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티어 천재작곡가의 특별한 덕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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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하이
작품등록일 :
2024.08.06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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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1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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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1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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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친구잖아

DUMMY

내가 이 앨범의 프로듀서라서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건가?

‘인터넷이 뜨겁게 달궈진다’라는 표현이 조금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컴퓨터 화면이든 핸드폰이든, 어느 것으로 보아도 기분이 들뜨며 몸에서 열이 오르는 느낌이지 않나.


[ VIRO (비로) 'Blind’ MV TEASER ]


티저 하나가 떴을 뿐인데, 온갖 곳에서 반응이 터지고 있다.


「비로, 12곡 꽉 채운 3번째 정규앨범으로 돌아와···D-1.」

「현 시대 최고의 R&B 가수 비로&’나의 천재 PD’의 결과물은?」

「비로 ‘Blind’, 공개 앞두고 가요계 긴장. 거물 가수와 초신성 프로듀서가 뭉쳤다!」


기사가 연예면을 뒤덮다시피 쏟아지는 건 물론이고, 댓글도 들끓는다.


- 드디어 왔다!!!!ㅠㅠㅠㅠ 내가 죽기 전에 컴백을 하긴 하는구나!

- 와 씨ㅋㅋ 비로랑 임정우 작곡가 조합이면 뭐ㅋㅋㅋ 진짜 오랜만에 차트 줄세우기 나오는 거 아니냐?

- 유지현 ‘영원한 메아리’ 작곡가지? 비로가 나의 천재 PD라고 할 만하더라···.

- OMG엔터 요즘 폼 미쳤네ㅋㅋ


비로가 아이돌 기획사에 들어가서 이제 기대가 안 된다느니 뭐니, 억까하는 사람들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막상 컴백을 한다고 하니, 여러 말을 내뱉던 사람들이 모두 하나가 되어 열광할 준비만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저녁 9시.

히스테리를 부리는 형을 피할 겸, 곡도 만들 겸 작업실에 왔는데.


“인터넷만 보고 있네.”


나도 기대가 커서 그렇다.

티저 하나만으로도 이런데, 앨범이 발매되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인데, 내 실력에 대한 자신감 때문인지 걱정은 되지 않았다.


“게다가 비로 형도 진짜 기깔나게 잘 불렀지.”


원래라면 이 앨범은 나오지 못하고, 비로는 3년 뒤에 슴슴한 싱글 하나만 낼 예정이었는데.

내가 나서면서 이 앨범이 나오게 되었다.

그래서 더욱 감상이 남다르다.


게다가 나도 그의 팬이었지 않은가.

팬으로서 회귀 전의 비로에게 아쉬움이 많았던 터라, 이번 앨범이 더 각별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이런 화끈한 인터넷의 반응 때문일까?

우우웅- A&R팀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받아 보니.


-작곡가님, 혹시 인터뷰나 예능은 생각 없으실까요? 지금 제안 들어오는 곳이 많아서요. 프로듀싱 앨범을 내실 예정이니, 인지도를 더 높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인터뷰. 예능.


‘이런 게 나한테도 들어오네?’


얼떨떨한 느낌 조금,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느낌 조금, 그리고 설렘과 기쁨 조금.

복합적인 감정과 함께, ‘작곡가가 이런 걸 해도 되나?’하는 의문이 순간 머리를 스쳤는데.


‘TV에 연예인만 나오는 시대가 아니긴 하지.’


머릿속에 여러 사람들의 얼굴이 스쳤다.

유튜버는 예사고, 유튜브에서 UDT교관으로 며칠 도와주러 왔다가 데뷔하게 된 사람도 있고, 예전에 여동생과 함께 인간극장에 출연했다가 이를 계기로 활발하게 방송 활동을 하는 사람도 있고, SNS의 팔로우가 많아서 데뷔하게 된 사람도 있다.

루트가 손꼽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니, 내가 예능에 나가는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


하지만, 난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무것도 안 할 게요.”


얼굴이 제 컨디션이 아니다.

방학이라 살이 좀 찐 탓이다.


-아··· 역시···!

“···역시?”


기분이 살짝 나빠진다. 남들이 보기에도 그리 살이 쪄 보이나?


-아, 아닙니다. 일단 뜻은 거절로 전하겠습니다.


전화가 끊어졌는데 화가 가라앉질 않는다.

그런데 거울을 보니, 역시 얼굴이 보름달처럼 동글동글해서, 나는 거울을 뒤집었다.


“그래, 사람이 어떻게 항상 완벽하겠어?”


일이 바쁘면 이렇게 제철일 때도 있는 거지.

순간, 머릿속에 비로와 유지현 등 완벽한 몇 사람이 스쳐갔지만, 그분들은 극히 예외적인 케이스다.


그런데 그때, 나를 위로해 주려는 듯, 인간성이 몹시 부족하며 싹수가 샛노란 놈에게서 전화가 울렸다.


“헛!”


난 반색하며 기쁜 마음으로 헐레벌떡 전화를 받았다.


“재현아! 무슨 일이니?”


그래, 이 녀석이 있었지?

지금은 비록 인기가 있지만, 나중에 인성 논란으로 인해 거품처럼 사라질 놈.

이 녀석의 존재가 내게 매우 큰 위로가 되어 주었다.


-···갑자기 전화 존나 끊고 싶어지네? 그 역겨운 말투 뭐냐?


이거 봐라. 좋은 말을 건넸지만 나쁜 말이 돌아오지 않나.

역시 이놈은 여러모로 몹시 부족한 존재였다.

그리고 이놈 덕에 내가 상대적으로 좀 더 완전해진 기분이 들었다.


“하하하! 고맙다. 내가 네 덕분에 산다!”

-이런 씹.

“하하하!”

-하아. 아무튼··· 그··· 있잖아···.


갑자기 박재현이 역겨운 말투가 돼서 전화가 끊고 싶어졌다.

그래서 말없이 바로 끊으려던 찰나.


-그때 기말 끝나고··· 우리한테 프로듀싱 앨범 곡 준다고 말했었잖아? 그거··· 언제쯤 돼?


곡 얘기가 나오니까 영감이 자극된다.


‘잠깐. 그러고 보니까, 이놈의 바닥 찍은 인성이랑 내 고고한 인성은 완전히 대조적이잖아.’


그런데 직전에 주정원과 이정빈으로 대조되는 듀엣을 썼기 때문일까?

대조되는 사람끼리 노래를 부르는 형태로 영감이 살살 떠오를 것 같은데, 내가 노래를 부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른 사람 누가 있지? 나랑 비슷하게 잘생기고 인성 좋고 남자다운···.’


날 대체할 수 있으면서 박재현이랑 같이 노래 부를 때 어울릴 것 같은 사람.


“···! 야, 끊어.”

-어? 야! 대답은 하고···.


뚝, 전화를 끊어 버리고 시퀀서 프로그램을 켰다.

영감이 벼락 같이 머리에 꽂혔거든.


다이어트는 앨범을 다 완성하고 나서 해야겠다.

빨리 만들어서 전용 프로듀싱 룸을 받아야지.


‘이사하자, 이사!’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이 옥탑방 작업실은 내 집으로 써 버릴까?

이참에 확 독립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긴 하다.

17살 청소년에게 부모님이 과연 독립을 허락해 줄진 모르겠지만.



***



연예 전문 언론사 데이나우뉴스의 5년차 기자 이나연.

그녀는 사무실을 전체적으로 둘러봤다.


원래였으면 절반 이상이 현장에 나가 있었을 텐데, 지금은 빈자리가 간간이 보일 뿐이었다.

흥분과 긴장이 조용하게 깔려 있는 분위기.


모두가 오늘을 오매불망 기다린 탓이다.

현재 가요계에서 가장 크게 기대를 모으고 있는 비로의 앨범이 잠시 후에 공개된다.


“나연 선배.”

“응?”


친한 후배는 누가 들을 새라 주위를 살피며 속삭이듯 말했다.


“제가 좋은 생각이 있는데요. 혹시 작곡가 님을 인터뷰 따 보는 건 어떨까요? 그분 되게 유명하시잖아요. 비로 SNS에도 ‘나의 천재 PD’라고 올라와서 화제가 되기도 했고요.”


이나연은 픽, 하고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걸 이제야 생각했어? 장하다, 장해.”

“···늦은 건가요?”

“늦어도 한참 늦었지.”


이나연은 이미 진작에 OMG 홍보팀에 연락을 시도했었다.

작곡가와 인터뷰를 잡을 수 없겠느냐고.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거절이었다.


“홍보팀에서 그러더라. ‘A&R팀에서 말해 주길, 작곡가님은 지금 다음 작업에 집중하느라 바쁘셔서 다른 건 아무것도 하고 싶어 하지 않으신다’라고.”


후배는 혀를 내두르며 탄성을 흘렸다.


“와아! 진짜요? 17살이면 한창 주목받는 거 좋아할 나이인데···.”

“보통 같지 않으니까 천재 소리를 듣는 거겠지. 그리고 그분에 대해서 여러모로 들은 게 많아. 확실히 범상치 않은 사람이라더라.”


OMG에서는 일부가 그런 뉘앙스로 말했는데, IA엔터에서는 만나는 사람마다 족족 입을 모아 그렇게 말했다.

괴짜이자 천재인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그러니까 인터뷰 따는 건 포기하고, 이따 기사나 잘 써. 어느 정도 미리 초안 써 두는 거 잊지 말고.”

“에이! 저도 그 정돈 알죠.”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비로의 앨범과 뮤직비디오가 공개됐다.


타다다다다다─!


타자 치는 소리가 곳곳에서 정신없이 울려 퍼져, 마치 수십 마리의 말들이 질주하는 듯했다.

뮤비를 띄엄띄엄 건너뛰어 보며 대충 기사거리를 찾거나, 커뮤니티를 긁어모으며 기사를 내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나연은 그들과 다르게 행동했다.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이어폰을 꽂은 채, 정배속으로 뮤비를 집중하여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뮤비가 다 끝났을 때가 돼서야 비로소 키보드에 손을 올리며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전율은 등줄기를 타고 강렬하게 흐르고 있다.

기사를 써야 하기에 감정을 최대한 날려 보려 하는데도 쉽지 않다.

스스로 친 마음의 장벽을 우습게 무너뜨릴 만큼, 짙은 감성이 커다랗게 밀려온 탓이다.


“진짜··· 제대로 된 천재긴 하네···.”


중얼거리듯 한 말에, 옆자리의 후배가 반응했다.


“그렇죠? 반응도 엄청나게 터지고 있어요. 역시 비로라니까요? 오래 걸리긴 했어도, 절대 실망시키지를 않잖아요.”


이나연은 콧방귀를 뀌며 대꾸했다.


“아니, 비로만이 아니라 작곡가까지 말하는 거야. 둘 다, 엄청난 천재라고.”

“아.”


그렇게 얼마나 기사를 썼을까.

전쟁 같은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사무실이 조용해졌을 때.

이나연은 깊은 숨을 내쉬며 잠시 눈을 감았다. 그 와중에도 귀에 꽂힌 이어폰에서는 앨범의 모든 곡들이 순차적으로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앞, 모니터에는 시간이 지나 갱신된 차트가 비치고 있었다.


[1. Blind – 비로]

[2. Curtain – 비로]

[3. 영원한 메아리 – 유지현]

[4. Mirror – 비로]

[5. I’m In My Bed – 유지현]


그리고 9위와 11위, 15위···. 차트의 1위부터 50위 안까지 비로의 12곡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이 정도면 ‘차트 점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정말··· 복귀 한번 화려하게 하는구나.”


하지만 그보다 놀라운 건.


“1위부터 4위까지가 한 작곡가라니···. 괴물이 따로 없네 진짜.”


헌데, 그보다 더, 더, 경악스러운 건.

올해 데뷔한 그 작곡가가, 아직도 고등학교 1학년이라는 사실이었다.



***



“여러분, 오늘은 정말정말 특별한 게스트를 모셨습니다.”


친구이자 같은 크루원인 빌리가 진행을 하고 있었다.

‘빌리의 아티스트’.

다른 음악 방송엔 나가지 않더라도 이건 꼭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걸 보면서 질투를 할 뻔하기도 했는데.’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래도 웃음이 나오는 기억이다.

그리고 이게 슬픈 기억이 아니라 웃긴 기억이 될 수 있었던 건 오직 한 사람 덕분이다.


‘정우···.’


빠져나와서야 알게 됐다.

자신이 얼마나 깊은 어둠 속에 웅크려 있었는지.

만약 임정우가 손을 내밀어 자신을 건져내 주지 않았더라면.


‘아직도 그 속에 있었을 거야.’


이건 확신이었다.

그 당시 자신이 얼마나 날카롭고 예민했었는지는,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으니까.


“비로입니다!”

“와아아아!”

“꺄아아아아!”


귀청을 찢을 듯한 함성.

무대를 향하는 비로의 입가엔 짙은 미소가 피어났다.


기쁨으로 놀란 방청객들의 표정을 반갑게 둘러보는 사이, 익숙한 인트로가 흘러나왔다.

분위기를 깔듯 잔잔하면서도 리드미컬하게 흘러가는 비트, 그 위로 여리게 스며드는 피아노의 선율.

자신이 만든 것을 기반하여 임정우가 완전히 뒤바꾸다시피 재편곡한 음악이다.


“와아···.”

“···미쳤다.”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첫 소절부터 관객들의 입술이 벌어졌다.

하지만 자신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들의 감탄은 지금 자신을 향하고 있지만, 저들의 감탄을 진짜로 자아낸 이는 다름아닌 임정우라는 것을.

그때 자신이 혼자 만든 음악으로는 절대 이런 반응이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앞을 보면 황홀할 정도의 광경이 펼쳐져 있고.

옆을 보면 흐뭇함이 가득 배인 미소를 짓고 있는 친구가 보인다.


방청객들에게서 감탄을 이끌어낸 사람이 임정우이니, 자신에게 이런 광경을 선물해 준 사람 역시 임정우다.


‘형 미성은 진짜 사기예요.’


비로의 머릿속엔 어린 천재의 목소리가 시간을 거슬러 오르며 떠올랐다.

곡을 만들며 칭찬을 했던 것부터.


‘고민되네요. 시도해볼 방법이 조금 많거든요.’


12개의 곡을 모두 들어보자마자 했던 놀라운 말.

그리고.


‘팬으로서 하나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혹시, 팬들이 원하는 음악을 내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그가 처음 손길을 내밀며 던졌던 질문까지.


비로는 이 무대에서 모든 걸 쏟아붓고자 했다.

자신을 기다려준 팬들에게 보답하고, 자신을 구해준 어린 천재 작곡가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온몸이 부서져도 좋다는 심정으로 노래했다.


그리고 이런 진심이 방청객들에게도 닿은 걸까.


“우와아아아아!”

“와아아아아!”


무대가 끝나자, 관객들은 잔뜩 상기된 얼굴로 목이 터져라 뜨거운 환호성을 내질렀다.


“와아···! 진짜! 와! 제 친구지만 정말 너무 잘하지 않아요?”


빌리는 연신 감탄을 쏟아내기 바빴다.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장내의 열기.


방청객들도 그렇고, 자신도 그렇고.

아직은 너무 뜨거워서, 진행은 한참 뒤에나 시작될 수 있었다.


“음방은 이거 하나 나오는 거죠?”

“네, 이후론 공연 일정이 많아서요. 오래 기다려 준 팬분들이랑 현장에서 호흡하고 싶어요.”


역시 내 친구야, 라는 말에 잔잔한 웃음이 방청석에 퍼졌다.


“보니까 공연을 3주나 하던데요? 이거 너무 많이 잡으신 거 아니에요?”

“공연장이 그리 크지가 않거든요. 하하. 그런데 사실 그 점 때문이라고 하기보다는, 그냥 이 앨범으로는 공연을 많이 하고 싶더라고요. 그런 앨범이에요. 너무 힘든 시기를 보내서 그런지 이 앨범이 더욱 각별하게 느껴져요. 소중한 인연을 얻게 되면서 만들어진 앨범이기도 하고요.”


비로가 던진 떡밥에 빌리가 씩, 웃으며 받았다.


“아, 그분이요? 우리 프로그램에서도 한 번 얼굴을 비추신 적이 있죠? 그땐 제가 잘 몰랐었는데 되게 유명해지셨더라고요. 여러분들도 아시죠?”


대부분의 방청객들에게서 “네!”하는 대답들이 흘러나왔다.


“그 ‘나의 천재 PD’는 뭐예요? 어떻게 올리게 된 거예요?”

“일단 그분이 누구인지 설명할게요. 이 업계에 어느 정도 관심이 깊으시다면 무조건 아실 수밖에 없는 분이에요. 지금 제일 핫하시거든요.”


그가 만든 곡들을 나열하자, 방청객들 사이로 탄성이 터졌다.

비로는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분··· 아니, 이제 형 동생 하는 사이라서 그냥 편하게 부를게요. 이렇게 하니까 되게 어색하네. 하하. 아무튼 정우가 저한텐 은인이거든요. ‘나의 천재 PD’를 어떻게 올리게 된 거냐면-“



***



[아무튼 정우가 저한텐 은인이거든요. ‘나의 천재 PD’를 어떻게 올리게 된 거냐면-]


IA엔터의 아티스트 라운지.

블랙원 멤버들은 컴백 연습을 잠시 멈추고, 이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이곳에 모여 있었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비로의 컴백 후 첫 무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신들의 곡을 써 준 작곡가의 곡이기도 하니까.


그리고, 비로가 임정우를 언급하면 언급할수록, 박재현에게 향하는 눈총은 거세져만 갔다.


“야.”

“···왜요.”

“왜 전화를 그딴 식으로 한 거냐? 난 아직도 이해가 안 돼.”


형들은 박재현이 임정우와 통화할 때 옆에 같이 있었다.

단순히 곡을 언제 줄 수 있는지 묻기 위해 시킨 전화였는데.

“···갑자기 전화 존나 끊고 싶어지네? 그 역겨운 말투 뭐냐?”라고 하질 않나, “이런 씹.”이라고 하질 않나.

그땐 하도 어이가 없어서 말도 안 나왔다.


“그건 걔가 그때 또라이처럼 굴어서···!”

“너 대체 그 인성 언제쯤 고쳐 먹을래? 그러다 너 나락 가. 그런데 너만 가? 우리도 같이 가. 너 때문에.”

“아니, 이번엔 진짜 억울···!”

“너 때문에 기분 나쁘셔서 바로 끊으신 거잖아. 그 뒤로 연락도 안 되고.”

“···하아.”


박재현은 울고 싶어졌다.

차라리 한뼘통화를 할 걸 그랬다.

그럼 이렇게 억울하지라도 않지.


그렇게 박재현이 억울함과 서러움에 사무쳐 입술을 짓씹고 있을 때였다.

우웅- 전화가 울려서 무심코 핸드폰을 봤더니.


“임정우다! 전화 왔어요!”

“받아! 빨리 받아!”

“미안하다고 해! 빨리!”


형들의 재촉에 바로 전화를 받았다. 물론 한뼘통화로 받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박재현에게 임정우는 ‘언제 어떤 또라이 짓을 할지 모르는 새끼’였기 때문이다.


“여보···.”

-야, 곡 완성됐거든?

“······!”

“······!”

“······!”

-근데 블랙원 전부랑 같이 하진 못할 것 같아.


멤버들은 서로를 휙! 휙! 돌아봤다.

TV에선 비로가 여전히 임정우의 칭찬을 늘어놓기 바쁘고, 차트엔 1, 2, 3, 4위가 전부 임정우의 곡인 이때.

아무리 같은 그룹이라지만 그 자리가 탐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박재현을 보라.

못난 막내가 우연히 같은 과제로 묶인 덕에 차트 1위를 하며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리지 않았나.

그러니 나머지 멤버들도 그런 기회를 얻고 싶어 하는 건 당연했다.


“나, 나는 당연히 부르는 거지? 우린 친구잖아.”

-쓰읍···.

“···그래서 부를 사람이 누, 누군데?”

-···두한이 형이랑 너.

“와아! 진짜지?”


멤버들 사이로 실망과 기쁨이 교차하는 순간.


-사실 네가 필요한 건 그냥 곡 컨셉 때문이야. 네가 두한이 형이랑 여러모로 엄청 대조되잖아. 두한이 형은 어른스럽고 남자다운데, 넌 아니니까. 그러면서도 두한이 형이랑 목소리는 어느 정도 결이 맞고.


굉장히 싸가지없게 말했으나, 어쨌든 곡을 준다고 하니 지금은 참아줄 수 있었다.


“그럼! 당연히 결이 맞지! 우리가 괜히 한 그룹인 게 아니라니까? 하하!”

-아무튼 곡은 완성됐는데, 오피셜로 가능한지 회사에 한 번 물어봐.


박재현이 막 대답을 하기 위해, 싱글벙글한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여는 순간이었다.


“무조건-”


무심코 돌린 시선에 소름이 쫙 돋으며, 서늘한 기운이 등줄기를 훑고 지나갔다.

벽에 딱 붙어, 감정이 결여된 듯한 무표정으로 서 있는 사람을 발견한 까닭이다.


“무조건···.”


눈의 크기를 커다랗게 키운 채.

그저 고요하게, 지그시 이곳을 응시하고 있다.


“무조건··· 되지···. 하, 하하···. 하.”


하이즈의 소하윤이었다.

박재현은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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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이걸 작곡한 애가 진짜 천재거든요 +9 24.08.26 21,166 429 13쪽
23 <Top Of Top> +13 24.08.25 21,451 405 15쪽
22 확실히 어려서 그런가, 낭만이 있어 +15 24.08.24 21,364 397 15쪽
21 이 곡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22 24.08.24 21,885 383 16쪽
20 원하는 게 있으면 투쟁하여 쟁취하라 +12 24.08.23 22,083 382 15쪽
19 투자에 대한 확신을. +18 24.08.22 22,262 404 15쪽
18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는 싫다 이거지 +21 24.08.21 22,404 392 13쪽
17 설마 진짜 그 엘라겠어? +9 24.08.20 22,813 436 13쪽
16 재회 +13 24.08.19 22,881 435 12쪽
15 실리보단 신의 +23 24.08.18 23,140 422 15쪽
14 유지현은 대체 왜 저런대? +11 24.08.17 23,314 424 12쪽
13 강동 6주까지 되찾은 서희처럼 +14 24.08.16 23,490 431 13쪽
12 누굴 고르는 게 더 이득일지는 명백하잖아 +14 24.08.15 23,462 458 13쪽
11 이거, 저희가 하고 싶은데 +21 24.08.14 23,961 431 16쪽
10 곡은 제대로 뽑히긴 했네 +11 24.08.13 24,268 439 12쪽
9 혹시 아스날 좋아하세요? +16 24.08.12 24,779 436 14쪽
8 혹시 직접 연주해도 될까요? +13 24.08.11 25,002 436 12쪽
7 그냥 잘 만들면 되는 거 아니야? +8 24.08.10 25,365 440 14쪽
6 그 바람막이 +18 24.08.09 26,059 437 15쪽
5 재혼으로 가자 +14 24.08.08 26,822 468 14쪽
4 화선예술고등학교 +21 24.08.07 27,413 505 12쪽
3 혹시... 제 팬이에요? +15 24.08.06 28,830 517 15쪽
2 하니까 되던데? +25 24.08.06 31,880 512 15쪽
1 스물여섯 임정우, 개 같이 부활 +35 24.08.06 37,996 6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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