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갓집 장손의 절대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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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곰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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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9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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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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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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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갓집 장손의 절대 권력(25)

DUMMY

#25화.




청옥뿐만 아니라 생명첩까지 노려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강우는 또 다른 슬픔을 겪어야만 했다.

윤자영의 할아버지도 두 사람의 결혼을 보지 못하고서는 눈을 감은 것이다.

윤씨 종가에서 자리를 지키게 된 최강우였다.

본래라면 집 안의 어른들이 가시는 길을 지켜야 했지만, 장손인 윤자영의 아버지와 종부인 어머니 모두 병원에 입원해 있었고 유산 상속 문제로 인해 자식들이 외면하면서 상주는 손자이자 장손인 윤영재가 맡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 미성년자인 윤영재는 상주가 되기에는 아는 바가 많지 않았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내가 도와줄 테니까.”

“고마워요. 강우 형.”


최강우는 윤영재의 후견인으로서 장례를 치르는 데 도움을 주었다.

윤씨 가문이 과거만 못하기는 하지만 집 안 싸움으로 인해 더욱 썰렁하기까지 했다.


“예. 사람 좀 보내 주십시오.”


최강우는 적막하기까지 한 장례식장을 채우기 위해 사람들을 불러들였다.

예로부터 삼한의 장례식은 슬픔과 비통보다는 시끌벅적함이었다.

잔치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시끄럽고 떠들썩해야 망자가 자신의 삶이 의미 없지는 않았다며 기쁘게 저승으로 향한다고 여겨왔다.


이런 전통적인 장례식이 일제시대를 지나고 전쟁과 독재 정권을 지나오면서 제 명에 살다 간 이들보다 단명하게 되면서 슬픔과 비통의 장례식장이 되어 간 것이다.

과거의 전통적인 장례식에 대해서 아는 노인과 장년의 나이대의 사람들은 장례식장에서 화투를 하며 시끌벅적한 풍경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물론 그런 소란스러움이 요즘 세상에는 민폐가 되기도 했고 술이 과하다 보면 싸움이 나기도 해서 자제를 하자는 움직임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례식장은 사람이 많아야 했다.

최강우의 연락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최씨 파종가의 힘이 발휘된 것이다.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이렇게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나둘씩 밀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상주인 윤영재는 인사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정치인들과 재벌가의 사람들도 찾아왔고 학계나 예술계의 거목들도 최강우와 인사를 나누고서는 헌화를 했다.

청와대에서 보낸 근조화환과 국무총리 및 장관들의 화환이 장례식장을 채우기 시작했고 음식을 하는 이들은 정신없이 음식을 나르고 테이블을 치워야 했다.

처음에는 사람이 별로 없겠다 싶어서 수월하겠다고 생각을 하던 직원들은 정신없이 밀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깜짝 놀라야만 했다.

최강우는 그렇게 시끌벅적하게 불러들인 사람들로 인해 상주인 윤영재가 힘겨워하는 것에 또다시 어디론가 연락을 했다.


“아무리 상속 문제가 그리되었다 한들 아버님 모시는 길에 얼굴조차 내비치지 않는단 말입니까. 윤씨 가문이 상것 가문도 아닌데 내 꼭 얼굴 붉히는 일을 해야겠습니까.”


장례식에 참석조차 하지 않는 자들에 최강우는 분노했다.

윤씨 가문의 종가집과 창고의 유물들을 손대지 못하도록 각서를 받아내기는 했지만, 인간으로서의 도리조차 지키지 않는 것에 분노한 것이다.

만일 최씨 가문이었다면 당장에 족보에서 이름을 지워 버렸을 것이었다.

결국 최강우는 정치와 재계의 인맥을 동원해 압박을 가했다.

공직에 있든 아니면 사업을 하든 모든 방향에서의 압박을 가하자 다음날 아침에야 허겁지겁 달려오는 것이었다.


다들 안색이 창백하고 새파랗게 질려 있는 것으로 봐서 압박의 강도가 생각 이상으로 강력했던 모양이었다.

주요 거래처에서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하고 직장의 까마득한 상사로부터 본인이나 본인의 배우자 그리고 자식들에게까지 압력이 들어갔으니 버틸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허겁지겁 달려왔지만 이미 윗선이나 거래처에서는 자신의 아버지나 조부의 장례를 외면한 파렴치한으로 찍혔을 터였다.

인간의 외모만 하고 있다고 해서 인간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 이들에 최강우는 분노를 억누르며 그들에게 말을 했다.


“목소리를 높일 곳이 아니기에 이곳에서는 탓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이 일에 대한 대가는 반드시 치르게 될 것입니다.”

“그···. 제가 몸이 아파서.”

“딸 아이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장례식에 참석을 하면···.”


변명까지 늘어놓는 것에 최강우는 기가 찼다.

희사를 앞둔 이가 애사나 상사를 멀리하는 것도 있기는 하지만 집 안의 문제를 멀리하는 것은 올바른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허겁지겁 상복을 입고 접객들을 맞는 모습에서 최강우는 괜한 짓을 했다는 후회까지 했다.

오히려 불효가 되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상주는 잠시 들어가 쉬세요.”“강우 형. 괜찮아요. 저는.”

“들어가 쉬어. 오늘만 날이 아니니까. 잠깐 눈 좀 붙이고 나면 괜찮아질 거야. 자영씨. 영재 들어가 쉬게 해 줘요.”

“고마워. 강우씨.”


휠체어를 타고 윤자영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자리를 지키다가 몸 상태가 악화되면서 윤자영이 병원에 데리고 왔다 갔다 하며 장례를 돕고 있었다.

윤자영은 최강우가 없었다면 쉽지 않을 장례에 무척이나 고마워했다.

그렇게 잠시 쉬러 안쪽으로 들어가는 영재에 한마디 하려는 집 안의 어른들은 최강우의 사나운 눈동자에 입을 다물어야만 했다.


“어린 놈의 새끼가.”


최강우가 고개를 돌렸을 때 들려오는 욕설은 그들이 진심으로 자신들의 아버지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게 했다.


‘윤씨 가문이 이토록 화목하지 않았던가?’


윤씨 가주가 집 안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 것인가 의아함이 들기까지 한 최강우였다.

그렇게 늦은 밤까지 사람들이 오가던 도중에 새벽 시간이 되어 잠시 방문객들이 뜸해졌다.

밀려드는 사람들을 맞이하는 것에 피곤했던 가족들도 꾸벅꾸벅 졸음을 이기지 못했다.

아이도 아니고 어른이라면 언제 올지 모를 조문객들에 버티고 있어도 모자랐기에 장례가 있고 단 한숨도 쉬지 않았던 최강우는 기가 막혔지만, 딱히 거기까지는 내색을 하지 않았다.

생각보다 조문객들이 많이 와서 힘들기는 했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최강우를 제외하고 모든 이들이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있을 때 최강우는 복도에서 들리는 소리에 등줄기의 소름이 돋았다.


‘귀객인가?’


성대한 장례에는 귀객도 참여를 한다.

물론 그런 귀객들은 상주도 알아차리지 못하게 생자들 사이에서 조문을 하고 조용히 떠나는 법이었지만 귀기가 가득한 시간에 찾아오는 이들은 감각이 예민한 이들이 느끼게 마련이었다.

귀객의 방문을 거부할 권리가 없는 최강우였기에 발걸음소리가 가까워오자 귀객을 맞고자 했다.

마침내 마주하게 된 이는 분명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얼굴을 알아볼 수가 없었다.


“고인과 관계가 어떻게 되십니까?”

-잡귀 따위는 얼씬도 안 하는 것이 그대 때문인가 보오.-

“고인께 드리는 마지막 인사를 막을 생각은 없습니다.”

-옛 은원이라고 생각해 주시오.-


사람이 살다 보면 좋은 관계를 맺을 수만은 없는 법이었다.

어떤 은원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귀객은 고인에게 시든 꽃 하나를 내려놓았다.

그것이 시든 꽃이었는지 아니면 생화였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귀객이 놓은 조화는 바짝 시들어 있었다.

그렇게 조문을 한 귀객은 최강우에게 말을 이었다.


-윤씨 귀신과 최씨 귀신이 있는데. 그 귀신이 풀려났으니 고생 꽤나 하시겠소.-

“홍옥과 청옥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내 조문을 허해 주어서 드리는 말씀이오. 귀신을 잡으려면 백옥이 필요할 것이오. 깨진 구슬에는 귀신을 담을 수 없을 테니까 말이오.-


귀객은 그 말을 끝으로 홀연히 사라졌다.


“헛! 아이구. 내가 잠이 들었나? 응? 누가 왔다 갔나?”


졸던 윤호덕이 잠에서 깨서는 혼잣말을 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서는 시든 꽃을 보고서는 인상을 찌푸리며 치워버리려고 했다.

최강우는 귀객의 조화는 건드리는 것이 아니라며 말리려다가 그냥 두었다.

삼일장으로 하려던 장례는 최강우의 주장으로 오일장으로 길어졌다.

첫 번째 귀객의 방문 이후 다른 귀객들도 찾아갔다.


물론 자신이 귀객임을 드러내는 귀객은 거의 없었지만 최강우는 생자들 사이에서 찾아오는 귀객들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렇게 상주도 그리고 윤씨 가문의 가족들도 힘겨워하고 있을 때 한 기이한 느낌의 조문객이 찾아왔다.

최강우도 정신이 없어, 이 조문객를 자세하게 살펴보지 못했다.


“홍옥!”


기이한 조문객이 조문을 하고 떠나고 나서야 최강우는 홍옥의 귀자가 왔다 갔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귀객들의 조문까지 함께 받다 보니 알아차리는 것이 너무 늦어버렸던 것이다.

얼굴은 기억도 나지 않았고 입가가 기이하게 비틀려 있는 것만이 기억에 남았다.

물론 알아차렸다고 해도 붙잡을 수 없었지만 홍옥의 귀자가 누구인지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것에 최강우는 자책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최강우는 홍옥의 귀자가 최원락의 장례식에서도 나타났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어이쿠! 불이야!”


홍옥의 귀자가 왔다 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장례식장의 한쪽에서 불이 난 것이다.

최원락의 장례에서도 금방 꺼지기는 했지만 불이 났었던 것이다.


‘염귀인가?’


불과 관련된 귀신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며 최강우는 홍옥의 귀자를 반드시 잡던지 정체를 알아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입관까지 장례를 마치고 나자 최강우는 인간의 악함을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내 쪽 사람이 가장 많이 온 것 같으니까 남은 비용은 내가 가져가지.”

“무슨 소리야! 내 사람이 돈을 제일 많이 냈으니까 내가 가져가야지!”


부모의 장례 이후 가장 크게 형제의 의가 상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장례식 비용 정산이었다.

자신들 쪽의 사람들이 더 많이 왔다며 남은 돈을 자신이 더 많이 가져가겠다는 다툼이 벌어진 것이다.

이미 장례 이후 다시 볼 생각이 없는 이들이었으니 마지막 남은 도의조차 생각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더 이상의 조문객들도 없었고 가족들만 남았으니 더 이상의 체면치레는 할 필요도 없었다.

사실 조문객들로부터 가장 많은 돈이 들어온 이는 최강우가 부른 이들이었다.

장례 또한 상부상조였다.

들어온 돈은 곧 최강우에게 있어서도 부채였다.

물론 정승의 장례식에는 사람이 없고 정승의 개가 죽으면 사람들이 모인다지만 정승의 가문이 한미한 것이 아닌 다음에야 사람들은 그 위세에 모여드는 것이다.

그렇게 윤씨 가문보다 최씨 가문의 위세로 찾아온 이들이었기에 최강우는 좋든 싫든 조문객들에게 빚을 진 것이다.

그런 빚값을 서로 가지겠다며 싸우는 것에 최강우가 마지막 참았던 이성의 끈을 놓는 건 당연했다.


덥썩!


최강우는 분노를 토해내려는 순간 자신의 팔을 잡는 느낌에 뒤를 돌아보았다.

윤자영과 눈이 마주쳤다.

그건 애원이고 부탁이었다.

더 이상 금수와 어울리고 싶지 않다는 윤자영의 눈빛에 최강우는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을 가르치려 드는 것은 헛고생일 뿐이며 그들과 어울리는 것도 귀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일 뿐이었다.

어차피 무너져 내릴 모래성을 쌓고 있는 이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어쩌면 염귀의 염화에 휩싸여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의 모든 것을 태우다 못해 자신까지 불태워 버리는 염화의 업에 휩싸인 안타까운 이들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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