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갓집 장손의 절대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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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곰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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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갓집 장손의 절대 권력(27)

DUMMY

#27화.




오랜 세월을 지내오다 보면 사람도 사람들 간에 은원 관계가 생길 수 있듯이 가문들 사이에서도 은원이 생기고는 했다.

그 이유가 사소한 것이 될 수도 있었고 매우 심각해서 불구대천의 원수 관계가 될 수도 있었다.

최씨 가문과 한씨 가문은 원한 관계까지는 아니라지만 서로 친밀한 관계까지는 아니었다.

오히려 과거 사소한 갈등으로 불편한 관계로 굳이 엮이지 않으려는 그런 사이였다.


“최씨 가문의 새로운 가주가 인사를 청하고 싶어한다고?”

“그렇습니다. 어르신.”

“무슨 속셈인지 모르겠군.”

“속셈이 있다고 하더라도 최씨 가문하고 굳이 관계를 악화 시킬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흥! 그 고집스러운 가문하고 엮여서 좋은 꼴을 볼 것도 없지 않나.”


자신이 당한 것은 아니었지만 선조들 대에서의 관계는 선입견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러면 거절을 할까요?”

“뭐 인사를 하러 온다니 굳이 거절을 해서 우리 가문 사람들이 속 좁다는 소리를 들을 필요는 없겠지. 종중에 연락을 해야겠구만.”

“그러면 일정을 정해서 통보를 하도록 하지요.”

“그러지.”


아쉬운 이가 우물을 파는 법이었다.

한씨 종가에서는 최씨 파종가의 대종주가 방문을 한다는 것에 자신들이 편한 일정을 정해 통보를 했다.

물론 삼한에서 손님을 맞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으니 손님맞이에 소홀히 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최강우가 방문을 하는 날짜에 맞춰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노인들이 한씨 종가에 모여들었다.


“오랜만이오.”

“오랜만은 작년 종중 제사 때 봤구만.”

“그러면 오랜만이지. 요즘은 뭐하시오?”

“뭐 하긴 똑같지. 아들 놈 장가가라고 지팡이 휘두르는 것 말고 다를 것이 있나.”

“요즘 세상에 애들이 결혼을 하질 않으니.”

과거에도 종중회는 나이 지긋한 노인들이 모이기는 했지만 세월이 가며 젊은 청년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이대로 가면 종중회도 사라질지 모르겠구만.”

“종중회만 사라질까? 애비 애미도 없어지겠구만.”


전통이라는 것이 구시대의 악습이 되어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

과거에는 족보가 집 안에 하나씩은 존재했지만, 이제는 족보를 만드는 이들은 사라졌다.

자신들의 가문이 양반가였다는 것을 증명하는 물건이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양반이 아니었고 성씨도 없었으니 당연한 수순일 수도 있었다.

정말로 전통적인 양반 가문들은 계속 가문의 역사를 지켜나갔고 대부분의 평민들은 역사를 무시해 버리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의 양반 가문들도 자신들의 뿌리의 소멸을 걱정 하고 있을 정도였다.


“최씨 파종가의 가주가 이번에 새로 되었다고 하던데.”

“군대 전역하고 최원락이가 죽어서 그 손주가 물려 받았다고 하더구만.”

“최씨 가문이야 워낙에 잘 나가는 집구석이니 물려받을 만은 하지.”

“거기도 워낙에 손이 귀해서 원손은 하나 뿐이라고 하질 않나. 원손이 더 이상 자식을 보지 못하면 최씨 파종가도 문을 닫는 거지.”

“혹시 우리 한씨 가문의 여식을 종부로 받으려고 하는 건가?”

“응? 그런 건가?”

“우리 한씨 가문이 머리도 좋고 외모도 출중하니 군침을 흘릴만도 하지.”

“그 건 그렇긴 하지만.”


아직 윤씨 가문의 윤자영과 최강우가 약혼을 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이들이 최강우의 방문 목적을 추정하며 숙덕거렸다.


“쓸데 없는 소리 하고 있네! 내 들으니 윤가하고 약혼을 했더구만.”

“윤가? 어디 윤가?”

“장동 윤가 쪽하고 혼례를 올릴 거라고 하데.”

“장동 윤가? 거기 종주가 오랫동안 아프다 하지 않았나?”

“그런 것 같기도 하고.”


한씨 종중의 사람들은 각자가 알고 있는 이야기들을 나누며 최강우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최강우가 도착을 했다.


‘잔뜩 모여 있군.’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기분이었지만 최강우는 당당하게 한씨 종가의 종주를 향해 인사를 했다.


“최씨 파종가의 파종주 최강우라고 합니다. 한씨 종가의 방문 요청을 승낙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잘 오셨소. 최종주. 나는 한씨 종가의 종주인 한희열이라고 하오.”

“원 종주님의 위명은 익히 들었습니다. 학문과 바둑으로 일가를 이루었다고 장안에 자자하다는 소문을 들어서 이렇게 한 번 가르침을 받고자 합니다.”

“허허! 일가까지야. 내 조그마한 성취에 불과할 뿐이지. 내 듣기로 최 종주의 난 치는 솜씨가 대단하다고 하던데. 난 한 장 선물로 받을 수 있겠소이까?”

“미천한 솜씨로 귀한 안목을 더럽힐까 두렵습니다만 가르침을 내려주신다면 한 번 솜씨를 발휘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내 손님을 너무 오랫 동안 마당에 둔 듯 하구려. 한씨 가문의 손님 접객이 시원치 않다는 말을 들을 수는 없으니 어서 안으로 듭시다.”


평범한 인사말들로 보였지만 서로를 파악하기 위해 말로서 치열한 싸움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최강우는 한씨 종가의 사랑방 안으로 들어갔다.

한씨 가문의 어른들도 사랑방과 방 밖에 앉아 최강우를 지켜보았다.

간단한 다과가 나오고 한희열은 자신의 아내인 종부와 자식들을 최강우에게 소개 했다.

나이가 많은 한희열이 죽고 나면 다음 대의 종주가 될 자식들이었으니 최씨 가문의 최강우와 인연을 만들어 두는 것이다.

물론 선대의 섭섭한 원한이 이대로 끊어질 것인지 더욱 강해져서 불구대천의 원수가 될지는 지금부터 시작될 것이었다.


“한씨 종가의 다과는 한강 이남에서 최고라 하더니 오히려 부족한 소문이었던 모양입니다.”

“하하! 내 안사람이 다과 만드는 솜씨 하나 만큼은 그 누구한테도 지 않을 정도지. 돌아갈 때 챙겨 달라는 소리 같구만.”

“그렇게 해 주신다면 영광이겠습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한희열은 이제 그만 본론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래. 최 종주께서는 어쩌신 일로 우리 한씨 종가를 찾아오신 것이오.”

“제가 종가의 서재를 정리하고 있던 중에 아주 귀한 것을 찾았습니다.”

“귀한 것?”

“상당부원군께서 직접 쓴 서적이거든요.”

최강우는 비단보자기에 곱게 싼 서적을 내놓았다.

사실 아까웠다.

역사가 오래 된 최씨 파종가에서는 여러 보물들이 있었고 그 중에서는 다른 가문의 가보라고 해도 충분한 보물도 있었다.

“사···상당부원군이시라면.”

“압구 선생님의 서적입니다.”

“한명회!”


사랑방 밖에 있던 노인 하나가 상당부원군이 누구인지 이름을 입 밖으로 내었다.

한씨 가문의 어른인 한명회의 서적이라면 한씨 가문의 가보가 되기에 충분한 귀한 것이었다.


“대대로 전통과 자긍심을 가지고 있는 한씨 가문과 저희 최씨 가문이 과거의 은원은 정리하고 함께 힘을 모은다면 대한민국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저···정말 이 걸 돌려 주려고 왔다는 말입니까?”


한희열은 떨리는 목소리로 500년도 더 된 귀한 서적을 바라보며 말을 했다.

맨손으로 잡으려다가 이내 화들짝 놀라 서적에는 건들지도 못했다.


“장갑! 장갑 가지고 와라! 장갑!”


확인은 해 봐야 했다.

허겁지겁 하얀 공업용 면장갑을 아들놈이 챙겨가지고 오자 한희열은 버럭 화를 내며 면장갑을 집어 던져 버렸다.


“이딴 걸로 귀한 보물을 만지란 말이냐! 정신이···. 크음! 부드러운 면장갑을 가지고 와라.”


최강우가 눈 앞에 없었다면 당장에 욕이 입 밖으로 튀어 나갔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장갑을 끼고서는 조심스럽게 서적을 넘겨보고서는 정말로 가문의 어른이 지은 서적임을 확인했다.


“정말 감사하네. 내 이 은혜는 반드시 보답을 하겠네! 아니 우리 한씨 가문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내 적극적으로 돕겠네.”


행여라도 아까워서 못 주겠다는 말을 할까 냉큼 받아먹는 한희열이었다.


“기뻐해 주셔서 저 또한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 거 손님 접대가 너무 소홀한 듯 하구나!”


최강우는 꽤나 성대하게 대접을 받게 되었다.

한씨 종가의 어른들 앞에서 난을 치고 서예를 선보여 감탄을 자아내게도 했고 그 때문에 몇 장을 그려서 선물로 줘야 하기도 했다.

그렇게 저녁까지 대접을 받고 난 뒤 최강우는 한희열과 단 둘이 마주하게 되었다.


“그래. 진짜 속셈이 무엇이오. 부원군의 서적을 내놓을 정도라면 우리 한씨 가문에 바라는 것 또한 무척이나 클 텐데.”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었다.

아무리 관계 개선을 하러 왔다고는 하지만 과한 선물이라 여긴 것이다.

그렇게 진짜 속셈을 밝히라는 한희열의 말에 최강우는 본론에 들어갔다.


“한씨 가문의 적삼 저고리를 얻고자 합니다.”

“적삼? 우리 혜연이?”

“······.”


여인의 적삼 저고리를 얻고자 한다는 말이 자신의 막내딸을 달라고 하는 걸로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물론 막내딸이라고 해도 최강우보다 족히 10살을 많은 30 초반의 미혼 여인이었다.

그렇게 시집을 가지 않고 있는 막내딸로 고심을 하고 있던 한희열의 얼굴에서 순간 기쁨의 열기가 퍼졌다.

생긴 것도 훤칠한 최강우라면 자신의 막내딸도 마음에 들어 할 것이라고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최강우는 한희열이 오해를 하고 있는 것에 황급히 말을 이었다.


“혼례를 청하는 것이 아니라 한씨 적삼 저고리의 백옥에 대해서 묻고자 하는 것입니다.”

“적삼 저고리의 백옥?”


한희열은 그게 무엇이냐는 듯이 영문을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최강우는 그런 한희열에 괜히 귀한 보물만 잃게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에 한숨이 나오려는 순간 사랑방 문이 열리고 한희열의 아내이자 한씨 가문의 종부가 들어왔다.


“적삼 저고리를 무엇 때문에 필요로 하시는 것입니까?”


자신의 어머니뻘보다 더 나이가 많은 한씨 가문의 종부였다.


“염귀의 한을 풀어주고자 함입니다.”

“고약한 일을 겪고 계시나 봅니다. 새색시에게 상사를 앓고 있는 이가 있는 것입니까?”

“적삼 저고리를 입으면 상사염귀의 화를 막을 수 있는 것입니까?”

“막을 수는 있으나 임시방편일 뿐입니다.”


최강우와 자신의 아내의 대화에 한희열은 영문 모를 눈빛을 했다.

하지만 워낙에 심각한 대화 중이었기에 끼어들 수가 없었다.


“백옥이 화를 봉인 할수 있다 들었습니다.”

“화를 봉인하는 것이 아니라 귀옥입니다. 잘못을 바로잡지 못하고 형벌로 원한을 봉인하는 것이지요.”


한씨 가문의 종부의 매서운 눈빛에 최강우는 적삼 저고리와 백옥이 업보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가문의 선조들 중에 가문의 허락을 받지 못한 사랑이 있었던 듯했다.


‘파문되었을 뿐만 아니라 상사의 번뇌로 염귀가 되어 백옥 속에 봉인이 되어 버린 것인가.’


가문에 원한이 있을 것은 분명했다.

용서를 구하고 염귀의 한을 풀어준다면 가장 좋은 방법일 수도 있었지만 그것이 쉽지 않을 수도 있었다.


“대체···.”

“후우!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한씨 가문의 종부는 적삼 저고리를 만드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사랑방에서 나갔다.


“여···여보!”


최강우는 자신의 아내를 쫓아 사랑방에서 나가는 한희열의 등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적삼 저고리는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백옥도 같이 줄 것인지는 확인을 할 수 없었지만 염귀를 만나면 적삼 저고리와 백옥으로 봉인을 할 수 있는 수단을 얻게 되는 것이다.


‘대체 누구지?’


염귀의 정체가 궁금해지는 최강우였다.

족보를 봐도 세세한 정보까지는 적혀 있지 않았기에 알 수가 없었다.

파문 또한 파문의 정확한 이유에 대해서도 쓰여져 있지 않아서 파문을 취소하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그나마 파문을 당한 이의 부모나 형제들이 남긴 기록이라도 있다면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알 수 있을 터였지만, 그 또한 찾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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