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보는 아포칼립스 속 구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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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가로수
작품등록일 :
2024.08.01 13:41
최근연재일 :
2024.08.08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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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8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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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들(3)

DUMMY

예상은 했으나, 실제로 예상이 맞아 떨어지니 손이 바들바들 떨린다.


나는 침대 시트지를 붙잡곤 새어나오려는 울음을 간신히 참았다.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다른 곳에서 이 계정으로 각성자넷에 접속했다는 것은···. 나 말고 생존자가 있다는 것을 의미했으니.


한 몸을 던져 동료들을 순간이동시킨 민주 누나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다. 그 사실이 뻥 뚫린 가슴에 큰 위안을 안겨주었다.


눈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나는 아이디를 만들었다.


나 말고도 생존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생존자가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알아야 할 의무가 있다.


천안 캠프를 이끌던 상무 형과 민주 누나가 죽었기에 그 다음으로 권한을 많이 가지고 있던 내가 이들을 책임져야 한다.


만족스러운 곳에 정착했다면 응원해주고, 생활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도와줘야 해야 한다. 아무리 우리를 묶던 소속체가 무너졌다지만, 천안 캠프 조직원들끼리의 소속감은 무너지지 않았다.


분명 나 말고도 살아남은 다른 생존자들도 그렇게 생각할 터.


각성자넷에 들어가자마자 나는 고정 닉네임, 천하제일검을 검색했다.


내 예상대로 천하제일검은 몇 시간 전부터 꾸준히 게시글을 올리고 있었다. 게시글의 내용은 당연히 천안 캠프의 생존자를 찾는 내용이다.


천하제일검한테 쪽지를 보낸 나는 답변이 오기를 기다렸다.


천하제일검 계정의 아이디를 알고 있는 이는 나를 포함해서 네 명이다. 이 중에서 과연 누구일까?


천안 캠프 시절. 우리는 핸드폰이 거의 없었다.

조직 내에 단 두 대만이 존재했는데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수뇌부 쪽에 하나 놓고, 나머지 하나는 우리끼리 합의를 봐서 사용하기로 했다.


핸드폰을 구하려면 더 구할 수 있긴 했으나, 단 두 대만 가져온 이유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오 년전, 게이트에서 괴수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며 지구에는 마나라는 새로운 원소가 등장했는데, 이 마나는 전파를 비롯해 특정 주파수의 빛을 왜곡시키는 성질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기에 아포칼립스 초반, 전기를 사용하는 모든 기기가 마비되었는데, 이는 인류의 수를 크게 줄이는 원인이 되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며 상황이 나아졌는데, 전파 관련 이능을 가진 각성자들이 세계 곳곳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들은 마나에 의해 왜곡된 전파를 끌어들일 수 있었으며 게다가 전파 관련 이능은 이능 중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흔한 이능이었기에 통신 문제는 생각 외로 빠르게 해결되었다.

하지만 천안 캠프 인물 중에선 단 한 명만이 관련 이능을 가지고 있었다.


이 때문에 정해진 시간에 단 두 대의 핸드폰만이 사용 가능했다.


자유롭게 사용이 가능한 나머지 한 대는 서로 시간과 날짜를 정해 공평하게 돌아가며 쓰기로 합의했다.


당시 나를 비롯한 정찰 조원들은 베드로 토벌에 여러 번 실패한 상황이었으며, 지금의 전력으로는 베드로를 토벌하는 게 상당히 힘들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곤 상의 끝에 외부의 도움을 요청하기로 결심했고, 그 수단으로 국내에서 가장 트래픽이 높은 각성자넷을 이용하기로 했다.


각성자넷은 커뮤니티 기능 뿐만 아니라, 필요한 게 있으면 거래를 하는 기능도 존재했는데, 개중에 의뢰 게시판도 존재했다.


우리는 의뢰 게시판에 올려 베드로 토벌을 할 때 도움을 받으려 했으나, 생각 이상으로 의뢰 게시판은 활성화되어 있었고, 쉴새없이 올라오는 게시글 때문에 우리의 게시글은 금세 묻혀버렸다.


게시글을 한 번 올리면 다시 올리기까지 일주일이라는 대기시간이 존재했고, 우리는 세 달 동안 꾸준히 게시글을 올렸으나, 의뢰 지원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 와중, 각성자넷에서 참여도가 높은 이들을 위한 새로운 혜택이 발표되었고, 개중에는 각성자넷을 자주 이용하는 VIP 전용 혜택도 있었으니.

올린 의뢰가 묻히지 않도록 메인화면에 노출되게 만드는 파격적인 혜택이었다.


이를 위해 나를 비롯한 정찰 조원들은 각성자넷에서 계정 하나로만 활동해 VIP 등급을 얻어내기로 합의했고, 그 계정이 바로 천하제일검이었다.


비록 VIP 등급을 달성하기 전에 천안 캠프가 소멸되며 목표한 바는 이루지 못했으나, 전혀 예상치 못한 상호작용을 낳았다.


덕분에 천안 캠프 인원 중 누군가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정말 조장이야? 조장? 진짜로?!! 살아있었ㄱㅜ나!!


몇 초 기다리자 다음과 같은 쪽지가 날아왔다. 보자마자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평소에 감정 표현이 풍부하며 호들갑 잘 떠는 누나, 혜주 누나였다.


나이가 훨씬 어린 나보고 혜주 누나는 꼬박꼬박 조장이라 불러줬었지. 다른 이들처럼 편히 불러줘도 된다 말했음에도.

리더에 대한 권위가 떨어진다 주장하며 내 별명을 부르는 이들한테 한 소리를 하는 게 그녀의 일과일 정도였다.


- ㅇ러마나 걱정했는데 ㅠ.ㅠ 살아있어줘서 정말ㄹ 다행이야! 정말루


그녀가 어떤 행동을 하며 쪽지를 보내고 있는지 훤히 보였다. 구석에서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타자를 치고 있겠지.


눈물로 핸드폰이 젖어 저렇게 타자 실수가 나오는 게 아닐까?


- 누나는 괜찮으세요?

- 나는 멀쩡해! 아주 멀쩡해서 다른 동료들한테 미안할 정도야. 너는?

- 저도 운이 좋았어요. 누나. 저 말고 따로 연락 온 게 있어요?

- 헌원이. 헌원이한테 연락이 왔었어.

- 헌원이 형이요? 하긴 그 형이라면 어디서든 잘 살아남을 것 같긴 해요.

- 뭐. 걔는 무인도에 떨어져도 알아서 살아남을 얘니깐.

- 그나저나 누나는 어디예요?

- 나? 평택 기지.

- 평택 기지요? 평택 기지 근방에 떨어진 거예요?

- 바로 앞은 아닌데 근방에 떨어지긴 했지. 운이 좋았어.


생각 이상으로 먼 곳이었다. 민주 누나가 온 힘을 끌어모아 이능을 발동해서 그런 것인지 상당히 먼 곳까지 순간이동 된 모양이다.


- 헌원이 형은요?

- 걔는··· 나도 모르겠어. 알아서 잘 살고 있다고만 말하고 연락을 끊던데?


웃음이 피식 나왔다. 그야말로 자유로운 영혼인 헌원이 형 다웠다.


평소대로인 것 보면 그 형도 알아서 잘 살아가고 있다는 거겠지.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보였다.


혜주 누나는··· 악바리라고 해야 하나, 기가 약해 이방인들이 가득한 곳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되었으나, 미군과 함께하는 평택기지는 국내 무력 조직 중에서도 손 꼽힐 정도로 치안이 안정된 조직이다.


무엇보다 헌원이 형, 혜주 누나 둘 다 핸드폰을 구한 걸 보면 각 집단에서 지위를 어느 정도 인정받은 것일 터.


그 둘의 능력이라면 어디를 가든 충분히 실력을 인정받을 만했다. 걱정이 되긴 했으나, 굳이 내가 직접 상황을 확인할 필요는 없어보였다.


- 너는? 어디야?

- 저도 잘 지내고 있어요. 저는 희나리에 있어요.

- 괜찮아? 이번에 대전연합을 무너트린 괴수가 희나리 쪽으로 북상한다는 얘기가 있던데? 평택 기지도 그걸로 시끌벅적하더라.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불확실한 정보였는데, 그 사이에 소문이 쫘악 퍼진 모양이다. 평택기지에서도 이슈가 될 정도인 것 보면.


- 괜찮을 것 같아요. 생각 이상으로 희나리 수비가 견고하더라고요.


사실 방금 희나리에 도착했기에 어떤 방식으로 괴수들을 막아내는지 모르나, 혜주 누나도 새로운 장소에 적응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을 터.

굳이 괜한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


- 그렇구나. 다행이네!^^ 그나저나··· 너는 어떻게 되었는지 알고 있어? 민주라든가 상무 아저씨라든가.


아무래도 순간이동 뒤의 일이 궁금했던 모양이다.


하긴. 혜주 누나도 알고 있었다. 민주 누나의 순간이동 능력에는 여러 제약이 있다는 것을.

신체 접속 없는 이들 여럿을 순간이동시키는 건 민주 누나 능력 밖이었다.


생명력을 불태워 이능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 말이다.


본능적으로 직감하고 있겠지.


사실대로 말하자 혜주 누나는 잠시 쪽지를 보내지 않았다. 수 분 후, 그녀한테서 다시 쪽지가 왔다.


- 역시 그렇게 되었구나···. 나 일이 생겨서 잠시 연락 못할 것 같아. 추후에 연락 다시 줄게.

- 알았어요. 푹 쉬세요.


혜주 누나와의 연락이 끊어지며 나는 생각에 잠겼다. 민주 누나의 희생은 헛되지 않았으며 생각 이상으로 살아남은 이들이 많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내가 희나리에서 이러고 있는 게 맞을까? 지금 당장이라도 혹시 모를 생존자를 찾는 게 맞지 않을까?


지금 내가 솜으로 가득 찬 부드러운 침대에 누워있는 동안, 누군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괴수들 사이에서 발버둥치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틀 동안 자지 못해 천근 같이 무거운 눈꺼풀은 침대에 기대자마자 감기기 시작했으며, 이틀 동안 쌓인 정신적 피로감은 내 뇌가 돌아가는 걸 막았다.


순식간에 잠에 빠진 나는 꿈을 꾸었다. 동료들이 내 바지가랑이를 잡으며 제발 살려달라고 외치는 꿈이었다.

동료들의 신체에는 무수한 좀비 떼들이 달라붙어 있었다.


하지만 꿈 속의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동료들이 죽어나가는 걸 지켜볼 뿐이었다. 꿈에서 벗어나고 싶어 온몸을 뒤틀었으나, 끝내 나는 꿈이 끝나기 전까지 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아주 끔찍한 악몽이었다.



***



악몽 때문에 제대로 자지를 못했다. 중간중간 잠에서 깨어난 게 벌써 다섯 번째이다.

등에 벤 식은 땀 때문에 옷을 비롯한 침대 시트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이 상태로 잠을 청하면 다시 악몽을 꿀 게 분명했기에 잠자고 싶지 않았으나, 앞으로 치뤄질 전투는 내 무수한 전투 경험 중에서도 치열한 것일 터. 억지로라도 컨디션 관리를 해놓아야 한다.


억지로 침대에 누우려 할 때였다.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지금 시간은 정오.


눈을 비비며 세수를 한 나는 문을 열었다. 그리고 문 앞에는···.


“태연이 누나···?”


아직도 꿈인가? 볼을 세게 꼬집었으나, 볼만 얼얼해질 뿐, 눈앞의 형상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날카로우면서 이지적인 느낌을 주는 뿔테 안경을 쓴 여자, 최태연은 양팔을 벌려 나를 꼭 껴안았다.


“조장. 보고 싶었어···.”

“나야말로. 살아있어줘서 고마워.”


나 또한 양팔로 그녀를 꽉 껴안았다.

다른 이들과 달리 절망적일 정도로 몸 쓰는 데 재능 없는 태연이 누나는 살아남을 가능성이 희박하다 생각했으나, 내 예측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틀린 모양이다.


마음 속에 희망이 생긴다. 어쩌면 순간이동 된 이들의 대부분이 안전한 곳으로 순간이동한 걸지도 모른다.


내가 운이 좋지 않은 케이스일 뿐, 대부분 안전한 곳에서 새로운 일상을 영위하고 있을지 모른다.


“몇 명이나 살아남았어? 파악할 수 있겠어?”


기대를 품고 말을 꺼냈으나, 이내 태연이 누나의 표정이 먹구름 낀 듯 어두워진다. 한참을 입 열지 않고 입술을 바들바들 떠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직감하고 말았다.

아. 살아남은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구나.


마음이 찢어질 것만 같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알아야 한다. 현재 살아남은 이들 중에서 가장 직급이 높은 건 나이기에 절망적인 현실에 도피하지 말고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


“마음의 준비를 마쳤어. 말해줘. 몇 명 살아남았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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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생존자들(1) 24.08.06 10 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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