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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꽃잎
작품등록일 :
2024.07.26 19:47
최근연재일 :
2024.09.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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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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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3월 둘째 주 (3)

DUMMY

신소율은 주민 엄마 아빠가 있는 오두막으로 향했다.

공략자로 활동하려면 먼저 도시에 있는 공략 협회를 방문해야 해서, 먼 길 떠나기 전에 인사차 들렸다.


“우리 아이, 벌써 다 컸구나.”


생후 1주일. 돌잔치도 하지 않은 아이지만, 유아기 건너뛰기로 10살부터 시작해서 배꼽 높이까지 온다.


“가면서 굶지 말고.”


엄마가 구리 동전 10개와 군고구마 3개를 챙겨 줬다.


“조심해서 갔다 오렴.”

“응!”


     *     *


길을 걷다 옛 회사 겸 던전을 보게 됐다.


[시골 던전]

등급 F

주인 -

공략 조건 5개

등수 : 3등

시간 : 4분 안에 완주(마법, 지원, 생활 직업은 8분)

도둑질 : 토끼 머리띠 뺏어서 완주

술래 : 달토끼가 완주하기 접에 접촉

도망 : 라쿤에게 잡히지 않고 완주

공략 횟수 888


고등학생이 자신이 졸업한 초등학교를 방문하면 이런 기분일까?


“물론 아니지.”

-형 쫓겨나고 어떻게 변했을까?

-주인 없어졌으니 다들 늘어지게 놀고 있겠지?

-형! 파산한 던전 구경하고 가자. 막 파산한 따끈따끈한 던전!

“그럴까요?”


장난끼 가득한 시청자의 짓궂은 제안을 신소율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제 내 집 아니니까!”

-퇴사한 직장인 마인드?

-회사에 사표 쓰고 나온 직장인처럼 후련해 보이는 건 착각이야?

“그러고 보니 던전 주인도 아니겠다. 나중에 여기나 공략하죠!”

-캬!


애정을 지니고 키웠던 자기 던전을 공략하겠다는 참신한 발상에, 시청자들이 채팅창에 엄지를 척 든 이모티콘을 쏟아냈다.


“생각해 보세요! 제가 여기 사장이었기에 던전 부하의 숫자, 레벨. 사용하는 무기와 침입자를 대응하는 방식은 물론, 함정의 배치까지 알고 있잖아요?”


이건 뭐, 도둑한테 경비원 순찰 시간표를 준 거나 마찬가지지.


“즉! 내 던전이야말로 나한테 가장 만만한 던전! 경험치 덩어리!”

-이 형 또 이러네.

-자기 집을 털겠다니.

-머릿속에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하다.

-하지만 이론적으로는 그럴듯한데?

-그리고 실습하면 망하는 타입.

-해봐 형. 성공하면 추천할게!

-실패하면 추천 취소하고!


시청자의 응원에 신소율은 가볍게 손뼉을 쳤다.


“좋아! 그럼 말 나온 김에 당장 공략하죠!”

-어? 지금 당장?

-혼자서?

“지금 바로! 나 홀로! 공략 시작합니다!”


래퍼처럼 리듬을 타며 소리치는 신소율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어이가 없었다.


-아니, 아니. 이 집은 라미아 때랑은 상황이 다르다고.


저택 던전은 며칠 동안 신소율이 라미아를 밖으로 유인해 사냥했기에, 저택 내부에 남아 있던 라미아들이 스물도 안 됐다.


반면 시골 던전은 인구수 효과를 위해 숫자를 300마리 이상 유지하고 있고.


“정확히는 달토끼, 라쿤 다합쳐 391마리죠!”

-거기다 토깽이들. 라미아 잡으면서 레벨도 많이 올랐잖아?

-형. 라미아 던전이 편의점에서 혼밥하는 거였다면, 형네 던전은 고깃집에서 혼자 삼겹살 구워 먹는 난이도라고!

“헐, 고깃집 수준입니까?”


분식집까지는 혼밥을 해봤지만, 고깃집은 도전해 본 적 없는 신소율은 잠깐 고민했다.


“그래도 동료를 찾아 공략 협회까지 갔다 오면 시간이 오래 걸려요. 그럼 던전이 제 기억과 다르게 변할 수 있고.”


던전 주인이 없어도 던전은 돌아간다.

특히 던전 보스가 남은 던전은, 보스의 지휘 아래 던전을 관리하며 성장한다.

라쿤이 추가로 함정을 건설하고, 달토끼의 레벨이 오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럼 자기 던전을 터는 의미가 없죠!”

-그럼 장비라도 챙겨.

-물약이라도 챙기는 게 어때요?


신소율은 고개를 저었다.


“파산으로 던전 주인 자격이 박탈되면서, 이제 던전 상점은 이용 못 하잖아요?”


이제 물품을 사려면 도시에 있는 상점을 직접 방문해서, 던전 점수가 아닌 동전으로 구매해야 한다.


“근데 돈이 없어요···.”

-아니, 공략자들이 물건 많이 남겼잖아?

-아까 접속하자마자 래로래빗 다 줬잖아.

-아···.


얘들 입으라고 다 건네줬다.

덕분에 현재 가진 장비라고는 옷 몇 벌뿐!


-우리 형 거지였네.

-파산이 이렇게 위험합니다. 여러분!


시청자들의 동정을 받으며 신소율은 옛 회사에 발을 들였다.

저택 던전에서 다친 생명은 엄마가 준 군고구마를 먹고 회복했기에 망설일 이유가 없다.


동굴로 진입하자 오늘 아침과 달라지지 않은 초원과 언덕이 보인다.

그리고 던전 보스도.


“방문을 환영합니다.”


파란 운동복을 입은, 다른 애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달토끼가 기다리고 있었다.


-래로다!

-진짜 모른 척하네?


파산으로 던전 주인의 자격을 잃었기에, 래로래빗의 눈에 신소율은 처음 보는 사람이다.


래로래빗은 침입자에게 시골 던전의 규칙을 설명했다.


“던전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저희와 달리기를 하셔야 합니다.”


규칙을 따르지 않고 무작정 던전 부하를 공격해서 경험치를 얻어도 된다.

던전 공략과 비교하면 보상이 쥐꼬리만 하고, 던전 부하와 싸워야 하는 위험이 있지만, 선택은 어디까지나 침입자의 몫이다.


친구도 없이 혼자 온 신소율은 물론 달리기에 참가했다.


래로래빗은 던전 외곽을 가리켰다.


“동굴 벽면을 따라 1바퀴를 돌면 완주입니다. 다만 트랙에는 함정이 설치되어 있고, 트랙을 벗어나면 진행 요원인 라쿤 마술사에게 공격받으니 조심하기 바랍니다.”


래로래빗이 동굴 입구와 가까운 출발선으로 침입자를 안내했다.


폴짝폴짝.

저게 단체복이었는지, 파란 운동복을 입은 달토끼 태권도 선수 8마리가 미리 와서 몸을 풀고 있었다.

신소율과 같이 뛸 친구들이다.


“침입자께서 혼자 방문했기에 이어달리기 경기는 할 수 없습니다.”


4명 이상 방문한 경우에만 이어달리기를 할 수 있다.


“어, 괜찮아. 나 친구 없어.”

-눈물이 앞을 가리네!


래로래빗도 참가할 생각인지 하얀 머리띠를 이마에 두르며 물었다.


“일반 경기와 술래잡기 중 어느 걸 선택하시겠습니까?”


등수 : 3등

시간 : 4분 안에 완주

도둑질 : 토끼 머리띠 뺏어서 완주

술래 : 달토끼가 완주하기 접에 접촉

도망 : 라쿤에게 잡히지 않고 완주


공략 조건 중 등수, 시간, 도둑질은 일반 경기.

술래와 도망을 달성하려면 술래잡기 경기를 선택하면 된다.


-형! 술래하자!

-난 도망에 한 표!

“그럼 저야 좋지만, 괜찮겠습니까?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날 텐데?”


신소율은 시골 던전의 전직 사장.

술래의 레벨(속도)과 이동 경로. 더해서 함정 배치까지 알고 있다.


“30초 안에 잡아보죠.”

-그럼 일반으로 갑시다.

-일반에 두 표!


시청자의 의견을 받아들여, 일반 경기 중 10인 달리기, 개인전을 선택했다.


경기까지 선택하고 나자 신소율을 비롯한 달토끼 9마리가 출발선에 나란히 선다.

트랙 바깥에서 목에 호루라기를 건 라쿤 하나가, 짧은 손가락 세 개를 들고 하나씩 접었다.


3, 2, 1, 삑!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힘차게 출발한 달토끼들.


신소율 양쪽에 서 있던 두 달토끼도 출발하자마자 앞으로 철퍼덕!

누군가 다리를 거는 바람에 앞으로 넘어졌다.


“낄낄낄! 방해하지 말라는 규칙은 없었지!”


출발과 동시에 다리 찢기로 경쟁자 두 명을 넘어트린 신소율이다.


-그러는 동안 나머지 7명은 벌써 저만치 갔다고!


다른 애들은 벌써 첫 번째 함정인 대형 줄넘기 앞에 도착했다.


착, 착, 착.

일정한 간격으로 돌고 있는 대형 줄넘기에 걸리면 무조건 넘어진다.

보통은 신중하게 들어가지만, 민첩한 달토끼들은 망설임 없이 폴짝폴짝 뛰어 벌써 안으로 진입하고 있다.


“괜찮습니다!”


힘차게 소리친 신소율은 넘어진 달토끼 둘을 양손으로 번쩍 들어 투포환 던진 듯이 투척했다.


끽! 찰싹! 우당탕!

던져진 달토끼1은 줄넘기와 부딪치면서 회전하는 줄을 엇박자로 만들었고,

덕분에 타이밍을 잡고 진입하던 달토끼들은 뒤통수에 줄이 걸려 차례대로 우당탕!


줄넘기 안쪽, 선두에서 달리던 래로래빗도 신소율이 투척한 달토끼2와 부딪쳐 바닥에 대자로 코를 박았다.


1등부터 9등까지 줄넘기 함정에 걸린 상황.

10등 신소율은 느긋하게 뛰어가 줄넘기 안으로 입장.


“끽!”


이제 막 정신 차리고 일어나는 래로래빗의 머리를 사뿐히 즈려밟고 1등으로 올라섰다.


-못 됐다.

-자기 부하를··· 참 못났다!

“이것도 작전입니다! 열심히 달려봤자 무슨 소용! 경쟁자를 탈락시키는 게 최고지!”

-전국에 있는 정정당당한 스포츠 선수들에게 사과하세요!


욕먹기 전에 죄송하다고 싹싹 빌면서 뛰었다.


폴짝! 폴짝!

화가 났는지 달토끼 선수들이 무서운 속도로 쫓아오고 있지만, 의외로 1등과 후발주자와의 거리 차이는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


“왼쪽 7m 앞이었나? 중앙 9m 앞이었나? 그냥 오른쪽으로 가자.”


트랙 곳곳에 잘 숨겨진 구덩이 함정이 있었지만, 함정의 배치를 알고 있는 전 사장님이 그런 거에 걸릴 리 없다.


거기다 저택 던전을 공략하고 스트릿 댄서 87레벨.

달토끼와 비슷한 레벨에, 래로래빗을 제외하고는 이동속도도 비슷하다.


-그 말은 우리의 희망이 래로뿐이라는 건가!

-힘내라 래로! 저 못된 인간에게 지지 마!


신소율이 고생하는 걸 보고 싶은 시청자들은 열렬히 래로래빗을 응원했고,

그 성원에 보답하듯 드디어 전 사장을 추격한 달토끼 보스가 1등 자리를 탈환하는 순간···.


“어퍼컷!”


신소율의 기습적인 오른손이 래로래빗의 턱을 올려 쳤다.

체형은 비슷하지만 근력은 신소율이 조금 더 높다.


빡!

경쾌한 소리와 함께 달토끼 보스가 땅에서 20cm 위로 붕 떴고, 신소율의 오른발 옆차기가 래로의 배를 가격했다.


뻥, 텅, 텅.

농구공처럼 튕긴 래로래빗이 초원을 구르다, 신소율이 아까 본 구덩이 함정 아래로 쏙 떨어졌다.


“끽!”


구덩이 안에서 서글픈 비명이 들려왔지만, 신소율은 모른 척 달렸다.


-이 무슨 끔찍한···.

-자기 던전 보스를··· 인간이냐?

-아, 래로는 갔습니다!


시청자들은 절망적인 상황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다행이라면 신소율이 어퍼컷을 날리는 동안, 후발주자 달토끼들이 턱밑까지 쫓아왔다.


“옆차기, 윈드밀, 토마스.”


퍽, 끽! 퍽, 끼욱! 퍽, 퍽, 퍽.

옆구리를 얻어맞고 구덩이 속으로 떨어진 달토끼가 셋.

미끄러운 거품 바닥 함정에서 윈드밀과 토마스에 나뒹굴며 서로 뒤엉킨 달토끼가 넷.


“이랴! 이랴! 34번 말! 더 빨리 달려!”


등에 매달린 신소율을 업고 낑낑거리며 걸어가는 달토끼 하나.


-···이거 레이싱 맞지?

-어디가?


스포츠 정신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엉망진창 경주!


왼쪽 눈에 멍이 든 얼굴로 구덩이에서 막 올라온 시골 던전 보스도 같은 생각인가 보다.


“달토끼34 기습.”

“어이쿠!”


래로래빗의 지시에 신소율을 업고 가던 달토끼가 뒤차기로 짐덩이를 떨쳐냈다.

물론 신소율은 능숙하게 피해 옆으로 착지했고.


“달토끼 31, 32, 33은 왼쪽에서 돌격 후 공격, 35, 36, 37은 오른쪽으로 질주 후 침입자의 앞을 차단.”

-래로 화났구나!


보스의 명령에 달토끼들의 움직임이 변했다.

달리기 모드에서 전투 모드로.


“너무 놀렸나 본대요?”

-암, 이해해! 그만큼 당했으니 이제 받은 만큼 돌려줘야지!


신소율도 진지하게 나서기로 했다.


“안녕히 계세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갔다.

1 : 9.

굳이 승산 없는 싸움을 할 필요는 없으니까.


“이대로 쭉 달려가면 1등으로 완주할, 꾸엑!”


잘 달려가던 신소율 등으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온 달토끼 한 마리!

둘이 사이좋게 바닥을 굴렀다.


래로래빗이 밀어차기 기술로 동료를 뻥 차서, 막돼먹은 침입자에게 날려버린 것이다.


-우당탕!

-잘한다 래로!

-캬! 주인 쏙 빼닮았네!

“아이고, 허리야. 잠, 잠깐만!”


그사이 거리를 줄인 후발주자들이 1등을 둘러싸고 뒷발로 신나게 밟았다.


“어이쿠! 어이쿠! 프리즈!”


[프리즈C]

그대로 멈춘다.

프리즈를 사용하면 지속시간 동안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지만, 대신 피해를 입지 않는다.

지속시간 : 2.6초 (레벨*0.03)

프리즈를 사용할 때 댄서와 접촉한 대상도 같이 프리즈된다.


-잘한다!

-얼쑤! 신명 나는구나!


신소율 머리 쪽에서 폴짝폴짝 뛰던 래로래빗은 침입자가 멀쩡한 걸 느꼈는지,

굳어 있는 침입자를 번쩍 든 다음, 가까이에 있는 압정 구덩이 함정으로 뛰어갔다.


“적당히 못 하냐?”


함정 바로 앞까지 도착하자 신소율은 프리즈를 풀며 뒤쪽으로 굴렀다.

동시에 양발바닥으로 래로래빗의 등을 꾸욱.


균형을 잃은 달토끼 보스는 함정으로 툭.


“휴우, 억?!”


겨우 한숨 돌리나 싶었는데, 추락하던 래로래빗이 신소율의 발목을 잡았고, 결국 둘 다 사이좋게 아래로 추락했다.


[출혈이 발생합니다.]

1초마다 생명 3 하락

0 : 59


“앗 따거!”


나무 압정에 등으로 떨어진 대가로 출혈 발생!


“끼익!”


그나마 래로래빗 얼굴이 밤탱이가 된 게 위안이다.


“낄낄낄 쌤통이다!”

-못났다, 진짜!

“흠흠.”


구덩이에서 나오니 안 좋은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1등 달토끼32  3 : 43 : 02

2등 달토끼37  3 : 43 : 52

3등 달토끼34  3 : 44 : 07

    :


신소율이 함정에 빠진 동안, 부지런히 달린 달토끼들이 하나둘 결승선을 지나치고 있었다.


-3등 글렀네!

-형! 아직 16초 남았어!


공략 조건 3등은 실패.

4분 안에 완주하는 조건도 16 아니 15초 남았다.


“15초면 밥 먹고 응가하러 갔다 와도 충분한 시간입니다!”


결승선까지 남은 거리는 고작 40m.

8초만 있어도 충분히 완주할···.


퍽!

앞차기로 앞을 가로막은 장애물(신소율)을 제거한 래로래빗이, 엎어진 신소율을 사뿐히 즈려밟고 지나갔다.


하지만 순순히 당할 신소율이 아니다.

점프하는 래로래빗의 오른 발목을 잡아 앞으로 내다 꽂았다.


퍽! 퍽! 퍽!

둘은 엎치락뒤치락 싸우며 결승선을 향해 달렸고, 그냥 걸어가도 15초면 도착할 거리를 30초가 지난 후에야 코앞에 도착했다.


-크크크.

-푸흐흐.

-공략 실패!

-실패에요? 아직 도둑질 남았잖아요?


도둑질 : 토끼 머리띠 뺏어서 완주


-아, 그게 있었구나!

-머리띠 어디 있는데?

-래로 이마에!

“그거 내놔!”


신소율은 아래에 깔린 던전 보스의 이마에 묶인 하얀 머리띠를 향해 손을 뻗었다.


“기다란 방패.”


래로래빗은 기다란 토끼 귀를 숙여 방어하는 기술을 사용했다.


움찔.

방어 기술의 반발력으로 인해 손을 뻗었던 신소율이 경직됐고, 래로래빗은 그걸 놓치지 않고 뒷발로 침입자를 밀쳐서 겨우 일어났다.


신소율은 경직이 풀리자마자 양팔로 바닥을 짚고 몸을 회전시키며 토마스로 이어갔다.

충돌 시 상대를 밀어내는 토마스의 효과로, 결승선으로 들어가려는 래로래빗을 옆으로 밀쳤다.


“기다란 방패.”


벌떡 일어난 침입자의 왼발 발꿈치가 이마로 떨어져 내리는 걸 본 래로래빗은 다시 방어 기술을 사용했다.


“같은 수법이 두 번 통하겠냐! 바이브레이션!”


[바이브레이션C]

대기를 진동시켜 범위 안에 있는 대상의 방어력을 감소시킨다.

방어력 87 (레벨) 이하의 방어 기술을 파괴한다.


노리는 건 방어력 감소가 아니라 부가 효과인 방어 기술 파괴!


덜덜 떠는 발꿈치가 달토끼의 귀에 닿자, 기다란 방패가 낙엽처럼 깨졌다.

동시에 훤히 드러난 래로래빗의 이마에 발꿈치가 떨어졌고.


“끽!”


얼마나 아픈지 비명까지 지르며 뒹구는 래로래빗.


기회를 잡은 신소율은 벌떡 일어나 래로래빗의 위를 뛰어다녔다.


쿵짝, 쿵짝, 쿵짜작 쿵짝!


-형, 살살 좀 해! 그래도 오늘 아침까지는 부하였잖아?

-맞아요! 주인님, 저 너무 아파요.

-흥! 내 알 바 아니다!

-오늘 아침만 해도 우리 사이 좋았잖아요?

-흥! 원래 아침 먹으면 점심에 똥 싸는 법이야!

-뭔 소리래?


아침에는 어쨌든, 지금은 남남.

신소율은 이대로 옛 부하를 사냥한 후, 머리띠를 들고 유유히 완주할 생각이다.


“기, 기다란 방패.”

“바이브레이션.”

“끽!”


생명이 10% 아래로 줄었는지 래로래빗이 방어 기술을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동시에 전 주인 손에 파괴됐지만.


“래로야, 미리 인사할게. 잘 가!”

“잠시만요, 침입자님!”


작별 인사를 건네고 다시 두들기는데, 트랙 바깥에 서 있던 라쿤 하나가 짧은 다리로 부지런히 달려왔다.


-어? 방금 쟤 말하지 않음?


신소율도 들었다.

그게 뭘 의미하는지 알고 있는 신소율은 래로래빗을 때리는 것도 멈추고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너, 보스냐?”


목에 호루라기를 건 라쿤이 고개를 꾸벅 숙이며 자기를 소개했다.


“라쿤 보스 루리루리라고 합니다! 용감한 침입자님!”

-보, 보스!

-말도 안 돼?! 이제 겨우 일주일 된 던전에 보스가 둘이라고?

-허, 허억! 형님 말대로야! 일주일 만에 보스가 생겼어!


래로래빗에 이은 두 번째 던전 보스의 등장에 채팅창은 경악과 충격으로 도배!


시청자를 놀래킨 루리루리는 전 주인에게 고개를 꾸벅했다.


“혼자서 던전을 방문하고, 단신으로 제 친구를 제압한 분은 용감한 침입자님이 처음이에요!”


초롱초롱한 루리루리의 표정에 신소율은 쑥스럽다는 듯 뒷목을 긁었다.


“뭐 이 정도 가지고.”

“이건 멋진 침입자분에게 저희가 드리는 감사 선물이에요! 부디 받아주세요.”

“뭐 이런 걸 다 줘.”


주는 건 받는 게 예의지.

라쿤 보스가 건넨 선물을 받은 순간, 루리루리가 기습적으로 신소율을 뻥 찼다.


“야!”


뒤로 데굴데굴 굴러서 얼떨결에 결승선으로 들어온 신소율이 벌떡 일어나 화를 내려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동굴 밖이다.


[도둑질 조건 달성!]

[시골 던전을 공략했습니다.]

던전 수준     107(F급 7일)

공략자 레벨      87

수준 차이 가산점   20%


남은 체력 가산점     1%

인원 가산점    200%


기본 경험         1만

총 가산점     221%

경험치 3배 적용

획득 모험 경험   96,300


[업적 도전 달성!]

F던전을 낮은 레벨로 공략했다.

조건 : 던전 공략 시 팀 레벨 총합 100 이하

리셋 점수 +1


[업적 레벨 업 100 달성!]

직업 레벨을 100 올렸다.

리셋 점수 +1


“······.”


신소율은 고개를 숙여 루리루리가 준 선물을 봤다.

래로래빗의 이마에 있던 것과 같은 하얀색 머리띠가 손에 들려있다.


-엉?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응? 응? 응?!

-대···박!!!


상황을 이해한 시청자들은 두 번째 경악에 빠졌다.


-머리띠를 주고 강제로 공략시켜 쫓아냈어!

-래로를 이런 식으로 살린다고?

-보스 인공지능 미쳤다! 라쿤! 겁나 똑똑해!


동료를 지키기 위해서 공략 조건을 직접 가져다준 루리루리의 친절함에, 시청자들은 몸 둘 바를 몰랐다.

전 주인이었던 신소율도 감탄했다.


“위험하다 싶으면 보물을 줘서 쫓아내라고 가르치기는 했지만···.”


그걸 찰떡같이 이해하고 침입자를 농락한 배짱이 기특하다.


“열은 받지만 공략은 했으니···.”


사르르.

세상이 갑자기 붉어졌다.

정확히 신소율의 눈동자가 붉어졌다.


“과다출혈로 인한 빈혈 효과잖아? 갑자기 왜··· 헉, 상태!”


생명     2/4,400

마나   24/960

상태 빈혈


[과다출혈이 발생합니다.]

1초마다 생명 0.3% 하락

지혈하지 않으면 5분 후 마비 상태에 빠진다.

0 : 59


등을 만지자 아까 압정 구덩이에서 긁힌 상처가 느껴졌다.


신소율은 허탈하게 유언을 남겼다.


“망했어요.”


[사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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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3월 넷째 주 (2) 24.08.08 62 5 14쪽
18 3월 넷째 주 (1) 24.08.07 62 5 12쪽
17 3월 셋째 주 (6) 24.08.07 67 5 16쪽
16 3월 셋째 주 (5) 24.08.06 67 5 17쪽
15 3월 셋째 주 (4) 24.08.06 64 5 15쪽
14 3월 셋째 주 (3) 24.08.05 68 5 16쪽
13 3월 셋째 주 (2) 24.08.05 69 5 13쪽
12 3월 셋째 주 (1) 24.08.04 77 5 13쪽
11 3월 둘째 주 (5) 24.08.04 85 5 14쪽
10 3월 둘째 주 (4) 24.08.03 97 5 14쪽
» 3월 둘째 주 (3) 24.08.03 110 5 19쪽
8 3월 둘째 주 (2) 24.08.02 127 5 15쪽
7 3월 둘째 주 (1) 24.08.02 138 5 14쪽
6 3월 첫째 주 (6) 24.08.01 165 5 20쪽
5 3월 첫째 주 (5) 24.08.01 157 5 14쪽
4 3월 첫째 주 (4) 24.07.31 179 5 12쪽
3 3월 첫째 주 (3) +2 24.07.31 228 6 13쪽
2 3월 첫째 주 (2) 24.07.30 283 7 13쪽
1 3월 첫째 주 (1) +2 24.07.30 423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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