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보는 아포칼립스 속 구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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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가로수
작품등록일 :
2024.08.01 13:41
최근연재일 :
2024.08.08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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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1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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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예지의 발현

DUMMY

베고 또 벴다. 미친 듯이 검을 쥐고 휘둘렀고, 검이 휘둘러질 때마다 사방에 진녹색 혈흔이 튀었다. 그러나 아무리 베어내도 좀비 떼들은 전혀 줄어들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피에 흥분한 좀비들이 계속 몰려들었다.


하도 좀비를 많이 베어 날이 무뎌진 검날은 날붙이라기보다 둔기에 더 가까워져 있었다.

좀비를 베어내는 것이 아닌 어거지로 뭉개며 나는 앞으로 나아갔다.


쏴아아.


하늘에선 비가 주룩주룩 내려온다. 빗방울 튀는 소리가 주위를 잠식할 정도는 아니나, 그렇다고 기분 좋게 맞을 정도로 적게 내리지도 않았다.


딱 몸살 감기 걸리기 좋은, 그런 정도의 비였다.


거칠게 발을 딛을 때마다 흙탕물이 튀어 올라 발목을 적신다.

물에 젖어 축축해진 신발은 그렇지 않아도 지친 육체를 더욱 피곤하게 만든다.


고작 혼자서 좀비 떼와 싸우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날씨였다. 하지만 도망치기에는 이미 늦었다.


정신없이 싸우다 보니 어느새 사방이 좀비 떼로 뒤덮였다.


본래 감염된 개체인 좀비는 지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그 수가 많더라도 포위 사냥 같은 전술은 펼치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좀비는 근본적으로 괴생명체한테 감염된 변이체 덩어리들이니 말이다. 본래라면 그저 살아 움직이는 것에 대해 무조건적인 적대 반응을 보인다.


당연히 그 안에는 조직적인 움직임이라는 게 일절 보이지 않는다. 무작정 달려들다 서로를 공격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인간, 벌레, 동물. 종족조차 제각각인 좀비 떼들이 질서정연한 움직임을 보여줄 때는 단 하나였다.


멀쩡하던 생명체를 좀비로 변이시킨 장본인, 구울이 등장했을 때뿐이었다.


근방에서 설치던 구울들은 나와 동료들이 대부분 제거했으나, 제거하지 못한 구울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베드로.

타 구울과는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탁월한 조종 능력과 여러 특수능력 때문에 오히려 역으로 당한 적 있는 괴물 중의 괴물이다.


특유의 사기(邪氣) 짙은 기운은 이곳이 베드로의 영지라는 걸 일깨우게 해준다.


모든 게 맞아떨어진다. 지금까지는 몇 시간 전, 주마등처럼 뇌리에 스쳐 가던 장면이랑 모든 게 일치했다.


그저 고통스러운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내가 환각을 보았다 생각했으나, 이렇게까지 맞아떨어진 이상 단순히 정신이상 증세로 치부하기 어려웠다.


비가 주룩주룩 떨어지는 날씨에 소름끼칠 정도로 악의 깊은 사기(邪氣). 서로 싸우지 않으며 내 퇴로를 봉쇄하는 좀비 떼들.


전부 주마등처럼 지나갔던 기억에서 보았던 장면들이다.


이능을 각성한 건가? 평소였다면 그토록 바라왔던 일이었기에 좋아했겠으나, 이제는 모든 게 의미가 없어졌다.


그 무엇보다 소중했던 전우들의 죽음에 내 인생의 목표는 단 한 가지로 압축되었다.


복수.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개 같은 배신자 새끼와 뱀파이어 새끼들의 사지를 찢어 죽일 것이다.


이를 아득 깨물며 나는 쇄도해오는 좀비들을 뭉툭해진 칼날로 뭉개며 앞으로 나아갔다.


크기가 손가락만 한 바퀴벌레 좀비부터 시작해 최상위 포식자의 생활을 영위하던 인간까지, 갖가지 좀비들의 탁한 진녹색 혈흔이 주위로 흩뿌려졌다.


흠뻑 젖어 눅눅해진 옷에 진녹색 혈흔이 튀어 이루 말할 수 없는 비린내가 나야할 텐데, 정신이 한계에 다다른 모양인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후각 청각 미각. 오감 중에 절반이 마비되었다. 그저 눈에 보이는 대로, 좀비들의 공격이 느껴지는 대로 움직일 뿐이었다.


반쯤 몽롱해진 정신을 억지로 부여잡으며 최대한 퇴로를 확보하려 했으나, 역시 베드로가 조종하는 좀비들다웠다. 퇴로를 변경할 때마다 어김없이 새로운 좀비들이 길목을 가로막았다.


좀비들을 정밀하게 조종하는 베드로도 베드로였으나, 사실 내 몸상태만 정상이었다면 수준 낮은 좀비들이 아무리 조직적으로 움직인다 한들 나를 잡아내는 건 불가능했다.


그러나 생화학 무기에 의해 신체가 마비된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최대한 마나를 추슬러 유독한 기운을 신체 밖으로 배출하려 했으나, 어찌나 독한 지 혈도에서 떨어지질 않았다.


오히려 몸을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유독한 기운이 신경까지 파고든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원하는 동작이 제때 나오지 않는다.

내 뇌가 신경한테 명령을 내리나, 신경은 내 뇌의 명령을 따라오지 못한다.


반응속도만 믿고 싸우는 게 내 평소 싸움 방식이었으나, 그렇게 싸우면 죽는다. 내 본능이 외친다.


살아남아 복수를 성사시키려면 익숙지도 않은 싸움 방식을 고수해야 한다. 위협적인 공격만 피하고 위협적이지 않은 공격은 피부 주위를 감싸고 있는 역장을 믿고 피하지 않는다.


하지만 슬슬 한계가 다가온다. 충격이 누적된 역장은 구멍이 숭숭 뚫리기 시작했고, 바닥난 마나로는 역장의 공백을 채우지 못한다. 과부화된 머리도 더 이상 위협적인 공격과 위협적이지 않은 공격을 구분하지 못한다.


이대로 가다간 오 분도 버티지 못하고 좀비들에게 온몸이 뜯기겠지.


비각성자인 주제에 나는 각성자 중에서도 마나를 제어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사기에 아무리 노출된다 한들, 좀비 떼에 아무리 물린다 한들, 좀비로 감염될 확률은 높지 않았다.


좀비들에게 신체 모든 부위가 갈기갈기 물어뜯어 분해되는 것이 내 최후이다. 아주 끔찍한 최후이다.

산 채로 살점이 뜯기는 고통을 느끼며 죽을 터이니.


피식.


이런 상황 속에서 자조적인 실소가 튀어나왔다.


내 주제에 이능의 각성은 무슨. 운이란 운은 발로 갖다채버린 불행덩어리인 내가 이능을 각성했을 리가···.


만약 내가 제대로 된 미래를 예견한 것이었다면 진작에 근방을 돌아다니는 각성자 집단이 나를 구해줬을 텐데···.


몇 시간 전 뇌리에 스쳐 지나간 장면에 희망을 걸었으나, 희망이라는 단어 자체가 닥치지 않은 미래를 낙관적으로 생각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희망은 그저 희망일 뿐이다.


상식적으로 사기로 가득 찬 저주받은 땅에 각성자들이 있을 리 없었다.


그저 정신적 버팀목이 무너진 내가 희망을 품었던 것이겠지.


미안. 민주 누나를 비롯한 아포칼립스 속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캠프 동료들.


복수는 하지 못하고 죽을 것 같아. 배신자 처단은 요원해 보여.


민주 누나가 살아있었다면 당한 걸 갚아주지 못한 나를 보고 괜찮다 말하겠지만, 내심 실망을 하겠지.


그래도 가기 전에 가지고 있는 모든 걸 꺼내 최대한 저항하며 죽을게. 위기가 닥쳤다고 포기하는 건 누나가 누누이 말했듯 자기 자신에게 부끄러운 짓이니깐.


체력을 비롯한 정신력은 대부분 고갈되었으나, 최후의 수가 남아있다.


상처를 무릅쓰고 몸 주위를 보호하고 있던 마나 역장을 해체하고 생명력과 직결되어 있는 마나를 뽑아내면 화려하게 마지막을 장식할 수 있다.


무협으로 따지면 진원진기라 하던가?


근원에 내장된 마나를 모조리 뽑아낸다면 내장을 비롯한 몸의 기능 대부분이 고장 날 게 자명한 상황이나, 죽을 상황에 뭔들 못하겠는가.


숨을 크게 들이킨 나는 심장을 쥐어짜는 고통을 버티며 마나를 끌어내려했다.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최후의 수는 아껴 둬. 망가지니깐.”


조곤조곤한 여성 목소리가 귓가에 메아리친다.


동시에 빗방울이 아닌 비릿한 화약 냄새나는 철구가 하늘에서 비와 섞여 떨어지더니.


콰콰쾅!


연쇄적으로 터지기 시작한다.


비에 젖었음에도 제 역할을 해준 폭탄은 철구에 응축되어 있던 에너지가 요란한 소음을 내며 폭발하며 각양각색의 연기를 뿜어냈다.


마치 불꽃놀이를 보는 것처럼 여러 색깔의 연기를 내뿜던 폭발은 화려한 색상만큼이나 절륜한 위력을 뽐내며 좀비 떼들을 몰살시켰다.

폭탄에 정통으로 맞지 않아도 조금이라도 휘말린 좀비들의 신체에 장작더미처럼 불이 번져 오른다.


폭탄이 떨어진 상공을 쳐다보자 등에 제트팩 같은 걸 매달은 키 작은 여자가 만연한 웃음을 얼굴에 띈 채 손가락에 쥔 쇠구슬을 사방으로 던져대고 있었다.


폭발 범위가 한정되어 있기도 하고 폭발에 휘말릴 까봐 의도적으로 내 주위에 던져대지 않았으나, 눈에 확 띄는 색상은 나를 물어뜯으려는 좀비들의 시선을 돌릴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몇 시간 뇌리에 스쳐 지나간 장면대로 누군가 나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러나 뇌리의 장면과는 확연히 달랐기에 약간 멍해졌다.


당시 장면에는 이런 화려한 폭발이 등장하지 않았고, 내 주위 좀비들의 상태가 이렇지 않았다.


어지간한 일에 놀라지 않는 성격이나, 지금 광경은 나조차 꽤나 놀람을 금치 못했다.


마치 주인을 만나 경배하는 것처럼 좀비 떼들은 지면에서 일어나지를 못했다. 날개 달린 좀비들은 날개가 제구실을 하지 못하며 땅바닥으로 떨어진다.

중력이 몇 십 배는 증가한 듯 일어서지를 못하는 좀비들은 크기가 작은 순서대로 몸뚱아리가 터져나갔다.


탁한 진녹색 혈흔을 비롯해 육편이 사방으로 튀었으나, 시각적으로나 후각적으로 역겨운 감각이 경탄이라는 감정 하에 묻혀 별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이건 분명 중력 이능. 세간에 S급이라 평가받는 이능 중 하나이며, 국내에 중력 이능을 각성한 이는 세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희귀했다.


괜히 S급 이능이 아니었다.


좀비가 상대하기 까다로운 이유는 크기가 작으며 반응속도가 빠른 곤충 변이체들 때문이다.


한눈에 파악하기도 쉽지 않으며 크기가 작아 검으로 베어내기도 쉽지 않아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그러나 S급 이능은 그 모든 걸 무시하고 모든 걸 박살낸다.


세간에 떠도는 이능에 관한 내용은 허무맹랑하거나 과장된 내용이 많았기에 S급 이능이라 해봤자 실제 위력은 그다지 강하지 않을 줄 알았으나.


어째서 사람들이 S급 이능을 가진 이들을 떠받드는지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머리를 조아린 좀비들은 본능적으로 죽음을 느끼는 모양인지 파르르 떨며 닥쳐올 최후의 순간을 기다린다.


가히 생명력을 빼앗는 데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능력이었다.


분명 뇌리의 기억은 중력에 찌그러지는 것과 폭발에 휘말리는 좀비 떼가 아닌 먹구름이 잔뜩 껴 있는 날씨에 선글라스를 끼고 등장한 중년의 남성이 쌍권총으로 좀비 떼들을 터트리는 모습이었다.


뇌리에 한순간 스쳤던 기억들은 미래 예지라 불릴 정도로 상황과 결과가 유사했으나, 과정이 전혀 달랐다.


과연 내가 이능을 각성한 게 맞는 것인가?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니 머리가 돌아간다. 이능을 각성했다 하기에는 이능의 능력이 불분명하며 무엇보다 이능을 각성하면 신체의 변화가 이루어지는 데 나한테 그런 변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환각이라 치부하기에는 환각이 보여준 영상이 너무 정교했다.


상황이 대충 정리되자 어디서 나타난 건지 알 수 없으나, 대놓고 비를 맞으며 좀비 떼들 사이로 여유롭게 다가오는 무리가 나타난다.


무리의 인원은 총 네 명. 하늘에서 폭탄을 뿌리며 기괴하게 웃어대는 여자까지 포함시키면 다섯 명이었다.


무리가 다가오자 나는 한 가지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뇌리에 스쳐간 기억. 그건 분명 미래 예지였다. 무리 안에는 있었다.


먹구름이 껴 어두컴컴하며 비가 우수수 내리는 날씨에 선글라스와 가죽 중절모를 쓴 무게감 있는 중년의 남자가.


허리자루에 매달려 있는 두 자루의 권총까지.


환각이라 치부했던 기억 속의 남자와 동일인물이었다.


미래의 예측이 가능하나, 내용은 변할 수 있다. 그게 내가 봤던 미래 예지의 특징이겠지.


더 자세한 특징과 이능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으나, 지금 상태에서 알아낼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내가 사용하고 싶을 때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불특정한 상황 속에서 나타나는 능력에 대해 고민하는 건 쓸데없는 짓이다.

결론을 도출해봤자 맞는지 확인할 방법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자세한 건 시간이 해결해줄 터. 지금은 주어진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우선이다.


저들의 소속과 저들의 목표는 대충 짐작이 되었다. 이곳에 온 이유는 단 하나일 터. 베드로의 토벌.


그 이유 말고는 굳이 사기가 넘실거리는 오지에 올 이유가 없었다.


운이 좋았다. 나한테는 정보가 있었고, 내 정보는 저들의 목표에 큰 도움이 될 터.


저들을 도와준다면 복수의 실마리를 얻어낼 가능성이 높았다. 아무리 못해도 치료 정도는 해주겠지.


일단은 저들에게 비호감이라는 인식을 남기지 않는 게 우선이겠지.


나는 내 목숨을 구해준 각성자 집단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크흐흐. 역시 베드로한테 도전하는 존재가 우리 말고도 더 있었어.”


음습한 웃음 소리를 내며 배서연이 중얼거렸으나, 모두 그녀의 이야기를 들은 듯 만 듯 무시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아무런 준비 없이 온 걸 보면 우리처럼 베드로를 사냥하러 온 것 같지는 않은데.”


아무리 각성자더라도 사기를 막아주는 마도구 없이 베드로의 영역에서 활개치기 쉽지 않았다. 물론 비각성자처럼 변이되거나 그러지는 않으나, 신체에 해로운 사기를 막기 위해선 상당량의 마나를 소모해야 하기 때문이다.


싸우는 동시에 사기를 막는 역장을 펼치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무언가 일을 하며 또 다른 일을 동시에 집중해서 하기가 어려운 것처럼 싸우면서 역장을 유지하는 건 어지간한 재능으로 못할 짓거리이다.


그러나 소년은 역장을 유지하며 싸우는 게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역장을 유지한다고 칼을 휘두르는 게 어색하지 않았으며 칼을 휘두른다고 역장의 방어가 흐트러지지 않았다.


물론 미숙한 점이 확연히 눈에 띄었다. 소년의 반응속도는 느렸다.


본래 반사신경이 좋지 않은 것인지 역장이 뚫리지 않을 정도의 공격은 역장으로 막고 역장의 역치를 넘어서는 공격은 피하며 좀비들을 상대했다.


분명 좀비들의 공격 전부를 반응할 수 없기에 저런 방식을 택하는 것일 터.


전투 와중에 일일이 적의 공격이 치명적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판단력도 대단하다면 대단하나, 반응속도가 느리다는 한계는 강한 상대와 싸울수록 발목을 잡게 된다.


무엇보다도 소년의 체내에 저장되어 있는 마나의 양은 형편없었다. 각성자인지 의심될 정도로 소량의 양이었다.


뛰어난 마나 제어력으로 단점을 보완하고 있으나, 체내에 저장할 수 있는 마나의 양은 선천적이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마나의 양은 늘릴 수 없기에 각성자로써 소년의 한계는 명확했다.


그러나 이다인의 눈길을 끄는 것은 소년의 퍼포먼스가 아닌 다른 무언가였다.


“무리에서 떨어진 건가?”

“아니. 본인을 제외하고 전멸한 모양이야.”


몸에 뿜어져 나오는 살기를 보면 말이지. 뒷말을 생략하며 이다인은 아직 앳된 티가 많이 나는 소년을 관찰했다.


소년의 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처절했다. 어찌나 좀비들을 많이 벤 건지 칼날이 뭉개져 있었다. 그러나 아랑곳하지 않고 검에 힘을 과도하다시피 실어 좀비들을 박살냈다.


상당한 심력과 근력이 소모될 전투방식일 터이나, 소년은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죽음이 눈 앞에 임박했음에도 발악하기를 멈추지 않으며 마지막 불꽃을 태우려 한다.


“어어···? 근원의 마나를 사용하려는 데? 저거 빨리 개입해야 하는 거 아니야?”


다급하게 강지연이 외쳤고, 이다인은 팀원들을 바라보았다. 소년의 처절한 전투를 보고 다들 피가 끓어오른 모양인지 모두가 이미 전투 준비를 끝마쳤다.


“배서연. 최수범. 전부 쓸어버려.”


배서연은 본인이 만든 제트팩을 등에 매달고 공중으로 날아갔으며 최수범도 유례없을 정도로 일대 다수와의 싸움에 특화되어 있는 능력을 발동하여 소년 쪽으로 다가갔다.


본래였다면 쌍권총을 사용하는 육체계열 각성자인 장태식을 보내 소년을 미끼로 베드로를 유인했겠으나, 최악의 순간에도 목숨을 불태우며 끝까지 발악하는 소년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사람의 감정을 색깔로 볼 수 있는 이다인은 소년의 감정을 유추할 수 있었다. 설령 죽음을 맞이하더라도 적을 하나라도 더 데려가려는 의지.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에 처해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의지는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었다.


가지고 있는 무력이 약하든 강하든 저런 강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을 뛰어넘곤 한다.


소년의 재능은 빼어나지 않으나, 정신력 하나만큼은 다른 각성자들과 비교를 불허했다. 어쩌면 본인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부수고 새로운 가능성으로 나아갈지도 모른다.


잠시 소년을 바라본 이다인은 계산을 마쳤다.


소년의 깊이 가라앉은 눈빛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소년은 무언가를 절실히 바라고 있다.

그걸 이루어 준다면 그녀의 사람으로 만드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문제는 소년이 그녀의 기준점을 통과할 인재이냐는 것이다.


근 이 년 동안 그녀의 마음에 드는 인재를 발견하지 못했다. 소년은 다른 이들과 다르길 빌며 이다인도 좀비 떼를 향해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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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참혹한 미래 24.08.02 16 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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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새로운 조직(1) 24.08.01 28 0 13쪽
» 미래 예지의 발현 24.08.01 53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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