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갓집 장손의 절대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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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곰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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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9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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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갓집 장손의 절대 권력(36)

DUMMY

#36.




과거 종가를 떠받치는 것은 천석꾼이니 만석꾼이니 하는 막대한 토지에서 나오는 생산력에 의해서였다.

물론 성씨를 가지는 것은 오직 양반이라는 문반과 무반의 유세 높은 가문들이었고 양반이 되려면 벼슬을 해야만 했다.

그렇게 벼슬을 통해서 녹봉을 받아서는 종가 입장에서는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 정도로 작았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는 양반이라는 것도 없고 여전히 벼슬이라는 공무원으로는 높이 올라가도 종가에서 넉넉하게 쓸 월급도 되지 않았다.

땅을 소작 준다고 해도 과거처럼 수익이 좋은 것도 아니어서 종가를 유지하려면 돈 나올 다른 것이 필요했다.


당연히 돈을 많이 버는 기업을 소유하고 있거나 운영을 해야만 했다.

대부분의 종가들의 운영은, 종친회의 회원들이 십시일반 운영비를 모으거나 종가가 가지고 있는 기존의 재산들을 아껴 쓰며 하는 것이었다.

종가들도 자체적인 수익 사업을 하고자 했지만, 세상은 그렇게 만만치는 않았다.

대부분 투자를 하려다가 사기를 당하거나 망하면서 그나마 있던 재산도 사라지고는 했다.

그렇게 한 때는 성세를 누리던 가문들도 으리으리한 기와집들을 팔고서는 일반 아파트로 이사를 가는 경우도 있었다.

과거처럼 수백 명이 종가집에 모이는 경우도 드물었으니 일반 아파트에서 종중 제사를 지내는 것이다.


물론 모든 종가가 그런 몰락의 길을 걸은 것은 아니었고 일부 종가는 대기업이나 중견 기업을 운영하며 꽤나 잘 나가는 가문의 위상을 보이기도 했다.

그중에 최씨 파종가는 황소고집이라는 성질머리와는 달리 제법 사업적인 재능을 발휘하며 수 많은 사업체들을 보유하고 대기업과 중견 기업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일반인들은 이름을 들어보지는 않아도 꽤나 알짜 기업들도 보유하고 있었다.


“제사 준비도 전부 고용인들에게 맡길 수도 있지만 그럴 것이라면 종가를 왜 합니까. 안 그렇습니까?”

“응? 그···그렇긴 하지.”


윤자영은 자신의 종가와 최씨 파종가가 같은 종가이면서 매우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면 거의 대기업의 총수 아니야? 최씨 파종가의 종주가?”

“종가 일하기도 바쁜데 기업 운영을 할 시간이나 여력은 없습니다.”


이채에 밝은 최원락조차 될 만한 기업과 경영자 보는 눈이 좋은 덕분에 기업만 사 모았지 직접 운영을 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더욱이 종가를 운영하려면 종중의 사람들에게 그만큼 베풀어야 하는 법입니다.”


크고 작은 자리에 최씨 가문의 사람들을 넣어줘서 먹고 살게 하는 것과 함께 종가에 충성하게 만들어야 했다.

물론 최씨 가문의 사람이라고 다들 능력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때로는 낙하산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재벌이라는 것이 대기업의 회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회장의 일가 가문의 사람들을 의미하는 것처럼 종가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아직 최씨 귀신은 아닌 윤자영에게 모든 것을 다 알려주고 보여줄 수는 없었지만, 최씨 파종가의 능력을 살짝 보여주었다.

그렇게 제사술을 빗어두고서는 최강우는 외출복으로 갈아입었다.


“어디 가게?”

“종이 받으러 갑니다.”

“종이?”

“예. 때마침 종이가 바닥이 났습니다. 먹도 보러 가야 하구요.”


종이와 먹을 보러 밖으로 나간다는 최강우에 윤자영도 따라가도 되냐고 물었다.


“그러십시오. 윤씨 종가의 족보를 새로 만들려면 좋은 종이도 보셔야 할 겁니다.”

“족보 만들 때 쓸 종이? 그. 한지 말하는 거지?”

“예. 계림지를 써야 합니다.”

“계림지?”

“한지의 옛 이름입니다. 신라 때는 계림지로 불렸고 고려 때는 고려지, 조선시대에는 조선지라 불렸지요.”

“그게 지금은 한지라고 불리는 거고?”

“그렇습니다. 그중에 제가 필요한 것은 백추지와 경면지입니다.”


윤자영은 종이가 뭐가 그리도 종류가 많은지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내저었다.

최강우는 윤자영이 종부가 될지 안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종부가 된다면 알아야 할 내용들이라 꽤나 자세하게 설명을 계속했다.


“백추지는 종이의 표면을 두드려 만든 하얀 종이를 말하고 경면지는 거울처럼 빛나게 한 종이입니다. 당연히 기계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장인이 직접 만들어야 하는 수제지입니다. 참고로 글자를 쓰는 종이와 그림을 그리는 종이는 다릅니다.”

“똑같은 한지 아니야?”

“예. 직접 보고 만져 보시면 알 수 있을 겁니다.”


최강우는 차를 타고 전통 한지를 만드는 곳으로 향했다.

한지도 최근 들어서는 양지처럼 기계로 제작을 하면서 가격을 낮추고 접근성을 높이고 있었다.

디자인적으로도 양지에 비해 아름다운 무늬와 뛰어난 내구성을 가지고 있어서 좀 더 특별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었다.

물론 장인이 직접 만드는 수제지의 내구성이나 무늬에는 미치지 못했다.

잘 만들어진 한지의 경우는 천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도 그 보존 상태가 뛰어나다고 평가를 받을 정도였다.


“안녕하십니까. 지화장님.”

“아이고! 소종주님 아니십니까! 아참! 이거 내 정신 좀 봐. 대종주이 되셨지요.”

“아직 대종주라 부르기에는 많이 부족합니다.”

“하하하. 안 그래도 며칠 전에 연락을 받았습니다. 찾아오실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지화장은 한지를 만드는 장인을 일컫는 명칭이었다.

대한민국에 지화장은 몇 남아 있었지만 한지를 만드는 일을 하려는 젊은 사람들이 적어 그 명맥이 줄어들고 있었다.

그런 최고의 지화장들 중에 한 명에게 찾아온 것이다.


“종이 좀 보러 왔습니다.”

“예. 들어오시죠. 안 그래도 최고의 물건으로 준비를 해 뒀습니다.”


지화장인 이정복은 자신들이 어려울 때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최씨 가문을 위해 최고의 한지를 공급하고 있었다.

가격 또한 섭섭지 않게 쳐주고 있었기에 해외에서 종이를 구하러 오는 이들이 비싼 가격에 구입하겠다고 해도 최고의 종이는 내놓지 않았다.

그렇게 종이가 있는 창고로 들어가자 수많은 종이들이 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와!”


절로 감탄이 나오는 광경이었다.

하얀 백지부터 색이 들어 있는 화문지도 있었고 같은 종이여도 그 용도에 따라 전혀 다른 종이들이었다.

그중에 최고의 종이를 찾아 꺼내온 지화장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은 채로 최강우에게 내보였다.


“이번에는 아주 잘 만들어졌습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다른 종이와는 달랐다.


“백문비단지로군요.”

“예. 백 개의 무늬가 비단처럼 짜여 있습니다. 물에 젖어도 결코 망가지지 않는 놈입니다. 족히 천년은 버틸 수 있을 만큼 튼튼합니다.”


최강우는 백문비단지의 끝자락을 붙잡고서는 세게 잡아당겼다.

찢어질 법도 했지만 버텨내는 종이였다.

수많은 섬유소들이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었고 표면은 종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부드러웠다.

이 종이를 만드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을지 눈에 선하게 보일 정도였다.


“아주 잘 만들어졌습니다. 이 정도라면 아무 먹이나 쓸 수가 없겠습니다.”

“최고급 송연먹 정도가 아니라면 스며들게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얼굴에 비춰 보면 마치 거울에 비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하는 한지는 일반 잉크로 글자를 쓰면 스며들지 않고 미끄러져 버린다.

시중의 일반 먹은 카본으로 만들어진 그으름 먹이었고 최고급 먹은 송연먹이라고 하는 소나무와 소의 가죽과 뼈로 만든 아교를 섞어 만들어진다.

송연먹을 만드는 것에만 1년이 걸릴 정도로 오랜 시간이 걸렸기에 그 귀하기가 보물과 같을 정도였다.

최강우가 들고 있는 종이 또한 국보급 문화재 복원에 쓰이는 것이어서 돈만 있다고 해서 일반에서 구할 수 없는 것이었다.


“족보 재편찬을 위한 견지들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원족보에 쓰실 것은 아닌 듯하고 종중에 전할 것입니까?”

“예. 대략 250 부 정도를 편찬하게 될 것 같습니다.”

“언제까지 준비해 드리면 되겠습니까?”

“갱신을 하는데 3년 정도는 걸릴 듯합니다.”

“그 정도라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30년에 한 번씩 족보를 재편찬했으니 최고의 한지를 쓸 필요는 없었다.

요즘에는 서양지인 양지로 족보를 만들기도 했지만, 종중의 사람들에게 나눠 줄 족보를 일반 양지로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더욱이 최고급은 아니더라도 지화장이 만드는 종이는 그 자체만으로도 최상급의 한지였다.


“그리고···.”

“예. 말씀하십시오.”

“윤씨 가문에서 종이 요청이 올 것입니다.”

“원족보입니까?”

“예. 우선 원족보를 만들고 추후 종중 족보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본래라면 윤자영의 아버지가 해야 할 일이었지만 몸 상태가 좋지 않았기에 쉽지 않았다.

결국 현재의 종손인 윤영재가 성인이 되고 나서야 원족보를 편찬 및 수정을 할 수 있을 것이었다.

원족보였기에 기계로 프린팅을 할 수도 없었고 일일이 한자로 글자를 적어내야만 했다.

그 과정이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기에 실력 좋은 서예가에게 의뢰하기도 했다.

당연히 비용은 만만치 않았다.


“디자인 한다고 하셨지 않습니까?”

“응?”

“대학 디자인 쪽이었다고 들었는데.”

“어. 맞아.”

“그러면 종이 필요하시면 둘러보세요.”


글과 그림만 그리는 한지는 아니었다.

과거의 양반들은 한지를 이용해 공예를 하는 취미도 있었기에 좋은 한지를 구하기 위해 애를 쓰고는 했다.

대부분 주문을 받아 VIP나 정부의 출연기관에 납품을 하는 지화장의 종이였기에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얻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렇게 윤자영은 여러 한지들을 만져 보며 감탄을 했다.


“이거 진짜 비단이나 천 같아.”

“요즘에는 한지로 옷도 만든다고 하더군요.”

“듣기로는 프랑스에서 한지로 만든 옷으로 전시회도 했다고 합니다.”

“물에 젖으면 안 찢어지나요?”

“한지 특성이 물에 강해서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한지가 비싼 이유도 있었지만, 중국과 일본의 종이와는 달리 수분에 강해서 흐르는 물에 씻었다가 햇빛에 말리면 멀쩡해질 정도였다.

그렇게 옷감으로 써도 될 정도였기에 윤자영은 마음에 드는 한지를 잔득 챙겼다.

물론 자신이 챙긴 한지의 가격이 천만원이 넘는다는 것을 듣고서는 집으로 돌아가다가 차 돌리라는 말을 할 뻔했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제가 구매한 한지 가격보다 싸니까요.”

“그···그렇게 비싸? 종이가?”

“사치품이 아닌 명품이니까요.”


진정한 명품이라는 최강우의 말에 윤자영은 할 말이 없어졌다.

실제로 명품이라 칭해지는 것들은 명품이라기보다는 사치품에 가까웠고 그만한 가치를 한다고 보기 어려웠다.

그리고 윤자영이 매만지고 있는 종이는 명품이라 칭하기에 조금도 부족하지 않았다.

종이뿐만 아니라 최강우는 송연묵을 구매하러 갔다.

송연묵 또한 대부분의 물건이 문화재청으로 납품이 되어 일반에서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송연묵이라고 해서 판매를 하는 것들도 있었지만 먹장이 심연을 기울여 만든 물건들이 아닌 경우가 허다했다.

잘 만든 송연묵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별빛들이 반짝이는 광택이 나는 글씨를 쓸 수 있으며 소나무 향이 그윽하게 피어올랐다.

서예와 서도에 재능이 있는 최강우도 최고급 송연묵을 아껴가며 쓸 정도였다.

지화장 때처럼 먹장도 최강우를 알아보고서는 잘 만들어진 송연묵을 꺼내왔다.

물론 족보에 쓸 송연묵과 서도 연습을 할 때의 송연묵을 같이 쓸 수는 없었기에 따로 고급 송연묵을 챙겼다.


“얼마요?”


윤자영은 최고급 송연묵의 가격을 듣고서는 자신이 종부가 되면 종가의 재산 관리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옷도 엄청 고급스러운데. 아니 옷감이.’


최강우의 일상복은 평범했지만, 종가 집안에서 입고 있는 비단옷의 옷감은 한눈에 봐도 매우 비싸 보였다.

실제로 최고급 비단으로 옷을 만들면 매우 비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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