은 듯 사람을 죽였다.


마치 필요하니까 살인을 한다. 이렇게 보였다.


퀸투스는 루키우스의 이런 면모에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하지만 루키우스의 숨겨왔던 모습은 이제부터 발휘되기 시작했다.


“아버지. 저쪽 골목에 창, 검을 든 사람이 보입니다. 표정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뿔뿔이 흩어진 자경단으로 보이는데, 일단 거두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골목에서 어쩔 줄 모르던 자경단을 발견해 거뒀고.


“저쪽 불타는 건물에 아직 피신하지 못한 사람들이 보입니다.”


“이미 입구가 막혀있지 않느냐? 구하다가 우리가 다칠 것 같다.”


“저기에 구멍이 보입니다. 누군가 도둑질하려는 목적으로 파둔 모양인데, 일단 저 구멍으로 가면 저 안에 있는 사람들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식으로 구출 작전을 벌여 불타는 건물 안에 피신하지 못한 시민들을 구조했다.


시민들은 당연히 퀸투스를 환호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나리!”


“앞으로 세금은 나리께 내겠습니다.”


“반달 해적은 저쪽으로 갔습니다.”


이런 식으로 환호와 칭송을 받고, 또 적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얻었고.


“저기 가로수 주변 수풀에서 적들이 매복했습니다. 이대로 놔두고 가면 자경단과 시민들이 다칠 우려가 있으니 우리가 처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매복한 적들을 처리했다.


물 만난 물고기처럼 루키우스는 신들린 맹활약을 펼쳤다.


도시 곳곳에 흩어지다 퀸투스에게 거둬졌던 자경단원들도 이런 루키우스의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나리. 나리의 아들은 원래부터 이랬습니까?”


“나도 이런 모습은 처음이야.”


“우리가 있는 곳을 정확히 찾아내는 건 물론이고, 적들의 위치까지 확실히 알지 않습니까? 나리의 아드님은 주님께 축복이라도 받으셨습니까?”


자경단의 감탄사에 퀸투스는 미소를 띠우며 대답했다.


“받았으니 도시에 뿔뿔이 흩어진 자네들을 거뒀지. 이게 신의 도움이 아니고 뭐겠는가?”


“하하. 그것 참 맞는 말씀입니다! 나리!”


퀸투스는 시기적절한 대답으로 일행 모두의 사기를 드높였다.


“적들은 성당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가 그쪽으로 가면 그놈들의 뒤통수를 찰지게 때릴 수 있다. 그러니 가자!”


퀸투스의 말에 저택의 경비대와 도시의 자경단이 답할 수 있는 건 하나였다.


-와아아아아!-


실전은 이게 처음인 사람들인데도 지금의 모습은 승전을 연거푸 거둔 병사들처럼 함성을 내질렀다.


그들도 아는 것이다. 자신이 이기고 있다는 것을.


원래 로마군은 이기는 싸움에선 전투력이 5배나 치솟는 인종이다.(여기에 고트족을 포함한 몇몇 게르만 계열 사람들이 있지만 이미 그들 마음은 로마인이 되었으니 로마인이라 치자.)


지금껏 로마군이 줄줄이 패배한 이유는 그들이 지고 있는 싸움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후일 로마가 속한 대륙의 동쪽 끝 반도에서 이러한 특성을 물려받게 됐으니 그들이 어찌 로마의 후예가 아닐 수 있겠는가?


“아버지. 이제 사람들도 적당히 모였으니 오와 열을 맞추는 것이 좋겠습니다.”


루키우스가 너무나 당연한 진언을 건네자 퀸투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외쳤다.


“병사들은 대열을 갖춰라.”


퀸투스의 지시에 병사들은 용맹정진하게 대열을 갖추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고개를 돌려 서로를 바라보며 수군거리다 이내 한 사람이 퀸투스에게 나서서 물었다.


“줄 당 몇 사람씩 섭니까?”


그 물음에 퀸투스는 아차 싶었다.


저택의 경비병과 도시의 자경단은 소속 자체가 다른 법.


현대 군인들도 생활관이 다르면 장구류 놓는 위치가 미세하게 달라지기 마련인데, 소속 자체가 다르니 오와 열을 어떻게 맞춰야 할지 몰랐다.


퀸투스는 루키우스를 그윽하게 바라봤고, 루키우스는 그 시선에 곧장 진언을 건넸다.


“도로 간격을 가늠할 때 한 줄 당 열 명씩 맞추는 것이 좋겠습니다.”


“들었지? 당장 그렇게 하게.”


“옛!”


그제야 병사들은 줄 당 열 명씩 서며 대열을 갖췄다.


퀸투스는 스파타를 앞으로 내지르며 외쳤다.


“전진!”


그 말과 동시에 병사들은 앞을 향해 나아갔다.


척척 발걸음을 맞추며 나아가는 게 예전에 잃어버렸던 정예로움을 되찾은 듯했다.


루키우스는 퀸투스와 함께 전진하며 아까 전처럼 재잘대며 퀸투스에게 상황을 알렸다.


그럴 때마다 루키우스를 바라보는 퀸투스의 눈빛은 한층 더 짙어졌지만.


*****


타라코의 성당을 향해 걸어가니, 성당의 모습이 저 멀리서 보였다.


루키우스가 아까 했던 것처럼 성당 안의 상황을 느꼈다.


‘저 빌어먹을 놈이!’


‘어서 뚫어! 저 안에 우리가 필요하던 것들이 있다!’


전신 무장을 한 사람과 자경단으로 보이는 병사 스무 명이 대열을 이룬 채 성당 입구를 틀어막으며 적들을 간신히 막아내고 있었다.


마음이 급한 적들 몇몇이 성당 안으로 발을 내디디려고 하자 전신 무장을 한 사람이 외친다.


‘이 도둑놈이 주님의 터에 발을 내디뎌?! 불경한 놈!’


외침과 함께 그의 철퇴가 적의 가슴을 향해 휘둘러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적은 퍽 소리와 함께 뒤로 나뒹굴어진다.


분명 철제 갑옷을 입었음에도 철제 갑옷은 철퇴를 이기지 못한 채 뭉개지고, 몇몇 부분은 깨지고 말았다.


갑옷이 이 모양 이 꼴인데, 갑옷으로부터 보호 받는 가슴 쪽은 말할 것도 없었다.


바닥에 쓰러진 적은 갈비뼈가 부러졌는지 컥컥 소리를 내며 피를 토해냈다.


‘난 성당 안에서 주님의 은총만 바라보는 놈들과는 다르다. 난 맨주먹으로 네놈들의 머리통을 터뜨릴 수 있다. 주교 앞에서 깝치지 마라!’


그는 그렇게 외치며 철퇴로 다른 적의 종아리를 내려쳤다.


이 위압감에 세상 두려운 줄 모르던 반달 해적들도 긴장한 얼굴로 이 무시무시한 ‘전투 주교’를 마주 봐야 했다.


이 모든 걸 느끼던 루키우스조차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티치아노 주교님은 매번 나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네.’


그야말로 타라코의 실질적인 영주 같은 모습이었다.


평상시 생각해왔던 주교의 이미지와 상반되는 모습에 루키우스는 머리가 어질어질했지만 일단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아버지. 지금 성당 안에서 주교님이 전신 무장을 한 채 버티고 있습니다.”


“이런 빨리 구해줘야겠구나!”


퀸투스는 티치아노가 전신 무장을 했다는 사실을 궁금해하지 않고는 얼른 검을 앞으로 내뻗으며 외쳤다.


“성당에서 적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적들의 뒤통수를 후려칠 절호의 기회다! 가자!”


-와아아!-


병사들은 대열을 유지한 채 빠른 발걸음으로 적과의 거리를 좁히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함성 소리에 성당에 정신이 팔려있던 반달 해적들이 이제야 뒤를 쳐다봤지만.


“아니 벌써 수습했다고?!”


“도시에 불을 지르던 놈들은 어떻게 한 거야?!”


“젠장! 여기에 있으면 앞뒤로 포위당한다! 어서 빠져나가야 해!”


“아가리 닥쳐! 이대로 뿔뿔이 흩어지면 저놈들에게 몰살당하는 거 몰라?!”


“몇몇 새끼들은 빨리 대열을 이뤄 저 녀석들을 막아내! 어서!”


“대열을 이룬다고 저놈들을 막아낼 수 있을 거 같아!? 어서 튀어야 한다니까?!”


이렇게 횡설수설 말을 내뱉으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결국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몇몇 인원들이 대열을 이뤄 퀸투스의 병사들을 맞이했지만.


-콰앙!-


이기는 싸움에 전투력이 5배나 치솟는다는 로마군 앞에 반달 해적의 어설픈 대열은 간단하게 부서지고 말았다.


폼페이우스 경비병과 타라코의 자경단이 반달 해적의 뒤통수를 후려갈기자 ‘전투 주교’ 티치아노가 급히 외쳤다.


“원군이 왔다! 이제 이 주님의 신성한 곳을 약탈하려는 놈들을 주님의 심판대에 올려 보낼 시간이다!”


성당을 지키고 있던 티치아노와 자경단은 그 대열 그대로 반달 해적을 향해 전진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포위를 당한 반달 해적들은 어떻게든 돌파구를 만들어 이 포위망에서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퍼억! 콰앙!-


어느 강인한 여전사가 포위망을 빠져나가려는 반달 해적 하나를 스파르타 발차기로 걷어차 포위망 안으로 도로 밀어 넣고, 전신을 무장한 전투 주교가 야구 선수에 빙의하여 철퇴로 반달 해적의 배에 홈런을 쳐 포위망 안으로 도로 밀어 넣으니 자연히 그들의 전의는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때, 현명함과 멍청함이 드러나기 마련.


현명한 몇몇이 무기를 땅바닥에 던져버린 뒤 손을 번쩍 들기 시작하자 그제야 덜 현명한 이들도 무기를 버리고 손을 번쩍 들었다.


“누가 맘대로 손을 들어?! 손 안 내려?!”


몇몇 멍청한 이들이 현명한 이들에게 욕을 쏟아내며 전투를 지속하려고 했지만.


-퍼억!-


“컥!”


멍청한 이는 현명한 이들에게 두들겨 맞으며 제압당했다. 이 또한 위대한 자연 선택의 과정이니 어찌 주님의 축복이 아니겠는가?


성당에 불경한 발을 내디딘 무리들은 퀸투스와 티치아노의 협공에 프레스로 찍히듯 납작해지고 말았다.


작가의말

선작과 추천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4

  • 작성자
    Lv.50 백제어라하
    작성일
    24.08.28 20:37
    No. 31

    조선은 역시 로마의 적통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2 볼트맨형님
    작성일
    24.08.28 20:39
    No. 32

    ㅎㅎ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6 k2******..
    작성일
    24.09.19 00:56
    No. 33

    로마는 기독교 때문에 망했다고 생각합니다.종교문제라 다루기 힘드시더래도 기독교를 받아들였기에 나왔던 패단들은 한번쯤 그려져야 하지 않으까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2 볼트맨형님
    작성일
    24.09.19 01:03
    No. 34

    그 부분은 오해의 여지가 많습니다.

    오히려 기독교 덕분에 고대 로마의 기술 대다수를 보존할 수 있었습니다.

    로마가 붕괴하면서 생긴 행정적 공백을 이 기독교가 메웠죠.

    독자님이 말씀하신 기독교의 폐해는 십자군 전쟁이 시작될 때부터 시작되어 면죄부를 판매하면서 극대화됐죠.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폼페이우스가 멸망하는 로마를 집어삼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5 35편. 루키우스가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38 24.08.26 4,113 215 18쪽
34 34편. 싸울 마음을 품게 하는 방법. +32 24.08.25 4,051 193 18쪽
33 33편. 수에비 족은 전쟁을 선택했다. +30 24.08.24 4,193 191 17쪽
32 32편. 갈 수밖에 없다면 최대한 이득을 보고 간다. +38 24.08.23 4,236 185 17쪽
31 31편. 로마군에 없던 새로운 전술과 훈련법. +26 24.08.22 4,353 193 18쪽
30 30편. 훈련 대장(?) 루키우스. +22 24.08.21 4,348 188 17쪽
29 29편. 누군가는 희망을 누군가는 절망을 그리다. +20 24.08.20 4,441 172 18쪽
28 28편. 1년이 지났으니 성과가 나왔어요! +22 24.08.19 4,469 196 18쪽
27 27편. 이 범선은 도착점이 아니라 시작점. (내용 추가) +54 24.08.18 4,685 170 17쪽
26 26편. 어머니를 위한 특별한 선박. +20 24.08.17 4,657 199 16쪽
25 25편. 인쇄기는 종이와 세트 아이템 아님? +30 24.08.16 4,628 199 18쪽
24 24편. 종이를 발명했다! +30 24.08.15 4,752 208 18쪽
23 23편. 운명의 동반자. +22 24.08.14 4,876 201 17쪽
22 22편. 세상을 아는 것이야말로 하나님을 증명하는 것. +18 24.08.13 4,930 191 16쪽
21 21편. 여기선 씨앗 막 뿌리기가 전통. +38 24.08.12 5,173 216 18쪽
20 20편. 누군가는 계약하고, 누군가는 계승한다. +20 24.08.11 5,218 207 18쪽
19 19편. 넌 결혼하지 마라. 내 꺼니까. +34 24.08.10 5,429 234 17쪽
18 18편. 가이세리크와 대면하다. +12 24.08.09 5,080 197 18쪽
17 17편. 이것조차 계획. +22 24.08.08 5,281 188 18쪽
16 16편. 너는 여기서 루키우스랑 같이 죽는 거야. +24 24.08.07 5,565 212 18쪽
15 15편. 교회 자작농 연합. +16 24.08.06 5,674 198 18쪽
14 14편. 서로마의 곡창지대를 훔치려는 자. +6 24.08.05 5,898 214 19쪽
13 13편. 꼴 받게 만드는 놈을 망하게 하는 방법. +42 24.08.04 6,082 218 14쪽
12 12편. 에덴의 뱀보다 더 사악한 녀석. +30 24.08.03 6,458 215 14쪽
11 11편. 반달 해적이 타라코로 쳐들어 간 이유. +36 24.08.02 6,806 249 19쪽
» 10편. 루키우스의 사람답지 않은 활약. +34 24.08.01 6,709 276 18쪽
9 9편. 호흡이 느껴진다. +22 24.07.31 6,948 245 15쪽
8 8편. 파멸적인 미래를 막기 위한 열쇠. +36 24.07.30 7,334 248 16쪽
7 7편. 충성의 상대와 절대. +24 24.07.29 7,782 274 15쪽
6 6편. 얼마 없기에 비싼 값에 팔아야죠. 외삼촌 +30 24.07.28 7,746 289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