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온라인 테이아

3월 첫째 주 (4)

-달토끼하고 라쿤???

-짐승 최약체들을 고용했어? 그것도 100마리나?

전투력 최하위의 달토끼와 라쿤을 고용하는데 5만이나 썼다.

-알았다! 함정형 던전 만들려는 거구나!

“1일 차 정답입니다.”

-1일 차?

신소율은 생긋 웃으며 고용한 부하의 정보를 보여줬다.

[달토끼1]

직업 : 농부 1레벨

기술 : 농사D

[달토끼13]

직업 : 태권도 선수 1레벨

기술 : 앞차기D

[라쿤1]

직업 : 건축가 1레벨

기술 : 톱질D

[라쿤81]

직업 : 마술사 1레벨

기술 : 돌팔매D

달토끼의 초기 직업은 농부와 태권도 선수.

라쿤은 건축가와 마술사다.

“이리 모여봐.”

신장은 1m가 겨우 넘고 귀와 꼬리가 달린 두 종족이 신소율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건축가는 나가서 나무 베어와. 던전 뒤에 숲이 있어. 마술사들이 따라가서 경호하고.”

20마리의 라쿤 목수가 어디서 꺼냈는지 톱을 들고 던전을 나간다.

라쿤 마술사들이 뒤를 따라갔다.

“선수들은 던전 입구에 구덩이를 파. 10m 간격으로 30개.”

30마리의 달토끼 태권도 선수는 삽을 꺼내 들고 땅을 팠다.

-삽 쥔 자세가 훌륭하네!

“당근하고 양배추 사다 줄 테니까, 농부들은 던전 안쪽에다가 밭 갈고 있고.”

부하를 고용했다고 끝이 아니다.

밥 챙겨줘야지, 잘 곳 지정해야지, 무기 파손되면 그것도 사 줘야지.

4대 보험만큼은 아니지만 준비할 게 한 덩이다.

“던전 팁입니다.”

카메라를 봤다.

“짐승 종족을 키울 때는 농부를 고용해 구석에다 밭을 만들어 보세요. 자급자족이 가능하기에 매일 상점에서 식량을 살 필요가 없습니다.”

대다수 플레이어는 던전에 밭, 과수원, 목장 같은 농업 시설을 두는 걸 꺼린다.

-멋대가리 없어.

-그냥 전투로 점수 벌고 말지.

공간만 차지한다는 인식이 대부분.

“자급자족은 부하들이 마을 만드는 걸 촉진합니다.”

마을이 생기면 짐승 종족은 자기들끼리 번식하고 싸워 서열을 정한다.

“마을 안에서는 집단을 이끄는 대표. 족장, 장로 같은 보스가 생겨나죠. 보스의 가치는 굳이 말 안 해도 아시죠?”

같은 종족에 비해 월등하게 강한 보스 몬스터.

보스는 고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던전 부하가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거라서 던전 주인한테는 희귀품이다.

-밭이 보스 촉진한다고? 억지 아냐?

-그러게. 테이아 커뮤니티에서도 이런 정보는 못 들었다고.

-형, 거짓부렁이면 손모가지 날아간다?

이 사람들, 속고만 살았는지 믿지를 못한다.

시청자의 불신에 신소율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증거를 보여드리죠. 일주일 안으로 보스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일주일? 말도 안 되지! 내가 E급 짐승 던전 경영하면서도 보스 한 번 못 봤다!

-내기하자! 벌칙 걸어!

-못 지키면 팬티 하나 입고 마을 뛰어다니기!

-그걸로는 약하지! 머리에 팬티는 뒤집어써야지!

채팅창에 온갖 악랄한 벌칙이 도배됐다.

“괜히 말했나?”

후회가 물씬!

-하지만 이미 늦었어!

“실패하면 제 인생 흑역사 당첨인데, 성공하면 아무것도 없나요?”

-오빠라고 불러줄까?

-연예인 전화번호 가르쳐 줄게요!

“사양하겠습니다. 그냥 채널 등록하고 추천 눌러주세요.”

이걸로 하나 배웠다.

“시청자와 내기하지 말자.”

30분이 지나자 허기졌는지 부하들의 움직임이 굼떠졌다.

아직 밭이 만들어지지 않았기에 신소율은 상점에 들어갔다.

“상점 접속.”

[무　기 F]　　　[방어구 F]

[장신구 F]　　　[소모품 F]

던전 시스템이 운영하는 상점이다.

“검색 ‘식료품’.”

[소모품 F]

감자　　　　　　1

고구마　　　　　 1

당근　　　　　　 1

무　　　　　　　 1

보리　　　　　　 1

양배추　　　　　 1

양파　　　　　　 1

옥수수　　　　　 1

호박　　　　　　 1

호밀　　　　　　 1

던전 점수 4만

“당근 500개, 양배추 500개.”

땅 위에 주황 당근과 초록 양배추가 우르르 쌓인다.

200개는 부하들 끼니로 주고, 나머지 800개는 달토끼 농부에게 줬다.

“이거 밭에 심어서 잘 키워. 너희들 식량이야.”

깡충깡충!

양배추를 든 달토끼들이 폴짝폴짝 뛰었다.

[부하들이 기뻐합니다.]

던전 운영 경험 +300

[레벨 업!]

신소율은 직업 정보를 살폈다.

[초보자 12레벨]

체력+4, 지식+3, 근력+1, 내구+1, 민첩+1

전직 목록+

“11레벨이나 올랐어?”

-형, 영웅 찍었잖아.

“아, 경험치 3배?”

재능 있는 게 좋기는 하네.

“밥 다 먹었으면, 건축가는 벌채한 나무를 이쑤시개처럼 날카롭게 깎고, 선수는 이쑤시개를 너희가 판 구멍에다가 심어 놔.”

던전 입구에 만들어진 폭 1m에 깊이 2m의 구덩이.

신소율은 그 아래에 뾰족한 이쑤시개를 여섯 개씩 심었다.

“흐흐 얘들아. 위에 풀 살짝 얹어서 위장해라.”

나쁜 짓을 하니까 절로 미소가 지어지네.

-저 형 못됐다.

-눈으로 보기에는 던전 점수로 만든 것과 별 차이 없어 보이는데?

-그럼 대박 아냐? 저거 점수로 만들려면 100은 하잖아?

“궁금하면 한 번 비교해 볼까요? 건설 목록, 함정.”

[군사 시설 F]

나무 울타리　　　　100

구덩이　　　　　 　 10

비누칠　　　　　 　 70

대나무 압정　　　 　 70

사다리 밧줄　　　 　 70

해바라기 미사일　　 100

던전 점수 39,000

“구덩이에 대나무 압정을 설치하면 비슷하겠네요.”

함정은 중복 설치가 가능한 게 많다.

구덩이를 파고 가시나무를 놓으면 가시 구덩이.

구덩이 아래에 대나무 압정을 집어넣으면 압정 구덩이.

-그럼 달토끼가 만든 구덩이가 80원의 가치가 있다고?

-30개 만들었으니 2,400원 이득이네?

잉여 종족으로 유명한 달토끼와 라쿤이 이런 쓸모가 있을 줄이야!

-에이! 그건 아니지.

-그래봤자 하급 함정이야. 큰 피해는 못 준다고.

-함정 뒤에 몬스터 배치하면 되죠. 침입자가 걸렸을 때, 쓱싹.

-근데 함정 만들자고 라쿤 같은 거 100마리 고용하는 건 좀 그렇지 않음?

-그건 그래요.

-판결! 쓸데없음!

무쓸모로 결론 났다.

“성급해라.”

아직 진짜 가치를 보여주지 않은 신소율 입장에서는 억울할 따름.

“일주일 뒤에 그 말을 뒤집어 드리죠. 지금은 던전 기초 공사를 정리하겠습니다. 구조 권한.”

[구조 권한]

1. 던전의 구조를 제어한다.

2. 던전에 지형을 추가한다.

3. 던전의 기상을 변화한다.

4. 던전 기술을 구매한다.

5. 던전을 진화시킨다.

F > E : 100만

“구조 제어.”

[던전 구조]

지상 진출　　　　　1천

입구 추가　　　　　1백

던전 개방　　　　　1천

　　　　:

층을 나눈다.

2층　　　　　　　4,000

3층　　　　　　　9,000

　　　　:

외형을 변경한다.

저택　　　　　　　1천

선박　　　　　　　1천

탑　　　　　　　　1천

　　　　:

“지상으로.”

우르릉 진동과 함께 던전이 솟아올랐다.

0.5층 반지하에서 1층 지상으로 나왔다.

“달토끼와 라쿤이 살 집도 지어줘야죠. 지형 추가.”

[지형 추가] 단위(M)

초원　　100×100　　　1천

언덕　　20×20×10　　1천

숲　　　100×100×10　1만

호수　　100×100×20　2만

　　　　:

던전 점수 38,000

“언덕 4개. 위치는 저쪽.”

달토끼와 라쿤은 작은 언덕 안에 토굴 집을 만들어 살아간다.

이 언덕들은 침입자의 진로방해 목적이 아니라, 달토끼와 라쿤의 아파트로 쓸 거라 입구에서 먼 뒤쪽에 배치했다.

아까처럼 우르릉 진동이 생기더니 평평한 땅 위에 언덕이 생겨났다.

“모두 일 멈추고 언덕으로 가서 집 파.”

깡충깡충.

[부하들이 기뻐합니다.]

던전 운영 경험 +300

[레벨 업!]

글자를 치우고 신소율은 던전 중앙으로 향했다.

“공략 조건만 설정하고 오늘 방송은 끝내죠.”

-조건 뭐로 할 거야?

신소율은 이 던전의 사장님이다.

돈(던전 점수)을 벌려면 당연히 손님(침입자)을 받아야 하며,

“손님이 가장 좋아하는 보물찾기로 하죠. 던전도 일종의 서비스업이니까요.”

침입자가 많이 방문해야 던전 점수를 많이 습득할 수 있다.

“던전의 개성은 공략 조건에 영향을 받는다는 건 아시죠?”

[던전 공략 조건]

생존 : 20~40분 생존

보스 : 지정한 대상 1명 처치

사냥 : 던전 부하 10~30명 처치

탐험 : 던전 탐색 20~80%

발자취 : 지정한 장소(지형, 건물)에 도착

보물찾기 : 지정한 물건 획득

택배 : 지정한 대상에게 물품 배달

수집 : 지정한 물건 5~10개 획득

도둑질 : 지정한 물건을 찾은 후 특정 장소에 도착

　　　　　　　　:

던전에 들어온 침입자는 던전 주인의 설정한 공략 조건을 달성해야 한다.

“침입자는 주인이 설정한 조건을 달성함으로써 던전을 공략.”

공략자는 던전을 공략하면 보상을 얻는다.

“물욕이 폭발하는 침입자를 유인하기 위한 가장 좋은 조건은 보물찾기죠.”

보물 싫어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물론 지금 제 던전은 F등급이니까 비싼 건 무리입니다. 일단은 상점 검색 ‘장신구’.”

[장신구 F]

밀짚모자　　　　　 1,000

토끼 머리띠　　　　1,000

바람개비 머리핀　　 1,000

장미 화환　　　　　1,000

백합 귀걸이　　　　1,000

첫눈 목걸이　　　　1,000

실 반지　　　　　　1,000

조각 팔찌　　　　　1,000

던전 점수 34,000

장신구 상점이 F등급이라 물건이 8개밖에 없다.

던전 점수로 상점 등급을 올릴 수 있지만, 아쉽게도 돈이 없으니 패스!

“모든 장신구 4개씩.”

[밀짚모자]

이동속도 +15cm (레벨)

내구도　16,000/16,000

생명이 30% 아래일 때는 몬스터가 추격하지 않는다.

[토끼 머리띠]

높이뛰기 +15cm (레벨)

내구도　16,000/16,000

생명이 30% 아래일 때는 2배를 높이 뛴다.

　　　　　　　　:

[백합 귀걸이]

마법 방어 +4.5 (레벨*0.3)

내구도　10,000/10,000

5분마다 보유한 상태이상 한 가지를 제거한다.

[실 반지]

마법 방어 +4.5 (레벨*0.3)

내구도　13,000/13,000

최대 생명의 절반이 넘어가는 피해를 입었을 때, 실 반지가 대신 끊어진다.

좋은 성능은 아니지만 초보자들이 용돈으로 삼고 싶을 정도는 된다.

“오히려 너무 비싼 물품은 레벨이 높은 공략자를 불러 모을 수 있으니 적당한 걸 사용하세요.”

-하긴! 양심도 없이 초보자 던전만 찾는 공략자도 있으니까.

-나 리셋할까봐 E던전만 돌아다니는데?

-너였냐!

“자자, 진정하시고. 던전 공략 조건 보물찾기 선택. 보물 지정, 장신구들.”

32개밖에 없는 장신구가 매진될 때를 고려해서, 공략 조건으로 탐험도 추가했다.

“그리고 던전 이름 변경 ‘시골 던전’.”

던전 정보가 갱신됐다.

[시골 던전]

등급 F

주인 신소율

공략 조건 2개

탐험 : 던전 탐색 70%

보물찾기 : 장신구

공략 횟수 0

이제 시골 던전으로 입장한 공략자들은 던전을 돌아다니거나, 지정한 장신구를 습득하면 던전을 공략하게 된다.

“이제 보물을 숨겨 볼까요?”

-형! 땅 10m 정도 파고 거기다 묻어.

-크크크, 윗분 양심에 털 났음.

-공략자 진짜 열 받겠다.

시청자 말대로 한다면 장신구를 빼앗길 일은 거의 없겠지.

탐색 기술을 보유한 모험가 직업이 아니면 땅속에 숨겨진 보물을 찾기 어려우니까.

“하지만 그러면 던전을 찾는 침입자가 줄어들겠죠. 저는 여러분에게 던전의 빠른 성장 법을 보여드릴 겁니다.”

개인 방송을 계획할 때 생각했다.

“경험자인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는 던전 경영!”

시청자에게 던전 운영의 팁과 성장법을 알려줌으로써 인지도를 얻으리라!

“그렇게 되면 연예계 기획사에서 스카우트가 오겠지!”

-형 침 흘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