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이상한 천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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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소고
작품등록일 :
2024.08.04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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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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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마공

DUMMY

어둠 속에서 누군가 자신들의 저급한 대화를 듣고 있다는 사실을, 두 무뢰한은 전혀 짐작치 못했다. 그 누군가가 어제 놓쳐버린 명마라는 사실은 더더욱 알 수 없었다. 자지러지듯 우는 아기의 울음소리만이 어두운 민가에 울려퍼졌다.


잠시 후, 기다리던 조씨 강도는 방문틀을 잡고 안쪽을 들여다보며 귀중품을 챙기고 있는 농부의 아내를 윽박질렀다.


“어이, 빨리 나와! 대체 왜 이렇게 오래 걸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콰앙!


어마어마한 굉음과 함께 농부의 집 벽이 흔들렸다.


“으아아! 나갈게요! 다 됐어요!”


농부의 아내는 그것마저 그저 강도의 소행인 줄로만 알았다. 저 인간 같지도 않은 것들이 기어코 집까지 때려부수는구나. 값 나가는 것들을 빨리 줘서 보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며 방 밖으로 뛰쳐나간 부인은, 뜻밖의 광경을 보게 됐다.


“이, 이게 뭐야···!”


방금 전, 집 안까지 들이닥칠 듯 위협하던 조씨 강도는 지금 소리가 난 방향을 망연히 바라보고 있었다. 농부의 집 벽, 굉음을 내며 처박힌 것은 지금껏 함께 패악질을 부려 왔던 동료, 둥근 얼굴 강도였다. 뭔가에 떠밀린 듯 날아가 벽에 머리를 박고 축 늘어진 동료의 모습은, 이미 가망이 없어 보였다. 대신, 그가 서 있던 자리에는 이제 높이가 8척쯤 돼 보이는 큰 덩어리 같은 게 서 있었다.


‘저놈, 저놈이 공격한 거다! 뭔지는 몰라도!’


어둠이 내리깔려 그 정체를 알아보기는 어려웠지만, 사람이 아닌 것은 확실했다. 상황을 보면, 저 8척짜리 괴물이 동료를 공격해 벽에다 처박은 게 분명했다. 조씨 강도는 반사적으로 허리춤에 꽂힌 검 손잡이를 잡으며 생각했다.


‘잠깐, 저만한 크기의 짐승을 어제 봤었는데?’


어제 놓쳐버린 그 흑마. 그런데, 눈앞에 있는 괴물과 걸음도 겨우 걷던 그 짐승은 몸 크기만 비슷할 뿐, 전혀 다른 기운을 내뿜었다. 어제 그 말은 어딘가 어벙하고 난폭했던 반면, 지금 이 괴물은 금방이라도 자신을 잡아먹을 듯한 위압감을 풍기면서도 침착하게 자신을 관조했다.


괴물이 내뿜는 압박감에 숨을 쉬기가 어려울 지경이었다. 조씨 강도는 마음을 굳게 먹고 발을 떼려 했다. 먼저 공격하는 게 살아나갈 확률이 가장 높다는 계산이었으나, 괴물이 마주 다가오는 모습을 확인하자, 조씨 강도는 그만 그 자리에 굳어 버렸다.


‘그···그놈이다.’


한참 올려다 봐야 하는 높이에 시커먼 말 머리가 위치했다. 덩치에 비례하게 큰 괴물 말의 눈에서는 퍼런 안광이 뿜어져 나왔다. 머리와 뒷목을 따라 내려앉은 갈기털은 밤의 어둠과 그 경계가 모호해, 어둠 그 자체가 말의 모습으로 현현(顯現)한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어제 본 그 말과 같은 놈이 분명했지만, 동시에 같은 놈이 아니었다. 하루 사이에 어떻게 이런 귀기(鬼氣)가 생겨난단 말인가.


“푸르륵,”


어둠과 구분할 수 없는 말 한 마리가 투레질을 했다. 그 소리에 담긴 뜻은 이러했다.


‘죽어라.’


신기한 일이었다. 투레질이란 한낱 미물의 혀와 입술이 진동하는 소리에 불과한데도, 그 소리에 담긴 적의가 분명히 느껴졌다. 그제서야 강도는 동료가 어떻게 당했는지 알게 됐다.


‘뒷발로 찼구나! 어제 그 공격이야! 그런데 위력은 천지차이···!’


악귀 같은 말의 모습과, 적의로 가득찬 투레질 소리는 분명 조씨 강도를 위축시켰다. 하지만 그래 봐야 동물이다. 게다가 이렇게 마주보고 있다면 뒷발로 자신을 공격할 수는 없지 않은가. 조씨 강도는 칼자루를 잡은 채 멈춰 버렸던 손에 다시 힘을 주며 결심했다.


‘내가 먼저 공격해야 해! 이 놈의 모가지를 일검으로 양단해 버리면 제깟 놈이 아무리 괴물 같아도···’


콰직!


생각은 거기서 끝이었다. 검이 검집에서 한 치 정도 뽑혀나온 그 순간, 말이 움직였다. 뒷다리로 몸을 지탱하고 앞다리를 들어올리는, 흥분한 말들이 가끔 보이곤 하는 그 동작이었다. 거기다, 이 정체불명의 검은 말은 앞다리를 번개같이 차 올려, 강도의 턱을 가격했다.


턱을 맞은 강도의 무릎이 꺾이고, 앞으로 무너지듯 쓰러졌다. 턱의 교합이 어긋나고, 입술 밑으로 턱이 크게 찢어져 피가 흘렀다. 턱이 단단히 부러진 모양새였다. 강도의 의식이 사라졌고, 돌아올 일도 없어 보였다.


차르륵-찰캉!


농민 부부의 방 문간에서 요란한 금속성이 들려왔다. 주옥이 검은 말 머리를 돌려 그 쪽을 바라보자, 은과 장신구 따위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농부의 부인이 지금까지 긁어모아 온 돈과 귀중품을 전부 떨어뜨린 것이다. 농부의 부인은 입을 반쯤 벌린 채 넋이 나간 표정으로 시커먼 말을 바라봤다.


* * *


주옥은 자신이 벌인 일을 조용히 수습하기 시작했다. 두 무뢰한의 사체를 물어 옮겨 나란히 두고, 입과 앞발을 이용해 옷 앞섶을 파헤쳤다. 그들의 품에서 은자 몇 개가 굴러 나왔다. 주옥은 앞발로 은자들을 굴려 농부의 아내 앞에 갖다 두었다.


그녀는 놀라다 못해 주저앉은 지 오래였다. 그저 크고 멋지게 생겼을 뿐이라 여긴 검은 말이 지금 사람을 둘이나 죽이고, 자신에게 은자까지 건네고 있었으니,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눈앞에서 움직이는 이 말은 짐승인가, 귀신인가. 확신할 수 없었다.


“아···에, 아?”


농부의 아내는 말이라 보기 어려운 소리만 겨우 냈다. 그 모습을 잠깐 지켜본 뒤, 주옥은 아직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농부에게로 향했다. 그는 아직도 피를 울컥이며 바닥에 누워 앓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주옥은 잠시 생각했다.


‘코가 부러졌군. 맞춰주고 싶지만 손이 없으니 안 되고... 피라도 멎게 해 줘야겠어.’


이제 그에겐 출혈을 막아줄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마교 2인조가 마당에 침입할 때까지만 해도 없던 내력이, 이제는 주옥의 몸 속을 흘렀다.


아까 전 상황, 마교 2인조 강도단의 발소리가 다가오자 주옥은 마당 한구석의 어두운 곳으로 몸을 숨긴 뒤아, 무림사에 다시 없을 황당한 짓을 시도했다. 운공이었다. 짐승의 운공. 지금 자신이 벌이는 짓은 역대 무림에 한 번도 없었으며, 앞으로도 없을 일이라 확신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평생 독파해 온 수많은 무공서의 지식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알고 있는 심법 구결만 해도 열댓 가지가 넘었지만, 가장 적절한 심법을 골라 잡는 건 어렵지 않았다. 점창파의 장경각에서 발견한 내력 불문, 출처 불명의 심법. 주옥은 가만히 눈을 감고는 생각했다.


‘창천심결(蒼天心結). 하자가 많은 심법이지만 구결에는 문제가 없었지. 지금 상황에는 이게 최고야.’


마교의 강도들이 이제 곧 들이닥칠 것이다. 강한 적은 아니었지만, 내력이 없으면 상대할 수 없다. 초조함을 애써 다스리며, 주옥은 눈을 감고 몸 속의 단전을 찾기 시작했다. 인간에게 단전, 그 중에서도 내력이 축적되는 하단전의 위치는 너무나 당연했지만 짐승에겐 그렇지 않았으니, 심법 구결을 응용해야 했다.


창천심결의 구결 첫 장을 떠올리며, 몇 번 깊게 심호흡을 했다. 심법서에 의하면 이렇게 할 경우 진기의 파편이 단전으로 흘러 들어올 것이라 했다. 그러니, 진기의 파편이 흘러드는 경로를 느낄 수 있다면 단전의 위치를 알 수 있었다. 바로 거기서부터 진정한 운공이 시작될 터였다.


“은전 한 톨이라도 숨겼다간 우리가 왜 마교라 불리는 지 똑똑히 알려 주마!”


그 사이, 마교의 강도들이 농부의 집을 습격해 이렇게 외쳤다. 아직 본격적인 운공에 돌입하지 못해 윽박지르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주옥은 곧장 다시 명상에 돌입했다.


명상이라면 누구보다 많이 해 봤다. 어린 시절부터 그는 혹 오늘 갑자기 한 줌의 진기가 피어오르지 않을까, 기대하며 매일 운공을 시도했다. 운공을 하는 방법은 심법서와 동기들의 경험담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으니, 단 한 톨의 내력만 반응해 준다면 누구보다 수련에 열중할 자신이 있었다.


나이가 마흔 줄에 가까워지도록, 매일 운공 시도를 거른 날이 없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갑자기 내력이 생길 거란 기대는 옅어졌지만, 내력 없이 하는 운공은 곧 명상이 되어 그에게 도움을 주었다. 평정심을 유지해야 하는 지금의 주옥에게는 더없이 큰 도움이 되었다.


‘느껴진다! 드디어...’


이제 농부 가족이 애원하고, 강도단이 윽박지르는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대신, 모래알만큼 작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이상한 느낌의 기운이 체내의 한 점으로 흘러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심법서에 쓰인 대로였다.


‘이것이 지난 일생 동안 그토록 원했던 진기··· 하지만 지금은 감상에 빠질 때가 아니야.’


순간 감격했지만, 그 감정에 젖어 있어선 안 된다. 조금이라도 빨리 일주천을 완성해야 내력이 생길 것이고, 그래야 무인 둘을 상대로 저항할 수 있다. 조금 더 정신을 집중해 보니, 진기가 모여들고 있는 그 한 점의 위치도 예사롭지 않았다.


‘움직이잖아? 게다가 하나 뿐이야. 말의 단전은 이런 식인가?’


심법이란 것은 기본적으로 수련자의 단전 한 쌍이 온전함을 전제로 했고, 창천심결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껏 찾은 단전이 하나 뿐이며, 심지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무인들의 기초 상식에 완전히 배치되는 일이었다. 이렇게 되면 낭패였다. 곤혹스러워 하는 주옥의 귀에 외부의 소리가 들려왔다.


퍽!


사람을 때리는 소리였다. 심장이 철렁했다. 농부나 그 아내가 맞고 있는 게 분명했다. 낭패를 보고 있을 민초들 쪽으로 쏠리는 마음을 다잡고, 주옥은 심호흡을 하며 다시 체내의 진기에 집중했다.


‘어떻게든 양맥을 타통해야 돼. 저 두 놈 정도라면 내력 한 줌만 있어도 해 볼만 하다.’


무공을 펼쳐본 일은 없었지만, 실력 고저를 막론하고 남들이 무공을 펼치는 모습은 수도 없이 봐 왔다. 두 마교인의 수준은 진즉에 파악했으니, 경각이라도 빨리 내력을 얻는 것이 관건이었다. 시간이 없는 만큼, 무모할 정도로 과감한 방법을 취하기로 했다.


‘진기를 되는 대로 흘려 보자!’


순서를 무시하고 아무 혈도로 진기를 보내는 일은 주화입마에 걸리기 딱 좋은 자살행위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인간에게 해당하는 말. 지금 주옥의 몸에는 단전이 하나뿐이고, 그것마저 체내를 돌아다니는 이체(異體)였으니, 이런 몸이라면 다를지도 몰랐다. 급박한 상황에서, 아주 급진적인 가설이 떠올랐다.


'운공의 기본은 일주천(一周天), 쉽게 말하면 한 쪽 단전에서 피어난 진기를 온몸의 요혈로 보낸 뒤, 반대쪽 단전에 넣는 순환이지만... 단전이 하나뿐이라면 어차피 그런 순환은 불가능해. 침착하게, 편하게 느껴지는 곳으로만 진기를 보내는 거야.’


인간이 아닌 짐승이라면, 짐승 중에서도 말이라면, 말 중에서도 태상노군이 선사한 이 천마의 몸이라면. 혹시 일주천이 아닌 방식으로도 운공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타당한 근거는 하나도 없었지만 지금은 무모한 짓이라도 해야 할 만큼 절박했다.


모래알 한 톨 정도로밖에 느껴지지 않는 진기가 단전에 머물렀다. 그 기척을 놓치지 않고, 창천심결의 구결을 따라 그 한 톨의 진기를 체내의 다른 곳으로 옮겼다. 말의 혈자리 따위를 알고 있을 리가 없었으니, 진정한 무작위 운공이었다.


진기가 가는 곳에 따라 속이 메슥거리기도 했고, 발바닥이 가려워지기도 했다. 특히, 말의 발바닥은 두꺼운 말발굽 속에 갇혀 그 가려움이 더욱 참기 어려웠다. 전부 요혈이 아닌 혈자리를 건드렸을 때 일어나곤 하는 일이었다. 그 효과들을 경험하며 주옥이 되뇌었다.


‘점혈의 효과는 인간과 비슷하다. 진기의 양이 워낙 작고 심법은 단순하니, 지금처럼만 하면 크게 잘못될 일은 없겠어. 침착하자!’


이후에도 순간적으로 왼쪽 앞다리가 뻣뻣해져 오거나, 후각이 옅어지는 등 가벼운 부작용이 몇 차례 있었다. 그러다, 마침내 진기의 통로가 열렸다. 입을 통해 들어온 진기가, 몸 속의 단전을 거친 뒤 하반신의 혈로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됐어! 혈의 위치가 엄하긴 하지만, 양맥은 확실히 뚫렸다!’


진기가 방출되는 혈은 다름 아닌 꼬리 바로 밑의 이름모를 혈. 물론 다른 곳으로도 발출되기야 했지만 가장 주요한 통로는 그곳이었다. 말의 내력은 심법서와 동기들의 경험담처럼 순환하는 대신, 몸속을 빠르게 흐르며, 일부를 단전에 남기고 체내를 빠져나갔다.


듣도 보도 못한 운공 방식이 낯설고 이상했지만, 온몸에 활력이 충만한 것을 보면 이 방식이 틀린 것 같지는 않았다. 그 때, 마교 강도 한 명의 질 낮은 농담이 들려왔다.


“시간이 좀더 있었으면 좋았을 걸.”


* * *


창천심결의 심법서에는 이런 주석이 붙어 있었다.


[본 심결은 경지를 추구하는 게 아니라 후기지수들이 쉽게 무공을 익히도록 하는 데 그 요체가 있다. 장점이라고는 내력을 일주천만 해도 즉시 발출할 수 있을 정도로 습득이 빠르다는 점을 들 수 있겠지만, 그 외엔 없으니 빨리 다른 심법을 익혀 더 높은 성취를 지향하는 게 좋다.]


무공서를 읽다 보면, 후대에 악의적인 주석을 달아 원저자를 깎아내리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 하지만 이 주석이 진정 재미있던 이유는, 주석과 본문의 필체가 같았기 때문이다. 즉, 창천심결을 창안한 그 자가 스스로 자기 무공을 이렇게 폄하했다는 말이다. 그 솔직하고 털털한 자세가 퍽 주옥의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그 밑에는 이런 주석도 붙어 있었다.


[본 심결로 얻은 내력은 타 심법과 상충하지 않아, 타 심법의 대성을 도우면 도왔지, 방해할 일은 없을 것이다.]


‘다른 심법을 익혀도 상충이 없을 것이라. 그렇다면 창천심결의 내력은 그리 까다롭지 않은 건가?’


이것이 창천심결을 선택한 이유였다. 추후에 다른 심법을 익혀 이 속성 심법을 덮어 버릴 수도 있으니, 지금은 소화가 가장 빠른 이 심법이 제격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바로 그 내력이 시커먼 말 한 마리의 몸 속에 자리잡았다. 주옥은 그대로 몸을 일으켜, 발소리를 죽이고 둥근 얼굴 강도에게 접근했다. 그리고는 뒷발로 걷어찰 준비를 마치고는, 익숙한 점창의 무공을 펼쳤다. 제자 공손정과 인연을 맺었던 바로 그 초식, 나찰무(羅刹舞) 3초 무우각(無憂脚)이었다.


무우각은 원래 몸을 뒤로 회전시키며 내지르는 발차기다. 뒤쪽으로 발을 뻗는다는 점이 말의 신체 구조에 적합할 듯해 선택한 초식이었을진대, 무우각에 당한 둥근 얼굴 도적은 화살보다도 빠르게 날아가 농부의 집 벽에 처박혔다. 굉음이 울려퍼지고 농부의 부인이 뛰쳐나왔다. 농부의 부인보다도 더 놀란 것은, 다름아닌 주옥이었다.


‘잠깐, 왜 이렇게 세?!’


무우각의 파괴력이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물론, 적을 일격으로 무력화시킬 생각이었고, 손이 없으니 혈도를 노린 정교한 공격은 불가능했으며, 상대방은 농부 뿐 아니라 사문의 멸망에도 기여한 마교인이었다. 즉, 살심을 어느 정도 품었던 것은 맞았다.


예상치 못한 것은 사람의 몸이 그토록 빠른 속도로 날아가버리란 점이었다. 어제 그토록 형편없는 뒷발차기의 위력을 경험해 봤으니, 내력을 발해 펼친 무공이라도 이렇게 강해질 줄은 예상치 못했다. 주옥이 간과한 것은, 새로 얻은 신체의 능력이었다.


주옥의 체고(지면부터 어깨까지의 높이)는 7척, 체장(머리부터 꼬리까지의 가로 길이)은 1장(3m) 가량, 거기다 근육이 터질 듯 가득 들어차 있는 그의 체중은 300관(약 1.1t)을 가볍게 넘어갔다. 그런 몸이 내력을 갖추고 기껏해야 16,17관 정도 되는 강도를 걷어찼으니, 쏘아진 화살처럼 날아가는 게 당연했다.


당황한 와중에도, 주옥은 천천히 몸을 돌려 남은 한 명의 적을 마주했다. 그 마교인은 겁에 질린 눈으로 주옥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의 강함에 당황해 잠깐 적의를 잊었던 주옥이었지만, 그런 마교인의 모습을 보니 다시금 강렬한 적대감이 깨어났다. 주옥은 그에게 천천히 다가가며, 자신이 말을 할 수 없다는 사실마저 잊어버린 채 말했다.


“푸르륵.”


투레질 소리가 울려퍼졌다. 하지만, 말하고자 했던 바는 충분히 전해졌다. 마교인의 눈빛을 보니, 위축된 가운데서도 어떻게든 자신을 향해 공격을 뻗으려는 기색이 느껴졌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자신은 다치지 않는다. 주옥이 파악한 자신과 마교인 사이의 격차는 그 정도였다.


검 손잡이를 쥔 손은 진즉부터 보고 있었다. 뽑는 동작이 지루하도록 느렸다. 주옥의 앞발은 나찰무 8초, 사라지(沙羅指)의 변초를 펼쳤다. 손가락이 없으니 지법 대신 권법이라 생각하며 발굽으로 펼친, 사라권(拳), 아니, 사라제(蹄)였다. 마교인의 턱이 박살나며 앞으로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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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야생마(2) +1 24.08.12 73 5 12쪽
8 야생마 +1 24.08.11 77 4 13쪽
7 천마는 자유예요 +1 24.08.10 89 4 13쪽
» 진정한 마공 24.08.09 86 5 17쪽
5 적당히를 모르는 놈들 24.08.08 86 4 13쪽
4 그럼 무엇을 먹어야 하는가 +1 24.08.07 108 5 13쪽
3 맛있다 +1 24.08.06 148 5 12쪽
2 천마와 흑마 +1 24.08.05 210 6 14쪽
1 뭘로 환생하고 싶냐. +1 24.08.05 318 11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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