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 전생과 현생의 만남
중원의 남쪽 강서성(江西省)과 광동성(广东省) 사이 어느 작은 산에는 오랫동안 터전을 지켜오며 약초나 나물을 키우며 살고 있는 양민들의 마을이 하나 있다.
그 조용하던 마을 중앙에 3명의 무인이 칼을 겨누며 서있었고, 그 옆에는 피를 토하며 죽어가고 있는 32명의 마을 사람과 그 앞쪽에서는 겁에 질려 벌벌 떨고 있는 12명의 아이가 있었다.
무인들의 앞을 막고 있는 40세 전후의 외팔이 사내가 입에서는 연신 피를 흘리며 표정을 굳힌 채 남은 왼쪽 팔로 칼을 바닥에 꽂고 버티며 무릎을 꿇고 대치하고 있었다.
그는 천의명이라는 낭인이었다. 천의명이 숨을 헐떡이며 자신의 앞에 서있는 무인들에게 울분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허억..허억..어째서.. 가족들이 독으로 죽어가고 있는 것을 보며 충분히 고통스러워하는 아이들인데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이 빌어먹을 새끼들!!”
천의명의 앞에 서있는 3명의 무인 중 조장인 무인이 차가운 표정으로 칼을 꽉 움켜 지며 말했다.
그의 얼굴은 죄책감으로 물들어 있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우리는 명령에 따르는 것일 뿐. 그대도 낭인 생활을 오래 한 것 같은데 이해해 주길 바라네.”
그의 말에 천의명이 입꼬리가 올라가며 웃었다.
“하하하. 그 유명한 남궁세가에서는 이런 식으로 협행을 해왔던 거군. 비열한 새끼들!!”
그들은 무림의 명문 가문인 오대세가(五大世家) 중 하나이며 협행(俠行)을 하기로 유명한 남궁세가(南宮世家)의 무인들이었다.
“이런 빌어먹을 낭인 새끼가!!”
화가 난 다른 남궁세가 무인이 단숨에 거리를 좁히며 천의명을 발로 걷어차더니, 넘어진 그의 어깨에 검을 꽂아 넣었다.
퍼억! 쿵!
푹!
“끄아아아아악!”
천의명은 고통에 칼도 놓치고 몸부림쳤다.
“조장님 더는 여기서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어서 처리하고 이공자님에게 합류해야 합니다.”
남궁세가의 조장은 한숨을 쉬며 다른 무인들을 보며 명령하였다.
“후.. 그래 빨리 마무리하자. 처리해라!!”
남궁세가 조장을 명령에 2명의 남궁세가 무인들이 아이들이 있는 방향으로 걸어가며 칼을 들어 올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아이들은 온몸을 떨며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흐윽.. 흐윽”
“으아아아앙!”
이때 어디선가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쉬익! 퍽!
어디선가 들려온 바람 소리와 함께 2명의 남궁세가 무인의 칼을 든 손이 잘리며 공중으로 떠올랐다.
“으아아아악!!”
“으악!! 내손!!”
남궁세가의 무인들은 보이지도 않는 쾌검(快劍)에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남궁세가 조장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화들짝 놀라 주위를 둘러봤다.
“누구냐!!”
그러자 그들의 눈앞에 60세 전후의 노인이 검을 들고 서 있었다.
남궁세가 조장은 그 노인에게 검을 겨누며 떨리는 마음을 숨기고자 크게 소리쳤다.
“다..당신은 지금 대 남궁세가의 행사를 방해하는 것인가!!”
하지만 노인은 아무런 말도 없이 무심한 표정으로 고통에 손목을 부여잡고 있던 남궁세가 2명의 무인의 목을 쳐버리고 조장에게 달려들었다.
슈육! 툭!
“헙!!”
챙!! 퍽!
남궁세가 조장은 달려오는 노인을 보고 엉겁결에 검을 들어서 막을 수 있었지만, 노인의 발길질에 뒤로 넘어졌다.
“큭!!”
노인은 다시 조장을 향해 검을 세웠다.
급하게 조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노인에게 말했다.
“나.. 나를 죽이면 남궁세가 무인들이 당신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노인은 시종일간 무심한 표정으로 말도 없이 남궁세가 조장의 목에 날려버렸다.
쉭!
툭!
그렇게 아이들을 노리던 남궁세가 무인들은 노인의 일수도 제대로 버티지 못하고 싸늘한 주검이 되었다.
검에 있는 피를 털어내고 노인이 천의명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아이들은 순식간에 펼쳐진 잔인한 광경에 두려워하며 천의명의 뒤쪽으로 다가왔다.
천의명은 경계의 눈빛을 보이면서 검을 주워 몸을 지탱하며 천천히 일어났다.
그리고 천의명은 노인이 가까이 다가오자 말을 걸었다.
“어느 방면의 고인이신 줄은 모르겠지만 고맙습니다. 하지만 더는 다가오지 마십시오. 혹시나 오해할 수도 있으니.”
천의명의 말에 노인은 멈춰 섰지만, 그 자리에서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아니.. 이게 무슨?”
천의명은 무릎을 꿇은 노인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마스터!! 드디어. 만나다니 저 진일입니다.”
천의명은 노인의 말에 너무 놀라 눈이 커지며 입이 찢어질 듯 벌어졌다.
이곳에서는 절대로 들을 수 없는 언어를 쓰고 있는 노인을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놀란 마음을 최대한 진정시키며 천의명도 같은 언어를 사용하여 노인에게 말했다.
“진일...? 진일!!!”
순간 오래된 기억이 떠오르며 소리쳤다.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얼굴을 자세히 바라보니 자기 전생의 모습이 늙으면 저런 모습일까?
닮아있는 그의 모습에 천의명은 진일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사실 천의명은 전생을 기억하는 환생자였다.
전생에 자신의 각성 능력은 분신 소환.
앞에 있는 노인은 자기 전생의 이름에 숫자를 붙여준 첫 번째 분신인 우진일이었다.
“도대체.. 네가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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